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체냐 해탈이냐』 제목부터가 어딘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심각하기도 하고, 암울한 종말론과 희망찬 새로움이 교차하기도 하고, 용어 자체가 철학이나 불교학 같은 냄새도 납니다. 하지만, 종교의 신성함이라든가 생명력이 의심스러워진 당대에 있어서 과연 종교가(물론 기독교를 포함하여) 아직도 그 존재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가(또는 지닐 수 있는가) 하는 진지한 물음을 이 책은 던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가리켜 포스트 모던의 시대라고 합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인지에 대한 질문은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혹자의 말대로 아직 이 땅에는 모더니즘의 시대조차 온 적이 없다고 하는 통찰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 홀로만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특징을 나타내는 스피드, 다양성, 미시적이라는 말들이 암시하고 있듯이 세계는 엄청난 가속도로 변해 가고 있는데 우리의 지적 통찰력과 분별력은 그 변화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질이 정신을 앞서는 시대입니다.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요,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다." 문화 신학자 틸리히의 명제처럼 종교는 이러한 시대의 문화와 사상과 정신을 담아내고 이끌어 가야 하는데, 이미 정신을 넘어서 독자적 진화의 생명력을 획득한 물질문명은 이제 종교마저도 해체하려 듭니다. 사실, 종교, 특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독교는, 이제 시대의 정신과 문화와 문명을 주도하기는커녕 따라잡기에도 힘겨운 상태입니다. 한술 더 떠서 아예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려 하고 거부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예측은커녕 추적과 해석도 미미한 교회가 예언자의 기능을 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예언자적인 기능을 상실한 교회는 수구 반동적일 수밖에 없고, 도태 내지는 해체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그럼에도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포괄적이면서도 상세한 진단과 더불어 이 책은 변화해갈 시대의 상을 예언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변화하지 않으려는 종교의 해체를 경고하고, 해탈할 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생각납니다. 조국의 멸망과 회복의 메시지를 동시에 외치고 있는 선지자라는 관점에서 이 책은 21세기의 예레미야서입니다. 하지만 예레미야서가 눈물의 책이라면 이 책은 소망과 기대의 책입니다. 새로움에 대한 염원이 가득한 책입니다. 신학이나 철학책도 아니고 과학책도 아닙니다. 이 책은 예언서요 한편의 설교입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리고 다양한 상식을 익힐 수 있는 책입니다. 동시에 깊은 사색과 숙고를 이끌어 내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