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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들이 계속 그 모습으로 내 곁 있을 거라며 믿으면서. / p.23 직장인이 되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로또 당첨을 마치 노래 부르듯 항상 말씀하셨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차피 먹고 살 정도로 버는데 얼마나 욕심을 부리시는지. 시간이 지나 직장인 n 년차가 된 나는 유전이라도 된 것처럼 친한 친구들에게 매일 나의 소원은 로또 또는 연금 복권 당첨이라는 말을 노래처럼 부르고 다닌다. 돈 벌기가 세상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 책은 장강명 작가님 외 월급사실주의 소설가님들께서 직장인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월급사실주의 소설집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2023 년에<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부터 시작된 것으로는 아는데 매년 구매해 읽었고, 올해 노동절에 발간한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을 인터넷 서점에 오르자마자 구입했다. 아마 내일이면 배송이 될 텐데 조만간 읽을 계획이다. 직업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늘 옳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책에는 여러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부제에서 드러나듯 총 네 가지 테마에 맞춰 소설가 열네 분께서 서른한 명의 직업인을 만난 이야기이다. 무대는 한국에서부터 호주에서 근무하신 분도 있었고, 직업 역시도 다양했다. 우리가 자주 매체로부터 접했던 공인중개사, 119 구급대원, 싱어송라이터도 있지만 책이 아니었으면 접하기 힘든 직종들도 있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인터뷰집이어서 크게 이해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직업 자체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큰 카테고리로 묶으면 생각보다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처음 읽기 전에는 그 직업을 주제로 한 소설집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인터뷰집이었다는 게 오히려 나았다. 완독까지는 대략 두 시간이 걸렸다. 직종의 독서 편차 또한 없었다. 개인적으로 4 부 살피다 파트의 특수학교 급여 담당자분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특수학교의 특성보다는 급여 담당자라는 직종에 포인트를 맞췄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나의 직종과 비슷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사무국장님, 자주 접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님의 인터뷰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그분의 인터뷰에서 더욱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재직하시는 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게 읽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먹고 살기가 참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부모님 세대, 그 이전의 조부모님 세대, 그 이전부터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도 스스로를 건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도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동질감이 들었다. 그들 역시도 비슷한 처지라는 점에서 위안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이야기가 여러 모로 오랫동안 떠오를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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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땀 냄새 나는 철학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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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우리가 평소 쉽게 지나쳤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단순히 직업을 소개하는 인터뷰집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를 버티고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철학을 담아낸 기록이다. 특히 노동을 거창한 성공담이 아닌 현실적인 삶의 문제로 풀어낸 점이 와닿았다. 책 속 인물들은 모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생명을 지키고, 누군가는 갈등을 조율하며, 또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었다. 읽는 내내 ‘좋은 사회는 이런 사람들 덕분에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노동자의 선의에 기대어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특정 직업의 화려함보다 ‘일하는 사람’ 자체를 존중하는 시선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고, 결국 답은 사람 사이에 있다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일하는사람의초상 #동아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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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일하는 사람의 초상 ⠀ p.267 “기회가 된다면 학교에서 노동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하면 가장 필요한 지식인데, 이를 충분하게 가르치지 않는 교육 현장이 이상하지 않나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랜 시간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사회에 나가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노동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계약서 작성 방법, 부당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 같은 것들은 너무 중요한데도 학교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교육이라는 건 결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힘을 기르는 과정인데, 막상 노동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지식은 개인이 알아서 찾아야 하는 영역처럼 남아 있다는 점이 이상하게 다가왔다. 특히 사회초년생일수록 ‘원래 다 그런 건가 보다’ 하고 부당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동법을 안다는 건 단순히 법 조항을 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과 노동을 함부로 침해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배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다치지 않고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처럼 느껴져서 더 와 닿았다.) ⠀ 처음에는 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책을 열지만 그 일을 하는, 이루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노동을 특별하게 포장하거나 집중시키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감동이나 거창한 성공담 대신, 현실 그대로의 피곤함과 책임감, 반복되는 하루와 그 안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공통점은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버팀 덕분에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마음으로 나의 일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다짐도 들었지만,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자기 몫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을 오래, 진득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일하는사람의초상 #동아시아 #월급사실주의 #서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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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 서수진 · 염기원 · 이서수 · 이정연 · 임현석 · 장강명 · 정진영 · 주원규 · 지영 · 최영 · 최유안 · 한은형· 황시운, 동아시아 👀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직업이 많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무한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막상 읽다 보니 이 책은 직업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었다. 하긴, 작가들 여러 명이 함께 작업한 책인데 그렇게 유치할 리가... 이 책은 일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버티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일이라는 게 참 어렵고도 애매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냐고 내게 누군가 물어 본다면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싫기만 하냐고 물으면 또 그렇게 단순하게 답하기도 어렵다. 힘들고 지겹고 그만두고 싶은 날이 많지만, 이상하게 어떤 순간에는 그 일 때문에 내가 조금은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을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내 일에 대한 나름의 애정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았다. 👀 책에는 치기공사, 중식당 면장, 라디오 PD, 만물트럭 주인, 고공로프 용접기사, 아파트 환경미화원, 항공정비 검사원, 면역전문 간호사, 자서전 대필작가 같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익숙한 직업도 있었고, 들어봤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던 직업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소개하는 직업들을 뭔가 특별하거나 멋진 것으로만 포장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어쩌다 그 일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오래 버티다 보니 자기 일이 되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그 일 안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 책의 그런 점이 참 좋았다. 일하는 사람의 삶은 원래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되지 않으니 말이다. 👀 나는 특히 라디오 PD의 이야기가 좋았다. 요즘처럼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라디오에는 라디오만의 힘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별것 아닌 사연 하나에 진행자도, PD도, 청취자도 함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그런 일은 분명히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씩 바꾸는 일임에 틀림 없다. 나도 한때 라디오를 꽤 좋아했기 때문에 이 파트를 꽤 재밌게 읽었다. 조용히 틀어놓은 방송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를 듣고 하루의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항공정비 검사원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았다. 정비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 엔진 덮개를 닫은 뒤 작은 공구 하나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열어 확인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직업 정신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정직함과 조심성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세계가 있다. 우리는 비행기가 무사히 뜨고 내리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당연함 뒤에는 사소한 실수를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매일 하는 일은 익숙해질수록 그 의미가 점점 흐려진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이 누구에게 효용성이 있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가끔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이라는 건 결국 한 사람이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들고, 잇고, 지키고, 살피는 일. 책의 구성처럼 일은 어쩌면 그 네 가지 동사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할거냐고 한다면, 여전히 답은 어렵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일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타인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 일과 내 하루도 다시 보게 될 수 있었다. * 이 책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dongasiabook #일하는사람의초상 #김의경 #서수진 #염기원 #이서수 #이정연 #임현석 #장강명 #정진영 #주원규 #지영 #최영 #최유안 #한은형 #황시운 #동아시아 #서평단 #북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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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만들다, 짓다, 지키다, 살피다’라는 네 개의 주제로 다양한 직업인의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다. 교육대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비슷한 진로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만 생활해 온 나에게, 이 책은 훨씬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직업과 삶의 방식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특히 스페인에서 올리브오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분의 이야기는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스페인어를 좋아해 시작한 여행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로, 올리브 오일 농장주로 한 사람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다. 단순히 직업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일을 어떤 마음으로 이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이 좋았다.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일의 의미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또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들을 소개하고 “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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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나오는 답변은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과학자, 선생님, 의사, 간호사, 소방관, 경찰… 종종 대통령이나 우주인같은 꿈같은 꿈을 말하는 애들도 있었다. 사실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직업이 있음에도 실제 겪어본 만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최근 통계로 16,891개 라고 한다. 이 책에는 30명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데, 낮선 직업도 많아서, 나의 무식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난 한 직장에서 20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난 참 용기가 없었구나싶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다른 것도 좀 해봤어야 했나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나름 평안한 삶을 살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위협하고 있는 이 시점에 어쩌면 인간의 노동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나누는 것은 참으로 시의 적절한 것 같다. 한 편 한 편이 어떤 직업에 대한 단편적인 소개가 아니라, 짧은 분량임에도 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잘 담겨 있어서 감동적이고, 교훈적이었다. 직업의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과 직업 안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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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부터 5월 1일의 이름이 바뀌었다.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무게는 다르다. 근로자라는 말이 고용된 입장, 즉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가리킨다면, 노동자는 일할 권리 그 자체를 가진 존재를 가리킨다. 명칭 하나를 바꾸는 일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렸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가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 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소설가 동인 '월급사실주의'의 14인이 지금 이 시대를 살며 일하는 사람 31명을 직접 만나 쓴 인터뷰집이다. 2024년 11월부터 《한겨레》에 연재해 온 직업 인터뷰 53편 중 30편을 추려 단행본으로 엮었다. 기획을 주도한 소설가 장강명은 스터즈 터클의 고전 <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는데, 터클이 1960~70년대 미국 노동자 133명의 목소리를 담아 한 시대의 초상을 완성했듯이, 이 책 또한 '지금, 여기'의 한국 일터를 육성으로 기록하려는 문학적 야심에서 출발한다.
책은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의 네 부로 나뉘어 치과기공사, 119 구급대원, 아파트 환경미화원, 항공정비 검사원, 자서전 대필작가, OTT 큐레이터에 이르기까지 존재는 알지만 내부는 몰랐던 직업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일반적인 신문 인터뷰 형식만이 아니라 에세이, 짧은 소설 등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도 특징인데, 14인 각각의 문체가 살아 있어 같은 인터뷰집이라도 읽는 결이 달라진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직업의 화려한 면보다 마찰과 무게를 먼저 건넨다는 점이다. 고공로프 용접기사가 말하는 안전의 긴장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이 토로하는 소진의 두려움, 두 번째 출근을 위해 스스로를 반성한다는 통원차량 지입기사이자 시인의 고백. 그 안에 있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자세다. 어떤 마음으로 매일 그 자리에 다시 나서는가 하는, 아무도 대신 답할 수 없는 질문의 흔적들. 결국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중한가, 사실 그게 다다. 세상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촘촘히 제 역할을 다해낼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완성된다는 것을 이 책은 새삼 일깨운다. 소설가의 눈은 현미경처럼 그 일상의 결을 들여다보고,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나도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일이란 어쩌면 그 사람을 규정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표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남는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을 누군가 이렇게 세심하게 기록해 준다면, 당신은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그 질문에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하는 사람의 초상>을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타인의 일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일이 보인다. #유유북적 #서평단 #동아시아 #직업탐구 #일하는사람의초상 #장강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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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사람의 초상 》 | 김의경 서수진 염기원 이서수 이정연 임현석 장강명 정진영 주원규 지영 최영 최유한 한은형 황시운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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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도 없고, 임원진이나 단체 규정, 세부이론도 없다는 '월급 사실주의'는 2022년 결성된 작가들의 동인 명칭이다. 모임도 없고 웹사이트도 없고, 선언이나 결의문을 채택하지 않지만 소설집에 원고를 쓸 때는 다음의 규칙을 따른다고 한다. 1.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2. 당대 현장을 다룬다. 3.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4. 이 동인의 멤버임을 밝힌다.
올해 4월까지 <한겨레>에 53편의 글을 실었고 그중 일부를 추려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바로 <일하는 사람의 초상>이다. 14인의 소설가들이 만난 각양각색의 직업은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의 총 4부로 편집되어 있다. 네 가지 동사 중 하나를 실행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하니 소중하지 않은 직업이 없다. 1. 만들다 직업을 갖게 된 동기들이 참 다양하다. 아버지를 따라 치과기공사로 일하는 이태신 씨. 생산직에서 일하다 회사가 망해 중식당 면장이 된 유진석 씨. 스포츠 에이전시에서 선수를 사고팔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올리브 오일을 판다는 백수진 씨. 이태신 씨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치과기공사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아버지와 캐드, 3D 프린트 같은 신기술을 사용하는 아들사이의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주방에서 일하는 게 편하다는 유진석 씨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데 12시간씩 일하니 무리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올리브 차이를 이번에 알았다. 제일 좋은 건 10월에 짠 올리브라고. 2. 잇다 KBS라디오에서 '장강명 인생책'코너를 책임지는 박수정 pd. 인생책 코너를 진행하면서 한 번도 운 전이 없다는 장강명 작가. 유일하게 자신은 물론이고 pd까지 울었다는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조승리 작가가 위화의 <인생>을 얘기하는 장면인데 결국 나도 울었다. 요즘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았는데 다시 들어야 할 듯하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기분을 나누게 되는 순간⸳⸳⸳이요. " p.87 만물트럭하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떠오른다. 극 중 이병헌이 오징어, 계란, 순부부를 녹음했던 장면이 지금도 선하다. 마흔에 이 일을 시작했다는 선애 씨는 행정학을 전공하고 9급 공무원에 합격해 안정된 직장생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공무원 남편을 만나 아들 둘을 낳았다. 민원처리에 대한 스트레스와 이혼으로 그녀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고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일이 바로 만물보부상이다. 시골 어르신들에 대한 푸근함과 정겨움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며 낭만이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운 시골마을과 만물트럭이 상생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3. 지키다 호주에서 고공로프 용접기사로 일하는 조국 씨.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지키며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도시의 안락함 대신 오지의 척박함을 선택한 이유라고 한다. 아파트 환경미화원인 정숙자 씨. 이 세계에서 70대는 어린 축에 속한다고. 눈과 단풍을 좋아했지만 이 일을 하고부터는 아니라고 한다. 노인이 하기에 이만한 일이 없고 수많은 일 중에 하나라는 그녀의 말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항공정비사인 전지혜 씨. 이스타 항공에서 일하는 여성 정비사다. 원래 직업은 설계사무소 회계직이었다. <굿 럭>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본 후 정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 때 무척 힘들었지만 이스타 항공은 정비부문은 인원감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행기를 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스타 항공 비행기를 탄다고. 4. 살피다 산부인과 의사 이종현 씨. 10년 차 제주살이에 접어들었다. 가족 모두가 서울살이를 접고 와야 했기에 쉽지는 않았다. 브라질, 일본, 베트남, 라오스, 중국, 대만 타이 등 다양한 나라의 산모를 만나는 것도 제주도만의 특징이다. 분만까지 가능한 병원도 적지만 의사는 더 적다. 수다가 좋아 산부인과를 선택했다는 종현 씨가 사고 없이 오랫동안 일하길 바란다. 기업인들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유수용 씨. 생각보다 많이 벌어서 놀랐다. 물론 일이 얼마나 들어오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나름의 노하우와 차별화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진심은 사람 간에만 통하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 AI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인터뷰 글이다 보니 현장감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직업에 대한 정보나 안착하기까지 다양한 이유들을 볼 수 있어서 취업준비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일에 대한 자부심과 돈을 번다는 만족감이 충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심장을 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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