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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다음생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음 생을 위해 야근을 하고 종이를 줍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 불행을 보태기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된 희망은 모두 사라졌지만 새로 만들어야 할 희망은 남았겠지요
우리는 이미 다음 생을 시작했는지 모릅니다
안주철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중에서
별 것 아닌 말에 웃고 별거 아닌 말에 울고 별거 아닌 말에 위로받고 별거 아닌 말에 좌절하고 사는게 참 별거 아닌데, 싶고... 사는게 참 별거네 ,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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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시인들은 너무나 많아 한명의 시인이라도 더 알기 위해 새로 나온 시집을 사모으는데 시집을 펴고 첫 시를 읽을때 간혹 내 스타일이라는 감이 오는 시인들이 있다 안주철 시인도 그 중의 한명
이 시인은 일상적인 언어를 가지고 자기의 생활을 그리는데 가슴 한구석을 선뜻 저리게 하거나 어느 한 문장이 내 심장에 이빨을 박아 생채기를 내서 며칠동안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시를 쓴다
시집중에서도 첫시를 읽고 시집을 고르기도 하는데 아래 밥먹는 풍경은 다음 생에 할 일들의 첫시다.
어찌 보면 지지리 궁상일 수도 있는 숨기고 싶은 가족일 수도 있는 것을 가지고 먹고사는 것을 위대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상을 인생으로 갑자기 확대해버리는 재기발랄함까지가 너무 좋다
-밥 먹는 풍경-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병일 때 물건을 찾다 엉덩이와 입을 삐죽거리며 나가는 아가씨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공짜로 겁먹을 때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 먹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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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철 시인의 시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살 냄새가 난다. 그 냄새 속으로 달려가 안기고 싶은 날이 있다. 어머니의 기일에 우연히 안주철 시인의 시를 읽었다. 절절하게 읽었다.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 먹고 있었다 -<밥 먹는 풍경> 중에서
등 너머에 엄마의 발가락이 보인다. 발가락 끝이 벌어지고 뼈 한 마디가 톡 대야에 떨어진다. 대야에 붉은 꽃잎이 한 장 두 장 오래도록 펼쳐진다. 한 송이가 될 때까지
물을 버리기 위해 대야를 들고 밖에 나가 엄마의 허연 뼈 한 마디를 들고 서서 고민한다. 누구에게 엄마라고 불러야 하지?
거울 속에 다시 노을이 끓는다.
나는 내 살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겨울이 내 살을 만진다> 중에서
엄마도 따라온다. 다리를 절면서 얼마 남지 않은 세상을 마당에 꾹꾹 눌러 새기며 -<별들의 서열> 중에서
침묵처럼 뚜렷한 살은 없다. 나는 사라질 것이다. 내 살을 문지를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 내 살을 문지르면서 나는 녹는다. -<눈4> 전문
물려받은 유산을 밤새 귀뚜라미가 비비고 나와 당신이 서로 매만진 살이 내 살도 당신의 살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단 한 번도 마음에 닿지 않았더라도 단 한 번도 매만지는 습관을 문질러 단단한 전통을 뛰어넘지 못했더라도
품위 없이 매만진 살들이 기껏 흉터를 불러내고 빽빽한 나이를 차례로 불러오더라도 -<품위 없는 사랑> 중에서
시 속에 잠깐 안겨본다. 시가 따뜻하다. 세상에는 나 말고도 그리움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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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철이라는 시인이 쓴 시를 읽고 나니 가슴에 새겨지는 단어가 있었다. '쓸쓸함'
그의 시에는 '쓸쓸함'이 묻어있다. 그 쓸쓸함은 아마도 내 생각에는 '꿈의 상실' '희망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꿈을 지우다'라는 시가 그렇다.
1.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나는 집에서 한없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이 부분에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세계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가장의 실업,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이 시에서는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중략) 백수가 될 때마다 나는 아내의 등골을 매일 한숟갈씩 떠먹으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책을 읽어주는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실업으로 인해 자신뿐만이 아닌 가족들까지도 힘들어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꿈이 지워질 때마다 내 몸에 구멍이 뚫린다. 아내의 몸에도 구멍이 숭숭 뚫린다. 구멍에서 피가 배어나온다. '
점점 꿈을 지워가는 화자의 모습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슬픔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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