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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한 선생이 보내준 책을 철이 지나고 해를 넘기도록 읽지 못했다. 일부러 보내준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시로 일었지만 막상 책을 들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렸다. 세상에 출판된 ‘말씀’은 차고 넘치는 반면 그동안 내가 읽은 말씀은 귀담아 듣고 몸으로 따를 것이 많지 않았다. 특히 성경, 불경이라고 하여 사람들이 높이 떠받드는 말씀일수록 그랬다. 현실보다 너무 높은 위치에 있는 말씀들이고 내가 감히 실천할 수 없는 말씀이었다. 자연스레 말씀을 멀리했다. 티벳 현자의 말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오랜 동안 책을 읽지 못한 변명이다. 긴긴 겨울밤이 아니었다면 그냥 책꽂이에 꽂혀 부채감으로만 남았을 지도 모른다. 착각이었다.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선생의 담백하고 맛깔스런 해제를 간과한 잘못된 판단이었다. 티벳 현자의 말씀은 여전히 내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높았지만 그것을 우리 눈높이에 맞춰 조곤조곤 들려주는 선생의 깨끗하고 정갈한 이야기는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읽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한편 새롭게 마음을 벼릴 수 있었다. 그래서다. 한꺼번에 읽지 않고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이렇게 오래 붙들고 있었던 책은 근래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만만히 읽을 책은 아니다. 깨끗하고 정갈한 이야기는 오랜 동안 갈고 닦은 선생의 내공이 빚은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은 현자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알아듣기 쉽게 전해주는가 하면 뒤집어 읽기도 하고 그 안에 담겨있는 속뜻을 헤집어 들춰내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티벳 현자의 말씀을 읽는 즐거움을 누리고 나아가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씀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귀한 말씀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311. [8-11] 적절하게 얻은 음식과 재물을 받고 다른 부적절한 재물에 부회附會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과일은 나무 꼭대기로부터 얻어지지만 그보다 더 올라가면 땅에 떨어진다. 일할 때 가깝게 지내던 후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인사치레 정도로 들었는지 그가 하는 말에서 일터를 나온 뒤에 벌이가 끊긴 선배의 생활을 염려하는 마음이 읽혔다. 골프를 치지 않아 생기는 절약과, 술 끊고 담배 피지 않아서 불어나는 부수입과, 해 가고 철 바뀌어도 입던 옷 다시 입을 수 있는 검소함과, 쉬는 날 없이 길에 기름 뿌리지 않는 환경보호와, 마음 내킬 때 언제든지 집 나설 수 있는 자유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활비를 쓰면서도 마음 내서 하는 작은 선행과, 몸 대신 글로 하는 보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후배는 전화기 저쪽에서 허허롭게 웃었다. (310 – 311쪽) 현자의 말씀은 적절한 음식과 재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적절한 것을 넘어서면 나무 꼭대기로부터 떨어지듯 낭패를 당한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생은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일터를 떠난 선생에 대한 후배의 안부 전화, 그에 대해 답한 선생의 일상. 선생의 일상은 수행자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않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수행자의 청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선생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는 맑고 향기롭다. 읽는 마음을 즐겁게 한다. 환한 빛이 되어 준다. 그러니 전화를 건 후배가 당시에 선생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으로 아주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후배도 선생의 삶을 이해할 것이고 거기서 진한 향기를 맡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책에서 오롯이 경험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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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하는 글들, 현자의 깊은 고뇌가 일상으로 접목 되는 듯 하여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다시 구매합니다 선설보장론 자체를 어렵게 읽었다면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삶에 대한 기본적 번뇌를 그것이 무엇인지, 그 원리가 무엇인지 그래서 우린 어떤 태도로 그것을 봐야하는지 말해 주는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