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의 책은 재미있다. 마치 직접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직설적인 단어와 문장, 그리고 빠른 전개에 쉽게 빨려 들어간다. 그런데 도올의 책은 너무 산만하다. 다 읽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아리송하다. TV 강의에서도 그러하듯, 공자를 논하다 어느 새 예수를 논하고, 노자를 논하다 어느 새 화이트 헤드를 논하고, 또 그러다 도올 자신의 이런저런 얘기가 튀어나와 한없이 길어지고....... 자타가 공인하다시피 도올은 박학다식하다. 그래서일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이 책 역시 그런 도올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다른 책들에 비하면 주제에 충실하려 노력한 책이라 생각된다.
우린 흔히 아주 쉬운 말인 것 같으면서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대화를 '선문답'이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선문답 즉 '公案(공안)'들의 모음인 <벽암록>에 대한 해설서로서, 우리에게 다소 낯설은 선불교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여타 진지한 해설서와는 달리 도올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에다, 때에 따라서는 비어, 욕설까지도 사용하는 등 비교적 쉽게 쓰여졌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햄릿> 역시 공안이라고 하면서 영어 원문과 풀이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모처럼 셰익스피어의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문장들을 대하는 느낌이 꽤 신선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禪(선)의 문제, 깨달음의 문제는 여전히 알기 힘들다. 숭산대선사의 말씀처럼 깨달음이란 눈으로 혹은 머리로 많이 읽었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불자나 학자가 아니면 접하기 힘들었던 공안을 주욱 한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불교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일조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macbeth V/v) 인생이란 걸어가는 그림자, 자기가 맡은 시간만은 장한 듯이 무대위서 떠들지만 그것이 지나가면 잊혀지는 가련한 배우일 뿐. 인생이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시끄러운 소리와 광포로 가득하지만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이야기.햄릿>벽암록> |
|
난 도올을 좋아한다. 항상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그 분의 눈은 언제나 번득이고 있다. 그리고 학문에 바탕을 둔 그의 자신감은 언제나 꼿꼿하다. 이번에 도올선생의 책 "화두, 혜능과 세익스피어"를 보게 되었다. 물론 언매치한 제목 같게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묘한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기도 하지만, 혜능과 세익스피어를 같은 레벨에서 보았다는 자체가 유쾌하기 그지 없다.
솔직히 이 책은 재미있는 퍼즐을 푸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나의 화두를 읽고 그리고 도올선생이 풀어주는 그 화두의 풀이를 보고... 그러자니 이것은 영락없는 퍼즐풀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물론 그런것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나의 어설픈 지식과 지혜로는 그런 선승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완전히 구름잡는 말뿐인것은 사실이었다. 전혀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그런 화두들. 그러나 여기에 벼락을 치는듯한 도올선생의 풀이가 가해지면 이것도 묘한 흥미로서 다가온다. 아 하. 이 한마디.
물론 여전히 저멀리서 웃고있는 화두들은 나의 손짓을 거부하고 있긴 하지만, 도올선생이 안내해주는 길은 그리 어렵지도, 그리고 딱딱하지도 않다. 거기에다 단 한번 듣고서 깨닫는 다는 행운을 안는다면 이 또한 얼마나 복된 일인가. 인간에 대한 성찰과 진리에 대한 번뜩이는 영감이 함께 한다는 데에서는 세익스피어와 혜능이 함께 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인간의 깨달음이란 인간 고존의 본연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결국 전수될 수 없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결국 나 개인의 시공의 연출의 한 계기인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진입할 수 없는 나의 몸의 공이다. 벽암록은 이러한 몸의 공의 전수가 아닌 조영이다. 100칙의 공안이 모두 독립된 절대적 깨달음의 계기들이다. 우리는 여기서 벽암록을 읽는 태도를 명백히 해야한다. 벽암록은 조사들의 법사를 밝히려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백개의 등이 동시에 상즉상입하는 화엄의 장관이다. 그것은 생명이 약동치는 조사들으 삶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의 가능성을 자각할 수 있을 뿐이다. |
|
동양인의 눈에는 동양의것이 친숙해보이고 서양인의 눈에는 서양의것이 친숙해보인다. 동양의 역사를가지고 서양의 지식을 배우면서 살아가는 한국사람에게서는 두가지 모두가 생소할뿐이다. 동양이라는것은 어버이 세대의 구 유물인것 같고 서양이라는것은 신세대들의 난해한 문화같기도 한 어디에도 발붙히고 편하게 쉴만한 곳이 없는 정처없는 나그네의 입장과 유사한것이 한국의 문화 정체성이 아닐까 ?
물론 이책은 그러한것이 아니다. 혜능 마조 등의 중국의 선이라는 독창적인 문화가 제시했던 정수와 햄릿 멕베드에서 나오는 인간의 절규가 묘하게 일치되어 하나의 화음을 구성할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신기하게 들리기도한다. 마치 대금과 오보애가 만나서 화음을 연출하는것 같기도 하고그러한 화음속에서 하나의 범주에서 머물기만 고집하는 하나의 아집을 선은 깨어버린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섹스피어를 만나면 섹스피어를 죽이고 인터넷을 만나면 인터넷을 죽여야하는 ... [인상깊은구절] 아침먹었는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