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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막막히 혼자 남겨졌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외계인조차 나타나지 않는다면. 빛의 속도를 뚫고 날아간 우주 한복판에서 외롭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을 당신을 위한 소설. 곽재식의 『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끝』을 보낸다. 200억 년의 시간이 흘러 우리가 흔적조차 없다고 해도 나는 외롭게 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며 이 책을 우주선 안에 넣어 발사 시키겠다. 나도 그 안에 타고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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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라는 게 뭔가. 내가 있는 이곳, 내가 보는 것들을 벗어난 뭔가를 그려 보는 일일 테다. 내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므로, 허황될 수도 있고,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아무도 뭐라고 나무라지 않을 머릿속 작업. 그런 상상들이 이 소설에는 무수하게 나온다. 누구나 한번 쯤 해 보았을 만한 상상, 그러나 부질없다 싶어 곧 치워 버리고 말 상상, 그런 낯익은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꼬리를 따라 가면서는 결국 웃을 수밖에 없게 되고-너무도 그럴 듯해서, 너무도 적절해서. 계속 읽는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괜찮고, 앞으로도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소설가의 작품에서 이런 정도의 인상을 받았다면 이건 독자로서도 좋은 일이다. 그만큼 기쁜 공간 하나를 더 얻은 셈이니.
이 작가의 소설에서 내가 왜 거부감을 느낀 적이 없었던가 한번 돌아보았다. 내용이다. 내가 거북하게 느끼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잔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나 그들이 벌이는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수 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고 있음에도 이런 쪽의 묘사가 없으니 읽는 내 마음이 우선 편하다. 나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이런 쪽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뒤틀린 인물의 충동적 행동이나 말도 안 되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이해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은 싫다. 그리고 결말의 독특함이다. 내 예상을 벗어나는 참신한 반전, 작품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서 마침내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쯤은 결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짐작할 수 있게 될까. 그런 날이 왔으면 싶기도 하고, 이대로 오지 않아도 좋으니 작가가 더더욱 새로운 결말을 보여 주었으면 싶기도 하다.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전체적인 주제는 세상을 향한 낙관적인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암울하다. 이대로 이렇게만 된다면 정말 살맛 안 나는 세상이 되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그 암울한 사이사이에 작가의 유머가 담겨 있다. 반짝반짝 웃음을 일으키며 빛났다가 숨었다가 한다. 그게 지금의 세상에서 숨을 쉬게 해 준다. 학생의 입시 스트레스도, 청년의 취업 스트레스도, 미혼의 결혼 스트레스도, 부부의 자녀 교육 스트레스도, 정치인을 향한 혐오 스트레스도, 세계화에 따른 국제 스트레스도, 멀리 우주 밖까지 내다 보는 미래 스트레스까지 모조리 들먹이면서 툭툭 건드린다. 우리 다들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이냐고.
다음에 새로 그의 책을 읽게 되는 기회가 온다면, 새책을 만나게 된다면, 정리를 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둔다. 어떻게 정리해 볼까, 그건 그때 더 궁리하기로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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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를 즐겨 쓰고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랑의 달인일리는 없지만 곽재식 작가는 실제 생활도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가슴 두근거리고 지레 짐작하고 없는 용기를 끄집어 내어 겨우 겨우 고백하는 사랑에는 전문가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른바 공대생의 사랑이라고 할만한. 그동안의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장편도 단편도 각각의 색깔을 가지면서 좋았는데 아무래도 단편쪽이 평이 더 좋았는지 이번에도 기존의 작품들중에 고르고 새로 쓰기도 한 단편집이 나왔다. 표제작인 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끝은 제목만큼 내용이 기발하고 참신하진 않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지난번 곽재식 작가와의 모임에서 미리 언급된 적이 있어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생각보다는 좀 덜하다는 느낌. 오히려 다른 작품들의 결이랄까 이야기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실려있는 여덟편의 작품은 보는 이의 취향이나 개성에 따라 선호도가 각각 다르겠지만 내게 제일 좋았던 건 맨 처음에 실린 그녀를 만나다라는 단편이다. 요즘 메르스가 심각한 문제이기도 해서 그런가..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만약에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 관계라면 이렇게도 정리가 되겠지만 만약 같이 살던 부부라면??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될까? 그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을텐데.. 아이들은??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소설속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맨인블랙 2편을 떠올리게 하는 읽다가 그만두면 큰일나는 글도 기발하고 구운몽이 떠올려지는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도 참신하다. 작가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가 정연하고 이론적으로 탁월한 SF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이른바 하드SF 팬이라고 불러보자..) 곽재식 작가의 SF에 넉넉한 평점을 주기는 힘들거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현재의 과학적 토대 혹은 발전 양상에서 그게 말이 되냐??는 질문부터 던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틀안에 갇혀 상상력이 메마르고 이야기가 뻣뻣한 소설보다는 인간의 냄새가 풍기는 글을 좋아한다면.. 독심술이나 초능력 같은 단편에서 풍기는 아기자기하고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에 더 매료될거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공대생 혹은 공대 감성의 남자들이 더 좋아할만한 소설집이다. 좋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당꼭결(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