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이런 게 나와야지. 야구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라는 게 분명해도 절대 나무랄 일도 아니다.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소설가들의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야구의 저변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작가가 10명이라는 걸 발견하는 순간, 당연히 우리나라 프로야구 10개 팀을 하나씩 맡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어떤 한 팀을 빼놓을 수야 당연히 없겠지. 그랬다가는 최소 100만 명의 잠정 독자를 잃게 되는 셈이니. 물론 그 100만 명은 ‘잠정’이지, 실제 독자 수는 아니라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혹시, 농구 좋아하세요?”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을 보고도 짐작했다. 거기서 나왔던 말 아냐?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시절 내 주위를 감싸 돌았던 《슬램덩크》에서 채소연이 강백호를 보고 맨 처음 한 말이다. 강백호는 농구라고는 하나도 모르면서 채소연에게 뿅! 가서 “그럼요. 전 스포츠맨인걸요.”라고 답한다(이 얘기는 서한용의 <저는 님을 돕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SSG 랜더스 편이다). 야구도 그렇게 좋아하게 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LG 트윈스 팬이다. 지금의 최고의 강팀으로 꼽히지만, 21세기 들어 한참의 암흑기를 거쳤다. 1982년 프로야구 첫 경기. 삼성 라이온스를 상대로 한 MBC 청룡의 극적인 승리 이후 난 팀을 바꿔본 적이 없다(MBC 청룡에서 LG 트윈스를 다른 팀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당연히 이 소설집의 어딘가에 얘기하고 있듯) 어떤 이유로든 한 팀을 응원하기 시작하면, 거의 절대 다른 팀으로 옮겨가지 않는다(새로 생기는 팀은 어쩌란 말야, 할 수는 있겠다. 그런 경우에는 예외로 하자). 암흑기에는 애써 외면할지언정 다른 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김홍의 <고양이는 김영우 하고 운다>를 먼저 읽었다(이것도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제목에 ‘김영우’가 나오는데, 이게 LG 트윈스와 관련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은 실망했다. 이게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소설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작년(2025년) 가을 한국시리즈 4차전의 짜릿한 역전승의 장면이 배경으로 펼쳐지고는 있지만, 그래서 그때의 희열을 잠시 되새길 수도 있지만(그래서 3일 연속 끝내기 패배의 암울함을 조금은 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좀 더 멋있는 LG 트윈스의 이야기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LG 트윈스의 이미지는 애처로움이나, 뭐 그런 게 아니고 멋짐 아닌가? 그러고보니 모든 소설이 조금 어둡다. 소설이 사회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구석을 비추기에 적절한 장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야구는 오히려 열광, 흥겨움 등에 가까운 느낌이 아닌가 싶다.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는 선수들 뒤의 어두운 구석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야구의 밝은 면과 닮은 소설이 별로 없다는 데 조금은 실망한 나는 전두환의 의도에 딱 걸려든 걸까? 그런데 소설들에서 야구는 다양한 모습으로 접목되고 있다. 아예 한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을 축으로 삼은 소설도 있고(김종광의 <마법 게임,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KT 위즈 소설이다), 야구가 배경인 건 맞지만 특정 팀(한화 이글스)가 너무 희미한 배경인 소설도 있다(송지현의 <플라이의 밤>). 조금은 억지스럽게 키움 히어로즈가 등장하는 소설(한정현의 <놓을 수 없다면 그 손을 바람에 맡겨라>)도 있고, 기아 타이거즈의 김호령 선수가 어느 순간 김호령이 아니고 표치수라는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등장하는, 엉뚱한 상상력의 소설도 있다(임현의 <타이거즈 정신을 찾아서>. 역시 이름 ‘호령(虎靈)’이 ‘타이거즈 정신’이란다. 정말 김호령 선수의 한자 이름이 그렇진 않다). 야구는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장 인상 깊은 소설은 역시! 롯데 자이언츠를 다룬 위수정의 <비공식 영구결번>이다. 왜 ‘역시!’라고 했냐 하면, 뭔가 사연이 많을 것 같지 않은가? 롯데 자이언츠 하면... 부정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작년의 놀랄 만한 추락을 보고도 무언가를 느끼지 못하는 야구 팬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임수혁. 어느 소설에선가는 일주일 동안(정확히는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엿새) 야구를 계속 보면(나처럼!) 야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은 야구를 좋아해야 그렇게 되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엿새 동안 매일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여기에 투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선후가 바뀐 얘기인 하다. 하지만 정말 그 엿새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그리고 그 경기들에서 시시각각 희비를 왔다갔다하는 우리를 보면, 세상은 야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여길 만하다. 독후감이 길어졌다. 아직 할 말이 많지만 이만 줄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