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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언 모리스는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고대사와 고고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년에 접했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동서양 문명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21세기 이후 동서양 문명에 대한 전망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다시 그의 저서를 찾게 되었다. 보통 '전쟁'이란 용어는 굉장히 부정적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다.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죽음, 부상, 난민, 상실, 퇴보 등은 전쟁이야말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참상이란 인식을 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에 반해, 이언 모리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전쟁은 오히려 인류를 더 안전하고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선사시대 인간의 수명은 30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0대 후반까지 두배가량 증가했으며, 단기적 부침은 있었지만 전쟁을 포함한 폭력에 의한 사망률은 시대를 거치며 꾸준히 하락해 선사시대에 비해 현재는 1/10 이하로 줄었다. 역사를 돌아 볼 때, 인류는 전쟁을 통해 더 크고 조직화된 사회를 만들었으며 장기적인 평화를 이끌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유(남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자유를 포함한)를 빼앗기기 싫어하기 때문에 원만한 타협을 통한 해결은 이상주의적인 견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그 증거들이 <전쟁의 역설>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전쟁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평화적인 의견조율이 어려운 상황에서 '차악' 또는 '차선'으로 평가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토마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통해 무정부 상태에서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중앙집권적 강국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며 더 큰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고대 로마는 작은 부족국가로 출발해 거대제국으로 성장한 리바이어던 같은 존재이다. 영토를 넓히고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전쟁을 치뤘으며 대부분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을 아우르는 제국으로 성장했다. 로마에 맞서 싸웠던 갈리아, 브리타니아, 게르마니아, 유대, 이집트 등 많은 국가나 부족은 최후를 맞거나 로마에 복속되었다. 이 과정에 수백만, 혹은 천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지만 로마 제국이 등장함으로써 부족간의 전쟁,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 약탈, 노략질 등은 급격히 감소한다. 드넓은 지역에서 장기간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찾아온다. 로마 제국 건설을 위한 희생이 이 후 세대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한 것이다. 로마 군단이 있음으로 해서 시민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고 서로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자 했기 때문에 로마 황제는 군대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현대 국가와 사회가 구동하는 원리 또한 이와 마찬가지란 것을 알 수 있다. 전쟁 이후의 양상에 따라 '생산적인 전쟁'과 '비생산적인 전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후, 로마, 마우리아 왕조, 중국의 한제국과 같은 리바이어던의 성장은 국민을 안전하고 부유하게 했고 인류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생산적이였다 평할 수 있다. 즉, 전쟁의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인더스 문명의 급작스런 붕괴, 수메르의 우르크의 몰락, 생산적 전쟁을 치르며 성장했던 제국(로마, 한, 쿠샨 왕조)의 쇠락 등은 비생산적 전쟁의 예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며 리바이어던으로부터 등을 돌려 인류 문명을 퇴보시키고 다시 해당 문명 이전의 분쟁상태로 돌아간다. 리바이어던은 위도 상 운 좋은 지역(북반구의 아열대 기후대)에서 시작됐으며 온난한 기후 조건 하에서 작물화와 가축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정주 생활은 사회의 규모를 키웠고 문명의 발달을 촉진했다. 이런 축복받은 지역은 서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 동아시아의 황하 강 유역, 남아시아의 인더스 강 유역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규모가 확장되었으며 중앙 정부의 권력은 커졌다. 권력의 중앙집권화는 그렇지못한 주변국을 병합하여 '우리에 가두기(caging, 사회학자 마이클 만이 제시한 개념으로 농경에 기반한 정주화 사회가 번창하며 스스로 우리에 갖히기 시작한 것)'를 진행하고 제국의 영역을 넓혔다. 리바이어던의 진화는 생명체가 그러하듯 오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특정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전문 군대의 육성, 청동 무기, 전차, 철제 무기, 기병의 등장처럼 이전에 존재하던 전쟁의 흐름을 바꾸고 신기술을 일찍 수용한 측에 승리를 안겨주는 대변혁이였다. 동서양의 리바이어던들은 이런 기술들을 흡수하고 더욱 강력해졌으며 무력에 대한 두려움은 분쟁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해 전쟁의 역설은 강화되었다.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으로 역사를 보자면 생산적인 전쟁과 비생산적인 전쟁이 번갈아 일어나며 인류 문명이 정체되거나 일부 퇴보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쟁은 더 큰 통치체제를 만들었고, 폭력에 의한 사망율은 감소하고 국가와 국민은 더 번영하게 됐다. 1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은 하나의 제국을 이루지 못하고 많은 나라가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유럽 대륙의 국가들끼리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신대륙으로까지 활동범위를 넓혀 전쟁을 수행했다. 크고 작은 전쟁은 잦았지만 시간에 따라 그 빈도는 점차 줄었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은 통일 왕조를 이뤄 중앙집권적 통치제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전쟁이라 해봐야 국경 너머 이민족과의 분쟁이거나 내란에 불과했다. 동아시아를 통치하는 제국의 흥망성쇠는 존재했지만 이것은 제국이 무너진다는 개념보다는 제국이 교체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즈음 이언 모리스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요긴하게 사용했던 '사회발전의 역설'과 '후진성의 이점'이 각각 동양과 서양에 나타난다. 간략히 말하자면 동양은 명제국, 청제국의 규모와 수준에 만족했고 발전과 확장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 채로 수백 년이 지나자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불러왔다. 이와 달리 서양의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탐험을 떠나고 정복하는 일들에 정력을 쏟았다. 무기와 군사기술은 발달했고 전쟁수행능력도 계속 높아져 갔다. 원거리 항해술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선반제조 기술과 항해기술 또한 큰 성장을 보인다. 이 시기를 생산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은 이미 생산적 전쟁을 치르고 안주한 상태라 할 수 있고 서구 국가들은 유럽 대륙내에서는 비생산적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신대륙을 비롯한 타대륙에서는 생산적 전쟁을 이어갔고 전쟁수행능력은 갈수록 향상되어 전세계를 상대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유럽에 국한된 국지적 관점으로는 비생산적 전쟁이였지만 세계지도를 놓고보자면 생산적 전쟁을 수행한 것이다. 대륙을 넘는 거대 리바이던이 탄생했고 그 과정은 잔혹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폭력에 의한 사망율의 저하와 번영을 불러왔다. 20세기 초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산업화에 성공해 전 세계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였던 곳은 단연 영국이였고 프랑스, 독일 등 다른 국가들 또한 큰 발전을 이루었다. 영국이 주축이 된 전래없는 규모의 리바이어던이 탄생한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할만한 시장을 찾지 못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전쟁이 발발한다. 1-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1억 명 가량)를 야기했고 세계 곳곳이 황폐화됐으며 이전의 어느 전쟁보다도 비생산적인 전쟁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친 후 대영제국이 담당했던 세계 경찰의 임무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으로 건네졌고 두 강대국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지나친 긴장을 피하고자 노력했다. 이 기간동안 인간의 문명은 전에 없던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냉전이 이끌던 반세기 가량 국소적 분쟁은 있었지만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폭력에 의한 사망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삻의 질은 향상되었다. 얼핏 보기에 대영제국을 필두로 한 제국의 붕괴는 세계대전을 비생산적 전쟁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세계대전을 통해 세계 경찰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이양됐으며 전반적인 번영의 측면에서 본다면 생산적인 전쟁이였다 평가할 수 있다. 냉전의 종식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에서 공산주의의 패배를 의미한다. 당시 세계 경찰의 한 축을 담당하며 미국과 맞섰던 소련이 1991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붕괴되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독보적인 리바이어던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대영제국이 세계 경찰 임무의 이양할 때 발생했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이 초거대 리바이어던으로 등장한 1989년 이후 21세기 초반에 이른 현재까지 세계 각지는 더 안전해지고 더 부강해지고 있다. 20억 명의 사람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으며 대륙 간의 불균형 또한 개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이야기 할 차례다. 인류는 생산적 전쟁을 통해 팍스 로마나(pax romana),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ica),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이루었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향해 발전해 왔다. 리바이어던은 시대에 따른 부침은 있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 또한 증가했다. 현재까지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세계 경찰의 임무는 과거 영국이 겪었던 것처럼 라이벌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리고 있으나 <전쟁의 역설>의 저자 이언 모리스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시기는 21세기 중후반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어느 특정 국가에 세계 경찰의 임무를 뺏기거나 양도하는 형태라기 보다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특정 국가의 세계 경찰로서의 임무가 흐지부지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 시기를 팍스 테코놀로지카(pax technologica)라 칭하고 있다. 팍스 테크놀로지카는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인공지능, 텔레파시, 두뇌 대 두뇌 접속이 가능해지는 신세기를 일컫는 말로 이 시기에 인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언 모리스는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이 지배하게 될 팍스 테크놀로지카에 도달할 때까지 미국은 세계 경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개입할 때와 물러날 때를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인류가 걸어온 생산적인 전쟁을 통해 폭력이 줄고 번영을 이루었 듯 미래 사회 또한 현재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낙관적 미래에 무게를 두며 책을 마치고 있다.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남긴 명언대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는 모두 죽는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전쟁으로 인해 우리의 수명은 짧아질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년 이상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면 전쟁으로 인해 인류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삶의 질 또한 향상되어 왔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전쟁이 발생해 분쟁(전쟁의 원인)이 해결된 후 위정자들은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치해 자신들의 이득을 최대화하고자 했고 이 과정에 국민들의 삶 또한 윤택해졌다. 국가와 군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로, 항만, 치안 등)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상업을 발전시켰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세금은 더 많은 기간사업을 가능케하는 선순환을 이루며 인류 문명은 발전해 왔다. 전쟁이 인류를 발전으로 이끈다는 역설적 전개에 부정적인 의견 또한 제기될테지만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한 이언 모리스의 주장(인류는 전쟁을 거듭하며 리바이어던의 성장을 촉진했고 그 결과로 우리가 누리는 문명에 도달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서로에게 해를 끼치거나 죽이지 않도록 이끄는 억지력이 이성이나 자애가 아닌 폭력이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전쟁의 역설>을 읽으며 한반도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국제사회의 트러블 메이커인 북한의 핵탄두 보유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위조화폐, 불법무기수출 등의 굵직굵직한 범죄와 깊이 연루된 북한에게 인류가 개발한 최악의 무기가 쥐어졌고 이를 방조했을 때 핵무기 확산(IS,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 수출)으로 이어진다면 인류의 문명 자체가 종말을 맞을 수도 있는 문제이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흥미롭게 읽었던 것처럼,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으며 '다이아몬드'다운 전개에 감탄했던 것처럼, 니얼 퍼거슨의 <문명>에서 역사를 축약하는 서술에 놀랐던 것처럼 <전쟁의 역설>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나갔을 것이다. 책의 막바지에 이언 모리스가 예측한 것처럼 전쟁없이 트랜스휴먼, 포스트휴먼으로 진행하는 인류의 진화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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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오히려 인간에게 번영을 가져다 준다는 저자는 대한민국이 전쟁의 산물이라며 “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냉전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 역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50년 전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아프리카인 평균보다 겨우 조금 잘사는 수준”이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소득 수준 8위의 국가”이며 이것은 전쟁과 냉전 때문이 가능했다고 한다. 저자도 전쟁은 지옥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류가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 생산적전쟁이라는 점을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