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漏泄秘儀, 熱叫情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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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이신 선생의 함자야 물론 烈자, 圭자의 쓰임이라는 점은 중학생들도 (과거였다면) 알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선생의 한 명문이, 지난 시절 의무 교육 과정 중  모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위해 제작된 독본에 삽입된 일이 있었으며, 당시의 교과서는 저자의 이름 오른쪽에 한자를 병기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정은 정확히 모르나 아마도 어느 검정 교과서 속에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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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이신 선생의 함자야 물론 烈자, 圭자의 쓰임이라는 점은 중학생들도 (과거였다면) 알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선생의 한 명문이, 지난 시절 의무 교육 과정 중  모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위해 제작된 독본에 삽입된 일이 있었으며, 당시의 교과서는 저자의 이름 오른쪽에 한자를 병기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정은 정확히 모르나 아마도 어느 검정 교과서 속에 한 편 정도야 여전히 수록되어 있으리라 짐작한다. 시덥지않은 연예인 선발 경연에 전국민의 열광이 쏠리다시피 하는 나라에서, 정작 제 겨레의 근본과 혼을 일깨우는 일에 고귀한 평생을 바친 분의 근황이 어떤지는 아무도 한 점 관심을 주지 않는 개탄스러운 현실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의 명징한 지성의 흔적과 조우할 때 더욱 극명한 채도의 비감을 자아낸다.


구매야 루스 베네딕트 저 고전 제목에 눈길이 간 동기였을 뿐이고, 역자로서의 선생 명자를 뜻하지 않게(게다가 뒤늦게) 봤을 때에는 동명이인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선생께서 어떤 경로와 무슨 저본을 수단으로 하여 이 쾌저를 한국어로 친히 옮기신 수고를 베풀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 외람되고 불측한(?) 추론에 골몰하며 귀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그의 유려한 문장과 당신 자신 일급의 문화인류학자이신 사실에 기인한 명쾌한 서술의 마디마디 맺힌 진, 선, 미를 완상하는 일이 훨씬 생산적일 뿐이며, 실제로도 시원시원 평원을 달리는 자연의 총아, 적자를 구경이나 하듯, 팩트와 정론의 막힘 없는 정연한 행진에 자격미달의 사열자는 그저 넋을 놓을 뿐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특히 비상한 인기를 누리는 베네딕트 여사의 다른 역작 '국화와 칼'만 해도, 책에서 내려진 진단과 취합된 모든 사실이 하나하나 엄정성과 객관성, 무모순성이 담보, 검증된 상태는 아니다. 세계의 축소판(확장판?)이라 할 합중국의 학계가 어느 정도 구절양장 복잡다기의 학술 대립상을 보이고 있느냐는 점은 잘 알려진 바고, 이미 반 세기 전에 나온 저술의 입장에 대해 그간 어느 정도 많은 양의 논박과 찬동이 축적되었는지의 실상에 대해선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여사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즐겨 읽히는 비결은, 그보다는 오히려 그녀의 천재적 문필력에 있다. 문화인류학이란, 따분하고 장황한 장광설, 일반론으로 빠져 들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학문과 지성의 종말이라도 곧바로 호출할 태세를 갖추는 데 완벽한 조건을 갖춘 영역인데, 여사의 붓끝은 오랜 인문학적 주제의 미로 방황이나 장기전 고착의 양상은 고사하고, 버닝 프라이데이의 버라이어티 코스나 감상하는 듯 독자가 한눈 팔 새를 주지 않는 마법을 발휘한다. 걸작은 이처럼, 시대의 풍상과 연단을 거치고 나면 그 주장상의 타당은 빛을 바래는 게 보통이나, 이처럼 그 상상력과 재기, 서술의 배치와 구성에서 드러나는 미학적 감각, 번잡한 치장을 투과하는 진리에의 통찰은 시절의 풍화를 모르는 의연함을 빛내기 마련이니, 고전은 본래 이래서 고전인 법이다!


s****o 2012.11.17. 신고 공감 2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