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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현 작가가 30년 동안 흩어져 있던 자신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한 그림모음집을 선보였다. 이 책은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잘 정리해 나열하는 화집이 아니라, 이름 없는 습작 시절부터 게임 일러스트, 만화, 포스터, 공연 기획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넓혀온 작가의 치열한 시행착오와 고민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전부 작가 본인이 직접 그리고 쓰고 편집한 만큼,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안에 완성작 뒤에 감춰진 습작들까지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기회는 피하고 싶은 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듯, 그림꾼으로서 30년을 살아온 작가의 진솔한 태도가 곳곳에 배어 있다. AI가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혼란스러운 시대에도 다시 펜을 드는 이유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작품 감상집을 넘어 창작자로서의 삶에 대한 기록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그림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지망생들에게도 시대와 사회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뜻깊은 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