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몇 시간이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고 무언가를 느낄 필요도 없다. 재미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미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추리 소설의 트릭, 하드보일드 요소는 전무하고 단지 연쇄 살인이 있는데 그것 또한 한 사람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단순한 여러 사람에 의한 연쇄 살인이다. 살인을 저지하거나 범인을 추적하는 일도 없다. 우연히 PC통신을 통해계획을 알게 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 남자는 살인을 막으려는 생각도 없고 계획을 알리려는 생각도 없다. 살인 캠프에 참가한 잡다한 인간들. 우연히 참가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누군가 살인을 목적으로 참가시킨 사람들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생각났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작가의 역량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계획적 살인자, 살인을 하고 도망친 진짜 살인자, 미치광이 살인자. 이렇게 세 부류의 살인자들이 등장해서 살인 계획을 무너뜨리고 그 가운데 요행히 살아 남은 사람들만이 존재하게 된다. 좀 더 많이 다듬고 더 많이 심혈을 기울였다면 존 더 나은 작품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가 어떤 작품을 쓸 것인가, 또 화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과감히 버릴 인물은 누구인가를 좀 더 생각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에 선악의 대비에 대해 작가는 말하고 있는데 어떤 선과 어떤 악을 말하는 건지 좀 모호하고 사회 문제는 한가지만 건드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