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나 '전쟁의 비극'으로만 보면 평범한 서평이 된다.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지도' 통해 인간의 본심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 주인공 알마시는 평생 지도에 선을 그으며 사막을 연구한 인물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은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사막처럼, 국가나 이름이라는 선이 없는 자유였다. 그가 전신 화상을 입어 얼굴과 국적을 잃어버린 '영국인 환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온전한 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설정은 날카롭고도 씁쓸하다. 국가가 그어놓은 경계선이 개인의 삶과 사랑을 어떻게 무자비하게 짓밟는지 보여준다. 알마시의 비극은 전쟁터에서 그저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고 싶었던 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이 작품은 거대한 세상의 규칙에 끝까지 순응하지 않았던 이들의 쓸쓸한 기록이다. |
|
역대 부커상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50주년 기념 황금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마이클 온다치의 대표작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봄과 여름, 이탈리아의 옛 수녀원에 머물렀던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기술하며 원초적인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 보이는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이야기다.
🔖 어쩌면 이것이 전쟁에서 벗어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한다. 돌봐야 할 화상 입은 사내, 분수대에서 세탁해야 할 침대보 몇 장, 벽에 정원이 그려져 있는 방. 마치 남아 있는 것이라곤 과거를 담은 캡슐인 듯이. 베르디보다도 훨씬 오래전의 과거, 난간이나 창문을 고려 중인 메디치 가문 사람들, 15세기 최고의 건축가를 초대해 한밤중에 촛불을 밝혀 들고 그 풍경을 담아낼 더 훌륭한 무언가를 요청했던 과거. (p. 45~46)
🔖 “슬픔에서 너 자신을 지켜야 해. 슬픔은 증오에 아주 가까워. 내 말해 주지. 내가 배운 건 이거야. 함께 나눔으로써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독을 마시면 그 독을 네 안에 대신 담아 두게 되는 거야. 사막인 들은 너보다 현명했어. 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를 구했던 거야. 하지만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그를 버리고 떠났어.” (p. 61)
화상을 입은 채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자신의 이름도 잃어버린 호기심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불이 붙은 채 사막으로 추락했다고 말하는 영국인 환자 그리고 수도원을 개조한 병원에 홀로 남은 채 화상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해나. 해나 아버지의 친구인 카라바조, 시크교도 공병 킵까지 네 사람의 기묘한 동거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의 모습으로 인해 때로는 긴장감을 때로는 평온함을 주며 영국인 화상 환자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호한 경계 속에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 우리는 젊을 때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아. 늙어서 우리의 이름, 우리의 전설, 우리의 삶이 미래에 미치는 의미를 고려하게 될 때 우리는 우리가 붙인 이름들로 자만해지고, 최초로 본 탐험자라고, 가장 강한 군대였다고, 제일 영리한 상인이었다고 주장하지. 나르키소스가 조각된 자신의 이미지를 갈망하게 되는 것은 늙었을 때야.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이 과거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었어. 우린 과거로 항해했지. 우리는 젊었어. (p. 179)
🔖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그녀는 내면의 자신을 조용히 뒤로 물러서게 하고 자신의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 수많은 간호사가 상아 단추가 달린 노란색과 진홍색 제복을 입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전쟁의 시녀가 되었다. 그녀는 킵이 머리를 젖혀 벽에 기대는 것을 지켜본다. 그의 얼굴에 스친 무표정함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그 표정을 읽을 수 있다. (p. 224~225)
작가가 인터뷰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치유’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듯이, 세계를 휩쓴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에 휘말렸던 인물들의 위태롭고 아름다운 이야기인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겪은 전쟁의 상흔을 안은 인물들을 통해 전쟁이 한 인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성별, 국적, 인종, 종교가 다른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치유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천천히 쉼표가 찍힌 곳을 주의 깊게 살피며 자연스럽게 끊어 읽어야 한다는 책 속의 한 구절이 마치 이 소설에 하는 말 같았다. 빠르게 읽기보다 천천히 쉼표와 마침표의 흐름에 맞추어 천천히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려 읽어야 하는 소설이었다.
🔖 그녀는 명예롭고 똑똑한 여성이다. 격렬한 사랑 때문에 행운을 놓치고 늘 위험을 감수하는 여자. 이제 그녀의 이마에는 거울을 보면 그녀만 알아볼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상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어떤 것이 그 윤기 있는 검은 머리카락에 있다! 사람들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아직도 영국인이 자신의 비망록에서 찾아 그녀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던 시구들을 기억한다. 그녀는 내가 날개로 품어 안을 만큼, 내가 여행 동안 은신처를 내어 줄 만큼 잘 아는 여자가 아니다. 만약 작가들에게 날개가 있다면 말이지만. (p. 383~384)
*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
이 작품이 잔혹한 이유는, 전쟁이 인간을 죽이기 전에 먼저 인간을 ‘국가’로 바꾸어버린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경계를 지우고 싶어 할수록 세계는 더 집요하게 국경선을 그어 넣는다. 이름과 출신, 언어와 피부색은 어느 순간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판결하는 기준이 된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보다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가 먼저 질문되고, 인간의 고통조차 어느 편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분류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유난히 외롭고 부유하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어느 한 공동체 안에 완전히 귀속되지 못한 채 전쟁이 만들어 놓은 경계 사이를 떠돌아다닌다. 특히 사막이라는 공간은 인상적이다. 형태 없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래의 세계는 원래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결국 그 위에도 지도를 만들고 선을 긋고 이름을 붙인다. 자유를 꿈꾸던 공간마저 군사 전략과 침략의 경로로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 문명이은 결국 세계를 이해하기보다 먼저 소유하려 했던 역사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이들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남아 있는 마지막 감각이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상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면서도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다. 전쟁은 종전되었지만, 인간의 내면에는 아직 철수하지 못한 전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폐허가 된 빌라에 스며드는 것은 단지 바람과 빗소리만이 아니다. 끝내 사라지지 못한 기억의 그림자들 또한 그 공간을 배회한다. 이 작품 속 기억들은 시간순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어떤 기억은 냄새로 되살아나고, 어떤 기억은 피부의 감각이나 낡은 풍경의 이미지 속에서 갑작스럽게 떠오른다. 오래된 상처가 계절마다 다시 욱신거리듯, 인간 역시 특정한 장소와 감각 앞에서 과거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인물들은 현재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시간 속을 살아간다. 인간은 결국 기억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며, 그 기억은 삶을 지탱하는 힘인 동시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그럼에도 온다치는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너진 세계 속에서 인간이 서로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어루만질 수 있는지를 바라본다. 이들은 서로를 구원하지도, 상처를 완전히 회복시키지도 못한다. 다만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 잠시 서로의 체온을 나눌 뿐이다. 인간이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은 어쩌면 그 정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완전히 살려내는 일이 아니라,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곁에서 잠시 붙들어주는 일. 누군가의 몸을 씻기고, 떨리는 손을 붙잡고, 곁에 머물러주는 사소한 행위들은 전쟁이 무너뜨린 인간성을 다시 이어 붙이려는 몸짓처럼 느껴진다. 거대한 역사와 이념은 끊임없이 인간을 분류하고 밀어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다시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아주 작고 연약한 다정함이다. 사막이 한때 바다였듯 인간 또한 끊임없이 변해온 존재라면, 우리가 끝까지 붙들고 살아가는 정체성이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이름과 국적은 쉽게 인간을 설명하지만, 인간 자체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소설 속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국적도 신념도 아닌,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과 상처의 온기이다. 폐허 속에서조차 누군가는 서로를 돌보고 기억하며 곁에 머문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런 순간들 덕분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아왔다. 인간은 결국 자신이 속한 국가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겨 둔 체온으로 오래 살아남는다. 이 이야기는 어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읽는 책이라기보다, 세계가 인간에게 남긴 감각의 잔흔을 따라가는 기록에 가깝다.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 위에 머무는 존재들, 그리고 기억과 상처 사이에서 쉽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못하는 마음을 오래 품어온 이들에게 이 소설은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인간이 자신을 증명하려 할수록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지워진다는 사실을 이미 어딘가에서 감각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하나의 설명이 아니라 오래 남는 기억으로 읽힐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타인의 기억 속에 남아 식지 않는 온도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사랑했는가. ✏️도서출판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나는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오래전 영화로 먼저 만났다. 이미 영상으로 완성된 장면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는 일은 때때로 실망을 감수해야 하는 경험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영화가 담아내지 못한 깊이와 감각이 페이지마다 살아 있어, 스크린에 미처 담기지 못한 섬세한 묘사들이 나의 상상력을 무한한 지평으로 확장시켰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폐허가 된 수도원의 적막이 귓가에 내려앉고, 북아프리카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영화에서는 다 전해지지 못했던 감각들이 문장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토록 생생한 감각을 깨워낸 것은 전적으로 저자의 탁월한 필력 덕분이다. 번역된 문장임에도 우아하고 섬세한 결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고요하게 흐르는 문체는 비극적인 시대상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야기 속에 침잠된 슬픔을 더욱 투명하게 정제해 낸다.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향해 가던 이탈리아의 한 폐허가 된 빌라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상 환자와 그를 돌보는 간호사 해나, 도둑 출신의 정보원 카라바조, 그리고 지뢰 제거병 킵이 모여든다. 각기 다른 상처를 짊어진 이들은 전쟁의 포화가 잦아든 그 고립된 공간에서 각자의 과거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는다. 환자의 흐릿한 회상을 통해 북아프리카 사막을 가로지르는 치명적인 사랑과 배신이 펼쳐지고, 현재의 빌라에서는 해나와 킵의 애정이 싹튼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교감을 넘어, 전쟁이라는 거대 서사에 짓밟힌 개인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안식처가 된다. 작가는 인물들의 유대를 단순한 감정의 교류로 한정 짓지 않는다. 해나에게 있어 전신 화상을 입은 환자를 돌보는 행위는 전장에서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씻어내는 속죄의 의례와도 같았다. 카라바조에게 해나는 죽은 친구의 딸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삶의 이정표이며, 그가 쫓던 스파이일지도 모르는 환자는 진실과 의심 사이에서 그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게 만드는 존재다. 인물들은 사랑의 파괴적인 에너지와 전쟁의 참혹함 사이에서 각자의 영혼을 잃거나 혹은 찾아가며 실존의 문턱을 넘어선다. 이 시적인 서사의 중심에는 사막에서 길을 잃었던 알마시의 회상이 자리한다. 평생 지도를 그리며 국경의 허망함을 보아온 탐험가였지만, 그는 사랑하는 연인만큼은 결코 지도에 가둘 수 없음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상대라는 낯선 세계에 온 생애를 던지는 모험이다. 상대의 삶을 하나하나 살피며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다. 서로의 다름이라는 험난한 강을 헤엄쳐 건너, 상대의 존재 자체에 닿으려 했던 그 처절한 노력. 소설은 그것이야말로 사랑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임을 역설한다.ㅈ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기억과 사랑, 상실과 죄책감이 각각의 영토로 흩어지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도로 완성되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래서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약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그 매혹적인 시간 여행 끝에는 국가와 지도가 정의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지도를 그려낸 마이클 온다치의 필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나 역시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온종일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몰입감을 경험했다. 완독 후에도 가시지 않는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결국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그 문장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탐독을 마친 뒤 찾아본 작가 마이클 온다체가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릎을 탁 쳤다. 그래서 그의 책 전체가 이토록 감각적이고, 이미지와 리듬의 밀도가 아름답게 살아 있었구나 싶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오래 남는 시처럼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킵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해나의 모습을 가슴에 품듯, 이 소설이 남긴 문장의 여운은 나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지도로 남을 것이다.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_서평단 #잉글리시페이션트 . . 📚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영미권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작 *황금 맨부커상 수상작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원작 소설 수많은 수식어를 지닌 이 소설의 저자는 스리랑카(실론) 출신의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치이다. (스리랑카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 *'실론'이라 불렸으며, 인도 남단에 눈물방울 모양을 하고 있는 섬나라이다.) 1943년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작가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영국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이주해왔다. [ 사자 가죽을 쓰고 ]라는 소설에서 사막에 추락한 남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잉글리시 페이션트 ]의 모태가 되었다. 1992년에 발표된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출간 후 국제적인 명성과 함께 부커상을 수상한다.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소설의 이야기를 각색한 동명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9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신은 누구죠? 모르겠소. 당신은 자꾸 묻는군. 당신은 영국인이라고 했어요. p.12 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인 1945년,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 빌라 산지롤라모. 그곳에서 해나라는 간호사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를 간호하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 남자의 이름을 알 수 없으니 영어식 억양을 쓰는 영국인 환자(The English Patient)로 불린다. 유럽 내의 전쟁이 종식되고 모두가 떠나가는 그곳에서 간호사 해나는 전신 화상을 입은 남자와 남기로 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 카라바조는 고문으로 엄지손가락을 모두 잘린 채 그녀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곳에는 폭탄을 해체하는 일을 하며 영국군의 공병인 인도인 남자 킵이라는 인물도 함께한다. 간호사 해나, 전신 화상 입은 영국 억양의 환자, 카라바조 아저씨, 인도인 킵 이렇게 네 명은 폐허가 된 그곳에서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을 이어간다. 하지만 내면에는 각자의 상실과 상처를 끌어안고 공존하고 있다. 지금은, 끝내, 덧없음을 품은 시대였다. p.281
_영국인 환자로 불리는 남자의 사랑 영국인으로 불리는 환자는 알마시라는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리에 전통했고, 사막을 사랑하는 남자였다. 어느 날 그는 한 모임에서 알게 된 캐서린이라는 유부녀를 알게 되고 그녀와 금기된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으로 그는 그녀를 잃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그는 인생에 없던 선택을 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를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말을 원했소. 그녀는 언어를 사랑했고 언어를 통해 성장했지. 말은 그녀에게 명확성을 부여하고 이성과 형태를 불러왔소. 반면에 나는 말은 감정을 물속에 있는 막대기처럼 굴절시킨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남편에게 돌아갔소. 그 순간부터, 그녀가 속삭였지, 우리는 영혼을 찾거나 잃어버릴 거예요. p.299 달을 바라보아도, 당신 얼굴이 보이겠지요. p.299 _간호사 해나는 왜 홀로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남았는가 알지도 못하는 한 영국인 환자라고 불리는 남자를 간호하기 위해 홀로 남은 그녀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 사랑하던 연인의 죽음과 유산까지 갑자기 불어닥친 거대한 폭풍을 겪어야 했다. 나는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이해하려 애썼으며, 어쩌면 그녀는 삶을 포기하고 그곳에 남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_간호사 해나와 킵의 로맨스, 그리고 킵의 마지막 선택 해나는 인도인 공병인 킵과 사랑에 빠진다. 둘의 사랑은 열렬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결국은 킵이 그녀를 떠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나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녀도 말한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킵은 돌아서고 또 다른 상처를 안고 떠나간다.
_파편화된 이야기들의 항연 책은 흩어지고 단절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마치 전쟁이 끝난 후에 폐허가 된 건물의 파편들처럼,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영국인 환자의 기억처럼. 이야기는 조각나고 흩뿌려진 느낌이었다. 파편들을 주워 모아 이어붙이려면, 분위기와 흐름을 잘 따라가야 했다. 4장부터는 그 흐름을 타고 조금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_책은 공간적인 요소가 상징하는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다 쓰러져가는 비가 뚝뚝 새고 창문도 없는 옛 수녀원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그들에게 비현실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위로를 서로에게 건낼 수 있게 한다. 전쟁이 끝나고 그곳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지만, 쉽게 놓지 못하는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쟁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적응하기 힘든 이유일 것이다. 배경이 되는 사막은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영국인으로 불리는 남자는 사막을 사랑했다. 그에게 사막은 매력적인 장소이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름도 국적도 알 수 없을 때조차 그는 여전히 의심받고 자유롭지 못했다. 사막이라는 공간은 끝없이 펼쳐져 있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잠시 길을 잃는 것만으로도 고립된다. 자기 그물 침대와 자기 신발, 자기 드레스. 그녀는 스스로 만든 작은 세계에서 안전했다. 두 남자는 멀리 있는 또 다른 행성들 같았다. 각자 자신만의 기억과 고독의 궤도 안에 있는. p.62 "새들은 죽은 가지가 있는 나무를 더 좋아하지." 카라바조가 말했다. "앉은 자리에서 사방 경치를 훤히 볼 수 있거든. 또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지. " p.153 천막안에서 말이 없는 밤들과 말로 가득한 밤들이 있었다. p.342
소설은 로맨스적인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남긴 상처와, 상실감, 그리고 국적의 의미와 국적을 떠나 사람 사이의 유대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나면, 더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모든 장면과 요소들이 어떤 점을 시사하고자 했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또 시적인 문장들과 서정적인 분위기가 소설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_좋았던 문장들 이제 그녀의 삶에서 책은 그녀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였다. 그녀는 책에 빠져들었고 책은 그녀의 세계의 절반이 되었다. p.14 그는 자신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어느 누구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저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해결해 주거나 축하해 주었다. 그뿐이었다. p.116 우리는 젊을 때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아. 늙어서 우리의 이름, 우리의 전설, 우리의 삶이 미래에 미치는 의미를 고려하게 될 때 우리는 우리가 붙인 이름들로 자만해지고, 최초로 본 탐험자라고, 가장 강한 군대였다고, 제일 영리한 상인이었다고 주장하지. 나르키소스가 조각된 자신의 이미지를 갈망하게 되는 것은 늙었을 때야. p.179 자신의 모습이나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신경쓰지 않았다. 전쟁 동안 그는 안전한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배웠다. p.272 부당한 일을 겪고 파괴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p.345 이 책을 읽으면, 누군가에게는 영화처럼 로맨스가 크게 다가올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주는 비극과 아픔이 크게 와닿을 것이다. 나는 후자였으며, 이처럼 [잉글리시 페이션트 ]는 한 권의 책 안에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숨어있었다. #잉글리시페이션트 #을유문학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_서평단 #마이클온다치 #잉글리쉬페이션트 #부커상수상작소설 |
|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간호사 해나, 해나 아버지의 친구이자 전직 도둑이었다가 정보원으로 활약한 카라바지오, 비행기 화재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영국인 환자 알마시, 싱으로도 불리는 공병 킵 이들이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전쟁과 사랑을 다룬 소설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읽어나가기 그리 쉽지 않은 소설이라는 것을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얼마되지 않아 알게 된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래서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소설... 소설 속의 또 다른 이야기를 배치하여 등장 인물의 회상의 대사를 통하여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주로 나라는 일인칭 인물이 등장하여 이끌어가는 각각의 이야기들과 그 나가 도대체 누구인가를 그 이야기를 모두 읽고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기도 하고 결국 알아내지 못하여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는 수고로움을 반복하게 만드는 결코 친절하지 못한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수고로움을 감당하면서 결국 읽게 되고 마는 그런 마력이 있는 소설... 간호사 해나를 둘러싼 카라바지오, 알마시, 킵 사이의 사랑의 줄다리기, 알마시와 캐서린 클리프턴의 금지된 사랑, 킵의 폭발물 처리반 이야기 등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별, 죽음... 헤로도토스의 역사, 안나 카레니나, 성경 등 많은 고전들의 인용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이 일으킨 전쟁의 무가치함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무력감 등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는 수많은 화두들... 한번 읽어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게 완독을 하게 만드는 마력 그리고 다시 한번 시간을 내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불친절하면서도 묘한 마력의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 영화도 한번 찾아봐야 겠다. |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세계 2차대전 시절, 버려진 성당을 개조한 병원에서 머무르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각자의 사연과 감정을 따라가며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흔적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전개 방식이다. 하나의 사건이 순서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듯 이야기가 흘러간다. 네 인물의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버텨왔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는 소설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과 상처를 천천히 체험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전쟁의 화려함보다 전쟁 이후 인간에게 남겨지는 상처에 집중한다. 나라를 위해 임무를 수행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처럼 버려지는 모습들은 전쟁의 냉혹함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해나의 아버지가 전쟁 막바지까지 임무를 수행했음에도 결국 비둘기장에서 발견되는 장면은 큰 충격으로 남는다.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는 해나의 모습에서는 전쟁이 남긴 상실감과 허무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작품은 전쟁 소설이지만 문장들은 놀라울 만큼 아름답고 감각적이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현실은 처참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시처럼 섬세하다. 그래서 오히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외로움이 더욱 깊게 전달된다. 직접적인 전쟁 묘사보다 인물들의 감정과 삶을 따라가며 전쟁이 인간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문장 속에서 상실, 사랑, 외로움, 생존에 대한 감정들이 천천히 스며든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단순한 전쟁 소설이 아니다. 서로 다른 국적과 배경을 가진 네 사람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만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공존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상처를 견뎌내게 만든다.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빠른 전개보다 감정과 분위기로 읽는 소설이다. 퍼즐처럼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와 시적인 문장, 그리고 전쟁이 남긴 상처를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천천히 읽을수록 더 깊게 스며드는 작품이며,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긴 여운이 남는다. |
|
2026-138th #서평단 #잉글리시페이션트 #마이클온다치 #을유문화사 🍬348번째 도서제공 🍬서평단모집으로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 @eulyoo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된 서평입니다 🍀나의 의견 𝕞𝕪 𝕠𝕡𝕚𝕟𝕚𝕠𝕟 역대 버커상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50주년 기념 황금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니 궁금하다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을 읽을 기회가 되어 감사하다 그는 불이 붙은 채 사막으로 추락했다 그 후 그 영국인은 간호사에게 간호를 받는다 이곳은 야전병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에 주요 인물 네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대사와 맞물려서 영국인 환자의 정체성이 궁금해진다 이름이라도 언제 알게되나 싶었다 조종사인가? 군인인가? 적인가? 어느 나라 사람인거지? 한 사람의 의식 속에서 나온 과거의 이야기들 그것은 진실인지, 과연 진실은 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미스터리, 로맨스 그 사이 곳곳에 뿌려진 서정시같은 표현까지 눈길을 끈다 그 안에서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지켜본다 어떠한 소설은 그냥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그 깊이를 내가 다 담지 못했을지라도 다시 한 번 더 제대로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것이 고전을 읽는 재미다 💬 그날 하루의 조각들 사이를 뛰어다닌다 하루의 조각들 기억의 단상들을 쫓아가다보면 소설이 어느새 완성된다 💬 가장 깊은 슬픔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파헤쳐야 하는 곳. 💬 슬픔에서 너 자신을 지켜야 해. 슬픔은 증오에 아주 가까워 💬 중년의 문제는 내가 완전히 틀이 잡혔다고 남들이 생각하는 거지 💬 인간의 행운은 결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책 #다꾸 #필사 #북스타그램 #책추천 #책스타그램 #책리뷰 |
|
문체가 섬세하지만 그만큼 이미지 중심적인 묘사가 많아 조금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과거나 현재라는 명확한 언급 없이 휙휙 전환되고 시점도 불시에 바뀌어서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호하고 시적인 표현 덕분에 독자로 하여금 추론하거나 고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건이나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다른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되는 기법을 선호해서 개인적으로는 호에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