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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두번 읽었다. 처음 읽었을때 이해 하지 못했던 것들과 혼동스러웠던 것들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였다. 실망감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커진 것은 죽은 전갈에 대한 동정이었다. 덕분에 나는 그가 무더운 여름의 지구 어느 곳에서 스콜을 기다리며 죽음을 맞았을때, 나는 그것으로 그의 동정에 대한 위안을 삼았다.
작가는 독자가 그(효신)에게 동정을 느끼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는 듯했다. 그가 나태하고 게으르며, 타락했고, 자해하는 나약한 인간이라서? 하지만 그런 모습은 인간의 모습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도가 지나치지만 부정할수 없는 연민이 남는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다. 주제가 무겁지만, T. 다시 말해 Ka라는 신을 섬기는 그녀가 그의 삶에 관여하면서 글은 신비로우면서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번더 읽어보고 나면 그 책에 ka나 악이나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한걸음 이해 할수 있을 듯 싶다. [인상깊은구절] 그는 천칭자리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황도 십이성좌의 악보를 읽으려 고개를 쳐들었다. 눈물 따윈 흘러나오지 않았다. 모난 빛을 발하는 은하의 유성우와 차갑고 강한 우주늑대의 이빨만 선명할 뿐이었다. 분명 대낮이엇고, 구름이 많이 끼여 곧 스콜이 내릴 듯하였는데도, 그의 충혈된 두 눈엔 그게 보였다. 그의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은 이러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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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표현들. 어쩌면 문체라는 것, 말투라는 것도 마약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애초에는 1의 분량만 있어도 취할 수 있던 것이 이제는 100의 분량이 있어야 취하게 되는 그런 것. 작가가 점점 표현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며칠 전 읽었던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에 실렸던 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극악스런 표현들. 예를 들자면 "그는 생각한다. 자기는 지옥에서 청춘을 낭비하고 있기에, 죽어서는 반드시 천국에 갈 거라고 말이다. 그는 가운을 벗고, 호화롭기 그지없는 지옥의 만다라 중앙에 놓인 수영장 안으로 뛰어든다."와 같은 가혹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자학의 표현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캐나다로 도망찬 재벌을 아버지를 둔 나의 파탄에 이른 심경과 애정 행각 등이 주요 소재. 대한민국에 있는 약혼녀 G와 뉴욕에서 알게 되었으며 카라는 영혼의 신랑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의 상류층인 T, 그리고 역시 뉴욕에서부터 알아왔으며 보트피플로 마약을 공급해주는 스티브 등의 등장 인물.스위스에 있다 잠깐의 경유지로 삼아 다시금 한국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말라리아로 아예 멈추게 된 베트남이라는 공간.
어딘지 꽤나 잔혹한 역사적 배경탓에 습습하고 퇴폐적인 일면을 지니는 베트남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마약에 찌든 영혼들이 스스로를 만류하지 못하고 제 삶을 파탄으로 길어 올리는 진행도 그럴 듯하다. 게다가 절절한 절망의 사건들 속에서도 이응준 특유의 사금파리 같은 반짝임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문장들,예를 들자면 "그는 T의 소극적인 단어 선택과 친절한 말투가 어색했다. 마치 호랑이가 제 아가리에 물려진 토끼더러, 근데 나 씹어도 되나요? 라고 동의를 구하는 것만 같았다.", 도 감정의 골을 메워주는 데에 일조한다.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뛰쳐나갈수 있다는 듯, 엉덩이 치켜세운 출발의 자세를 유지하는 악마성의 도약을 보여주는 소설. 손짓발짓하여 발악을 해보았자 한 번 틀어져버린 무엇은 다시금 그 원형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레짐작하는 듯한 소설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은 그 끄나풀에 의지하여 또는 스스로가 끄나플이 되어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로 읽어도 무방하다.
소설이 끝나고 난 다음에 문학 평론가 김미현과 이응준의 대담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미현 - 당신은 누구보다 악의 유혹성을 잘 아는 작가같다. 악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응준 - 나는 탐미주의자다. 그럼에도 안식을 원한다.
작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봄바람에 날리는 꽃가루마냥 팔랑거리지만, 조금 있으면 잔뜩지쳐서 차창에 뿌옇게 황사처럼 내려 앉아야 하는 심경. 일상의 진행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일상을 배반하면서 추근대는 유혹들을 잘도 다루는 작가다. 아무래도 난 탐미적인(음. 이것에 대해 잠시 생각,하지만 어울리는 답변을 찾는 데 실패,자조적으로 웃고 맘) 문장들에 약하다. [인상깊은구절] '이 행병은 죽어서 천국에 임할 것이다. 그가 지옥에서 그의 청춘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엉터리, 개 같은 수사학이었다. 지옥에서 청춘을 탕진했다 하여 감히 천국에 입장할 수 있다고 뻥을 치다니! 설사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일찍이 지옥에서 생을 물 말아 먹은 건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데라면, 거기가 바로 천국은 커녕 무간지옥이리라. 게다가 그는, 그토록 터무니없이 바싼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 천국 나부랭이는 원치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