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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외국에서 외국어로 쓴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작가의 의도를 100% 알 수는 없다. 특히 한국의 번역책이라는게 나라마나 일정한 공식이 있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번역가들의 번역방식이 너무 비슷해서 늘 실망이다. 일본 작가의 책이라는 카테고리도 그렇다. 어딘가 일본 작가의 책을 번역한 책이라는 문장이 있는 듯하다. 번역가들이 너무 게으른거 아닌가. [분노]는 1권에서는 맨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유력 용의자가 성형수술을 하고 숨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 경찰들이 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시작한다. 큰 질문 하나에 총 3명의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믿을 것인가.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지도, 나쁜 행동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절대 그럴리 없다는 일을 했다. 묻었다. "그럴리 없다"는 건 무슨 뜻이야? 세상에 그럴리 없는 사람은 없다. 상황과 요건이 그럴리 없는 사람을 그럴리 있는 사람으로도 없는 사람으로도 만든다. 그때 내가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이 그랬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못 믿니?" 왜 사람이 하는 일이 "믿음"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코는 어딘가 조금 모자라는 여자다. 누군가가 자신을 예뻐해주기만 하면 자신의 성기가 다 망가져서 형태가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해달라는 대로 해준다. 아버지가 미친듯이 찾아헤매다 만난 아이코는 불편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아니다. 그런 딸을 평범하게 좋아해주는 타시마. 왜 이 남자는 딸을 좋아해줄까. 이즈미는 여러 유부남과 바람을 피는 엄마 덕분에 매번 한밤중에 도망간다. 결국 오키나와 섬으로 간 이즈미는 우연히 멀리떨어진 무인도에서 한 남자 타나카를 만난다. 이상하지만 그래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어른이다. 타츠야는 이즈미가 미군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나서지 못한다. 이즈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 유마는 게이클럽(정확하게는 게이들이 섹스를 하려고 모이는 장소)에서 나오토를 만나자마자 강간한다. 갈데가 없는 나오토는 유마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되고, 차츰 말없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아무도 돌보려하지 않는 치매환자인 엄마에게 나오토는 유마의 그 어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대한다. 타시마, 타나카, 유마. 이 셋은 텔레비젼 화면에 나온 잔인한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닮았다. "왜 나를 사랑하는가?" 사실 믿음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자존감에 대한 물음이 아닌가 싶다. 의심한다고 믿음이 없는 건가? 전혀 다른 이슈인데 한 카테고리안에 넣으려고 하니 이상하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백만가지라도 이전에 살인자일수도 있다. 어쩌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