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음반을 접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바흐와 스카를라티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두 작곡가의 이름을 검색하다 발견한 것이 이 음반입니다. 그렇지만 이 음반을 들은 이후 그것은 제가 가장 아끼는 음반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록된 작품들 모두 훌륭한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왠지 모르게 따스한 느낌의 피아노 음색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디누 리파티..... 이 음반을 듣기 전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맑고 영롱하여 슬픈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연주는 감성적이었습니다. 나중의 일이지만 그가 불과 3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리파티의 연주에 우수가 깃든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첫곡은 바흐의 파르티타 1번(BWV. 825)으로 시작됩니다. 바흐의 6곡의 파르티타 중에서 이 1번은 가장 대중적이며 아름다운 곡입니다. 첫곡인 프렐류드는 단순하면서도 정감있으며, 미뉴에트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마치 작은 새가 지저귀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곡은 부조니가 편곡한 코랄 프렐류드 두 곡입니다. 조용하면서 장중한 느낌이 나는 곡으로 전체적으로 어두움과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이 음반을 다시 들었을 때 마치 디누 리파티 자신을 위해 연주한 곡같아 고요함과 쓸쓸함이 한층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바흐 작품번호 147번의 칸타타는 헤스가 편곡한 곡으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그리고 켐프가 편곡한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BWV 1031)의 2악장인 시칠리아노 역시 많은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이 두곡 자체가 서정적이고 아름답지만 리파티의 감수성 짙은 연주는 곡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한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두 곡의 소나타는 이 앨범에서 가장 명랑한 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이 전반적으로 어두움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기교적으로도 화려하여 잠시나마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A단조(K.310)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 중 처음으로 나오는 단조인데, 모차르트가 작곡할 무렵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도 슬픔이 배어나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리파티의 피아노 소리탓인지 유난히 맑고 구슬픈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슈베르트의 두 개의 즉흥곡입니다. 이 곡을 듣노라면 리파티의 마지막 연주회 실황인 브장송 실황 연주가 떠올라 참으로 안타깝게 합니다. 병세가 악화되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던 그는 이 연주회에서 기력이 다할 때까지 연주하였고, 결국 두달 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연주였기에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음반은 약 50년 전의 녹음이라 음질은 좋은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천재라 불렸던 한 피아니스트의 혼이 담긴 연주가 담겨있고, 그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감동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따뜻한 음색... 감수성으로 가득찬 디누 리파티의 연주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