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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잔소리하는 엄마 투덜대는 아이'는 다섯 가족이 함께 써 내려간 감정의 기록이다. 엄마와 자녀가 각자의 시선으로 일상을 담아낸 이 책은 우리 아이들 키울 때 나와 우리 아이들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서툴지만 진솔한 아이들의 언어 속에서 놀라운 자기 성찰을 발견하고, 지치고 버거워하는 엄마들의 솔직한 고백 속에서 공감을 느꼈다. 초등학교 2학년의 감정 분석 책의 첫 장면부터 예상을 깨는 문장이 등장한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쓴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통찰이 담겨 있었다. "엄마와 나중에 누가 더 서로를 좋아할까? 나인 것 같아. 내가 엄마를 더 많이 좋아해서 짜증이 나는가 보다. 엄마가 내 얘기를 잘 안 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면 섭섭하다." (p.28) 짜증의 원인을 '내가 더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내는 아이의 시선이 놀랍고도 뭉클하다. 이 정도의 자기 성찰과 분석 능력이라니.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자기 감정을 이토록 잘 이해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까? 입시의 현실 속에서도 단단해지는 아이 목동 대형 학원에 다니며 힘들어하는 아이의 일상을 담은 p.36~p.42의 내용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친구도 사귀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다는 아이는, 그 모든 압박 속에서도 결국 이런 다짐으로 글을 맺는다. "내가 나를 단단하게 잘 만들어야겠다. 나는 계속 성장할 거다. 지금의 시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 (p.54)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당찬 포부를 잃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진욱이의 꾸미지 않은 솔직함 진욱이의 글에서도 섬세한 감정의 결이 느껴졌다. 친구의 사과에 '감정이 내려갔다'는 표현(p.65), 심리적 압박에 힘들었다가 다른 친구에게 반박하고 나서 오히려 '상쾌해지는' 모순적인 감정을 스스로 발견하는 장면(p.66)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이다. 회의 중인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회의 중에 아이가 전화를 걸어 노랑나비가 보인다고 전한다. 엄마는 '회의 중'이라고 짧게 답한다(p.69). 그 짧은 장면 하나가 워킹맘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5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들어주면 좋을 텐데, 그 5분이 없었던 날들이 생각난다. 짜증의 정체를 꿰뚫어 보는 아이 주호는 짜증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상대방이 싫은 행동을 하거나 내가 싫은 행동을 받으면 생긴다고.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자주 생긴다는 것은 서로의 무언가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p.76).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인다. "엄마가 먼저 하라고 말하면 날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가끔은 엄마가 제일 편해서 짜증을 낸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p.79) 가장 편한 사람에게 가장 날 선 모습을 보이는 것 — 어른인 나도 마찬가지다. 짜증의 대상이 엄마가 되는 이유를 아이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풀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아이 작품을 엄마가 알아맞히지 못해 속상해하던 아이가 펑펑 울며 내뱉은 말이다. "내가 지금 풀려고 노력 중인 거 안 보여? 엄마랑 얘기하고 있는 게 풀려고 애쓰는 거라고. 근데 엄마는 그것도 못 기다려줘. 지금 내가 얼마나 속상한데." (p.87)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감정을 풀려는 시도였다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 고집과 가족 돌봄의 무게 친정 엄마를 돌보느라 온 가족이 함께 지치고, 그 힘듦이 갈등으로 번지는 과정은 많은 가정에서 겪는 이야기일 것이다. 글의 마지막에 인용된 김종원 작가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 세상에 화를 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p.108) 첫째와 둘째를 섞고 싶다는 고백 첫째와 둘째를 '섞고 싶다'는 고백(p.112)에서는 나도 농담처럼 했던 말이 생각났다. 첫째와 둘째를 반반 섞어 놓기만 해도 내 인생의 난제가 절반은 줄었을 거라는 말. 이런 마음이 내 것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됐다. 태성이의 마음 — 내가 잘못한 건가 태성이는 엄마와 같은 학교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했을까. 그런데 언어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아버지가 실망하자, 태성이는 '자기가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p.134). 마음이 아팠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손편지 한 장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 문제로 며칠간 무너져 있던 엄마에게, 아이가 손편지를 써 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마가 하는 일이 잘 되길 바랍니다. 사랑해요." (p.168)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몰라도, 엄마의 감정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의 마음에 뭉클했다. 이런 편지 한 장이 지친 하루를 버티게 한다. 방석을 놔드려야겠다는 아이 꼬리뼈에 멍이 들어도 같이 슬라이드를 타주는 엄마에게, 아이는 방석을 놔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p.172). 엄마의 수고로움을 조용히 챙겨주는 아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 엄마 기분은 빨간색 집에 오는 길에 신호등을 보며 엄마의 기분을 색깔로 맞춰보려 했다는 주호. 엄마의 평소 기분은 빨간색이라고 한다. 숙제를 안 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자주 화를 내니까(p.203). 초등학교 5학년인 주호는 퇴근하자마자 아픈 형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엄마를 위해 된장찌개를 끓이기도 했다(p.209). 빨간불이 켜지는 엄마의 속사정을 아이는 어떻게 다 알고 있을까. 엄마의 학생이었으면 "내가 엄마 딸이 아니고 엄마 학생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p.216) 공부방을 운영하느라 정작 내 아이의 공부는 봐주지 못했던 엄마가 이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도 비슷한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도둑게 분양 "엄마, 나 키우는 것도 힘들 텐데. 도둑게까지 안 키워도 돼." (p.223) 어떻게 이런 말을 생각해 낼까.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러면서도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소소한 행복의 정의 "소소한 행복이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p.238) 파란색처럼, 행복은 늘 옆에 있다. 아이는 벌써 행복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마음고생하지 마세요 책의 말미에서 주지스님의 말을 통해 한 엄마가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 나온다. "일상에서 마음 때문에 마음고생하지 마세요. 그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라 그렇게 일어날 만한 조건에서 일어난 그 마음입니다." (p.256) 아이를 다그치게 만드는 것은 나의 본래 마음이 아니라, 마음고생을 할 만한 조건에서 일어난 마음이라는 것. 이 문장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를 탓하기 전에, 그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나가며 에필로그에는 다섯 가족, 열 명의 작가들이 왜 이 책을 쓰게 됐는지 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읽으면서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아빠 작가는 없을까? 책을 덮고 나서 오래도록, 우리 아이들을 키웠던 날들이 떠올랐다.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자기 감정을 이해하며, 엄마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주호의 말처럼, 이 책이 어른들이 아이의 진심을 이해하고 더 많이 응원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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