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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아름다움을 각인시키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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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소설이다. 전쟁의 잔상이 남아 있는 시대, 이미 정해진 삶의 궤도 위에서 살아가야 했던 한 소년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그 변화는 천천히 깊은 파동을 만들며 아주 섬세한 언어적 감각의 이동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소설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내면을 비추는 자연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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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소설이다.

전쟁의 잔상이 남아 있는 시대, 이미 정해진 삶의 궤도 위에서 살아가야 했던 한 소년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그 변화는 천천히 깊은 파동을 만들며 아주 섬세한 언어적 감각의 이동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소설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내면을 비추는 자연의 아름다운 묘사이다. 바다와 하늘, 바람과 들판, 빛의 농도와 색의 변화는 인물의 마음과 나란히 움직인다. 익숙한 세계를 등지고 바다를 향하는 장면에서는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오래된 압력과 편견, 망설임을 벗어나 조금씩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기척이 느껴진다. 마침내 무엇에도 가려지지 않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풍경의 묘사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한 사람의 새로운 탄생처럼 다가왔다.

주인공의 변화는 계절과 빛, 파도의 움직임과 공기의 무게 속에서 은유처럼 번진다. 그래서 문장을 읽을 때마다 풍경과 색, 냄새와 온도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노을빛으로 물든 풍경, 바다를 닮은 색감, 저녁 공기의 촉감 같은 시적으로 풍부한 표현들은 머릿속에서 하나의 장면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감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아름다운 풍경의 인상주의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색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경계는 흐리고, 빛은 흩어지는데 이상하게 마음속에는 오래 남는 그림 같은 감각. 문장 하나하나가 섬세한 붓질처럼 쌓이며 장면을 완성한다.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그림 같으며, 어떤 순간에는 음악처럼 잔향을 남긴다. 배경 묘사조차 단 한 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질 만큼 문장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 작품은 전쟁 이후라는 무거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끝내 삶의 경이를 놓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다룬 많은 작품들이 폐허와 상실, 비관의 상징 위에 서 있다면, 『수평선 너머』는 그 잔상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젊음의 감각을 붙든다. 상처를 모른 척하지 않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고 선언하는 듯하다.

어쩌면 삶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우연들로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생애 처음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숨어 있다. 누군가를 만나 처음으로 다른 삶을 상상하게 되는 일, 한 문장이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일, 어느 풍경 앞에서 문득 자신이 살아 있음을 선명히 느끼게 되는 일. 『수평선 너머』는 바로 그런 순간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섬세하고도 시적인 언어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 것은 결국 이야기 자체보다도 언어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희망의 감각이다. 주인공의 내면에 새겨진 그 여름의 공기와 빛처럼, 생애 오래 남아 내내 떠오를 무엇. 그리고 수평선 너머에는 언제나 지금과는 다른 삶의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용한 확신.

#수평선너머 #소설추천 #문학 #도서추천 #서평

*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7 2026.06.11. 신고 공감 28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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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문학이 가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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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한 소년이 길을 걷는다. 간단한 짐을 싸 살아보지 않은 곳,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배가 고프면 일을 해주고 먹을 것을 샀으며 풀숲에 방수포를 치고 침낭에서 잠을 잤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를 향해 걷다가 한 오두막 앞에 섰다. 풀이 자라 오두막을 온통 덮고 있는 곳이었다. 커다란 개가 으르렁거리자 이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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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한 소년이 길을 걷는다. 간단한 짐을 싸 살아보지 않은 곳,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배가 고프면 일을 해주고 먹을 것을 샀으며 풀숲에 방수포를 치고 침낭에서 잠을 잤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를 향해 걷다가 한 오두막 앞에 섰다. 풀이 자라 오두막을 온통 덮고 있는 곳이었다. 커다란 개가 으르렁거리자 이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이 든 여자가 나타나 함께 차를 마시자고 했다. 소년이 구해온 쐐기풀차를 함께 끓여 마시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침낭에 누워 아침을 맞았다. 새로운 미래가 그 앞에 펼쳐졌다.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지나가는 소년이었을 뿐인데, 차와 저녁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친절을 베푼 여성은 덜시 파이퍼다. 개 버터스와 함께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먹을 것이 풍부해 보였고, 어떠한 주제에도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덜시로부터 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비를 피해 오두막의 작업실로 갔던 날 그는 거기서 시집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체취가 묻은 공간에서 흔적이 묻은 물건들이 다수 있었다. 시선을 피하고 그 상황을 피하려는 덜시를 보며 말하지 않은 사연을 짐작했다.






삶은 저 바깥에서 내가 게걸스레 먹어치워 주기를, 허겁지겁 집어삼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각이 내 안에서 깨어났고, 도무지 만족을 몰랐으며, 나로서는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혹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깔려 익사하듯 죽어간 또래들을 위해서라도 내게는 삶을 탐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23페이지)




문학이란 무엇인가. 타인의 경험과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나의 삶을 점검해 볼 수 있다. 때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하여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미래의 삶에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지지부진한 삶 속에 문학은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안내자에 가깝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로버트의 앞에 나타난 덜시는 그에게 탄광 말고도 새로운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와 문학 혹은 철학을 말하고,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을 권한다. 전쟁이 끝난 후, 폐허에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너는 오직 네가 원하는 대로만 삶을 살아야 한단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지 말고.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어. 나를 믿어보렴. 모든 순수가 사라진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 그리고 자유를 추구하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언제나 노력해야 할 목표야. 미래가 불확실할지라도 그 미래를 거머쥐는 건 온전히 네 몫이야. (143~144페이지)




다소 작위적인 면이 없잖아도 문학이 가진 상상력에 반하게 되지 않나. 로버트가 자유를 향해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덜시 파이퍼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로버트를 일깨우고,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삶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자연에 대한 묘사가 뛰어났다. 로버트가 걸어온 길, 바다를 향해 펼쳐진 들판, 속삭이는 초원과 울룩불룩한 덤불 사이로 난 길, 돌담과 좁다란 울타리로 이어진 막다른 길. 이러한 장면을 작가는 ‘꿈결 같은 풍경’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안에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이처럼 소설은 섬세한 장면 묘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은 짧고, 우리는 단 한 번만 살 수 있다는 것. (315페이지)




네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는 덜시 파이퍼의 말이 떠오른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원할 수 있는 것. 우리 부모가 살아온 길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경험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다.




#수평선너머 #벤자민마이어스 #다산책방 #소설추천 #영미문학 #영미소설 #소설추천 #문학 #도서추천 #리딩런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6.08.1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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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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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수평선 너머라는 소설 안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풍경화를 그린 그림처럼 담겨 있고 시 라는 글이 주는 매력과 또 한명의 책 속의 주인공인 시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주인공의 우정이 독특하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모처럼 잔잔하지만 천천히 그 흐름속에 빠져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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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수평선 너머라는 소설 안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풍경화를 그린 그림처럼 담겨 있고 시 라는 글이 주는 매력과 또 한명의 책 속의 주인공인 시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주인공의 우정이 독특하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모처럼 잔잔하지만 천천히 그 흐름속에 빠져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

YES마니아 : 로얄 t**********n 2026.05.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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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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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이어지는 내용이  긴장감없이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로 충분히 감동을 줄수 있는 책이다잔잔하게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무언가 큰 변화를 원하는것 같지도 않고 그저 자신이 제일 소중 하다는것 시간은흘러가는것이고 지금 바로 여기 지금이순간이우리에게 살아가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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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이어지는 내용이  긴장감없이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로 충분히 감동을 줄수 있는 책이다


잔잔하게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무언가 큰 변화를 원하는것 같지도 않고 그저 자신이 제일 소중 하다는것 

시간은흘러가는것이고 지금 바로 여기 지금이순간이우리에게 살아가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YES마니아 : 플래티넘 l*******e 2026.06.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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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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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마이어스의 수평선 너머초여름 창가에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바람과 풀 내음 같은소설이라기보단 길을 걷다 우연히 찾아온 에세이란 느낌이 듭니다."몸이 버티는 건 오직 가느다란 기억 다발과 희망이라는 힘줄 덕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란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박물관이다."이 문장으로 이 소설을 접하였고 읽는 내내 잔잔하게 흘러가는 운율과 같은 문장으로 저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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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마이어스의 수평선 너머


초여름 창가에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바람과 풀 내음 같은


소설이라기보단 길을 걷다 우연히 찾아온 에세이란 느낌이 듭니다.


"몸이 버티는 건 오직 가느다란 기억 다발과 희망이라는 힘줄 덕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란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박물관이다."


이 문장으로 이 소설을 접하였고 읽는 내내 잔잔하게 흘러가는 운율과 같은 문장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샤르도네 한잔이 떠오르는 자연의 표현과 군침이 돌게 하는 영국인의 음식 이야기,


읽다 보면 그냥 작은 공원에라도 부쩍 나가고 싶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우연이 어떻게 나에게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YES마니아 : 골드 k*******l 2026.06.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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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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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도 없고 뭔가 사건사고도 없고 어찌 보면 밋밋한 책일 수도. 건조한 초반 몇 장을 읽으면서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깨닫고 주변을 예민하게 느끼며 돌아올 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자아의 지독한 사건사고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누군가의 덜시가 되어주어야 할 지금에도 로버트이고 싶고 그가 부러운 나는, 그저 껍데기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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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도 없고 뭔가 사건사고도 없고 어찌 보면 밋밋한 책일 수도. 건조한 초반 몇 장을 읽으면서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깨닫고 주변을 예민하게 느끼며 돌아올 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자아의 지독한 사건사고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누군가의 덜시가 되어주어야 할 지금에도 로버트이고 싶고 그가 부러운 나는, 그저 껍데기일런지도.

YES마니아 : 로얄 g*****2 2026.06.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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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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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디로 간 걸까?매일 거울을 보며 똑같은 질문을 건네보지만, 답은 언제나 손아귀를스르르 빠져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나를 응시하는 이의 얼굴뿐.터벅터벅 부엌으로 향한다. 차를 내리고 오트밀을 젓고 만트라를중얼거린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다.” 그러나 입술 사이로 되뇌는말은 어쩐지 공허하다. 나는 시간을 속일 수도, 나 자신을 속일 수도 없다.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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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디로 간 걸까?

매일 거울을 보며 똑같은 질문을 건네보지만, 답은 언제나 손아귀를

스르르 빠져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나를 응시하는 이의 얼굴뿐.

터벅터벅 부엌으로 향한다. 차를 내리고 오트밀을 젓고 만트라를

중얼거린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다.” 그러나 입술 사이로 되뇌는

말은 어쩐지 공허하다. 나는 시간을 속일 수도, 나 자신을 속일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나이 든 순간이며, 앞으로 더 늙어갈 일만 남았다.’

15쪽을 읽으며, “지금 바로 여기(Be Here Now)”라는 구절이 순간 떠오른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를 상상해 보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계절을 통과하듯 그러한 자신을 만나는 것이 삶임을 안다.

이미 살아본 인생은 이미 정해진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였다. 아직 쓰이지

않은 여백이니, 하나, 둘, 그렇게 걸어가며 채울 일이라고, 이토록 따뜻하게

다정하게 어깨 두드려 주다니, 나는 삶을 붙들 듯 시에 매달려 보자고.

로버트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열여섯의 한 시절을 회상한다.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해 1946년, 전쟁은 끝났지만 그걸 통과한 이들이

고향까지 그 기억을 이고 왔기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역사책에 쓰인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연합군의 승리는 달콤하지 않았으며,

뒤이은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춥고 혹독할 터였다.

오히려 전쟁은 내 안의 모험심을, 판석 깔린 길이 마침내 들판으로 이어지는 그 경계를 넘어가 보고 싶다는 방랑벽을 일깨웠을 뿐이다.

나는 열여섯 살, 자유로웠고 굶주렸다. 모두가 그러했듯 나도 배가 고팠다.

풍족하게 주어진 유일한 것이 바로 시간이었다.

졸업 후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를 이은 광부가 되어 평생을

보낼 운명을 잠시 뒤로 하고 어떤 조바심 속에 무작정 길을 나서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자연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고 싶었다.

어느 봄날, 최소한의 필수품만 넣은 배낭을 메고 조바심 속에 길을 나섰다.

떠나던 날 아침, 어머니는 두툼하게 썬 햄과 치즈, 사과, 그리고 커다란

스토티가 든 꾸러미를 배낭에 어떻게든 넣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마침내, 지금 이곳에 세상 만물이 있었다.

워어강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걸었다. 어느 농장에서는 테레사라는 무뚝뚝

한 소녀와 키스했는데, 그 애에게서 회향 냄새가 났다. 그 애는 공격적일

만큼 나를 탐험했으나, 몹시 급작스러워서 나는 지나가던 당나귀가 된 기분

이었다.

시곗바늘은 어떤 날엔 고문하듯 느리게 움직였고 한두 번은 아예 멈춰버린

듯 보이기도 했다. 극심한 피로가 몰려올 때면 버려진 지 오래인 헛간과

창고와 캐러밴에 몸을 뉘었다. 평생 알아 온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둘수록

마음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 봄이 도처에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날씨는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여는 열쇠였다. 날씨 이야기는 암호 혹은 교환

수단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 깊이 있는 대화로 나아가기 위한 거래 대상일

따름이다.

탁 트인 들판을 지나 어느 해안가에 이르렀고, 혼자 오두막을 짓고 지내는

덜시 파이퍼 부인을 만났다. 로버트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세계의 사람

이었다, 덜시 부인은. 마치 내가 물을 끓이러 가느라 잠깐 자리를 비웠다는

듯, 아니면 밭에 당근 몇 개를 뽑으러 다녀왔다는 듯 친근하게 인사하는

그녀의 말투에 로버트는 당황한다.

“뭐, 어쨌든.” 그녀가 말을 이었다. “딱 맞춰 왔네. 차 마실래?”

온 힘을 끌어모아 간신히 되물었다. “차요?”

“그래. 차 한 잔. 더 마셔도 좋고.”

그렇게 자유롭고 재치 넘치며 따뜻한 품을 지닌 덜시와의 인연이었다.

이 특이한 여성이 기관총처럼 퍼붓는 말들을 미처 따라갈 수 없어 당황한

나는 농담을 완전히 놓치고 만다.

“왜 레몬이에요?” 나는 조심스레 묻고.

“음, 빛깔과 풍미 때문이야. 인생에는 약간의 색이 필요한 법이거든. 환상일

지라도 말이지.”

30분 전만 해도 하도 걸어 바싹 달궈진 몸으로 물병을 채울 신선한 샘물을

찾아다니다 혼자서 오소리 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웬 정원

테이블에 앉아 고향의 어떤 여성과도 공통점 없는 아주머니와 차를 마시고

있다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 무계획이 좋은 계획

이라며 말이다.

더구나 맛있는 음식과 지적인 대화는 또 어떻고!

나는 탄광에 들어가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러나 덜시는 삶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온몸으로 가르치며 기꺼이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 되어준다.

덜시의 별채 수리를 돕기로 하고 그해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2026.06.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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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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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시는 짧은데다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그 의미를 곱씹고 해석해야 해서 머리가 아프더라구요.그런데 <수평선 너머>의 첫장을 넘겼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어요.시적인 표현이 가득해서요.시인이 소설을 쓰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습니다.이런 스타일의 시라면 기꺼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정말 멋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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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는 짧은데다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그 의미를 곱씹고 해석해야 해서 머리가 아프더라구요.

그런데 <수평선 너머>의 첫장을 넘겼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시적인 표현이 가득해서요.

시인이 소설을 쓰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시라면 기꺼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정말 멋진 소설입니다^^

d******1 2026.06.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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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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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여행길에 만난 덜시라는 어른은 16살 어린 로버트에게 사람들이 지어준 탄광일이라는 직업 대신 언제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로버트는 여름에 늦가을 같은 덜시를 만났고 그녀가 권해준 책들과 시들 덕분에 운명이라고 여겼던 자신의 보잘 것 없던 인생을 바꿀 결심을 한다.어떤 우연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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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여행길에 만난 덜시라는 어른은 16살 어린 로버트에게 사람들이 지어준 탄광일이라는 직업 대신 언제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로버트는 여름에 늦가을 같은 덜시를 만났고 그녀가 권해준 책들과 시들 덕분에 운명이라고 여겼던 자신의 보잘 것 없던 인생을 바꿀 결심을 한다.

어떤 우연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그래서 우연은 때론 행운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덜시가 로버트의 인생을 바꾼 것처럼 로버트 역시 어른이 되어 누군가의 덜시가 되어 주길 덜시는 바랐다. 나 역시 누군가 로버트 같은 이들에게 덜시같은 어른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누군가와의 우연이 운명을 바꾸기도 하는 삶을 꿈꾸면서도 나는 덜시 같은 어른을 만나고서도 용기가 없어 내 운명을 바꾸지 못하고 운명에 져버린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삶을 선택하든 행복은 어느 곳에나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섣불리 용기내지 못한 나는 어려서부터도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었나 보다 하고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최리외)의 말] 삶은 언제 시작되는가 (줄거리 포함)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 그 낯선 풍경 속에 인물이 놓인다. 어딘가로 움직인다.

누군가를 만난다. 우연히? 그렇다, 놀랍게도 우연히. 도무지 예기치 않은 우연이 엮어내는 이야기란 실로 경이롭다. 그러니까 다른 풍경이 있다면, 그리로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여 정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어쩌면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겠다. 삶은 다른 풍경에서 시작된다고도. 지금 여기에서는 시들어 간다고 느낄 때, 주어진 조건들 속에서 지극히 예상가능한 하루하루를 기계적으로 버텨내기가 더는 힘겹다고 느낄 때, 필연적인 일상이라는 쳇바퀴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불현듯 한 결심으로 혹은 어렴풋한 충동으로 어느 날 문득 길을 나서게 될 때, 그럴 때 비로 소 삶은 시작된다. 모험으로서의 삶, 탁 트인 풍경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생생한 호흡의 여정으로서의 삶. 그러한 삶은 다른 풍경과 더불어 시작된다.


"내게는 삶을 탐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라고 이 소설의 화자 로버트 애플야드는 쓴다. 열여섯 살의 그는 전쟁이 갓 끝난, 애써 폐허를 감추려는 잉글랜드 북동부 매캐한 탄광 마을의 지리한 일상을 빠져나가 단출한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다채로이 바뀌는 무성한 풍경을 빠짐없이 마주한다. 계절은 초여름. 삶을 온통 뒤바꿔 놓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 한 시기다.

인생의 초여름을 지나는 로버트는 오소리 굴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발견한 덤불 바깥 길목에 자리한 오두막에서 자유로이 살아가는 덜시 파이퍼(버틀러(버터스)라는 개도 함께)를 만난다. 인생의 늦가을쯤을 지나고 있는 듯한 덜시는 생판 모르는 소년을 매일 본 친구인 양 스스럼없이 대한다. (수줍고 엉성한 소년, 그리고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진솔한 여성이 맺어가는 우정이란 그 자체로 이야기의 유구한 전통이리라.) 엉뚱하고 박학다식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시의 말들이 로버트의 귓가에 웅웅거리기 시작한다.[덜시는 로버트에게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추천해주고 로버트는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그녀의 오두막에 머물며 작업실로 쓰이던 공간을 재정비하고 바다수영을 즐기고 문학에 빠져들며 전혀 다른 인생을 맛본다. 그리고 작업실을 정리하다 찾아낸 로미 란다우의 시 ‘앞바다’ 원고 한 뭉치를 덜시에게 한편 한편 읽어 준다.] 새로운 언어의 진동이 로버트의 몸속을 깊이 흔들고 지나간다. 소년은 처음으로 철학과 예술의 언어를 배운다. 생각지도 못한 문학의 세계, 그 넘실대는 앞바다에 몸을 첨벙 담근다.

기꺼이 물속에 뛰어드는 그는, 생애 처음 가장 깊이 접하 는 타인의 고통 역시 곁에서 목격한다. 자신이 사랑한 바로 그 앞바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로미 란다우라는 시인이 로버트의 내면세계에 자리를 잡는다. 로미의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로버트는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점차 변화해 간다. 자연의 찬란함과 생의 귀중함뿐 아니라 전쟁과 폭압의 그늘이 드리운 한 사람의 가장 깊은 절망과 슬픔까지 가만가만 바라보며 그의 내면은 나날이 자란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2 2026.08.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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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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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예뻐요표지만큼 내용도 너무 아름다운 문구들이많은거 같습니다 아직은 읽기전입니다 더워서 글이 잘 안읽히네요;; 삶이 불안하고 인생의 길을 찾기 어려울때읽으면 좋을거 같아서 구매했습니다..지금 딱 제가 , 제게 필요한 책인듯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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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예뻐요

표지만큼 내용도 너무 아름다운 문구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아직은 읽기전입니다 

더워서 글이 잘 안읽히네요;; 

삶이 불안하고 인생의 길을 찾기 어려울때

읽으면 좋을거 같아서 구매했습니다..

지금 딱 제가 , 제게 필요한 책인듯 싶어서요

YES마니아 : 로얄 s******7 2026.08.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