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땅의 유학 성리학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치 않고 살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아침저녁으로 느낀다. 1501년에서 1571년을 살았고 퇴계 이황과 같은 해에 태어났고 이황보다 한해 뒤에 죽었으나, 그의 생의 궤적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편으로 퇴계 이황과는 많이 비교된다고 하겠다. 사실 나 자신은 性,情의 性理學,사단칠정론, 이기이원론, 주기론,주리론 理發,氣發등의 다양한 유학의 개념들에 대해서 고등학교때 언뜻 피상적으로 배운 이후에 처음 다시 이러한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하겠다. 무척 부끄러울 따름이다. 알고 보니, 지금 이 세상에,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파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무척 많이 있었다. 물론 동양의학이나 동양학을 공부하신 분은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사상론도 그중의 하나인데,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고등학교때도 ,언뜻이긴 하지만, 배우고 간혹, 신문의 문화면이나 학술면에서 접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 개념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리 간단치 않은 듯 하다. 아직은 특별한 이해를 하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유학의 각종 개념들은 그 자체가 고차원적인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주론까지도 포함하고 있으니 사실상 세상의 원리를 다 해석하고 난 다음에,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의 가짐까지도 세세히 해석하고자하는 것이니 그 생각의 방대함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음(心)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뻗어나온 가지가 하룻밤사이에 100척고목이 되어 나는 이제 어느가지를 먼저 붙잡아야 할 지를 모를 지경이 되어 버린 듯한 심정이다. 남명은 퇴계와 동시대를 산 유학의 거두이긴 하지만, 퇴계가 벼슬을 하고 또한 동시에 다양한 학문적 업적을 이루고 남긴데 반해 초야에서 정진하고 제자를 키워내는 선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고, 조선 중기사회를 특징짓는 사화와 같은 각종 정쟁으로부터의 자유를 자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공리공론에 얽매이지 않고, 학문과 수양의 결과를 실천적인 면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후, 임란이 발발하자 내암 정인홍이나 곽재우 같은 그의 문하에서 배운 초야의 학자들이 의병장으로서 대거 나서고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사상과 일생의 바르고 당당함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내암 정인홍 같은 경우는 임란후 선조의 간곡한 부탁으로 조정에 나서 대사헌을 지내고 있고, 광해군때는 정승에 까지 올랐는데 그는 세태가 싫어 사양하고 낙향,칩거를 계속하지만, 조정에서는 그를 위해 영의정자리를 7년간이나 비워두고 기다리기도 했다고하고, 단채 신채호는 내암을 두고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가’라고 했다고 하니 한 인물이 나은 또다른 인물의 크기로 미루어보아도 스승의 그릇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남명 조식이 후대에 비교적 덜 알려진 이유로 내암 정인홍이 1623년 인조반정이후 서인의 공격으로 처형당한 이후, 그의 적대자들이 그를 포함한 그의 스승 남명까지도 줄기차게 폄하해온 결과라고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한가지 줄기를 캐내면 다른 줄기가 달려 나오는 책이 있고, 그 것만 캐내면 그만인 책이 많이 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책들도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줄기를 많이 가진 책을 만나는 것은 그때마다 엄청난 행운이다. 이쪽은 돈이 많이 드는 행운이라, 너무 자주 만나면 주머니가 비게 된다는 것은 단 하나 결점이라고 해야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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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 년쯤 된 것 같다. 한 일년전에 아니 그 보다 더 되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우연히 서점에서 '절망의 시대 선비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매력적인 제목으로 놓여있는, 이 책을 보았다. 더구나, 이 책에서 사표로 삼고 있는 인물은 남명 조식이었다. 강의 시간에 고전을 가르키는 교수님께서 남명 선생에 대한 얘기를 약간은 과장되게 약간은 비틀어서 말씀해 주시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남명 선생에 대한 그 교수님의 유혹이 아니었더라도, 남명 선생은 한국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중에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아마 그 이유는 선생의 꼿꼿한 절개와 실천적인 학문 탐구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남명 선생의 일대기를 연대순으로 서술하고 있다.(내가 느끼기에는 최대한 작자의 주관을 제거하고 객관적인 자료 위주로 서술한 책을 만들어 낼려고 노력한 느낌을 받는다.) 남명 선생이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쌓아 나가는 과정, 그의 제자들과의 관계, 벗들, 그리고 벗으로서 책. 이러한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일렬로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남명 선생의 사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경과 의다. 선생은 차고 다니는 칼에 '안에서 밝히는 것이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이 의다'라는 문구를 새겨넣고 다니셨다고 한다. 선생의 삶은 자신의 칼에 새겨 넣고 다닌 이 문구에 나타나다. 학문에 정진하기 위하여 일찍이 과거를 포기하고 학문에만 힘썼다. 조선사회에서 양반이 과거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득권의 전부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선생은 과거를 포기하고 고향에서 학문에만 힘쓰던 중에, 나라로부터 몇 번의 부름을 받지만 끝내 벼슬길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당시 정쟁만 일삼고 백성을 착취하는 는 조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도 들어 있었다. 선생은 벼슬길에 대해 뜻이 없음을 나타내고, 당대의 왕과 권력 사회를 비판하기 위하여 '단성소'라는 '소'를 지어 임금에게 바친다. 이 '소'는 당시 지배층과 임금을 정면으로 비판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천적 학문을 추구하던 남명 선생의 길은 수 많은 길동무와 제자들을 길러낸다. 예를들어, 선생의 제자들이 임진왜란 당시 영남지역 의병활동을 주도했다는 말도 있으니, 과연 학문의 참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후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실천으로 교훈을 던져준다.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해 남명 조식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몇 안 되는 책이다. 책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학문의 참 모습에 대해서 편견을 시선을 지워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책의 내용이 시대순으로 자료를 정리해서 올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나는 남명 학파를 만든 분이라는 공식적인 모습보다,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선생의 모습을 만나고 싶었다. 이 책에서는 한 인간으로서 한 인물의 삶을 재구성해 내는데 그다지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 하겠다. 이 부분이 책을 덮으면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인상깊은구절] 안에서 밝히는 것이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이 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