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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의 시와 시에 얽힌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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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 비채]  학생 시절에 마종기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다. [우화의 강 1]을 처음 읽고, 시가 참 쉽고 간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는 시인들만의 언어유희가 아니라 이렇듯 쉽고 간결해서 일반인들이 무리없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맘때 했다. 이 시는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따뜻하고 쉽고 간결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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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 비채] 
 
학생 시절에 마종기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다. [우화의 강 1]을 처음 읽고, 시가 참 쉽고 간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는 시인들만의 언어유희가 아니라 이렇듯 쉽고 간결해서 일반인들이 무리없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맘때 했다. 이 시는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따뜻하고 쉽고 간결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후에 여러 잡지에서도 이 시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좋은 시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계속 읽힌다.

 

예전에 마종기 시인이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을 한 적이 있다. 낭독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프로에서 시인을 처음 보게 되었고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왜 그의 시가 그렇게 간결하고 간절했는지, 그 프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의사 출신 시인이라는 그의 이력도 그때 알게 되었다. 외국에 머물면서 모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한 내용을 알고 다시 시를 접하니, 시를 쓰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간절함을 안고 살아야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시에선 ‘간절함’이 솟아올랐다. 덮어도 덮어도 새어나오는 연기처럼,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숲속 옹달샘처럼, 그의 시에선 간절함이 차고 넘쳤다.

 

그 방송 프로에서 진행자와 시인의 대담 간간이 시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애잔했다.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함, 외국 생활의 고단함, 특히 가족들과 얽힌 이야기를 할 때는, 아들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인은 더더욱 눈시울을 붉혔던 것 같다.

 

마종기 시인의 전 작품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한다면(권혁웅 시인의 평), 1)간절함, 2)겸손함, 3)다정함, 4)순결함을 들 수 있다.

 

간절함... 예술과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간절함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마종기 시인이 처한 입장은 그에게서 간절함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시력 50년의 시인은 항상 겸손하다.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목소리 높여 부당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을 가르치려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시어 하나를 가져오더라도 튀지 않고 소박하다. 병원생활과 환자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환자를 대하는 다정함과 측은함이 묻어난다. 그가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때 묻지 않고 예스럽다. 아마도 시인이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국내의 언어문화를 더 이상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를 떠나던 시기의 언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와 표현법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것을 보면 시간이 멈춘 듯,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파란만장한 시인의 인생은 그의 시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그의 시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그의 시 중에서 50편을 선별하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붙인 것이다. 시만 읽었을 때도 애잔한데, 시의 배경을 알고 나니 더 애틋하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끄적끄적 추상적인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삶과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이 울부짖으며 토해내듯 시를 쓴 것이다.

 

여기에 실린 모든 시가 저마다 사연이 있기에 저자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우화의 강 1], [전화], [꽃의 이유], [바람의 말],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시집을 사서 읽지 않았더라도 한번쯤은 읽어봤을 시다. 이중에서 [전화]는 애틋함으로 읽히고, 시에 얽힌 이야기는 한편의 단막극을 보는 듯 환한 미소를 짓게 한다. 가족을 생각하며 쓴 시는 외국에서 그의 삶을 지탱시켜준 가족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어서 가슴이 촉촉해진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쓴 시는 또 어떤가. 국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삶의 진솔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시인의 시와 이야기. 이 책은 그것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o*****a 2010.07.05.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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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을 향한 삶과 사랑과 소멸의 따뜻한 위로의 시어(詩語)들
"당신들을 향한 삶과 사랑과 소멸의 따뜻한 위로의 시어(詩語)들" 내용보기
“나는 계속해서 더 쉽고 간단한 시를 쓰고 싶다.”라는 시인의 시작(詩作)에 대한 의지처럼 그의 시는“다른 이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고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그대로 묵묵히 수행한다. 또한 “내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 평이하고 투박하게 호소해 보았다.”는 자평은 “무공해나 돌멩이 같이 예쁘지 않아도 확실한 시”가 되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즈음의 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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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해서 더 쉽고 간단한 시를 쓰고 싶다.”라는 시인의 시작(詩作)에 대한 의지처럼 그의 시는“다른 이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고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그대로 묵묵히 수행한다. 또한 “내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 평이하고 투박하게 호소해 보았다.”는 자평은 “무공해나 돌멩이 같이 예쁘지 않아도 확실한 시”가 되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즈음의 시와는 달리 평온한 위안이 되어주고 우리의 감성을 이완시켜준다.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표제는 시인의 등단 50년을 기념하듯 수록된 50편의 절창(絶唱)에 면면히 흐르는 고향인 나라, 조국에 대한 연민, 사랑, 슬픔, 안타까움이 되어 부르는 목소리이다. 시인의 회고처럼 쫓기듯 떠나야했던 고국은 애증의 대상으로 그의 삶을 지배하였으리라. 그래서 그의 모든 시편에 이름 모를 당신을 보게 되는 그의 조국에 발을 딛고 사는 나는 괜스레 부끄럽고 수줍어진다. 

시인이 손수 선택한 50편 각각의 시에 깃든 사연과 소중한 의미들이 때론 고통과 슬픔을, 그리고 기쁨과 행복을 담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마음 따뜻한 에세이로 시의 이해를 돕는다. 작가로부터 직접 전해 듣는 시의 배경과 표현하고자 했던 감성, 주제의식은 물론 시어(詩語)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 시가 써졌을 때의 시대상, 그리고 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솔한 단상까지 더해져 작위(作爲)없는 인생록이 된다.

난 비오는 소리와 그 광경을 좋아한다. 허나 왜 그토록 비에 집착하는지 명료하게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 ~ (前略) ~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날 때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라는 詩, <비오는 날>을 읽으며, 인생에서 마주 하기 쉽지 않은 인연을 기대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 비에 담겨있을 이름 모를 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한 그대의 눈. /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하는 <담쟁이 꽃>같은 시인을 언젠가부터 이해하기 시작한 나는 어느덧 시인의 글에 안락하게 싸이고 만다. 

그리곤“내게 축제의 날은 우선 꽃이 피는 때가 아니고 꽃이 지는 때라는 믿음이 있다.”라는 시인의 겸손한 삶의 이해에서 “소멸의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절정이자 가장 고귀한 시간임을 가슴깊이 새겨 넣는다. 서슬 퍼런 군부의 폭압이 나라를 휩쓸던 시절, 굴비처럼 엮여 정보기관에 수감되었던 그 공포와 위협의 시간을 지나 국외로 추방되듯이 떠나온 조국, 그래서 가난한 유학생이 되어 아버지 ‘마해송’의 임종과 장례에도 돌아오지 못햇던 참회의 기억, 어느덧 생의 터전이 된 미국에서 낳은 아들이 자기 정체성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는 아비인 한 시인의 낮게 흐르는 목소리에서 승화된 그리움의 실체를 목격하게도 된다.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라고 시작하는 <물빛 1>이라는 시, 그리고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이라는 죽음에 닿은 삶과 사랑의 사유가 깊게 깃들어있는 <바람의 말>이라는 시는 시인의 이해하기 쉽게 쓴 시어들이 아니었으면 이처럼 매혹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시를 쓰려고 하고 이해받으려고 노력하며 산다.”는 시인의 말은 그의 모든 시들을 진정 대변하는 표현으로 한 치의 미흡도 없다. 

2000년을 전후하여 한국 시단을 휩쓰는 현대시의 몇 자락들에 대해 “내용 없는 과시와 허세”로 “신선하고 독창적인 예술에 대한 열정을 한 갓 시들어가는 문학이론에 다 소비해 버리겠다는 것인가?”하고 날로 궁핍해져만 가는 정신세계와 미혹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날선 비판도 아끼지 않지만, 시인의 따뜻함이 가득 스며든 시선들로 충만한 이 詩作 에세이집은 한 평론가의 표현처럼 ‘섬세하고 다정한 서정(抒情)’으로서 우리들의 마음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고, 푸근하게 감싸준다.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다시 그 슬픈 파두의 노래 속에 빨려들기 시작했다.”라는 <포르투칼 일기>에 비친 시인의 외로움 혹은 고독의 의미를 아로새기며 책장을 덮는 마음이 애절하게 느껴진다. 시인의 희망처럼 그의 시는 내게 가슴 속 깊이 스며들어 내 삶이 소멸하는 순간에 문득 한 구절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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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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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의 미투데이 포스팅글중에 마종기 시인님의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가 있었다.. 어떤책인가싶어서 검색을 했을때 처음 눈에 들어온 글귀..비오는 가을오후에 정신과 병동은 서 있다.지금은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몇살이냐고요? 오백두살입니다. 내색시는 스물한명이지요.이게 뭐지 싶더라...뭔가 맞지 않는 글귀같지만 묘하게 끌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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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의 미투데이 포스팅글중에 마종기 시인님의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가 있었다..
어떤책인가싶어서 검색을 했을때 처음 눈에 들어온 글귀..

비오는 가을오후에 정신과 병동은 서 있다.
지금은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
몇살이냐고요? 오백두살입니다. 내색시는 스물한명이지요.

이게 뭐지 싶더라...
뭔가 맞지 않는 글귀같지만 묘하게 끌리는 글..........
조금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서 책 미리 보기 책을 열어봤다.

나역시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분석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것이 내 길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몇달 동안 정신과 병동에서 학생 의사로 여러 종류의 정신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정신과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말았다.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나는 우선 그들과의 흥미로운 대화를 되새김질하느라 자주 밤잠을 설쳤다. 환자들의 말에 혼동되기 일쑤였고, 객관적인 입장에 서지 못한채 그들이 왜 환자인지조차 알수가 없었다. 완전히 정신병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서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정상적인 생활에서 이탈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는 큰 결심이나 하듯 정신과 의사가 되려던 화려한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었다 p.19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은 사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딸이 마음적으로 힘들어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뭔가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는 글들을 읽고 싶어할 때였다.
환자의 말이 직업이 아닌 자기의 일상이 될 정도로 영향을 받는 사람..
참 맘이 따뜻한 사람일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딸이 마음적으로 많이 아팠었고, 병원 입원후 퇴원......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본 여행을 보내줬었다.
여행짐을 챙기면서 "책한권 가져가라" "무슨책"
한참을 고르고 고르다가 울딸의 시선이 이 책에 쏠렸었다.
시집이라 간단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옆서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너무 예쁘다고...
알고 보니 책속의 사진들이 옆서에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울딸이 가져가면서 한마디 한다..

"엄마, 나 이책 읽고 시에 대해서 전부다 답시 한번 적어볼래.."
그러더니 일본에서 돌아올때쯤 답시를 하나 가득 가지고 왔다.
거기에 작가님에게 직접 썼다는 편지도 가지고 왔다.
손으로 깨알같이 적은글이 자그마치 A4용지 4장이나 됐다.
보내고 싶은데 연락처를 알 수가 없단다.

무슨 내용인데??? 물어봐도 작가를 꿈꾸는 자신의 얘기를 적었단다.. 프라이버시라 알려주긴 싫단다.
"마종기 작가님 좋아?"
"응 좋아"
"어디가 좋은데??"
"그냥 끌리는데가 있어"

책을 다시 받아 들고 주소를 유심히 봤었다...
연락처에 대한 힌트가 있으려나???
주소지가 미국이다... 딸에게 얘기하니 알고 있단다........ 출판사에 전화라도 해볼까라는 생각도 한번 들더라....
책을 읽다보니 왜 미국에서 살게 됐는지 좀더 많은 얘기를 알수 있게 됐다.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계시니까./ 그것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가 있을까?/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해주는 친구는 뭐해?/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데서나 사는건 아닌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거야?/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p69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책 한번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 올 수 없었던 사연들..........
그리움들.......

나는 그저 세상을 향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시라는 도구를 통해 힘껏 외쳐보고 싶었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일을 행했다. p.143

시를 쓴다는거.......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들때 스스로 쉴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기 때문에...라는 말을 들었는데
마종기 작가님의 글들을 읽다보면 그말을 했던 친구의 마음이 같이 느껴진다.
모든 시에 사연이 없는게 없다..
그리움... 사랑......

나는 한때 열심히 문학평론을 쓴적이 있다. 마종기의 시를 텍스트로 삼은 평론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도 지금 나는 그 시의 특징을 단호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짐작하는 말투를 빌어서 말한다. 그의 시는 수식과 분식의 흔적이 거의 없어 읽을 때 화장 안한 맨 얼굴을 만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또 말에 얹힌 생각이 그 말을 고른 사람의 삶과 굳게 결탁되어 있어 '거짓 아님'의 느낌을 환기한다. 말하고 보이 이런 특징은, 사람들이 쓰기 좋아하는 '진정성'이라는 말과 속 뜻에서 같다. 말과 삶과 진정성이 어울린 어느 평화롭고 따뜻한 지점에 마종기의 시는 있다. p.257

진정성과 평화롭고 따뜻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그러네..... 하고...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까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p.60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당신의 시가 죽은 내 남편을 내 옆에 다시 데려다주었습니다. 나는 그가 그리울 때면 늘 이 시를 읽습니다.
나는 가끔 이분의 편지를 읽어보며 시 쓸 용기를 다시 얻는다.
내 시 한편이 영혼이 몹시 춥고 외로웠던 한분을 위로해 줄 수 있었다는 것에 황홀한 느낌을 받는다.

시속에서 위로를 받고
또 그 시를 읽고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인해 또다시 위로를 받고............
힘들게 살아오신 분이라는거 느껴지지만 또 나름의 행복도 느껴진다.

누가 나보고 사랑해본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요? 그 모든 만남의 시간을 다 합쳐보아도 며칠이 되지도 않고, 손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눈만 마주치고 미소만 나눈 것뿐이었는데, 누가 정말 사랑해보았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정직한 대답이 될까요. p 99

사랑하는거 맞으신거 같아요 ^^~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는 말을 나는 믿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만나서 서로 쳐다보는 스타일과 만나서 서로 같은 방향을 보는 만남이 있답니다. 서로 쳐다보는 만남은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나와 관련된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써가며 살필수는 없지요.

그리고 몸은 붙어 있어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잘 아시지요. 같은 방향을 보는 만남은 함께 손잡고 걸을 수도 있고, 동반자의 입장에서 서로 도우며, 생각하는 방향이 같아서 의견을 나누기가 더 쉽다고 하겠지요. 음악을 듣고 같이 즐길 수 있고 영화를 보거나 전람회에서의 엇비슷한 생각을 나누고 좋은 책을 함께 보고, 어쩌면 이렇게 쌍둥이같이 비슷한 사유의 범위를 공유할까, 속으로 놀라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이들입니다. 세상을 사는 이유가 비슷한 사람들, 인생의 자질구레한 조건들이 비슷해서, 부모에 대한,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의견에서 큰 신경을 안 써도 되는 그런 사라이야말로 참으로 축복받은 관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끼리끼리 만난다는 것은 한 번 사는 인생에서 그리 쉬운일이 아니고 오히려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겨우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물은 물끼리 만나야 서로 잘 젖고, 불은 불끼리 만나야 싱싱하게 살아납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은 따뜻한 마음을 만나야 그리운 체온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p91
c****0 2010.09.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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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듯 절절하고 무심한 듯 진심을 담고 있는 시인의 결곡한 이야기
"담담한 듯 절절하고 무심한 듯 진심을 담고 있는 시인의 결곡한 이야기" 내용보기
고국의 어느 저녁, 항구에서 노을을 보고 있던 한 소년의 찬란한 놀라움과 경외심에 찬 눈동자에 남았다가 그날 밤 소년의 꿈속에서 깨끗한 아름다움을 잠시 빛내고 사라져주기를 바란다.(아 그 가난하던 소년은 혹시 나였던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시가 한국 문학사를 빛낸 걸작으로 거창하게 기억되는 것보다 시를 읽어 준 사람의 가슴에 오롯이 남기를 바란다는 마종기 시인
"담담한 듯 절절하고 무심한 듯 진심을 담고 있는 시인의 결곡한 이야기" 내용보기

고국의 어느 저녁, 항구에서 노을을 보고 있던 한 소년의 찬란한 놀라움과 경외심에 찬 눈동자에 남았다가 그날 밤 소년의 꿈속에서 깨끗한 아름다움을 잠시 빛내고 사라져주기를 바란다.(아 그 가난하던 소년은 혹시 나였던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시가 한국 문학사를 빛낸 걸작으로 거창하게 기억되는 것보다 시를 읽어 준 사람의 가슴에 오롯이 남기를 바란다는 마종기 시인은 정말 시인답다. 그리고 그는 소년임에 틀림없다. 이런 감수성을, 또 꿈을 여전히 지니고 있기에 말이다. 그의 진가는 모 방송국 심야 낭송 프로그램인 <낭독의 발견>을 통해 진작 알아보았다. 그 전에도 시는 몇 편 접한 적이 있었지만 무덤덤했던 터였는데 그 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읽던 시인이 내뿜는 아우라, 그 도도한 울림에 온 몸이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청년, 아니 소년의 수줍은 듯 순수한 성정이 배어나오는 외모에 온화한 음성으로 잔잔하게 낭송하는 것을 들으며 문학의 향기에 인간의 매력에 한껏 취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시의 울림에도 자연 공감이 되었던 것일 게다. 그때 나는 시적 화자인 마종기 시인이 된 듯, 혹은 아빠와 얘기를 나누는 딸아이인 것처럼 울렁거렸다.

 

마종기 시인이 시작 에세이를 펴냈다. 남다른 인생 역정이었고 더구나 내밀한 감성의 촉수가 유난히도 발달했던 터이니 시에 배어 있는 사연도 각별할밖에.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된 시를 발표해 온 시인은 시종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가슴 한켠 새겨진 옹이자국이 그대로 읽히는 듯했다. 더러는 눈물의 흔적이 선연히 어려 있기도 했다. 하니 사연은 담담한 듯 절절했고 무심한 듯하면서 진심을 담고 있었다. 그 중 누이동생에 대해 쓴 ‘연가 4’가 특히 아리게 다가왔다.

 

 

연가 4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젊은 들꽃이 되어
이 바다 앞에 서면

나는 긴 열병 끝에 온
어지러움을 일으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망각의 해변에
몸을 열어 눕히고
행복한 우리 누이여

쓸려간 인파는
아직도 외면하고 

사랑은 이렇게
작은 것이었구나
 

사연을 모른다면 일견 사랑을 노래한 관념적인 시라고 치부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열편이 넘는 연가 시리즈가 하나 같이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들을 노래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이 시는 바로 시인의 누이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거라는 걸 알면 아! 하고 눈이 확 뜨일 것이다. 구절 하나하나에 박혀있는 생의 곡절이 선하게 그려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누구보다 착하고 똑똑하고 예뻤던 시인의 누이가 여대 1학년 때 집안의 극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더니 결국 남편에게 혼쭐이 나 이혼의 아픔을 겪은 다음 외국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공부를 하고 재혼에도 성공한 다음 이제 사회봉사에 매진하는 등 굴곡 많은 인생 유전을 거듭했는데, 그 과정과 고비마다의 아픔이, 그리고 이제 막 누리게 된 행복과 사랑이 이 시에 절절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러면서 누이가 어릴 때는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고 문학에 빠지는 등 감성이 풍부했었는데 세파에 찌들어선지 메마른 생활인이 되어버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하고 있기도 했다. 시인은 이처럼 시를 쓸 당시의 생각이나 주변 상황,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의 뿌리 같은 것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하니 그의 시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오롯이 읽어낼 수 있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얘기를 듣자니 작가의 말에서 들었던 고백이 되살아났다. 시인은 자신의 시가 그 누구도 아닌 외로웠던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음을 수줍게 밝힌 것 말이다. 고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나 가족 친지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시를 쓴 게 실은 자신이 위로받고 또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거나 우아하게 포장하지 않고, 또 자기 연민에 빠져있지도 않다. 담담하게 사랑의 대상이었던 시에 대해, 자신과 주변인들의 삶과 생각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고 내밀하게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더 진솔하게 다가오는 힘을 지니고 있달 밖에. 하여 이 한권의 책으로 마종기 시인의 내면을, 그의 시의 속살을 상당 부분 읽을 수 있어서 유쾌했고 한편으론 아릿한 연민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겠다.

a*****7 2010.07.28.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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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신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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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무섭지 않아 ?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 꺼야 ? 가 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 아니. 밝은 데서도 볼 거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꺼야 ?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 아무래도 더 쓸쓸한 게 있어 ?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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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무섭지 않아 ?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 꺼야 ?
가 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
아니. 밝은 데서도 볼 거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꺼야 ?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
아무래도 더 쓸쓸한 게 있어 ?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
계시니까.
그것뿐이야 ?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 해 ?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
아무 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
등불이 있으니까.

- 아빠, 갔다가 꼭 돌아와요. 아빠가 찾던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꼭 찾아 보세요. 그래서 아빠, 더 이상 헤매지 마세요.

- 밤새 내리던 눈이 드디어 그쳤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쌓인 눈으로 내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맹물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이 시를 첨 접했을 때의 감동이 다시 몰려오는듯 합니다.이 시 말고도 주옥 같은 멋진 시들이 빼곡 들어차 있으니 머리 맡에 두고 심란할 때마다 꺼내 읽으면 마음결 고요히 가라앉을 것이라 믿습니다. 가슴에 남을 소중한 시 한편 간직 하고자 하신다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s*****2 2010.06.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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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시를 읽으면 바람 냄새가 난다...
"그 사람 시를 읽으면 바람 냄새가 난다..." 내용보기
전화... 벽을 타고 흐르는 벨소리... 시 하나 하나가 절절하고 아름답다. 멀고먼 타국에서 들려오는 벨소리.... 인생의 깊은 성찰과 아픔과 그리움의 소리들... 그의 시를 읽으면 왠지 아늑하고. 마음이 쓸쓸해진다. 거대한 대륙끝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냄새가 난다.   PS: 책의 내용도 좋지만 디자인을 비롯한 편집 구성이 잘되었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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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벽을 타고 흐르는 벨소리...

시 하나 하나가 절절하고 아름답다.

멀고먼 타국에서 들려오는 벨소리....

인생의 깊은 성찰과 아픔과 그리움의 소리들...

그의 시를 읽으면 왠지 아늑하고. 마음이 쓸쓸해진다.

거대한 대륙끝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냄새가 난다.

 

PS: 책의 내용도 좋지만 디자인을 비롯한 편집 구성이 잘되었고 예뻤다. 

r*****8 2010.06.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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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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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방사선과를 전공한 의사로서 외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한국어로된  다수의 시집을 출간한 '마종기' 시인이다. 마종기시인은 중학생 시절부터 일약 ‘학원’ 문단의 스타가 되어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을 도맡는 등 타고난 시인의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 시인 황동규와 함께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마종기는 자연스럽게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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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방사선과를 전공한 의사로서 외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한국어로된  다수의 시집을 출간한 '마종기' 시인이다.

마종기시인은 중학생 시절부터 일약 ‘학원’ 문단의 스타가 되어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을 도맡는 등 타고난 시인의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 시인 황동규와 함께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마종기는 자연스럽게 문인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어려운 고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주위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의대에 진학했다.월간<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1958년에 시작해 1960년 2월  호까지 세 번의 추천을 끝냄으로써 문단에 등단했다. 이 책'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그간 발표한 시 가운데 50편을 시를 직접 선별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록한 시작 에세이집이다.

 

1부 ‘해부학교실’은 미국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무지막지한 고통의 시간을 보낸 수련의 시절 얘기이다. 이 시기에 쓰여진 시들에는  의대생으로서의 경험과 고민이 담겨있었다.  그는 해부학교실에 누운 사체 앞에서도 인간을 발견하고 그들의 삶을 본다. 시를 마음에 가진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삶의 뒷면이다. 그가 인생중 가장 고통스런 시절이라 이야기하는 그 당시의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다.  고통의 병상에서 드러내보여준 환자의 고통을 알고 들을 수 있었기에 그는 그들을 안다. 인간을 안다는 것은 육체를 안다는 것이 아니듯, 삶을 안다는 것은 살아가는 겉모양새로 아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미국이라는 곳에서 세상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분으로 시를 쓰면서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는 분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의 시에는 머나먼 이국에서의 삶과 그곳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삶에 대한 처절한 물음이 있었다.

스위스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던 루시드폴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타국의 외로움을 마종기 시인의 '이슬의 눈'으로 달래왔다는 내용을 그와 마종기시인간에 주고 받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이란 책에서 읽고 그런 시인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이때 읽었던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라는 제목의 마종기시인의 시가 내가슴으로 들어왔었다.  이 책에는 내가 그시절 처음으로 만났던 그시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보태어져 있다.

 

 이 시의 제목은 신약성경 중 사도 바울이 로마의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로마서의 8장 24절에 있는 구절이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가지려고 하는것은 희망이라고 부를 수 없다, 희망이라는 것은 그 목표물이 적어도 가시적인 것이 아니다. 성경에서는 이 희망이란 것이 구원으로,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이 시를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고국의 많은것을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던 시기의 어느 날 읽었던 성경구절을 통해서 고국은 내 눈에 지금 안 보이는 곳이니 오히려 내가 희망하고 바라는 대상이 될 수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고국은 이렇듯이 시인의 평생 대부분의 시간에서 사고의 중심이 되었다는 내용이다.(p.148)



k****0 2010.06.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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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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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언어는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묘하고도 낯선 존재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만나온 시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하자면 시를 피해왔다고 해야될까?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시를 싫어하는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시가 자리하고 있는 시들의 세계와 어떤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시라는 존재를 멀리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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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언어는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묘하고도 낯선 존재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만나온 시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하자면 시를 피해왔다고 해야될까?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시를 싫어하는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시가 자리하고 있는 시들의 세계와 어떤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시라는 존재를 멀리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역시 단순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주 오랜만에 그런 시가 존재하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예전처럼 시를 만나는것에 약간의 망설임과 걱정을 지니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과감히 용기를 내어 그 문턱을 넘어섰다.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기피해왔던 시와 다시 한번 조우한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뿌듯하면서 값지고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마종기의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를 읽으면서 얻을 수가 있었다.
 
마종기의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시인이 문단 등단 5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50년 동안 발표했었던 시 가운데 모두 50편의 시들을 직접 고르고, 그 시에 관련된 이야기와 분위기에 대한 글을 함께 수록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서문에서 조국에게 오래 다져온 사랑과 그리움으로 이 책을 삼가 바친다고 적고 있는데 타지에서 생활하는 시인의 조국에 대한 마음들이 본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시작 에세이에는 시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설명이 아니라 시인이 시를 썼던 당시의 생각과 주변 상황들이 편안하게 담겨 있어서 시를 기피하는 나에게도 아주 포근하고 안정적으로 다가왔다. 의사이기도 한 시인이 처음으로 해부용 시체를 마주하고 느꼈던 감정들이 담겨 있는 시와, 어린 나이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누이동생에게 바치는 연가, 알래스카와 캄보디아같은 이국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조우한 만남등 시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라는 존재와 소소하지만 다양한 경험들이 시라는 언어속에 아름답게 스며있다.
 
시인의 대표작으로 가장 많은 이들에게 읽힌다는 우정을 다룬 '우화의 강', 그리고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시와 아들에게 전하는 내용을 담은 '외로운 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나에게 감정적인 슬픔을 안겨다준 '겨울 묘지'는 먼 타국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남동생에 대한 끝없는 애정의 마음을 담고 있는데 종결 어미마저 없앤 그 절절한 심정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라는 언어는 여전히 나에게 있어서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마종기 시인의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에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매우 아름다운 일러스트들과 함께 담겨있는 마음 어딘가를 포근하면서 보드랍게 어루만져 주는 시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도 언젠가는 시가 지니고 있는 그윽한 향기와 감미로운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날들이 오겠지라는 흐믓한 생각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시를 읽어준 그 사람의 가슴에 남아주기를 바란다는 시인의 바램이 부디 오랫동안 이뤄지기를 바란다.

m****s 2010.05.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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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담고, 희망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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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라는 장르를 대할때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학창시절 배웠던 운율이 어떻고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사상이 어떻고 하는 문법적, 수사적 표현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詩 를 詩 자체로 느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우리 안에 자리 한것이 사실이다. 詩 하면 '사랑'을 주제로 담은 감미로운 언어적 유희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편중된 시들과의 만남,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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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장르를 대할때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학창시절 배웠던 운율이 어떻고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사상이 어떻고 하는 문법적, 수사적 표현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詩 를 詩 자체로 느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우리 안에 자리 한것이 사실이다. 詩 하면 '사랑'을 주제로 담은 감미로운 언어적 유희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편중된 시들과의 만남,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사랑과 이별의 아픔, 또 다른 시작 혹은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현대시를 만난것이 고작인것 같다.

 

역사속 시간을 걸어 내리는 듯한 한 권의 두툼한 '詩作 에세이'와 마주한다. '마종기' 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참 낯설다. 미국에서 전문의로 활동한 그의 독특한 이력 만큼이나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의학과 그 맥을 같이 하는 작품들이 많아보인다. 의학도 시절, 군의관, 그리고 병원 수련의 시절을 거치면서 발표했던 작품들이 [해부학 교실]속에 담겨지고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작품들이 [당신 사랑은 남는다]와 [꽃이 피는 이유를] 속에 담겨져있다.

 

아버지와 동생 등 개인적인 아픔은 간직한 가정사를 담아 낸 [그래서 나는 강이 되었다], [귀에 익은 침묵] 을 읽을 때면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한다.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로] 를 걷다보면 세계 여러곳을 바라보면서도 결국 고국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애절한 그리움이 숨쉬듯 살아나는 느낌이다. 詩作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고희에 이른 시인 마종기의 50년 詩 인생을 집약한 기념 작품집이다. 개인적인 역사와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그려진 詩의 역사가 책속에 뿌리 내린다.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 P. 56 , [전화] 中에서 -

 

고국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던 작가는 고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詩속에 담아내고 있다. 혼란의 시기 1970~80년대 대한민국, 역사의 상처가 깊게 드리워진 고국의 현실에 대한 애증이 시인의 눈속에서 그려진다. 하지만 결국 그런 애증마저도 '사랑' 이라는 이름속에 그리움이 되어버린다. 그의 詩 속에는 역사와 아픔의 시간을 기록한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한 친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전화'라는 작품을 읽다보면 사랑의 진정성을 느끼게하는 서정적인 작품들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 詩作 에세이가 조금더 특별한 이유는 그의 인생을 집약한 깊이를 간직한 작품집이라는 것과 동시에 작가 자신이 그 詩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詩가 쓰여진 시대적 상황과 자신이 작품속에 담고 싶었던 주제를 자연스럽게 독자들과 대화나누듯 주고 받는다. 아픈 가정사를 끄집어 내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詩 속에 담겨졌던 숨겨진 이야기들과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픈 삶의 소중한 가르침까지 전해주고 있다.

 

'나는 내 시가 한국의 문학사에 남기보다는 내 시를 읽어준 그 사람의 가슴에 남기를 바란다.'

 

'그의 詩는 수식과 분식의 흔적이 거의 없어 읽을 때 화장 안한 맨 얼굴을 만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고 마종기 시인의 詩를 표현한 이희중 시인은 그의 작품속에서 삶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한다. 또 시인 권혁웅은 그의 詩를 '간절하고 겸손하고 다정하고 순결한' 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다양한 작품들속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詩들을 통해 그리움과 순결함을 간직한 그의 시들을 세세하게 분석기도 한다.

 

서정적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모호하게 다가온다. 그의 詩가 서정성을 대표한다고 그의 작품을 설명 하지만 그의 詩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직설적이며 서사적인 그것 정도로 말하고 싶어진다. '사랑'을 주제로 한 詩들에 익숙해진 개인의 취향이 작용해서인지 모르지만 그의 詩가 담고 있는 느낌은 조금은 무거우면서 침울하고 그 안에 그리움이 뭍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詩를 만나고 '절대 고수의 검술을 목도한 시골 칼잡이 처럼 말수가 줄었다' 는 이희중 시인의 표현처럼 그의 詩를 보고도 깊이 있고, 절대적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이 시골 칼잡이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가 1980년대 말에 발표한 조금은 거세고 직설적인 詩의 몇구절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한다. 이데올로기의 어두웠던 시대, 새로운 힘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詩 속에 투영된 현재 우리시대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본다.

 

'....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 드디어 그 긴 겨울도 지나고 있다.'  - P. 86 -

e****e 2010.05.18. 신고 공감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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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시작 에세이
"[서평]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시작 에세이" 내용보기
시를 읽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아예 전혀 살펴보지조차 않는다. 나에게 시라는 것은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였다. 갈래를 나눠 서정시냐, 산문시냐 보고. 몇 연으로 이루어졌는지, 첫 연과 끝 연이 같으면 수미상관을 이룬다더라..라는 요소를 배운 적도 있고. 이전까지는 시조였고, 본격적인 시라는 문학 장르가 많이 나타난 것은 191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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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아예 전혀 살펴보지조차 않는다. 나에게 시라는 것은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였다. 갈래를 나눠 서정시냐, 산문시냐 보고. 몇 연으로 이루어졌는지, 첫 연과 끝 연이 같으면 수미상관을 이룬다더라..라는 요소를 배운 적도 있고. 이전까지는 시조였고, 본격적인 시라는 문학 장르가 많이 나타난 것은 1910년대 이후였던지라 일제강점기 이후 저항시가 많이 나타났고 1960년대에 들어서는 민주화를 위한 저항시가 많이 쓰여졌다, 그래서 여기서 의미하는 시어는ㅡ 기타 등등.

그냥 시를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기에는 중고등학교 시절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시를 더 멀리하게 되었고, 악순환은 계속되어, 역시 나에게 시라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만나게 된 시인 마종기님의 시력 50주년을 기념한 시작(時作)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당연히 시인이라곤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눈>의 김수영 시인, <타는 목마름으로>의 김지하 시인 정도다. 그리고 조금 더 최근까지를 살펴보면 강은교님 정도? 아..이렇게 말하고 보니 너무 부끄럽다. 부끄럽게도 벌써 50년동안 시를 써오신 마종기 시인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시인께서 좋아하던 시, 주위 분들이 좋다고 꼽아준 시, 그리고 하고 싶은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시 50편을 골라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나에게 과연 시를 이해할 수 있을만한 정서가 남아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하나하나 읽노라니 생각보다 시라는 것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면 되겠다, 싶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시어 하나 하나에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며 그 시를 해석하기 위해 발버둥쳐야했는지, 고등학교 3년간 내가 공부한 시는 도대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시를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의외로 주변을 지나다니며 봤을 법한 낯익은 시들도 있었다. 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처음에는 갸우뚱 했던 것이 다른 시에서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아..했던 적도 있고, 시인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얼마나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예쁘게 표현해 냈는지! 투명한 서정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큼 이슬을 많이 만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이슬을 보고 만진다.

그것도 한눈에 보이는 이슬이라기보다 두세 시간 정도 계속해서 보이는 모든 것이 이슬일 정도로 수억 개의 이슬을 본다.

내가 이슬을 유심히 본다기보다 이슬이 나를 뚫어져라 열심히 보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거기 있는 이슬은 나를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슬은 장난치기를 좋아하는지 여기서 본 이슬이 가까이 가보면 사라져버리고 나를 놀리듯 바로 그 옆에 새로운 모습으로 서서 미소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p. 170, 「이슬의 눈」 중

 

어쩜 이렇게 이슬을 바라본 것을 예쁘게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일까?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물론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마종기 시인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시(時)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순간을 언어로 표현해내기 때문에 時라는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더불어 시에는 역시 예쁜 일러스트가 필요한 것 같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에게 예쁜 그림이,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조국에 대한 그리움 하나로 시를 하나하나 써내려갔다는 시인. 그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시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울 것이 아닐 것 같기도 하고.

YES마니아 : 로얄 p********9 2010.07.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