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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말기의 격동 속에서 상대적으로 역사에서 가려졌던 인물인 순헌황귀비 엄씨를 전면에 내세운 역사소설로 작가님은 엄씨를 단순히 “고종의 후궁”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인물을 정치적 감각과 생존 본능, 그리고 교육에 대한 신념을 가진 여성으로 재해석하는 듯 했다.
대한제국 말기는 을미사변, 아관파천, 열강의 각축 등 복잡한 사건이 연이어 등장하는 시기인데, 이 작품은 이를 딱딱한 설명보다 빠른 전개와 극적인 장면 중심으로 풀어낸다. 특히 우리가 역사수업 시간에 이런 게 있었다 정도로 알고 넘어갔던 아관파천은 이 소설로 인해 생생히 묘사되고 있으며, 고종과 황태자를 탈출시키는 장면은 ‘마치 첩보영화와 같이 긴장감 있게 묘사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엄씨라는 인물을 단순한 권력 지향형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행동한 현실적 전략가로 그린다는 점이다. 화려한 가문이나 절대적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궁녀 출신이라는 한계를 지닌 인물이 자신의 판단력과 대범함으로 살아남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그래서 독자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기보다 한 여성의 성장 서사를 읽는 느낌도 있다.
기존의 대한제국 관련 콘텐츠가 명성황후 중심으로만 소비되던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역사적 격변기에 한 여성이 어떻게 시대를 살았는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권현숙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