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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지구를 지나가면서 김혜강 2026 지식과감성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삶의 가장 깊은 곳을 통과하며 끝내 붙들어낸 질문들의 기록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이렇게 연약한 존재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남긴 채 사라지는가.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이 오래된 물음들을 서둘러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삶의 고단함과 존재의 쓸쓸함을 오래 바라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저자는 인간의 슬픔을 감상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응시한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에 태어난 행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라는 문장은 <지구를 지나가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압축하고 있다. 우주적 경이와 인간의 비애가 한 문장 안에서 동시에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서 독자는 절망의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영혼의 무게를 만나고, “부도 난 어음처럼” 하루를 견디는 인간의 고단한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단순히 허무와 체념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수필집은 인간이 얼마나 위태로운 존재인지 알기에 더욱 따뜻하다. 저자는 꽃 피는 계절과 숲길의 적막, 비 내리는 저녁과 강물의 속삭임 같은 풍경들을 통해 삶의 상처를 천천히 어루만진다. 자연은 이 책 안에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안개와 바람, 봄과 가을은 인간의 감정을 대신 말하고, 독자는 그 풍경 속에서 자기 삶의 외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지구를 지나가면서>에는 유난히 ‘지구’, ‘행성’, ‘코스모스’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단순히 시적인 장식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 개인의 고통을 좁은 감정 안에 가두지 않고 더 넓은 우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읽는 동시에,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 전체의 슬픔을 함께 응시하게 된다. 인간은 서로 다른 얼굴로 살아가지만, 결국 모두 같은 별 위를 지나가는 나그네라는 사실을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조용히 일깨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보여주는 깊은 관조의 태도다.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날카로운 주장이나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 시간을 견디고 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체념과 화해의 목소리에 가깝다. 저자는 삶을 함부로 긍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 절망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왜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사라지는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으며, 숲길을 걸으며 잠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바로 그 순간들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고 조용히 말한다.
문장의 결 또한 아름답다. 철학적 사유가 짙게 배어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끝내 삶의 체온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관념 속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늘 구체적인 풍경과 인간의 기억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지구를 지나가면서>는 읽는 책이라기보다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들춰보게 되는 수필집에 가깝다. 문장을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자신의 지나온 계절들을 돌아보게 되고, 오래 잊고 지냈던 슬픔과 위로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거대한 깨달음이 아니다. 땡볕을 피해 조용히 떠나가듯 생을 마감하는 인간의 쓸쓸한 뒷모습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허망함 속에는 작은 온기가 남아 있다. 우리는 모두 <지구를 지나가면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슬픔을 문장으로 남기고, 또 누군가는 그 문장을 읽으며 자기 삶의 외로움을 견뎌낸다. 어쩌면 이 수필집은 바로 그 조용한 위로를 위해 존재하는 책인지도 모른다. #지구를지나가면서 #김혜강 #지식과감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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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감성'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