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우디아 드 람(1978-)은 중력의 심오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평생 연구한 여성 이론 물리학자다. 여성이란 말을 하는 것은 그의 [중력의 아름다움]에 여성 물리학자로 산다는 것이란 챕터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법칙에 대한 이해와 해석 즉 그 의미와 기원,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내용은 결코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며 계속해서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력의 보편적 성질은 떨어뜨린 물체가 가차 없이 지구 질량 중심 쪽으로 이끌려 가는 단순한 현상을 훨씬 넘어선다.
흥미롭게도 뉴턴은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중력) 법칙이라는 개념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저자는 전자기 현상이 빛의 기본 입자인 광자의 발현인 것처럼 중력은 중력자라는 기본 입자의 발현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진화를 자연의 근본적인 양자적 특성과 조화시키려면 더 깊은 수준에서 중력에 대해 다시 검토해야 한다. 중력은 아무런 편견이 없다. 사람이든 행성이든 블랙홀이든 풍선이든 망치든 깃털이든 치즈 조각이든 호박이든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중력을 경험한다.
저자는 중력 질량과 관성 질량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력 질량은 중력의 영향을 받거나 만들어내는 크기이며, 관성 질량은 물체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정도(저항)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중력 질량은 이 물체가 얼마나 무거운가? 또는 지구가 이 물체를 얼마나 강하게 잡아당기는가?를 나타내고 관성 질량은 이 물체를 밀거나 멈추려고 할 때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나타낸다. 물론 모든 물질에서 두 질량은 10의 마이너스 15 제곱의 정밀도 안에서 동일하다. 이를 등가 원리라 한다.
가령 달에서 망치와 깃털을 떨어뜨리면 망치가 중력의 인력을 더 강하게 느끼겠지만 관성도 크다. 반면 깃털은 중력의 인력을 약하게 느끼겠지만 관성 역시 작다. 그래서 깃털이 중력에 더 효율적으로 반응한다. 등가 원리에 따르면 중력 질량의 효과와 관성 질량의 효과가 서로를 상쇄하기 때문에 망치와 깃털은 정확히 같은 속도로 땅에 떨어진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공기 저항이 있는 지구에서는 망치가 훨씬 먼저 땅에 떨어진다. 공기 저항은 물체를 느리게 떨어지게 한다. 그 이유는 중력과 반대 방향(위쪽)으로 물체를 밀어 올리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질량이 큰 물체는 공기 저항을 더 잘 뿌리치기 때문에 지구에서 더 빠르게 떨어진다.
저자는 자신의 존재 전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조각에 지나지 않으며 그 조각을 잇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인간이 무중력의 느낌을 경험할 방법은 자유낙하 밖에 없다. 지표면을 향해 자유롭게 떨어지는 사과든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비행사든 결국 낙하하고 있다. 그리고 낙하하는 동안에는 지구의 중력장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낙하하는 동안에는 매 순간 완전한 무중력 상태의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즉 매 지점 매 순간 자신에게 국소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마치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인 것처럼 기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궁극적으로 중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중력은 이 공간과 시간 속의 서로 다른 지점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중력은 시간과 공간의 조각을 하나로 연결하는 실이다. 중력을 시공간이라는 천(fabric) 즉 구조 자체와 밀접하게 관련된 존재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시공간의 천은 종종 탄력 있는 트램펄린의 표면으로 비유되고 난다. 중간에 무거운 콩을 가져다 놓으면 표면이 아래로 처지면서 매트에 있던 다른 물체들이 그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런 비유가 중력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결함을 안고 있다. 우선 우리는 그냥 휘어진 공간만이 아니라 휘어진 시공간의 기하학을 상상할 필요가 있다. 물리학에서 나온 가장 흥미로운 통찰 중에는 공간을 시간과 연결하는 미묘한 방식에서 나온 것이 많다. 따라서 시공간이 아니라 공간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중력의 본질에서 큰 부분을 놓치게 된다. 공이 트램펄린의 표면을 휘게 할 때 다른 물체들이 중심에 있는 공을 향해 움직이는 이유는 공 그 자체에 이끌리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물체들은 지구의 중력에 끌리고 있으며 공에 더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지구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중력이 약할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저자는 우리가 지구 표면에서 24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약 2만km 상공을 도는 GPS 위성은 24시간보다 아주, 아주 살짝 짧아진 시간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38 마이크로 초(0.000038; 38/1,000,000) 짧아진다. 중력이 약해지면 시간이 빨리 흐르고 빠른 만큼 짧아진다. 사람은 이런 작은 시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지 않지만 38 마이크로 초면 빛이 11km 넘게 움직일 수 있다.(300,000km×38÷1,000,000; 11.4km) 위성과 지구 사이의 시공간 곡률 차이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GPS 장치가 제공하는 위치 정보에 매일 수십 km씩 오차가 생길 것이다. 보정에 필요한 초정밀 시계를 만드는 핵심 기술을 양자역학이 담당한다.
저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휘어진 실재를 따로 가로지르는 직선은 항상 가장 직접적인 경로라는 말을 한다. 행성의 관점에서 보나, 지구에 사는 우리 자신의 관점에서 보나 태양계를 자유롭게 항해하는 모든 것은 자신만의 직선 경로를 따라 멈추지도 않고 미끄러지지도 않고 방향을 바꾸지도 않고 곧장 나아간다. 태양계가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가 이 행성에 태어난 순간부터 곡선 공간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이 휘어진 공간 속의 직선 하나뿐이다.
저자는 물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우리가 땅바닥에 떨어지면 고통스러운 이유는 중력이 아니라 파울리의 배타원리 때문이라는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말을 한다.(80, 81 페이지) 낙하 그 자체를 통해서 또는 어딘가에 떨어져 그 충격에 멍이 들어서 중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중력이 지시하는 각자의 시공간 경로를 따르려고 최선을 다 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기거나 짓누르는 조석력(潮汐力)이 발생하고 그 힘을 통해 중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중력의 전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모든 입자도 기술적으로는 그런 장치에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다만 중력은 워낙 미세한 힘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이를 감지할 만큼 정밀한 장치를 만들 수 없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력의 메신저에게도 그 사촌인 빛에 대해 빗대어 비슷하게 이름을 붙여줄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글라이트(gravity+light)는 어떨까? 현재 과학계에서는 중력의 메신저를 전자기파의 중력 버전인 중력파라 부르고 있다.
빛이나 전자기파가 전자기력의 메신저인 것처럼 글라이트나 중력파는 지구의 질량에 의해 형성된 시공간 곡률에서 조석력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중력 효과에 대한 정보를 실현하는 메신저다. 빛을 그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결정하는 질량인 관성질량이 우리가 지금까지 측정한 그 어떤 것보다도 작다. 우리가 아는 한 질량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빛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역으로 그 속도를 늦출 방법도 없고 흡수하는 것 말고는 그 전파를 멈출 방법도 없다. 빛이 항상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력파 역시 질량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며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파되는 내내 영속적으로 운동을 유지하며 자신의 사촌인 빛과 똑같은 속도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른다. 저자는 LIGO를 이야기한다.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Observatory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력파를 감지하기 위해 만든 세계 최대의 레이저 간섭계 관측소를 말한다. 저자는 일반 상대성이론은 큰 성공을 거둔 이론이지만 이 이론에서 정말 특별한 점은 스스로의 몰락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이것은 한 이론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우아한 특성이 될 수 있으며 자연의 법칙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일반 상대성이론이 공식화되기 전에는 자연의 법칙으로 우리 주변의 세계를 설명하면서도 이런 법칙으로 자연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언제 찾아오는지 분명히 알 수 없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일반 상대성 이론이 실패할지, 실패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가 아니라 그 다음에 등장할 이론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거대한 우주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양자 역학은 미시 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만 두 이론은 수학적으로 서로 충돌한다. 물리학자들은 일반 상대성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이론의 일부(근사치)일 뿐이라고 믿고 있다. 저자가 선구자 중 한 명인 질량이 있는 중력자(Massive Gravity) 이론도 다음의 이론 중 하나다.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중력자가 아주 미세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여 우주의 가속 팽창(암흑 에너지 문제)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지배하는 거시 우주에서 충분히 무거운 질량이 한곳에 모이면 블랙홀로의 붕괴는 선택이 아닌 자연법칙의 필연적인 결과다. 다만 물리학자들은 무한대가 나타나는 특이점 자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뜻하는 신호로 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친 양자 중력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별은 중심에서 밀어내는 힘(압력)이 있어서 중력에 찌그러지지 않고 버티지만 별이 너무 무거워지면 반전이 일어난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밀어내는 힘(압력)조차도 너무 강해지면 오히려 중력을 더 무겁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저자는 E=mc²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정지 상태에 있는 입자는 자신의 관성 질량 m과 광속 c의 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공식을 통해 질량의 개념이 에너지의 개념과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물리학의 거의 모든 단위는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일례로 시간을 생각해 보자. 100m를 10분 안에 가야 한다면 피곤할 일이 없이 아주 기분 좋은 속도로 걸어갈 수 있겠지만 시간이 20초 밖에 없다면 결승전에 도달할 때는 숨이 찰 것이다.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에너지가 증가한다는 말이 된다. 태양은 약 50억년 후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하면 적색 거성이 된다. 핵융합 에너지가 줄어들면 태양을 지탱하던 압력(팽창력)이 감소하여 중력 때문에 중심핵이 급격히 수축한다.
이 수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력 에너지가 중심핵을 이전보다 더 뜨겁게 만든다. 뜨거워진 중심핵 주변의 바깥 층(수소껍질)이 열을 받아 새롭게 핵융합을 시작한다. 이 강력한 에너지 때문에 태양의 외곽 층이 바깥쪽으로 밀려나며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다. 부피가 수백 배로 커지면서 태양 표면의 에너지가 넓은 면적으로 분산된다. 이로 인해 표면 온도가 낮아져 붉은 빛이나 노란색 대신 붉은빛을 띠는 적색거성이 된다. 이후 태양은 백색 왜성이 된다. 중심핵의 핵융합이 완전히 멈춘 후 질량이 상당 부분 지구보다 별로 크지 않은 영역 안에 갇히게 된다.
그러면 태양은 남아 있는 열로 희미하게 빛을 내는 백색 왜성이 될 것이다. 백색인 이유는 스스로 연료를 태울 때 나는 열이 아니라 예전에 품었던 열이 너무 뜨거워 하얗게 달아오르기 때문이다. 태양은 질량이 작아 절대 블랙홀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블랙홀의 존재를 그냥 받아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있다. 블랙홀의 중심부에 충분히 가까워지면 일반 상대성이론이 가차 없이 무너진다. 거대한 우주를 다루는 일반 상대성이론과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주의 탄생 시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147 페이지) 저자는 일반 상대성이론이 플랑크 척도에 버금가는 큰 곡률에서만 실패하는 것일까? 혹시 터무니 없을 정도로 작은 곡률에서도 실패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저자는 잠복 결핵 양성으로 인해 우주비행사의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과학자로서 여전히 중력을 실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훨씬 더 혹독한 도전 즉 학자로서의 도전을 이어 나가야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이론 물리학자가 반드시 키워야 할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연구 분야나 경력에서 성과를 올리기 전에 실망 속에서 보내야 하는 긴 시간을 참고 인내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154 페이지) 저자는 오늘날 우리 우주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이어갈 주인공은 은하도 아니고 텅 빈 공간 곳곳에 풍부하게 흩어져 있는 암흑 물질 덩어리도 아니고 영원의 시간을 버티며 모든 곳으로 쉬지 않고 퍼져나간 암흑에너지라고 말한다.
은하에 있는 항성,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 그리고 모든 행성과 성간 먼지에 들어 있는 모든 원자 심지어 중성미자의 질량까지 모두 합쳐도 은하 주위 궤도를 도는 항성에 작용하는 중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우주가 열심히 귀여운 걸음마를 하던 5만 살쯤부터 암흑 물질이 우리 우주의 진화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는 관측 증거가 이제는 풍부하다. 암흑 물질의 중력이 최초 은하들의 씨앗을 뿌리고 최초 항성들의 탄생을 이끌었다.
저자는 우주는 무(無)로 팽창한다고 말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주는 그 무엇으로도 팽창해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자기 자신 안에서 스스로 팽창하는 것이다.(162 페이지) 입자의 질량이 있는 경우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에 따라 입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한다. 입자의 질량은 입자 고유의 것이고 우주가 팽창해도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 부피가 증가함에 따라 유질량(有質量) 입자의 에너지 밀도 역시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광자 같은 무질량(無質量) 입자의 경우에는 그 에너지가 질량이 아니라 파장으로 결정된다. 이 경우 파장이 짧을수록 무질량 입자의 에너지는 커진다. 에너지는 곧잘 반중력 현상으로 묘사된다. 저자는 우주는 휘어져 있고 팽창하고 있고 우리가 이해할 수도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계에서는 물리량이 반드시 일정할 필요가 없고 우주의 에너지도 예외가 아니.(172 페이지)
암흑에너지의 진정한 힘은 시간과 공간의 어느 한 지역에서 국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전반에 걸쳐 일정하게 존재하는 특성 즉 응집력과 끈기에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 속에서도 줄어들지 않으며 은하나 은하단의 경계에서 사라지지도 않는다. 우주 탄생 당시 암흑 에너지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다른 모든 형태의 에너지는 우주의 팽창과 함께 점점 희석되다가 결국 거의 씻겨 나갔다. 오늘날 우리 우주는 너무 나이가 많아지고 너무 많이 늘어나서 대부분의 요소가 거의 완전히 희석되어 사라져 버렸다.
반면 암흑에너지는 그냥 일정한 상태로 머물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수십억 년 동안 꾸준히 지배적인 에너지로 자리 잡았다.(173 페이지) 암흑에너지는 우주 어디에나 있다. 심지어 지구 위에도, 우리 귀 뒤쪽에도 존재하고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일정량이 폐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가 암흑에너지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힘 중에서 가장 약한 힘인 중력을 통하는 것 외에는 없다.(174 페이지)
물질은 은하단 주변에 주로 집중된 반면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역에 고르게 퍼져 있다. 저자에 의하면 아인슈타인이 중력 이론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어준 철학적 기반 즉 등가원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원래 방정식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우주 상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것을 도입하는데 아인슈타인도 큰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다.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우주 상수는 단순히 기준점을 가리킬 뿐이다.
우주 상수는 우주의 에너지 밀도에 대한 기준점일 뿐이다. 이것을 바꾼다고 해도 아무것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적(靜的)이라고 생각했다. 우주 상수의 목적은 우주를 정적인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물질이 우주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는 것이었다. 우주 상수는 아인슈타인의 생애 최악이 실수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암흑에너지 일 수도 있다.
그가 시대를 앞서 또 한 번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우주의 후기 가속 팽창을 관찰하기도 전에 먼저 설명해낸 것이다. 저자는 설령 우리가 완전한 진공실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공간은 물질이나 물리적 입자 대신 에너지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끝없이 만들어지고 소멸하는 입자와 반입자로 이루어진 양자 바다의 에너지를 말한다. 우리는 이것을 진공 에너지라고 부른다.(180 페이지)
LHC(large hardron collider;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는 양성자를 광속의 99.999991%의 속도로 서로 충돌시킨다. 양성자는 어떻게 얻을까? 수소 가스통의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것이 양성자다. 힉스입자는 다른 입자들이 잠겨 있는 바다라 생각하면 된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진공이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힉스장의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는 증거다. 이것은 우리가 진공 에너지라 부르는 것 즉 우리가 만든 진공실이나 우리가 방문한 은하간 우주공허처럼 텅 빌대로 빈 공간 안에 들어 있는 에너지의 일부다.
힉스입자는 이 비소멸 진공에 기여함으로써 다른 모든 유질량 입자에 영향을 미쳐 그들의 속도를 늦추며 이것이 사실상 관성 질량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암흑 물질, 암흑에너지와 달리 가상 입자는 가설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물질이나 에너지가 아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모든 알려진 입자에 편재(遍在)하는 영혼으로 양자 요동 때문에 항상 존재한다.(183 페이지) 실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우주 어딘가에 있는 미지의 무언가로 가설을 세워야 하는 암흑 물질, 암흑에너지와 달리 가상 입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과 공간의 근저에 항상 깔려 있는 물리적 현상이라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등가 원리를 전제로 구축되어 있다. 등가 원리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중력과 동등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시공간 구조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저자는 일반 상대성이론이 무질량 글라이트 파동을 일관되게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글라이트처럼 질량 없이 가볍다는 것은 놀랍게 들릴 뿐만 아니라 해방된 느낌마저 준다. 저자는 중력이 질량을 가진다는 개념은 언뜻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질량체가 중력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지 중력장 자체의 질량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질량이 있다는 말은 그냥 글라이트 더 정확히는 글라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이 관성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지 중력이 거대하다거나 중력의 질량이 자기 자신을 끌어당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힘이 질량을 갖는다는 개념은 자연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약한 핵력을 예로 들어 생각하면 이 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약한 힘이다. 유질량 중력이라는 개념이 근래 들어 새로운 추진력을 얻었지만 개념 자체는 거의 일반 상대성 이론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중력자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입자가 질량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볼프강 파울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리학에서 유령은 음의 에너지를 갖는 입자를 말한다.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구조와 양립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실재 안에서 유령의 존재를 인정하기만 하면 건강한 일반 입자가 무한한 음의 에너지 유령으로부터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그냥 빌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유혹을 누가 뿌리칠 수 있겠는가?
저자는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을 따라 앞뒤로 떠나는 여행은 슬프게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유질량 중력은 중력을 매개하는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가 질량이 미세하지만 0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반한다. 유질량 중력 이론이 등장한 것은 우주의 가속 팽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유질량 중력 이론을 도입하면 정체 불명의 존재인 암흑에너지가 없어도 가속 팽창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중력자가 미세한 질량을 가지면 중력의 사거리가 한정된다.
어느 특정한 한계 거리를 넘어서면 중력의 세기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급격하게 감쇄하여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암흑에너지는 현대 물리학에서 계산한 진공 에너지의 이론 값과 실제 관측 값이 10의 120제곱 배나 차이나는 치명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중력자가 0이 아닌 미세한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수정, 암흑에너지 퇴출과 우주론의 대전환, 중력파의 속도가 빛보다 느린 것으로의 수정, 양자 중력 이론에의 힌트 등이다.
저자는 우리 이론에 반대하는 논증을 대부분 막아내거나 적어도 유령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나니 이 모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 마침내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질량 중력은 아직 옳은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그 점에서는 그 어떤 이론도, 심지어 일반 상대성 이론도 옳다는 것이 입증된 바 없지만 이 이론이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론을 현실과 비교하며 시험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고 말한다.
과학의 발전은 절대적인 진리의 발견이 아니라 현실과의 끊임없는 비교 과정을 통해 실패하지 않는 이론들을 유력한 후보로 남겨두는 여정을 의미한다. 유질량 중력이 말이 되려면 중력자의 질량이 아주 작아야 하며 그 작용 범위는 오늘날 관측 가능한 우주와 비슷하거나 더 클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과 플랑크가 등장하기 전에는 빛이 전기장과 자기장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순수하게 고전적인 현상이라고 믿었다.
플랑크는 복사(輻射)한 원자에서 나오는 이런 파동이 담고 있는 에너지는 임의의 값을 가질 수 없으며 복사의 주파수의 에너지가 결정되는 불연속적인 양으로 양자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저하듯 처음으로 제안했다. 플랑크의 관점에 따르면 빛의 흡수는 고전적인 현상인 반면 빛의 방출은 양자화된 현상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양자적으로 성공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이 개념을 확장했다. 그는 이런 양자화된 에너지가 진공에서도 빛이 가지는 속성이라 주장했다. 따라서 주어진 주파수의 빛은 불연속적인 에너지 수준에서만 흡수되고 방출될 수 있다.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론에 내재되어 있으며 빛, 전자, 그리고 알려진 다른 모든 입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되고 확립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중력자다. 전자기 현상과 중력, 전자기파와 중력파 사이에서 접했던 놀라운 유사성을 고려하면 과학자들이 중력 또한 양자 입자 수준의 기술이 가능함을 입증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로 보일 수 있다. 광자가 빛과 연관된 입자인 것처럼 중력자는 글라이트와 연관되어야 하는 입자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보편적인 힘이라는 뉴턴의 중력 개념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시공간 곡률의 개념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변화는 결국 불가피하게 탱고로 이어지게 된다. 자유낙하하는 천체들은 직선 경로로 나아가더라도 곡율의 존재 때문에 필연적으로나 선을 그리며 우아한 탱고를 추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시공간 구조 안에 중력의 근본적인 힘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 힘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의 구조 안에 내재되어 있다. 저자는 일반 상대성 이론은 감히 견줄 수 없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중력과 관련해서 중요한 돌파구가 생기거나 일반 상대성이론과의 결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는 시간이 아니면 중력 그 자체가 말해줄 것이다. 진짜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외계 행성 발견과, 외계 생명체 탐사는 현재 진행중인 가장 흥미로운 과학적 도전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력을 더욱 잘 이해하면 새로운 우주, 새로운 차원의 공간, 심지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외에 새로운 암흑의 존재를 찾을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종과 문명이 우리 바로 옆에서 나란히 공존하는 터전이 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중력을 좇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중력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걷든, 다이빙을 하든, 하늘을 날든,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를 탐험하든 솟구치고 떨어질 때, 성공하고 실패할 때, 우리는 모두 중력에 의해 정의된 우주에서 살고 있다. 저자는 한 명의 과학자로서 영원히 그 비밀을 찾아 나설 것이라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