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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공포에 떨어야 했다. 186명의 환자 가운데 36명이 사망했다. 메르스는 낙타에서 인간으로 전염된 질병이었다. 몇 년 전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와 조류독감·신종플루도 마찬가지로 동물이 인간에게 전해준 질병이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갖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라고 말한다. 이런 바이러스가 세계화에 따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3년 개봉된 영화 ‘감기’에서 보면 동남아인들이 컨테이너에 몸을 숨기고 한국으로 밀항한다. 그들이 출발한 장소는 아마도 중국 광둥성 부근일 것이다. 야생동물을 파는 재래시장이 있어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광둥성은 홍콩과 가까이 자리해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기 쉬운 장소다. 사스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영화 ‘감기’에서 한 도시 전체가 감염된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판데믹(Pandemic)을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한다. 격리된 사람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판데믹은 모두를 뜻하는 ‘판(pan)’과 사람을 뜻하는 ‘데믹(demic)’이 합쳐진 단어로, 글자 그대로 모든 사람을 감염시키는 질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된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 단계를 6단계로 나누는데, 최고 등급이 바로 판데믹이다. ‘감기’에 등장한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높고 치사율 또한 높다. 말 그대로 모든 사람에게 전염되고 또 사망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질병이 전염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을 감염시키지는 않는다. 또한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죽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기에 전염병에도 잘 견디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감기’에서는 소녀가 질병을 이겨내고 항체가 생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살지 않았던 구석기시대에는 이런 질병이 없었다. 그러나 신석기시대 이후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런 질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문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동물에게서 인간에게로 전명되는 질병은 동물을 좁은 장소에서 많이 사육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질병은 언제라도 인간 세상을 강타할 것이다. 이들은 생물학적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언제 터질지 그 시간은 모르지만 반드시 터지고야 만다. 성대한 바이러스 파티는 이제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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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병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도 낯선 전염병은 하루가 다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또, 또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했다. 예방할 수 없는 병이란 사실이 불안했다. 사람들은 일상을 유지했지만 살짝 건드리면 와장창 무너질 일상이었을 뿐. 알려진 것은 많지 않았다. 무력한 삶들은 그저 끔찍한 전염병이 나만은 피해가길, 이곳은 모른 체 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은 버키의 단단한 바람을 비웃고, 주변을 차례로 쓰러뜨린다. 보란 듯이 건강하고 빛나던 어린 생들을 휩쓴다. 버키는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고, 생글생글 웃는 허비”와 “다이빙 선수 도널드, 원반던지기 선수 도널드, 해군 항공부대원이 될 도널드”의 무너진 꿈을 떠올리며 좌절한다. 결국 대부분의 삶은 폴리오 그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병원균”에 무너지고 만다. 애써 일상을 유지하던 사람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하고, 의심스럽고 나약한 존재(고양이, 장애인, 이방인)들에게 혐오를 쏟는다. 얼마 전 정부는 일상 복귀를 권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메르스 사태도 이제 한풀 꺾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메르스라는 유령이 주변을 드리우고 있다는 예감은 떨칠 수가 없다. 이 유령이 만든 굵직한 생채기들도 가볍게 넘기지 못하겠다. 일부 완치자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후유증이 생겼다고 한다. 슈퍼 전파자로 지목되었던 환자들, 가족의 임종과 장례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유가족 상당수가 호소하는 트라우마 증상은 또 어찌할까. 마스크, 손 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리던 얼마 전 풍경들을 나는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미 2006년 출간된 책의 경고가 2015년의 한국을 정확히 가리킨다. 한국의 대형병원들이 메르스의 진원지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대형 의료 마트가 된 병원”을 예전처럼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책 뒷부분에는 ‘병원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14가지 방법’이 실려 있다.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길 바란다)
다시 메르스를 생각한다. 세상은 서둘러 메르스를 지우려는 듯하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지표, ‘경제’의 가장 큰 적, 메르스는 더 빨리 소멸해야 한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따져 묻고 싶다. 모든 것은 정확한 정보였나? 그 조치들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나? 책임자들은 책임을 졌나?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모르는 것은 너무나 많고 아는 것은 지독히 적다. 때문에 우리는 아직 메르스를 보낼 수 없다. 떠난 목숨이 너무 많다. 다시 모습을 바꾼 바이러스가 저승사자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두렵고, 두렵다.
*<빅이슈코리아> 117호(2015.08)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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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