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읽.는. 한문
개인적으로는 계몽편 20강의 [학문를 해야 하는 이유]의 문장이 가장 좋았다. 여기에 한자를 다 옮길수 없으니 풀이를 적어보자면 .. 세상은 광속으로 변하고 늘 새로운 것을 쫒으라고 하지만, 고전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를 이 문장이 말해주는 것 같다.
|
|
"이 책으로 공부할 때, 이슬비에 땅이 젖고 군불에 아랫목이 따뜻해지듯이, 따라가면 저절로 문리가 트이니, 작은 것을 바탕으로 큰 것을 알게 되고 배우면 스스로 즐겁다는 말이 진실로 옳다."
김훈 선생의 추천사는 이 책을 탈탈 털어내고 뒤집어 보신 후 쓰신 글이 틀림 없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펼쳐 읽으면서 어쩜 이리도 잘 묘사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문이다. 한자 학습서도 아니고, 요즘 너도나도 배운다는 중국어도 아니고, 한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뒤늦은 '한자 전용'을 이야기하는 것도, 한문의 우수성을 드높이 알리려는 책도 아니다. 어쩌면 한글이 아닌 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알파벳 문자나 단어장을 들먹이는 게 아니라 영문 소설로 영어를 체득해야 하는 것처럼, 좋은 책을 한 권 들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며 문화와 고서와 한문, 곧 학문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들어가기 전에 알고 막히면 다시 새겨야 할 것들>이라는 도입부는 더더욱 흥미롭다. 책을 읽으며,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 이처럼 유려한 우리글로 차분히 앉아 이야기를 건네듯 나긋나긋 설명해줄까 하고 저자의 약력을 다시 펼쳐봤다. 동양사를 전공하고 한국방송,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분이란다. 그럼 그렇지. 저자의 필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도도하고 구태하게 한문을 이야기하거나, 에둘러 어렵게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돌직구를 던진다. 마치 우리가 어릴 적 배웠던 흥미로운 영문법책이나 스토리북을 읽는 느낌이랄까.
특히 뜻도 모르고 달달 외우기만 하는 요즘 초중고등학생들의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온고이지신은 왜 그런 뜻을 지니는지. 굳이 그 단어를 언급하고 설명하지 않았어도 책거리를 할 즈음이면 머리가 시원해지고 눈이 밝아지며 귀가 확 트이는 느낌이 들리라. 이 책 한권으로 한문뿐만 아니라, 한자성어들의 조어법을 이해하게 되면 더더욱 우리 말글이 풍성해지리라. 아마 저자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을까.
|
|
동양고전을 제대로 읽고 싶은 마음에 독하게 한자 공부를 시도한 적 여러 번이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면 좋을 텐데...' 아쉬워하던 차에, "따라가면 저절로 문리가 트이니, 작은 것을 바탕으로 큰 것을 알게 된다"는 김훈 선생님의 추천글과 함께 <처음 읽는 한문>이 짠! 하고 나타났다. 오호라! 주저없이 선택했다. 주문! 이 책은 일러두기에서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요는 한문의 특성에 맞는 공부법으로 새롭게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법을 대폭 줄인 문장 공부가 답이다. <천자문>을 뗀 후 문장 공부를 위한 첫 책이 <계몽편>이라고 하는데, 읽다 보니 동양적 우주관이 담긴 글들을 천천히 공부하는 꿀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기초 없이 원서에 도전하려 했던 무모함을 뒤늦게 반성하며, 이 책을 벗삼아 나도 작은 것을 바탕으로 큰 것을 알아나가 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