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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정원에 설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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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과,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모른다는 사실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문구가 왜 더욱 가슴을 치는지. 이라는 조금은 비싸지만 아름다운 책을 들고 와 읽으면서 나는 다시 가슴을 친다. 이제껏 내가 보았던 소쇄원과 다산초당은 다 무엇이었던가. 그곳에서 내가 보았던 집과 나무와 바위와 물, 그리고 꽃은 다 무엇이었던가. 아니
"비로소 정원에 설 수 있겠네" 내용보기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과,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모른다는 사실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문구가 왜 더욱 가슴을 치는지. <풍경을 담은 그릇, 정원>이라는 조금은 비싸지만 아름다운 책을 들고 와 읽으면서 나는 다시 가슴을 친다. 이제껏 내가 보았던 소쇄원과 다산초당은 다 무엇이었던가. 그곳에서 내가 보았던 집과 나무와 바위와 물, 그리고 꽃은 다 무엇이었던가. 아니 소쇄원을 두르고 있던 담 위에 새겨져 있던 뜻모를 글자들은 다 무엇이었던가. 다 눈으로만 본 탓이었음이랴. 모두 다 얄팍한 지식을 외우고 읊조리기 위해 문화재 찾아 다니던 이 발품 탓이었음이랴. 그랬다. 우리 조상들은 정원에 죽은 그림이나 아름다움을 걸지 않았던 것이다. 소쇄원 안에는 숨쉬고 살아 있는 것들만이 사람과 함께 존재하고, 숨쉬고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다산초당 안에서 다만 돌과 흙만을 볼 뿐인 것이다. 정원은, 스쳐 지나가는 집이 아니라, 풍경을 담은 그릇이었고, 현판에 새겨진 시 한 수, 집 주인이 읊던 어부사시사를 알지 못하면 정원 가득 담겨 있는 삶과 숨, 기쁨과 슬픔, 그 어느 것도 느끼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필자에게 감사한다.

[인상깊은구절]
소쇄원의 시경 시, 그림, 글씨의 일치 대나무 숲을 지나 소쇄원에 들어서면 맨 처음 아늑한 경치를 병풍처럼 두른 긴 담을 만나게 된다. <소쇄원 48영>은 이 병풍 담에 붙인 장문의 시이다. 그 중 "긴 담이 가로질러 백 척이고 하나하나 새 시를 옮겨 적으니 병풍으로 울타리를 두른 듯함 있구나. 비바람이 업신여기지 못하게 함이로다"라는 구절의 마지막 시는 멋스럽게 펼쳐진 담에 대한 노래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경계를 짓는 긴 담에 시를 걸어 두었을까?
k****y 2001.03.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