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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각기 다른 노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저마다의 사투
"각기 다른 노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저마다의 사투" 내용보기
<생업>은 노동을 말하는 책인 동시에 사람에 관한 책이다. 해당 도서에는 급식 노동자, 청소 노동자, 요양보호사, 배달 라이더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읽어본 ‘미래 직업 100가지’와 같은 책에서, 혹은 청소년 시절 한 번쯤은 받아봤을 진로적성검사에서, 우리는 수백, 수천 가지의 노동을 마주해왔다. 그 노동이 지닌 모든 단맛 쓴맛을 생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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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업>은 노동을 말하는 책인 동시에 사람에 관한 책이다. 해당 도서에는 급식 노동자, 청소 노동자, 요양보호사, 배달 라이더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7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읽어본 ‘미래 직업 100가지’와 같은 책에서, 혹은 청소년 시절 한 번쯤은 받아봤을 진로적성검사에서, 우리는 수백, 수천 가지의 노동을 마주해왔다. 그 노동이 지닌 모든 단맛 쓴맛을 생생하게 맛본 적도 없으면서 혹자는 종종 그 명칭과 역할을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 안다고 착각하곤 한다. 특정 직업군에게 발생하는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는 바로 이런 착각에서 비롯된다. 


해당 도서는 노동 뒤에 있는 삶의 표정 드러내, 세상 모든 노동이 지닌 떳떳함과 당당함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새벽부터 수천 인분의 밥을 짓고, 누군가는 타인의 마지막 시간을 돌보며, 또 누군가는 하루 종일 도시를 오가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해당 도서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P.30 누가 시킨 건 아니어도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요. 돈 벌려고 오지만 책임감으로 일하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의 인터뷰 방식이었다. 책은 각 노동 뒤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그 안에 담긴 일의 가치를 제시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이 노동을 통해 겪은 시간의 흐름을 함께 찬찬히 돌아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컨대 급식 노동자의 삶을 통해 매일 1,700인분의 음식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완성해내는 근성을, 청년 농부의 삶에서는 농촌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집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책 속 노동자들은 어떤 사례도 통계도 아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동료 노동자로서 다가온다. 


또한 <생업>은 일의 숭고함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고단함과 불안, 그리고 더 나은 노동환경이 마련되기 위한 고찰 역시 함께 시사한다. 책 속 인터뷰이들은 자신이 굳게 믿는 일의 가치를 위해 다시 출근하고, 서로를 돌보고,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타인과 공생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 현장과 연대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노동환경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노동을 존엄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매일의 반복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보통의 사람들인 셈이다.


P.79 그럼에도 기중은 오토바이로 음식을 실어 나른다. ‘요아정’ 같은 사치는 자중하고 조합비를 꼬박꼬박 납부하며 머릿속으론 시급 계산기를 가동하지만 자본의 시간에 잠식당하지 않고 삶의 시간을 되찾고자 한다.


일의 떳떳함을 지키기 위해 각기 다른 노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저마다의 사투가 이토록 큰 위로가 될지 몰랐다. 책을 읽고 나니 매일 식당에서, 길에서, 휴대전화 화면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결국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타인의 생업 위에서 유지되고 있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해당 도서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P.63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면면을 ‘밥’을 사이에 두고 본다. 그렇기에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그분들에게 밥을 해드릴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h*********6 2026.05.1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생업, 은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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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5월의 첫날, 창밖으로 보이는 탄천의 연둣빛이 유난히 싱그러운 아침입니다. 거실 한편에 놓인 구슬픈 마리 로랑생의 그림 도록 옆으로, 오늘은 조금 묵직한 제목의 책 한 권을 놓아봅니다. 작가 은유의 인터뷰집 <생업>. 매년 돌아오는 노동절이지만, 올해는 유독 이 단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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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5월의 첫날, 창밖으로 보이는 탄천의 연둣빛이 유난히 싱그러운 아침입니다. 거실 한편에 놓인 구슬픈 마리 로랑생의 그림 도록 옆으로, 오늘은 조금 묵직한 제목의 책 한 권을 놓아봅니다. 작가 은유의 인터뷰집 <생업>. 매년 돌아오는 노동절이지만, 올해는 유독 이 단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정년퇴직을 코앞에 둔 남편의 뒷모습이나, 이제 막 사회라는 거친 파도에 올라탄 아들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조지 오웰의 문장이 마음을 툭 건드립니다. 대용량 음식을 제시간에 내놓기 위해 '인생이 단 5분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움직이는 파리 호텔 주방의 풍경. 그것은 단순히 '바쁘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일종의 장대한 협주곡과도 같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곧바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로 이어집니다. 매일 1,700인분의 밥을 짓는 김규희 님의 이야기는 제게 묘한 동질감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저 역시 수십 년간 가족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며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의 회오리 속에서 지쳐본 경험이 있기에, "해방 삼아 집을 떠나고 싶었다"는 그녀의 고백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밥 짓기'는 제가 집에서 정성스레 구워내는 빵이나 정갈하게 차려내는 반찬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습니다. 치솟는 불길 앞에서의 사투, 거대한 솥을 젓는 삽질, 그리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국수를 건져 올려야 하는 찰나의 판단들. 그녀는 말합니다. "요리는 과학이고, 판단이며,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고요. 누군가는 '동네 아줌마들이 하는 하찮은 일'이라 치부했을지 모르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아이들의 점심시간을 지켜내는 숭고한 임무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뜨거운 튀김 솥 앞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애들 뜨끈하게 먹이려고" 배식 직전까지 튀겨내는 그 마음. 그것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타인의 생을 지탱하는 '존엄의 기술'이었습니다.

책은 또 다른 '밥 장군' 김주휘 님의 이야기로 흐릅니다. 세월호 유가족부터 해고자 농성장까지, 아픈 현장마다 따뜻한 밥을 싣고 달려가는 그녀의 무기는 쇠붙이가 아닌 '따끈따끈한 밥상'입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특히 가슴에 박혔던 이유는 '대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투쟁하는 이들이라고 해서 대충 때우는 밥이 아니라, 고향이 어디인지, 어떤 양념을 좋아하는지 집요하게 물어 차려내는 아홉 가지 반찬들. 얼어붙은 고기반찬 대신 따뜻하게 올린 시래기밥 한 그릇이 주는 위로. "음식은 추억이 7할이다" 그녀의 이 말은 우리가 왜 그토록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답을 줍니다. 밥은 흩어진 존재들을 모으는 강력한 연결고리이며, 무너진 일상을 되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의례입니다. 관절 마디마디가 닳도록 밥을 짓고도 "그분들에게 밥을 해드릴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꼿꼿한 자존감 앞에서, 제가 가졌던 소소한 고단함은 어느덧 경건함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마음을 머물게 한 것은 가수 안예은 님의 목소리였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이 아니라, 자신을 '예술업계 노동자'로 정의하는 그녀의 태도는 신선하고도 단단했습니다. 영감을 기다리기보다 매일 작업실로 '출근'하고,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는 프로의 모습. 자신의 아토피 흉터와 우울증마저 숨기지 않고 "내 몸은 나의 역사책"이라 말하는 용기는, 나이 듦의 흔적이나 삶의 생채기를 애써 가리고 싶어 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녀에게 기부는 '엄청난 가오'이자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당연한 행위였습니다. 선천적인 아픔을 딛고 일어선 그녀가 세상을 향해 건네는 위로는, 마치 잘 구워진 빵처럼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그림자 노동'이 존재합니다. 눈에 보일 때는 당연해 보이지만, 그들이 멈추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일순간 마비되고 맙니다. 급식 노동자, 활동가, 뮤지션...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악기를 들고 '생업'이라는 거대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제껏 살아오며 누군가의 노동 덕분에 따뜻한 밥을 먹고, 깨끗한 거리를 걷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수고로움 뒤에 숨겨진 땀방울과 긍지를 예민하게 감각하는 눈을 갖고 싶습니다. 5월의 햇살 아래, 오늘도 각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삽을 들고, 펜을 쥐고, 솥을 젓는 모든 '장군'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들이 차려준 이 세상이라는 밥상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힘을 내어 살아갑니다.



p****r 2026.05.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의 삶과 노동과, 가치와 의미에 대한 성찰의 그 시작...
"나의 삶과 노동과, 가치와 의미에 대한 성찰의 그 시작..." 내용보기
#생업 #은유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생업. 은유 인터뷰집. 한겨레출판. 2026._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생업(生業)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생업의 사전적 뜻이다. 사전을 찾지 않아도 자연스레 '생'과 '업'의 조합만으로도 그 의미가 짐작이 가는 단어다. 한자를 보면 단박에 그 의미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산다는 게, 살아야 한다는 게, 결국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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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은유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생업. 은유 인터뷰집. 한겨레출판. 2026.

_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


생업(生業)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

생업의 사전적 뜻이다. 사전을 찾지 않아도 자연스레 '생'과 '업'의 조합만으로도 그 의미가 짐작이 가는 단어다. 한자를 보면 단박에 그 의미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산다는 게, 살아야 한다는 게, 결국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무엇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도,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조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인터뷰집에서 그려내고 있는 노동은 돈만을 쫓는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당장 나도 그렇지만, 마냥 돈만을 향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동은 어느 곳을 향하고 있을까. 이 책 한 권을 읽고 그 답이 뚝딱 찾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오히려 이 책은 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며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노동이 무엇이고 또 어떤 일을 향해 우린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나가기 위한 시작을 하라고 안내해준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당신의 인생에서의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과연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의 삶으로서의 노동을 온전히 다 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하는 일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일에 대한 인정과 합의가 이루어져있는 사회가 맞는가...


얼마 전 긴 연휴를 지났다. 5월 1일부터 5일까지 연속 5일 간의 휴식. 그리고 그 시작은 5월 1일, 노동절이었다. 노동절. 대학 시절 자주 사용하던 용어가 어느 순간 근로자로 바뀌었고 그 위상이나 가치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동절이란 익숙한 단어가 어느 순간 서서히 잊혀져갔고, 특히 나의 직업적 특성상 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노동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다 올해, 노동절의 휴일을 맞이하며 다시금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더욱 인식의 변화를 위한 계기가 분명히 있어야 할 이유를 느끼게 됐다. 그런 노동절에 읽은 책이 <생업>이었다. 얼마나 찰떡같은 책이었는지. 그래서 감회가 더 깊었다.


이 책은 먹이는 사람, 짓는 사람, 아우르는 사람, 총 3부로 구성하여 각 노동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과연 나는 이 중 어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일까. 혹은,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노동은 곧 나의 삶이고 인생이며, 그 인생을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노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찐 사람의 냄새를 갖고 있는가를 알았다. 단순히 자기 자신의 개인의 목표와 성취를 향해서만 움직이는 삶이 아닌 더 많은 가치와 의미 부여, 그리고 소신을 향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해주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놀랍고 대단하다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물론 이런 삶을 살아낼 자신이 없어서 더욱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정확히는, 감히 이 분들의 누적되어온 삶의 감각과 시간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한 마디 말로 정리되어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은 당연히 아니었고, 그러다보니 나의 삶과 책 속의 삶이 마치 다른 공간에 놓여있는 동떨어진 삶의 궤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의 삶이 조금이라도 그 궤도 가까이 근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요즘 나의 일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여러 일들이 혼합되며, 과연 나의 지금의 삶과 노동은 나의 의지와 신념에 따라 나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를 더 의심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고, 우선은 조금 더 치열해져도 괜찮겠다는 단순한 답을 얻었다. 지금부터라도 나의 노동에 대한 답을 찾아보아야겠다. 그리고 또, 열심히 실천으로 옮겨도 봐야겠다. 그래야 덜 부끄러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n*****0 2026.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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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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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가도, 좋은 책을 만나면 일상이 뾰족하게 깨어난다. 내게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부록에 실린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의 품이 넓어지는 글’, ‘세상이 나아지는 데 기여하는 글’, 그리고 ‘빠른 위로보다 느린 성장이 일어나는 글’. 은유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시선이 명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삶에서 지금 누구를 만나야 할지 아는 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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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가도, 좋은 책을 만나면 일상이 뾰족하게 깨어난다. 내게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부록에 실린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의 품이 넓어지는 글’, ‘세상이 나아지는 데 기여하는 글’, 그리고 ‘빠른 위로보다 느린 성장이 일어나는 글’. 은유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시선이 명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삶에서 지금 누구를 만나야 할지 아는 이의 기록의 힘이랄까.


이번에는 누구를 만났을까. ‘먹고 사는 일’의 현장이다. 1년 6개월간 열일곱 명의 노동의 표정을 만나 길어 올린 이야기들.  생업. 먹고 살아간다는 건 사실 참으로 고단하다. 금융자산 앞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이 점점 초라해지지만, 

타인의 노동이 지닌 다채로운 표정을 만나면 눈물겹다가도 킥킥대며 웃게 만든다. 이번 인터뷰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싸우는 사람’과 ‘일을 일답게 하려는 사람’이 아닐까.


납작하지 않은 생업의 현장과 그리고 먹고 사는 일에서 물러나지 않은 기록을 만나면서 내 안의 ‘배움’을 촉발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고, 그곳에 기꺼이 머무르고 꾸역꾸역 해내봐야겠다는 다짐이든다. 


d******0 2026.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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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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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란 뭘까, 아니 그 전에 나에게 노동이란 뭘까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어린 시절에는 소원이 뭐냐하면 통일과 세계평화를 주입받은 대로 출력해냈지만, 로또라는 일확천금의 꿈이 세상에 퍼진 이후로는 로또 당첨을 통한 노동해방을 떠올렸다. 나만 이렇게 세속적인가, 하면 요즘은 덕담도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말로 하듯이 노동, 일한다, '생업'이란 것이 전과는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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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란 뭘까, 아니 그 전에 나에게 노동이란 뭘까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어린 시절에는 소원이 뭐냐하면 통일과 세계평화를 주입받은 대로 출력해냈지만, 로또라는 일확천금의 꿈이 세상에 퍼진 이후로는 로또 당첨을 통한 노동해방을 떠올렸다. 나만 이렇게 세속적인가, 하면 요즘은 덕담도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말로 하듯이 노동, 일한다, '생업'이란 것이 전과는 확실히 다른 세태이긴 하다. 이 변화가 굳이 요즘만을 뜻하냐 하면, 우리 아버지 세대조차 자의는 아니었겠지만 '평생직장'이란 말을 실현하기엔 너무 험난한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던가. 어찌되었든 생에서 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좀 덜 벌더라도 원하는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선택이 유연히 받아들여 지기도 하고,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노동하지 않는 삶이 보편화 될 것을 기대하게도 되었다. 실제로 AI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배당금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노동의 현장에서 인력이 배제되어 가는 이 변화의 흐름이 과연 축복이 될까. 일한다는 것에서 돈벌이 외에 또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지 '생업'의 눈을 빌려보고 싶었다.

일에 대한 원망과 배척을 쉽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신성성을 담고 있었나보다. '생업'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직업들을 통해 나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또 어떨 땐 닫으며 평가를 하고 있었다. 모든 생각을 전부 다 동의하게 된 것은 아니더라도 읽다보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입견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신을 업으로 하는 타투이스트 황도(147)의 인터뷰에서는 순간적으로 가장 먼저 문신은 의료인이 하는 게 아니면 불법이 아니었던가 떠올렸다. 지난 25년 9월 문신사법이 통과(154)되었다는 것을 보고는 평소에 관심있게 알아보지 않았던 것을 타인을 판단하는데 끌어다쓰려고 했구나 싶었다. 드러내놓고 타인을 돕는 일, 힘든 일인데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일, 보통 의지로는 계속 해나가기 어려운 일로 보이는 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책없이 열린 마음으로 읽고는 젊어보이는 사람들, 술과 문신이 잦은 빈도로 언급되는 내용들은 일 외의 다른 잣대로 꼬아보았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강석경(177)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노력하면 변한다며 도저히 안 바뀔 듯한 어르신도 달라진다던(185)' 내용이 나오는데 안의 굳은 마음도 이런 깨달음을 통해 달라지겠지, 달라져야지 싶었다. 

'생업'에서 노동의 현장을 만나게 될 것이란 기대는 했지만 거기에 자연스럽게 '먹고 사는 일'이 겹쳐지게 될 것은 예상치 못했다. 직업 자체가 사람들을 먹이는 농부, 급식 노동자, 요리사, 배달 노동자 같이 먹는 일에 관련된 것들도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하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 안에도 요즘은 뭘 먹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슨 음식이 자신을 살렸는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김치김밥, 치킨, 황도, 요아정, 돼지갈비, 김치찌개, 소주, 막걸리 같은 음식들이 각자의 삶과 얽혀 자연스럽게 먹고 사는 일 이야기가 되고 사람이 사는 일 이야기로 번진다. 처음엔 '먹고 사는 일'이 생과 업에서 각각 겹쳐지는 것이 재밌었는데, 읽다보니 가장 편하고 가까운 방식으로 각자의 삶이 가진 무거움은 줄이고 거리는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 기민하고 탁월하다 여겨졌다.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질문하는 사람이 차린 식탁 위에서 한솥밥 먹는 것처럼 마음 열고 정붙이게 되는 과정이 은근하다. 신간들을 보면 '은유 추천'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책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래서 그렇구나 싶었다. 

" 강석경은 아들에게 고맙다. 엄마로 살았던 20년 세월은 동준이가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그렇게 가면서 던져놓고 간 이별의 상처가 크기도 했지만 일반인들이 결코 다가가지 못하는 삶의 또 다른 영역을 사랑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동준이가 만들어주었다. 고통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삶의 진리. 그건 그가 요양 보호사로 일하면서 살아가는 든든한 밑천이 되어주었다. 193"
가장 인상깊게 읽은 것은 요양보호사 강석경(177)의 인터뷰였다. 네이버에서 기부 캠페인을 하는데 기부를 할 수 있는 콩이 모이면 항상 '노인' 기부처를 찾아 기부를 한다. 환경, 동물, 아이들 같은 분류로 나눠져 있는 기부처들 중에 사람의 마음이 닿기 가장 어려운 것이 내 딴에는 노인이었다. 모두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어려울까 생각해보니 노인이란 생각이 들어 꼽았는데, 책에서도 노인을 돌보는 일 중 대소변 처리는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라며 잘 대해 드려도 느닷없이 니까짓 것들이, 하고 고약한 말들, 어이없는 무례(181)를 분출하는 사례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가장 징하면서도 찡한 마음을 갖게 한 것도 그의 이야기였다. 단순히 일이 힘들겠다고 여겨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 삶의 굴곡이 품은 진리를 포용한 사람들이 서로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순간이 따뜻하고 빛나게 보였다.

배우, 싱어송라이터, 유튜버처럼 잘 알려진 사람들도 '생업'안에서 만날 수 있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더 관심이 가고 익숙하게 여겨질 법도 한데 반가운 마음도 잠시, 신기하게도 지금도 시청과 광화문 같은 거리에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한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책이었다. 어떤 직업을 가진, 정체성과 사연을 가진 사람이라도 '생업' 안에서는 다양한 직업 중 하나를 가진 인터뷰이로 자연스럽게 묶인다. '생업'의 의미가 먹고 사는 일에서 삶으로, 삶에서 다른 사람 마저도 먹이고 살리는 생의 업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유명하고 힘들고 돈을 많이 벌고 같은 잣대가 사라지고 그저 존중과 배움만 남게 된다. 그저 돈과 노동으로만 '생업'을 바라보았던 처음의 독자도 함께 사라지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자 동지가 된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긍정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m******j 2026.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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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으로 사는 이야기 | 은유 인터뷰집 <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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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만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운 시대다. 사람들의 관심은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버는 '금융 소득'으로 쏠리고 있고, AI의 발달로 실직 위협이 일상이 되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취업난 속에서도 우리는 생계를 위해 최소한의 일을 필요로 한다. 이 모든 건 여전히 '먹고살기 위해서'다.일터의 현실은 그리 숭고하지 못하다. 산업재해와 인명 피해, 직장 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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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만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운 시대다. 사람들의 관심은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버는 '금융 소득'으로 쏠리고 있고, AI의 발달로 실직 위협이 일상이 되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취업난 속에서도 우리는 생계를 위해 최소한의 일을 필요로 한다. 이 모든 건 여전히 '먹고살기 위해서'다.


일터의 현실은 그리 숭고하지 못하다. 산업재해와 인명 피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안팎에서 들려오는 부당한 소식은 우리를 멈춰 세운다. 저마다 삶의 무게가 다르다지만, 나만 유독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아 괴로울 때 '노동'이 아닌 '현장'에 주목한 사람들이 있다. 


노동절을 앞두고 출간된 <생업>은 밥심을 믿고 밥정을 나누며 밥의 혁명을 수행하는 17명의 목소리다. 급식 노동자부터 청년 농부, 산재 피해 가족, 청소 노동자까지. 이들은 일터에서 권리를 박탈당했거나 현실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빛의 이면에 그림자가 있듯, 이들은 누군가의 빛나는 삶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다. 누군가의 노동은 타인의 희생 위에 세워지기도 한다고 이 책은 일깨워 준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분투한 사람들은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면서 모른 척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어려운 길을 자처한다.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모든 노동은 존중받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소위 '인정받는' 직업만 쫓는다. 멋지고 빛나는 일의 기준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향할 날이 오긴 할까. 정당한 대가를 받고 다치지 않고 일하며 서로의 고된 노동을 응원할 수 있는 사회. 고단하지만 따뜻한 한 끼를 기꺼이 대접할 수 있는 호의가 피어나길 소망한다. 


r*******7 2026.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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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은 불편함을 응시하고 체화하며,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모아 다양한 직업과 삶의 형태를 아우른다.작가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의 청소 노동자를 이야기한다. 입구에서부터 감탄을 자아내던 웅장한 건축 양식, 기차역으로 만들어진 둥근 천장과 어디서든 인생 사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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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은 불편함을 응시하고 체화하며,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모아 다양한 직업과 삶의 형태를 아우른다.


작가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의 청소 노동자를 이야기한다. 입구에서부터 감탄을 자아내던 웅장한 건축 양식, 기차역으로 만들어진 둥근 천장과 어디서든 인생 사진이 나오는 멋진 구조. 하지만 이 공간을 '일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순간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를 걸레질하는 것처럼 막막해 보이는 너른 면적에, 천문학적인 초고가의 사물들이 잔뜩 놓인 미술관은 노동자에게 잔인하고 까다로운 땀의 공간이었다. 작가는 얼결에 렌즈를 바꿔 끼우듯 여행자의 눈으로 입장해 노동자의 눈으로 퇴장했다. 고흐의 그림보다 청소 노동자의 뒷모습이 더 짙은 잔상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시선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분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있을 텐데, 왜 굳이 노동의 고단함에 초점을 맞춰 동정 어린 시선으로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것이 섣부른 동정심이 아님을 깨달았다. 안 보일 때는 안 보이지만, 보이기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보이는 우리 주변의 '그림자 노동'. 작가는 누군가에게 동정을 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노동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본 적이 없기에 완전히 스며들 수는 없었지만 그 감각만큼은 명확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시선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분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있을 텐데, 왜 굳이 노동의 고단함에 초점을 맞춰 동정 어린 시선으로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것이 섣부른 동정심이 아님을 깨달았다. 안 보일 때는 안 보이지만, 보이기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보이는 우리 주변의 '그림자 노동'. 작가는 누군가에게 동정을 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노동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감각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본적이 없기에 완전히 스며들수는 없었지만 그 감각만큼은 명확했다.


이 책에는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생업'의 표정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그 사람들을 향해 '어떤 삶을 가치 있게 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살며시 던진다. 이 책은 그 단단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연대이자 헌사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 곁의 어떤 뒷모습들이 오래도록 눈에 밟힐까.

n******1 2026.05.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동을 말함은 곧 삶을 대함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의 삶이 아닌가.
"노동을 말함은 곧 삶을 대함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의 삶이 아닌가." 내용보기
생업.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 생계를 위해 하는 일. 먹고 사는 일. 밥벌이. 그 징하고 찡한 이야기들. 비단 먹고 숨쉬며 살아가듯이 자연스러운,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기꺼이 나서는 일, 이렇게 해야만 살 수 있기에 떨쳐일어나는 일. 그 모든 일들이 생업,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다. 생업이란 사람을 살리고, 살게 하는,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말 그대로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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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업.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 생계를 위해 하는 일. 먹고 사는 일. 밥벌이. 그 징하고 찡한 이야기들. 비단 먹고 숨쉬며 살아가듯이 자연스러운,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기꺼이 나서는 일, 이렇게 해야만 살 수 있기에 떨쳐일어나는 일. 그 모든 일들이 생업,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다. 생업이란 사람을 살리고, 살게 하는,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말 그대로 밥을 짓고 먹이는 사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 함께 사는 삶으로 나아가자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 듣고, 묻고, 나눈 시간의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곳곳에 먹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매일같이 상 차려 먹이는 사람, 그 사람 밥 먹이던 이야기, 낯 모르는 사람들 끼니를 따라다니며 챙기는 사람…


 p.12 밥과 일에 대한 가치 정립. 우리는 이 절대적인 삶의 필수 조건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투자로 얻은 금융 소득이 근로 소득을 앞서는 사회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은 갈수록 초라해진다. 좋은 직업의 '좋음'은 연봉만 우선시 된다. 그러나 돈이 없어도 살기 어렵지만 또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다.


 p.32 "밥 하는 엄마보다는 혁명가 엄마가 좋아요." 하지만 매일 1700인 분의 밥을 짓는 사람이 혁명가다. 밥은 타인에 대한 사랑의 실행이며, 밥은 흩어진 존재들을 모으는 점성 강한 연결의 수단이다. 인간은 밥 주위로 모여든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덤덤하게, 그러나 뿌듯하게 말한다. 뼈빠지게 일하고, 때로는 일신의 안락함마저 내던지고 달려들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노동의 고귀함을, 스스로와 세계를 떠받치는 자의 자부심이란 것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고 했던가,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작가는 먹는 일에는 구차한 데가 있다, 고 말했다. 그 말은 그 밥 한 술 떠넣지 못하는 입을 아는 자의 치욕이다. 먹을 때가 아닌데, 들어갈 속이 아닌데도 꾸역꾸역 밀어넣어야 하는 자의 수치심이다. 정의에 가장 가까운 감정은 수치심이다. 긍지에 가장 가까운 말이 슬픔이듯이.


 p.92 "환대란 내가 뭘 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가 주가 될 때, 주객이 뒤집어질 때 가능하죠. 그래서 내 자리를 뺏길 각오가 돼 있어야 해요. 저는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한 번이라도 관계가 전복되는 건 달라요."


 p.278 화살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화살이 제대로 사람을 찌르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갑옷이 사람을 보호하지 못할까를 걱정한다. 국어 교사 박민영은 갑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입힐 언어의 씨줄과 경험의 날줄로 짠, 세상에서 제일 튼튼한 갑옷을 짜는 예술가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노동절이다. 새삼스레 주변을 둘러본다. 도처에 일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채널 자막에는 일하다 죽고 다친 사람들이 줄지어 흘러갔다. 하루도 빠지는 날 없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으로 밀려갔다.  앞서 생업은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라 했다. 그러니 일하다 죽는 사람, 일 때문에 죽는 사람, 그 일이 아니었다면 견디지 않았어도 될 일에 죽어버린 사람이, 그 죽음이 얼마나 처참하고 참담한 일이란 말인가.


 누구도 일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람이 사는 모든 일에 노동이 있다. 그러므로 노동을 말하는 것은 곧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는 것과도 같다. 노동이 천함과 그악스러움의 대명사로 읽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수고와 감사를 자주 잊는다. 무심히 지나치는 얼굴들, 말끔한 공간의 곳곳을 보며 묻는다. 나의 오늘에는 어떤 노동이, 몇 명의 일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p.100 한국 사회에서 유가족이 된다는 건 바다 같은 슬픔에 잠기고 하늘 같은 분노에 휩싸이는 일이다. 사망 원인을 죽은 사람의 과실로 돌아가는 사용자 측과 질긴 싸움이 시작되고 사람이 일하다가 죽었는데도 기업은 벌금만 내면 그만인 잔인한 현실을 맞닥뜨려야 하니 가슴에 불길이 잦아들 날이 없다.


 p.227 그가 싸우는 건 과격해서가 아니라 절실해서다. 자식을 낳은 엄마이자 자식이 죽는 걸 본 사람이라서다. 사랑을 줄 때조차 사랑을 받은 한 존재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커서다. 모르는 이들을 향한 이타심,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 같은 인간 보편의 감정에 따르는 것이다.



*서평도서제공: 한겨레출판


#은유 #생업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s*****7 2026.05.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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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같이 먹으면서 일상을 공유하면 편견이 깨져요.사회의 편견이 아니라 제 편견이 깨집니다.환대란 내가 뭘 주는 게 아니에요.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가 주가 될 때,주객이 뒤집어질 때 가능하죠.그래서 내 자리를 뺏길 각오가 돼 있어야 해요.저는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한 번이라도 관계가 전복되는 건 달라요." 솔직히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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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같이 먹으면서 일상을 공유하면 편견이 깨져요.

사회의 편견이 아니라 제 편견이 깨집니다.

환대란 내가 뭘 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가 주가 될 때,

주객이 뒤집어질 때 가능하죠.

그래서 내 자리를 뺏길 각오가 돼 있어야 해요.

저는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한 번이라도 관계가 전복되는 건 달라요."




 솔직히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이 책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삶에 있어 상당히 많은 것을 외면하며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정의'에 굉장한 사명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내 주변을 보면서 어느 순간 나도 체념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너무 싫었는데, 돌이켜보면 평범한 건 없는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가치 척도를 바꾸면 평범했던 사람도 충분히 뛰어나고 색다르게 보여진다.


 책에는 이정은 배우와 안예은 가수 같이 낯익은 사람들은 물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의 사람들, 이를테면 청년 농부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나는 특히 비건이지만 채소를 좋아하지 않고, 오지 않는 미래를 마중하며, 자리를 뻇길 각오가 돼 있다는 독립 연구 활동가, 심아정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생업>은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서 좋았다. 여러분도,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i*****t 2026.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생업》 타인의 노동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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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사람들이 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면서도 밥하는 노동은 존중을 안 하는 게 모순이죠. 먹는 건 좋아하면서 음식하는 노동은 왜 이렇게 천시하는지 항상 불만이에요. 그래서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저도 그냥 '교육 공무직이에요' 하고 말아요. 밥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낮춰 보니까요. 우리 자신부터 좀 용감해져야 하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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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들이 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면서도 밥하는 노동은 존중을 안 하는 게 모순이죠. 먹는 건 좋아하면서 음식하는 노동은 왜 이렇게 천시하는지 항상 불만이에요. 그래서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저도 그냥 '교육 공무직이에요' 하고 말아요. 밥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낮춰 보니까요. 우리 자신부터 좀 용감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저부터도 밖에 나가서 밥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지 못해요. 동료들도 말 안 하는 사람이 더 많고요. 임금이 높아지고 인식이 개선되면 나아지겠지요."               p.33


좋은 인터뷰는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만들어 준다. 은유 작가의 책들을 꽤 많이 읽었는데, '글쓰기'에 관한 책과 '인터뷰'를 묶은 책들이 많은 편이다. 탁월한 에세이스트이자 날카로운 르포르타주 작가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인터뷰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우리 곁 노동자 열일곱 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올해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명칭이 복원되고, 5월 1일이 법정 공휴일로 되었기에 이 책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진다. 일하는 사람이 덜 죽고 덜 다치는 세상을 위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사인>에 2024년부터 1년 6개월간 연재한 은유의 ‘먹고사는 일’을 바탕으로 지면 관계 상 싣지 못한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담았다. 


총 열일곱 명의 인터뷰이들은 평소에는 잘 안 보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것으로 묵묵히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이다. 급식 노동자, 청년 농두, 배달 노동자, 요양 보호사, 청소 노동자, 노동 변호사, 국어 교사, 배우, 가수, 유튜버 등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매일 1700인분의 밥을 지으며 밥은 타인에 대한 사랑의 실행이라는 걸 보여주고, 자본의 시간에 잠식당하지 않고 삶의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토바이로 음식을 실어 나른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립을 공생으로 바꾸는 이야기를 꿈꾸고, 터부시하는 편견의 벽을 넘어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쓰러지지도 않고 살아간다. 시간의 모든 조각을 주워 담아 낭비 없이 일을 하고, 모르는 이들을 향한 이타심과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과격해서가 아니라 절실하기 때문에 세상과 싸운다.  




열다섯 살에는 가장을 잃은 가족의 눈빛을, 서른 즈음 신참 버스 기사일 때는 모욕으로 파랗게 질린 나이 든 동료의 얼굴을, 쉰넷 셔틀을 몰 때는 작은 승객의 재잘거림을, 예순여섯 만년의 노동 운동가는 남은 동지들이 붙잡는 손길을 외면하지 못했다. 타인의 삶에 뛰어들었고 뭐라도 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합쳐져 박사훈만의 66년을 이루었다. 자신의 존재 방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도 외롭지 않은 생이었다. 명절때 조카들이 큰 아버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물어오면 그는 되묻는다. 살면서 돈이 중요할 거 같으냐, 사람이 중요할 거 같으냐?                 p.246


현대인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남의 일에 끼어들면 평온한 일상이 깨지며 먹고살기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내면에 자리해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 은유 작가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속 대사인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라는 말을 인용하며,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의문을 제기한다. 만약 눈앞의 불의와 타인의 고통에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버스 기사로 일하던 박사훈 씨의 삶이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 준다.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매순간 타인의 삶에 뛰어들고 뭐라도 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주변 사람을 진심 어리게 대하며, 절대 욕심내지 않고 살아왔다. 그의 인터뷰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뭉클해지는 지점이 온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삶이 떠안기는 온갖 고통을 흡수하고 견뎌내고 얻은 한 줌의 말로, 늙음의 자리에 도달해야 보여주는 삶의 통찰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들어 준다. 작가는 '어떤 삶을 가치 있게 볼 것인가가 공동체의 중요한 질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밥의 가치가 퇴색하는 현실에서 이 책 속 주인공들은 꿋꿋하게 밥을 짓고 밥심을 믿고 밥정을 살며 밥의 혁명을 수행한다. 음식이 있고 동료가 있고 노조가 있는 삶이 어떻게 일상을 바꿔놓는지, 일이 나를 지켜주지 않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들은 자기 삶으로 증명한다. 고단하고도 위대한 타인의 생을 잠시나마 엿보면서 저평가된 노동의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실제 세상이 바라보는 척도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 노동자의 권리, 이타심과 돌봄 측면에서 보면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진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r*******n 2026.05.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