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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특성으로 되어있다. 그렇지만 대형유인원들의 간단한 도구사용은 그것이 꼭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연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고, 최초의 도구 역시 인간이 만들었을까? 프랑스의 고인류학자 '파스칼 피크'와 '엘렌 로슈'가 공동 집필한 이 책 [최초의 도구]는, 현재 통용되는 진화에 대한 이해에 근거한 진화론적 인류학의 맥락에서 최초의 도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제작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흔히 최초의 도구라 하면 우선 석기를 떠 올린다. 따라서 인류가 돌로 만든 도구, 즉 석기를 사용한 일련의 시기인 구석기시대가 그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워온 것이 그것이니 말이다. 또한 학자들은 유럽의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을 근거로 구석기시대를 분류하였다. 규석을 이용하여 날이 선 석기를 만들어낸 후기구석기시대는 크로마뇽인과 연결하였고, 돌 조각을 이용한 도구가 제작된 중기구석기시대는 네안데르탈인과, 그리고 주먹도끼가 나타난 전기구석시대는 호모에렉투스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와 연결하는 구분법으로, 도구의 제작을 호미니드의 특징으로 본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선사유적지에서 발견되는 그 이전에 제작된 도구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호미니드의 기술진화에 대한 연구는 돌로 된 유물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석기는 호미니드가 사용한 여러 도구들 중의 하나이지만,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보존되는 것은 돌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석기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도구의 이용이 없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도구는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250만년전의 것이다. 그리고 고고선사학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그 지역에는 호모 속(屬)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종이 공존했다고 한다. 도구란 돌이나 나무막대기, 잔가지와 같이 자연상태의 원형에 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1차적 도구뿐만이 아니라 돌 조각처럼 다른 물건을 이용해 만든 2차적 도구, 다른 도구의 기능을 개선한 메타적 도구 모두를 포함한다고 볼 때,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행동이라고 한다. 따라서 도구의 시작을 논한다는 것은 문화의 기원을 논하는 것이고, 문화의 기원을 논한다는 것은 생물 종의 행동양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각 종이 행하는 어떤 행동을 문화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행동에 해당되어야 하고, 집단 내 개체는 물론 다른 집단으로도 전파되어야 하며, 시간이 흘러도 보존되어야 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도구를 사용하고 만드는 능력이 문화에 이를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각 계통의 고유한 진화역사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다양한 집단이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내고 학습, 계승의 역량을 발휘하여 고유한 정체성을 갖추게 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볼 때, 석기는 단지 흔적을 지닌 최초의 도구일 뿐이다. 저자는 석기가 개발되기 이전에도 아프리카에 살았던 호미니드 종이 침팬지나 그 밖의 동물 종들과 마찬가지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문화적 행동을 했을 것 이라 가정하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적 행동을 처음 시작한 종은 과연 어떤 종이었을까? 앞으로의 연구에 따라 인류를 포함한 동물종 진화의 역사는 다시 쓰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흥분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