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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지 특성상 가끔 뜻밖의 귀한 교육 정보를 접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대치동 'ㅇ'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일선 선생님들 사이에선 유명한 듯한 저자의 화려한 이력에 솔깃해 ‘아이 공부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고, 실제로 책의 상당 페이지가 수능 기출 문제 등을 예시로 한 설명과 해석으로 채워져 있어 기대감도 컸더랬다. 그러나 찬찬히 머리말을 읽는 순간 '이 책은 수험서나 해설서의 범주를 넘어 인문서에 가깝네?' 라는 생각에 은근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우리는 대체로 서양의 고전과 인문서에는익숙하지만, 정작 우리 고전은 낯선 언어와 해석의 벽에 막혀 제대로 마주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몇십 년 만에 다시 접한 고전인데, 이 책은 신기하게도 자꾸만 원문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책 중반부 정철의 「사미인곡」에 이르러서는 낯설기만 했던 고어를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뜻을 하나씩 짚어보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한 작품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자 재미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작품 해석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배경과 작가의 삶, 당시 사람들의 문화까지 함께 풀어주는 저자의 친절함이었다. 그 덕분에 시 한 편이 그림처럼 그려지며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왔고, 옛사람들의 삶을 곁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특히 짧은 시어에 여러 의미를 담아내고 서로 주고받는 재치 있는 언어감각, 또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솔직하고 발칙한 표현들을 마주하니 고전이 결코 멀고 근엄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소통이 쉽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한데, 수백 년 전 누군가가 남긴 시 한 구절이 지금 내 마음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텍스트가 제법 묵직하고 생소한 개념도 있었으나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지금은 사진도 영상도 쉽게 남길 수 있는 시대지만,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져 간 노래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쉬움도 든다. 그런 시간을 견디고 오늘까지 전해진 시 한 편, 글 한 줄이 새삼 귀하게 느껴졌고, 오래 곁에 두고 한 번씩 곱씹으며 아껴 읽고 싶어지는 '깊이감' 이야말로 이 책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을 덮고 나서야 『오래된 시, 사람의 무늬』라는 제목이 다시 보였다. 오래된 시 속에는 수백 년 전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여전히 살아 있었고, 시대와 언어는 달라도 결국 같은 결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오래된 시와 오늘의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다정한 '메신저'이자 '통역사'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옛사람들의 재치와 해학을 담은 조금은 가볍고 친근한 작품을 소개해 준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착 붙어 따라가 보려 한다. 삶의 무늬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어른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