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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배회하다가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요즘 책을 고를 때는 추천사가 많은 지 유심히 본다. 추천사가 많았다. 그리고 나서, 늘 그랬듯 머리글을 읽어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머리글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좋은 달리기는 부상 없이 안전하게, 일상과의 조화 속에서, 꾸준히 오래도록 달리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는 달리기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 작년 말에 수 년간 다녔던 집앞 수영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침 운동을 잃어버린 나. 처음에는 새벽에 금정산 화명수목원 등산하는 걸로 운동 삼다가 곧 시들해졌고, 저녁에 하는 스피닝도 한동안 빼먹으며 '운동의 슬럼프'를 겪었다. 뭐라도 해야겠기에 5월 중순부터 다시 조금씩 달리기를 시작했다. 천천히 걷듯이 달리자고 '걷달리기'라는 이름도 지어서 매일 아침 3 km 정도 달렸다. 우리 아파트 단지를 4바퀴 도는 코스다. 순토 시계를 보면서 1 km를 9분 이상 속도로 천천히 달리려고 노력했다. 오른쪽 무릎 통증이 도질까봐 조심스럽게 달렸다. 책을 사면 처음부터 쭉~ 읽어나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목차를 보고 '부상' 관련 파트부터 펼쳐서 읽었다. 나는 의사이면서도 나의 부상에 너무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내과의사라서? ㅋㅋ 물론 MRI 찍어서 괜찮다는 것도 확인했지만, 2년 가까이 조금만 운동을 열심히 하면 반복되는 무릎 통증에 제대로 된 처방을 내지 못했었다. 이 책에서는 나의 'Runner's knee'에 대해서 주위 근육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했다. 스쿼트와 런지 등을 나의 아침/저녁 루틴 스트레칭에 추가했다. 그리고 'Running Economy' 파트를 읽으면서, 달리는 기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달리기에 기술이 있나? 라고 생각했다. 그냥 힘빼고 편안하게 달리다 보면, 꾸준히 열심히만 하다보면 저절로~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팔/다리 관절과 근력도 좋아져서 속도가 빨라지겠지 싶었다. 그렇게 10년 전에는 풀코스를 4시간 30분 정도에 2번 완주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40대 초반이어서 가능했나??? 스마트 기기의 도움을 받아서 케이던스를 높이라고 했다. 분당 발걸음 수, 케이던스. 순토 시계와 연결된 핸드폰 어플에서 늘 지도만 보던 나, 여러가지 수치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책을 읽고 최근 기록들에서 나의 케이던스를 확인해봤다. 150 정도. 1시간에 10 km 이상 달리는 사람들은 180 케이던스를 유지하면 좋다고 한다. 나는 너무 적었다. 걷달리기, 걷듯이 천천히 달리면 무릎에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나는 발걸음은 천천히, 보폭은 넓게 뛰었다, 터벅 터벅. 중요한 것은 보폭을 좁히는 것이었다. 좁게 빨리 통통 뛰는 것이 무릎에는 부담이 더 적은 것이란 걸, 케이던스라는 개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몇 년을 신었던 운동화를 버리고, 새로 산 아식스 젤 님브스 28을 신었다. 핸드폰에 '달리는 메트로놈' 어플로 분당 160 케이던스를 맞춰놓고 뛰었다. 3 km를 25분 동안 천천히 달렸다. 평소보다 보폭은 좁게, 발걸음은 빨리 뛰려니까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달리고 나니 너무 신나고 기뻤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무릎 뻐근함이 훨씬 덜하게 느껴진다. 책의 앞쪽에 달리기를 하게 된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되는 바 많았다. 알 수 없는 격정에 휩쓸려 무작정 완주를 했던 기억들. 굴곡진 삶의 여러 고비에서 달리기는 나에게도 위안이었다. 내가 처음 마라톤 완주를 했을 때, 어떤 친구는 나에게 '4시간 동안 달리기만 하면 심심하지 않냐?'고 물었다. 지금 다시 묻는다면 나는 '명상' 했다고 답하겠다. 저자는 글을 깔끔하게 적었다. 내용도 좋지만 잘 읽힌다. 유학 시절부터 신문에 컬럼을 게재했다고 하니 원래 문필력이 있는 사림인가 보다.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다가 MBA 유학을 간다는 게, 결혼까지 하고 그렇게 과감한 도전을 한다는 게 용기 있는 사람인가 싶다. 달리기에 진심이지만, 가정과 직장을 최우선에 두고 무리하지 않는 운동을 하는 모습이 지혜롭게 느껴진다. 나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한다. 닮은 점도 많고 배우고 싶은 부분도 많다. 부럽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며, 행운을 나누고자 요즘 달리기에 진심인 몇몇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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