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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오히려 속임수로 뒤덮여 있다고 믿을 이들이 더 많을 듯한데, 실은 이도 정답은 아니다. 정직과 속임수가 서로 경쟁을 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야 보다 맞는 답에 가깝다. 그건 인간 사회라고 다를 바는 없을 것 같다. 비록 우리는 속임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한탄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거짓말쟁이들을 찾아내고 응징하는 수단을 만들어온 것이 인류다. 그런데 속임수도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진화의 산물이라면, 어떤 기제를 가지고 진화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정도나 자연에 만연해 있으며, 속임수의 효과는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런 속임수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에게는 어떻게 적용되고, 또 속임수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 우선 속임수가 자연에 만연해 있다는 얘기부터 한다. 여러 예를 든다. 곤충, 균류, 식물 등은 물론이고, 포유류에서도 속임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 세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드는 예는 철 이온을 쟁취하기 위한 숙주와 세균 사이의 전투에서 다른 세균의 승리에 무임승차하려는 세균이 있다는 것이다. 생물 차원에서만 그런가? 아니다. DNA 차원에서도 속임수 전략은 존재한다. 이른바 가짜 유전자나 점프 유전자의 경우에 일반적인 유전자들의 규칙을 위반해 사기를 저지르면서 다음 세대로 자신의 정보를 전달한다. 속임수는 자연에 만연해 있다. 저자는 속임수에 두 가지 법칙이 있다고 정리한다. 제1법칙은 의사소통에서 진실한 정보를 바꾸는 것이다. 즉, 거짓말이다. 제2법칙은 다른 생물의 인지적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만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것들은 생물학적 기반을 갖는 행동이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예를 들고 있다. 제1법칙에 관해 가장 인상적인 것을 들라면 개들이 영역 표시를 할 때 동료들보다 다리를 높이 들려고 한다는 연구다. 오줌의 높이가 개의 크기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단다. 이를 비롯한 여러 거짓말의 수법이 통하는 이유는, 의사소통의 정직성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은 거짓말이 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정직성이 더 보편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대할 수 있고, 그래서 거짓말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러니 같지만 이를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제2법칙의 예들은 이른바 의태(mimicry)에 관한 것이 많다. 베이츠 의태니, 뮐러 의태니 하는 것들이다. 이 가운데는 나비 유충이 개미 유충의 냄새를, 여왕개미 특유의 소리나 진동까지 모방해서 개미 집단의 먹이와 보살핌을 받는다는 예도 포함되어 있다. 개미가 똑똑한 줄 알지만, 그들도 잘 속아넘어간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속임수, 배신은 자연에 만연해 있지만 그래도 정직이 다수다. 그래야 속임수가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정직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리싱 선이 책에서 들고 있는 예들은 사실 거의 들어보거나 읽은 것들이다. 그런데 리싱 선의 스토리텔러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러한 예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것들은 잘 보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속임수를 얘기하는 책에서 반대로 정직을 얘기하겠다는 의도라든가, 그것들의 예들을 모아 일관된 흐름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는 당연히 인간에 관한 얘기로 넘어온다. 여기서 리싱 선이 대표적인 인간 사기꾼으로 선정한 인물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했던 영화의 실제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다. 그가 행한 속임수는 자연의 속임수의 법칙 두 가지를 모두 천재적으로 적용한 결과였다. 그런데 인간이 저지르는 속임수의 패턴을 보면 인간이 자연의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그다지 다를 바 없으면서도 또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다른 면을 보자면 문화적인 변화에 따른 다양성, 복잡성, 독창성을 들 수가 있다. 특히 제도 수준에서의 부정 행위는 인간만의 것이다. 예를 들면 관료주의 같은 것. 또 하나 인간만의 특징적인 속임수에는 자기 기만이 있다. 이것을 인간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심은 남아 있지만, 구체적인 연구는 거의 인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에 인간의 특징이라고 해도 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재미있기도 하고, 또 교훈적이기도 하다. 워비곤 마을, 더닝-크루거 효과, 행동 경제학과 같은 여러 예들과 학문 분야들이 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속임수가 이토록 자연에 만연해 있고, 그것이 진화적으로 타당한 전략일 수 있다는 리싱 선의 이야기는 조금은 좌절스럽기도 하다. 험난한 세상인 줄 알았는데, 세상이 정말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라는 얘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도 몇 차례나 얘기했듯이 속임수가 유효한 전략이 되는 것은 정직이 보다 보편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속해서 정직이 (더) 보편적인 전략으로 남고, 정직한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거짓말, 속임수를 판단하고 퇴출하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고안해내고,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 이것 역시 생물학적 법칙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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