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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시대 오(吳)나라 출신의 천재 병법가이자 전략가인 손무가 지은 대표적인 병법서. 비록 국토가 둘로 갈리어 있다고는 하나 총칼로 무장하고 생존을 위해 남을 죽이는 시대는 분명 아니다. 직업군인이라면 모를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병법은 딱히 익힐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무언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자병법>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힌다. 경쟁이 기본 질서로 확고히 자리 잡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낙오되지 않을까라는 현대인의 고민이 책 선택에서부터 엿보인다. 어떠한 마음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책은 달리 읽힌다. 손자병법을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인 이들이 왠지 대다수일 것만 같다. 많은 전략을 내포했다고는 하나 저자는 실상 최고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무한경쟁 질서를 거부할 수는 없을 터인데 과연 이 책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조금은 의아한 가운데 전장을 향해 걸어가는 장수가 되어 뚜벅뚜벅 책 안으로 걸어들어가 보았다. 오늘날 싸움은 대면하지 않아도 일어난다. 버튼 하나 꾹 누르기만 하여도 무시무시한 화학물질을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는 시대이므로 손무의 전략을 곧이곧대로 따른다 하여 승리를 보장할 순 없다. 고로 책을 병법으로만 받아들이는 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싶었다. 이런 인식을 기본으로 삼아서인지, 나에게 손자병법은 사람을 다루는 법처럼 다가왔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지녔을지라도 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은 병사다. 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똘똘 뭉친 병사들이 상관의 지시를 일사분란하게 이행할 때 승리의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군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남들보다 정신력이 강인한 자, 체력이 강한 자 등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리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평화로운 시절에는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온 이 하나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단지 수를 채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들의 마음을 잘 다독이면서 전진하게끔 만드는 게 관건이다. 훌륭한 지도자라면 능히 그리 해야만 한다. 군 조직이 아닐지라도 이는 같다. 수평 관계를 지향한다 하여도 직위, 직급에 따른 역할의 분담은 대부분의 조직이 지니고 있다. 조직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간관리자 이상의 인물들은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디딘 이들이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능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터인데, 사람에 따라 어떠한 방식을 취하느냐는 각기 달라질 수 있다. 엄격한 규율을 적용한다거나 힘의 논리를 들이대는 게 통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반대로 차근차근 어떤 부분이 부족한가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무엇이 최선인지를 판단하는 건 상사의 몫이다. 전쟁 중 군대의 상사가 그릇된 판단을 했을 시 전쟁에서 참패하는 것은 물론 모두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 관리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중요하다. 지위가 올라가고 그에 합당한 역할을 수행하는 건 나이가 든다 하여 저절로 가능해지는 건 아니지 싶다. 업무 능력의 배양과 동시에 많은 구성원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 또한 키워야 하는데, 관리자들이 관리자다운 자질을 보유할 수 있도록 충분한 투자를 하는 조직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이나 싶을지 미심쩍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전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함으로써 도리어 직행하여 앞지르고 해로운 것으로써 도리어 이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부러 길을 우회하며 유리함을 주는 듯이 하여 적을 유혹하고, 먼저 앞서는 사람은 우회함으로써 가까운 길을 곧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아는 우직지계의 병법을 알아야 한다. 당장에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많은 이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는 오늘날이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진정 중요한 것을 잃는 경우도 잦다. 스스로에게 지금 옳은 길에 서 있는지를 물을 수 있는 이들이, 순간의 뒷걸음질을 부끄러움이 아닌 보다 멀리 도약하기 위한 준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 사회에 많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