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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작가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몇 있는데, 미우라 시온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의 한 명이다. 미우라 시온의 작품을 읽으며 싫었던 적이 없었다. 일본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글이어서 그의 작품들을 더 읽어봐야겠다,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 까닭으로 작가의 작품을 꽤 여러권 읽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작가의 작품중의 몇 권은 『배를 엮다』와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로맨스 소설의 7일간』등 읽었던 작품마다 호감도가 높았다. 이번에 비채에서 『마사&겐』이 나와 다시 미우라 시온의 글을 읽는다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미우라 시온의 글은 작가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다. 소설속 주인공들의 나이를 불문하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십대의 주인공, 이십대의 주인공, 삼십대의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우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번 신작 『마사&겐』에서는 70대의 노인들이 나온다. 70이 넘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면 소설은 어떤식으로 전개가 될까 궁금하지만 역시나 미우라 시온 만이 가지는 감성으로 우리를 소설 속으로 이끈다.
73세의 구니마사. Y동네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했지만 아내는 자신의 뭐가 싫었는지 딸네 집으로 가버려서 몇년째 소식도 없다. 결혼생활에 충실했고 회사생활에 열심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마저 떠나버린 집에서의 생활은 쓸쓸하다. 그나마 같은 동네에 겐지로가 있어 다행이다. 시도때도 없이 싸우지만 겐지로 마저 없었다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요통이 심해도 그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것. 겐지로가 있어 외롭지 않다.
73세의 겐지로. 일본의 전통 비녀인 쓰마미 간자시를 만드는 직인. 유별나게 사랑했던 아내를 사별하고 제자인 뎃페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머리에 양옆에만 남은 머리를 빨강색이나 파랑색으로 물들이는등 구니마사가 보기엔 어처구니없는 노인네다.
둘의 나이 합해서 146세인 구니마사와 겐지로가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게 노인 홀로 거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직장일을 열심히 하는게 가정을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해오며 열심히 살았지만 아내는 그런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 힘든 생활을 더이상 하기 싫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아내의 의지를 꺾지 못하는게 요즘 노인들의 상태이기도 한것 같다.
평생의 친구 겐은 제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것 같은데, 자신은 겐에 비해 굉장히 쓸쓸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질투마저 느낀다. 하지만 소설의 힘이 가진게 또 뭔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겐의 제자인 뎃페와 마미의 결혼을 도우며 무기력하게 지냈던 아내에게도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을 빼고 더 중요한 사람이 친구라는 존재다. 몇십 년을 함께 해온 친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기에 그만큼 편하고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티격태격해도 친구가 있어 하루가 즐겁고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기대하지 않겠는가. 또한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누군가를 도울수 있다는 것도, 곁에 있는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알기에 그러는 것일 게다. 친구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나이가 드는 것도 먼 미래가 아니다. 언젠가, 곧 다가올 일이기 때문에 곁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책이다. 겐과 마사의 잔잔한 일상 속 우정을 보며 우리 또한 우리 자신의 곁에 있는 이들에게 좀더 잘해야겠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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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할아버지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울 아버지는 78세.. 그냥 할아버지다.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시면 몸에서 병이 든 냄새가 날 때가 있고, 사소한 것에 역정을 내시며, 잘 삐지신다. 그렇게도 무섭고 권위적인 아버지였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래서 조금 화가 날 때가 있다. 이런 모습마저 안쓰럽다고 표현하는 건 아마도 내 아버지이기 때문일 게다. 그럼에도 때론 길거리에 만나는 할아버지들은 이게 어른일까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크고, 크게 성을 내시고 일방적으로 대접받기를 바라신다. 그래서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나름 믿고 싶다. 그런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바라는 게 생겼다. 바로 곱게 늙어가는 것. 여기서 곱게란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본인만 대접받기를 바라는, 그런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세상과 소통하고 인자한 모습을 갖고 싶을 수도 있다. 다만 세상에서 자꾸만 소외된다고 느끼기에 뭐든 날이 서 계신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다보면 소재의 다양함에 놀랄 때가 있다. 73세 할아버지 둘을 등장 시킨 이 소설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 소설 매력이 있다. 여기 두 명의 노인이 있다. 구니마사는(약칭 마사) 전직 은행원으로 성실하게 일을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정년을 맞이하니 아내는 딸에게로 가 버리고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심지어 딸에게는 연락도 없고 손녀도 보여주지 않는다. 또 한 명의 노인은 겐지로(약칭 겐)는 일본 전통비녀 ‘쓰마미 간자시’를 만드는 장인(책에서는 직인이라 표현한다)이다. 일찍이 미친 듯 사랑한 아내와 결혼했지만 사별했다. 이후 만인의 연인이 되어 한량 생활을 즐기는 그에게는 뎃페라는 견습생이 있다. 한때는 폭력을 휘두르며 건달처럼 행동했지만 지금은 겐 밑에서 착실히 일을 배우고 있다. 마사는 내심 겐 보다는 자신이 더 배우고, 더 성실했기에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정년과 함께 아내와 딸이 떠나버리자 자식도 없고 혼자인 겐이 부럽다. 겐과 마사는 속칭 불알친구로 도쿄의 대공습과 전쟁 등 굵직한 현대사를 겪었고 서로의 연애와 결혼을 함께 했다. 오랜 시간 같이한 마사와 겐을 보면 우정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아는 지인에게 이야기했다. 이런 친구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하면 참 행복하겠다고... 지금 우리는 이렇게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가기 힘들다. 다양한 곳에서 생활 터전을 마련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삶의 방식이나 생각이 변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 삐지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금방 화해를 하고, 말의 의도 자체를 확대해석 하지 않는 우정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73세 할아버지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었다고 삶이나 생활에 달관한 듯, 위엄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실수하고 삶이 어려운 할아버지들. 마사 할아버지는 왜 아내가 떠났는지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된다. 그런 대화조차 하지 못했던 마사 할아버지지만 천천히 아내의 마음을 알아간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마지막은 두 부부가 함께 사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시간 만들어진 생각의 갭은 하루아침에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또 다른 여운을 남기는 결과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갈지, 나는 어떤 사람들과 나이 들어갈지... ^^ 이런 귀여운 할아버지로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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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동부에 위치한 스미다구의 Y동네는 아라카와가와 스미가와 강 사이에 위치한 삼각주같은 모양. 이 마음에는 둘이 합쳐 146살 (동갑이니 둘의 나이는....당연히 ㅎㅎ) 의 콤비가 살고 있다. 물론, 그들은 스스로를 콤비라고 생각하지않는듯 하나, 운명공동체인듯 이둘은 츤데레로 툴툴거리면서 은근 서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 은행원 출신에 겉으론 점잖은 로맨스그레이이지만, 무뚝뚝하고 은근 샘이 많으나 다정함을 표현못하는 버럭장이 구니마사와, 자기가 원하는대로 표현하고 사는, 때마다 대머리에 얼마 안남은 머리카락을 빨강, 파랑으로 염색하는, 일본전통비녀 장인 겐지로의 이야기이다.
...내 생각엔 말이지....죽은 사람이 가는 곳은 사후 세계같은 데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기억 속이 아닐까....가령 네가 먼저 간다해도, 내가 죽는 날까지 너는 내 기억 속에 있을거야....p.88
사느라 바빠서 시부모 등쌀에 아내 기요코가 힘드는줄도 모르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못했던 구니마사는 70살이 넘자 아내가 딸의 집으로 살러가고, 겐지로에게 들어온 제자 뎃페와 애인 마미에게 질투를 느낀다. 어린 시절 피난을 갔다가 들여다본 겐지로가, 손에 든 연장을 집어던지고 구니마사를 껴안으며 살아있음을 기뻐해주었고, 바람둥이 처럼 살다가 겐지로가 사랑을 느낀 여인을 위해 큰개에게 손을 물려가며 중매를 서준 이야기 등.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가를 적시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있었다.
깡패질을 하던 뎃페의 이전 동료나, 큰 금액을 다루기에 겐지로의 일이 그닥 대단하게 느껴지지않았던 구니마사의 과거 일도 있지만, 반찬 하나, 그때마다의 차 맛, 행사를 챙겨 편지와 선물을 챙기고, 엽서를 쓰는 등 작은 것들이 모여 행복을 이루는 듯 싶다. 아마 그게 도안을 그리고, 염색하고, 말리고, 풀먹이고, 자르고, 붙이는 비녀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자유를 누릴새도 없이 사랑니를 뽑으로 간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어쩌나 하는 간호사의 말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듯, 작은 말 하나라도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정말 읽는내내 참 행복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 (아마도 아래의 동그란 공모양이 달린 모양이, 겐지로가 구니마사의 손녀를 위해 만든 모양과 비슷한듯하다. 간지시를 찾아보니, 이젠 죄다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으로 만드는 모양. 천위에 그림을 그리고, 염색하고, 말리고, 풀을 먹여서, 작게 잘라 작은 핀셋으로 공들여 붙이는 기법의 상품은 이제 품이 너무 드는 걸까. 나중에 일본에 가면, 겐지로가 만든듯 천으로 오려붙인 쓰마미 간자시 상품이 있나 살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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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읽었다. 읽으면서 몇번이나 웃음이 빵빵 터질 정도. 출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웃음 참느라 혼났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할아버지 구니마사와 겐지로. 평생을 티격태격하면서도 또 평생을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 마사와 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몇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짧아서 아쉬울 정도. 70을 넘은 나이에도 어린애같은 모습을 보이는 마사와 겐을 보면서 70넘은 아빠 생각이 나기도 하고. 도착점도 정답도 없으니까 끝도 없다. 그러니까 산다. 그저 행복을 찾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이 해온 일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죽는 날까지 묵묵히 사는 것, 그 시간을 영원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는게 뭐 별건가 싶기도 하고. 아마 나는 지금 영원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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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해야하는 영결식장에 나타난 붉게 염색한 대머리.. 첫 등장부터 웃음을 선사한 주인공은 겐지로이다. 그는 시끌벅적한 연애를 하고 결혼 했는데 중년때 아내와 사별하고, 아이도 없어서 혼자 산다. 그는 쓰마미(기모노에 어울리는 머리 장식)세공 전문 장인으로 그를 끔찍히 생각하는 제자가 있어서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 않고, 늘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그의 절친인 구니마사는 그와는 공통점이 없는 모습과 행동, 생각을 한다. 그는 은행에서 일하다 은퇴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적도 없고, 늘 그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 손녀 등 가족들과 왕래를 안하는 아니.. 그들의 외면을 받아서 왕래를 못하고, 혼자 지내는 밤이 늘 느리다고 생각하는 외로운 노인이다.
그 둘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의지하면서 Y라는 동네에서 부모형제와 보낸 시간보다 더 오랜시간 같이 보낸다. 그러나, 종종 구니마사는 겐지로를 부러워한다. 열렬한 사랑을 하고 아내를 얻었고, 늘 그를 떠받들어 주는 제자 뎃페라는 존재가 있는 것도 질투나고, 다른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는 것도 부럽고, 어디가서도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샘이난다. 늘 혼자만 외롭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래도 구미나사는 많은 일을 겪고, 수없이 반복되는 나날 끝에 같이 있어주는 친구를 얻은 것이라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날 아퍼서 누워있는 구니마사에게 찾아온 겐지로는 방다닥이 물바다가 되어 있는데도 누워 있는 것 그를 보고 시체 같다고 농담하고, 구니마사는 그러면 구급차 대신 영구차 보내달라고 농담을 던진다. 이 책은 그렇게 밀당을 하면서 지내는 노인들을 귀엽게 표현된 브로스 소설이다. 그들은 서로 투덜거리고, 서로에게 험한 말도 하고, 구박을 할때도 있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깊다. 그것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마사&겐'은 재미있는 표현과,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 많다. 그래서 웃음이 피식피식 나온다. 그리고 마사와 겐의 대화는 재치있는 입담과 재미있는 내용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읽다보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가족과 단절된 노인의 삶을 보면서 씁슬한 생각도 들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아끼는 마음을 보면서 위로가 되고 우정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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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마사와 겐의 오랜 우정이 부럽다는 말로 시작해야겠다. 어린시절부터 70살이 넘은 지금까지 지켜온 우정이라니 그야말로 천연기념물급이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중년인 지금도 마음 터놀 친구가 귀한데 노년인 두 사람이 입으로는 말다툼을 벌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엿보여서 더 그런 기분이 든다. 은행원으로 정년퇴직한 마사(아리타 구니마사)와 아직 현직에서 뛰고있는 일본 전통비녀인 ‘쓰마미간자시’를 만드는 직인 겐(호리 겐지로), 마사는 은행을 퇴직하며 행복한 노후를 예상했으나 아내는 시집간 딸네 집으로 떠나버렸다. 지금 방송에선 <딱 너 같은 딸>이 나오고 있다. 첫째 딸이자 대학 심리학과 교수, JS 심리학 상담소 소장인 마지성, '보스톤 그룹 영업전문 컨설턴트'인 둘째딸 마인성, 흉부외과 레지던트 의사 마희성이 홍애자 여사의 자랑인 세 딸들이다. 그중 둘째딸 인성이 소정근과 결혼하기 위해 엄마에게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속을 썩이고 있지. 내가 지성이 아닌 홍애자 여사 편을 들게 되는 것도 나이탓일게야.
갑자기 이야기가 드라마로 가게 된 것은 마사의 아내가 출가한 딸네 집으로 갔다는 말에 홍애자 여사라면 남편을 버리고(?) 시집간 딸네집으로 가서 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탓이다. 살아있는 아내와 이유를 알지 못한채 별거하고 있는 마사와 달리 열렬히 사랑하던 아내를 일찍 잃고 혼자 자유롭게 살아가는 겐, 서로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오래도록 우정을 유지해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요즘은 공포와 추리소설보다 재미와 따듯함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좋다. 아마 어떤 위안이 필요하기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그래서인지《나쓰미의 반딧불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따스한 감성을 필요로 하는 책이기도 했어.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사소함을 재미로 바꾼다는 것, 제목에서 노년의 탐정이 활약하는 일상(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생각했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착각에 불과하다. 하긴 내가 그 착각에 의한 희생자(?)니 할말은 없다.
마사와 겐 중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았냐고 묻는다면 아마 겐에 대한 지지가 더 높지 않을까 싶다. 열렬한 사랑에도 빠져봤고 그 사랑을 결혼으로 골인시킨 것이나 비록 아내를 일찍 잃었어도 여러 여인들과 자유로운 만남을 가지니 많은 남자들의 바람과 같은 삶을 살고있는 것이라 말할수 있겠지. 반면 중매로 만나 결혼한 아내 기요코가 왜 자신을 버리고 딸집으로 가버렸는지 알지 못하는 둔한 감성의 소유자 마사는 젊어서도 제대로 된 사랑도 못해봤고 결혼한후에도 가족들과 다정한 한때를 보내보지 못한 불쌍한(?) 사내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가정살림을 책임지는 남자도 좋지만 좋은 아빠이자 좋은 남편 역활을 해주는 남자를 가족들은 더 그리워한다는 것을 평생 알지못했으니 현재의 노후는 그가 자초한 셈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자에게 남편보다 자식이 더 좋아진다는 말도 있다. 마사의 아내는 평생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한 남편 마사보다 의지가 되어주는 딸이 더 좋아 그런 선택을 한 것이리라.
겐의 제자인 스무살 뎃페가 7살 연상인 마미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도 나에겐 어색했다. 하긴 드라마 <딱 너 같은 딸>의 마지성도 연하의 남자 소정근과 사랑에 빠져 평생 자신들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 홍애자 여사를 속여 결혼 승낙을 받으려 하지. 홍애자 여사를 보면 자식에게 인생을 올인할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한번뿐인 인생은 자신에게도 소중한 것이니까. 홍애자 여사가 세 딸을 잘 키워냈을지 몰라도 그것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잡았다는 것은 불쌍하게 생각된단 말이지. 욕하면서도 보게되는 중독성이 강한 드라마, 그나마 요즘은 힘들게 노력해서 드라마를 끊고 있다. 대신 그 시간을 온전히 책읽는 시간으로 돌리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책속에 많이 드러내지 않은 마사의 아내 가요코의 입장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드는 이유는 왜일까? 아마 같은 여자고 그녀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에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효자 자식보단 부부가 났다니 그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냈으면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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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플로베르는 어느 편지에 이렇게 썼다. 「오! 내가 늙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느끼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영혼의 증거인가! 나의 육신은 쇠약해지고, 나의 사고는 성장한다. 나의 노년에 일종의 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책세상, 1994) 구니마사와 겐지로는 어느 쪽일까. 특히 구니마사는 '망설이고 힘없는 노년'의 전형으로, 젊은 사람들로부터의 비웃음의 대상이고 자신을 키워준 사고방식과 문화에 이제는 거꾸로 당하고 있으며 늙고 지쳐 가족들에게서 팽(烹) 당한 뒤 멸시받는다. 겐지로는 일반적이지는 않으나 짱짱한 정신상태로 무장한 노인이고. 둘의 차이는 '꼰대스러움'의 정도인데,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다루는 방법에서 구니마사와 겐지로의 사고방식이 드러난다(둘 다 겐지로처럼 파락호 같은 남자들이었다면 일흔을 넘기기 전에 양쪽 모두 저세상으로 갔으리라). 그러나 어느 하나가 요통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못해도 단박에 달려와 줄 사람은 죽마고우뿐이고, 결혼을 위해 야반도주를 획책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사람은 죽마고우뿐이며, 때때로 심술궂게 타박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죽마고우 그들뿐이다. 그리고 두 인물이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노인이라는 설정이 소설을 이채롭게 만든다. 퇴직한 은행원과 전통 비녀를 만드는 직인의 이야기, 구니마사와 겐지로라는 양반들은 한량처럼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그들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평균적 인간이다.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입장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매일같이 새로운 물건이 쏟아지는 지금 어딘지 모르게 경험과 지식 혹은 지혜는 날이 갈수록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으로 추락한다. 젊은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열등한 존재이고 모든 일에 서투름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들이 지휘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가끔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살아갈 의욕을 얻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같은 연배의 사람들과의 병실 생활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조직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그치지 않는 것이, 병실 밖 세상은 줄기차게 그들을 향해서 젊은 사람들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인간이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사 & 겐』은 소위 '요절복통', '좌충우돌'과 같은 말처럼 건강한 웃음을 자아내는 소설이다(한편으론 그들이 살아온 이력을 끼워 넣음으로써 애잔하게 보이기도 한다).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털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노인네라니, 이런 작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니 모쪼록 구니마사 씨, 겐지로 씨, 오래오래 사세요(주제넘게 명령조로 말하고 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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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유쾌하다. 73살 노인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말들이 읽으면서 잔잔히 웃게 만든다. 노인 콤비로는 최강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멋진 호흡을 보여준다. 티격태격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우정이 쌓여 있다. 이들이 보여준 우정의 연원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평범한 구성이지만 이들의 과거가 사이사이에 흘러나와 진한 감동을 준다. 작가의 간결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이고,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많지 않지만 재미난 이야기들은 몰입도를 높여준다. 작가의 말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마사의 본명은 구니마사다. 겐의 본명은 겐지로다. 이 둘의 이름을 줄여서 마사&겐이다. 이들은 칠십 년 동안 친구였다. 도쿄 스미다 구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Y를 배경으로 은행원이었다가 정년퇴직한 마사와 전통비녀 직인인 겐은 각각의 이유로 혼자 살고 있다. 마사의 아내는 그의 나이 칠십에 나가 큰딸의 집에서 살고, 겐의 아내는 죽었다. 마사는 딸 둘이 있지만 겐은 없다. 결혼은 겐이 먼저 했는데 그 과정이 평범하지 않다. 마사의 경우는 선을 보고 바로 결혼했다. 마사가 본 것은 아내 기요코가 줄 안정감이었다. 겐이 선택한 것이 사랑이었던 것에 비하면 밋밋하지만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던 모습이다. 이것은 이 둘의 성격과 관계있다.
마사가 은행원으로 돈을 벌면서 가정에 소홀했다면 겐은 아내가 죽기 전까지 충실했다. 둘이 홀로 사는 현재 마사는 요통으로 고생하면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겐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제자까지 두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 건실한 은행원의 노후 생활을 그리면서 마사를 본다면 대충 맞을 것이고, 늙은 바람둥이를 예상하면 겐에게 더 어울린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겐일 것 같지만 실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마사다. 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가 마주한 몇 가지 상황들이 할배 콤비의 활약으로 해결된다. 그 상황들 대부분은 마사와 겐의 제자 뎃페 때문에 일어난다.
이 둘의 관계를 가장 함축적이면서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공습으로 도쿄가 불타고 겐의 어머니와 동생이 죽은 후에 마사가 나타났을 때다. 그의 안위를 먼저 걱정해줬고, 달려와 손을 맞잡았고, 얼굴 가득 빛나는 웃음이 번졌던 그 장면이다. 그 웃음을 마사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래서 겐이 아내 하나에와의 결혼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무리한 연극을 하기까지 했다. 이후 이들의 결혼 생활은 잔싸움이 많았다. 반면 마사의 결혼은 조용했다. 산업발전기에 일에 지친 아버지가 흔히 보여주었던 그 모습을 그대로 했었다. 아내와 딸들의 마음이나 행동에는 관심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고. 어떻게 보면 행복하지 않은 노후 같지만 이 둘은 아주 행복해 보인다. 아니 점점 행복해진다. 마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을 조금씩 바꾸고, 겐은 멋진 제자와 친구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70이 넘은 노인이다 보니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대화 중 나온 겐지로가 한 사후에 대한 표현은 최근에 본 가장 멋진 문장이다.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은 사후 세계 같은 데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기억 속이 아닐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들도 사부도 집사람도, 다들 내 안에 들어왔어.” 이 보다 더 멋진 죽은 자를 기리는 말이 있을까. 진한 여운을 남기고 나의 기속으로 들어온 많은 사람들을 잠시 떠올려본다. 소설은 이 기억의 일부를 풀어놓고, 현실의 문제와 부딪히게 하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열렬하게 사랑하는 커플인 뎃페와 마미를 보여주면서 삶의 한 장면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한때 미친 듯이 붙어 다녔던 친구와 결혼 등으로 멀어져 가끔 연락만 하는 사이가 된 현재를 보면서 나의 노후도 이들처럼 멋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부러움이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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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서점대상 1위를 석권한 최초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신작이 비채에서 나왔다. '마사 & 겐'...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 온 소꿉친구 두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 부부, 가족, 친구,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으로 읽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책이다.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담겨진 표지는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스토리를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명이라도 진실한 친구가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진실한 친구와 평생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Y동네에 살고 있는 구니마사(마사)와 겐지로(겐)는 죽마고우다. 화이트칼라 은행원으로 직장을 그만둔 구니마사와 일본의 전통비녀 쓰마미 세공의 달인 겐지로... 나름 화려한 연애사를 가진 겐지로와는 달리 중매로 아내를 만나 정을 쌓으며 사랑을 키우며 무난하게 살아온 구니마사는 현재 자신의 처지에 한숨이 난다. 아내는 구니마사가 싫다며 딸네 집으로 떠나고 두 딸에게 아버지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겐지로는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혼자인 상태지만 그를 따르는 뎃페가 곁에 있고 자신과 달리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구니마사와 겐지로 두 노인의 소소한 일상과 그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가족들의 시선에 억울한 감정이 들 수도 있지만 시대가 변했고 자신이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에 늦게나마 다른 사람의 결혼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는 모습은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노년의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라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상대는 상처를 받는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상대의 마음은 떠나고 원래대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허나 함께 한 시간이 있고 우연한 기회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글은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든다. 발랄하고 상큼한 젊은 주인공이 아닌 일흔 살을 넘긴 두 노인 구니마사와 겐지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전혀 식상하거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재밌게 읽은 책이다. 나이가 지닌 노련함과 지혜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며 두 주인공들 말고도 뎃페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마치 내 주변인들처럼 살아있는 느낌을 전해주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지루할 수도 있는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삶이 주는 지혜가 담겨져 있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브로맨스가 일흔이 넘은 구니마사와 겐지로를 통해 매력적인 꽃할배의 모습으로 다가와 즐겁다. 혼자 일 때보다 둘 일 때 더 매력적인 구니마사와 겐지로... 두 사람의 우정이 지금도 계속될 거란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구니마사와 겐지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맞는 구석이 없다. 그런데도 단짝이라니, 불가사의라면 불가사의였다. 오죽하면 한번은 대놓고 물었을까. 야, 겐지로, 우린 왜 질리지도 않고 얼굴을 맞대고 있는 거냐. 그러자 겐지로는 피식 웃었다. "그야 뭐, 타성이란 거지." -p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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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아주 유쾌하고 따뜻한 소설을 하나 만났다. 73세가 된 두 노인의 우정을 그린 마사&겐이 바로 그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사실 저자인 미우라 시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일본에서 문학적 권위와 대중적인 인기를 대표하는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가라는데 기실 나는 그녀에 대해 무지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녀가 쓴 또 다른 작품들이 무척 궁금해져서 바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과 <배를 엮다>를 당장 주문했을 정도이다. 그래봐야 내 연배 정도밖에 안된 그녀가 어쩜 이리 섬세하고 재미있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꾸며 가는지 감탄을 자아내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은행원 출신으로 일본의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에 딱 어울리는 구니마사와 젊은 시절 아내와 사별하고 쓰마미 간자시(일본인들이 전통 의상을 입을 때 머리에 꽂는 전통 비녀 혹은 머리 장식) 직인으로 젊은 제자를 곁에 두고 호탕하게 살아가는 겐지로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겉으로 볼 땐 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구니 마사는 늘그막이 된 어느 날 아내가 딸네 집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긴 후, 딸의 집에 눌러 앉아 버림으로써 쓸쓸한 독거 생활이 시작된다. 젊은 시절 맞선을 보고 사랑의 불똥이 튀지는 않았지만, 이 여자라면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아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아내인 기요코는 바쁜 남편 마사 때문에 홀로 동동거리며 아이들을 키우고 시 어르신을 모시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남편의 따뜻한 위로 한 번,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 한 번 못 받아보고. 마사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넘겨왔던 그 날들이 기요코의 가슴에서는 원망만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는 걸 한 치도 알지 못했으리라. 겐은 사라져 가는 쓰마미 간자시의 직인으로 그 분야에서만큼의 전문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위치에 있다. 젊은 시절 누가 봐도 한 눈에 반할만한 예쁜 선생님을 색시로 얻었으나 40대에 병을 얻어 결국 사별하게 된다. 대신 뎃페라는 이제 막 20대가 된 젊디젊은 제자가 들어와 일도 열심히 배우고 밥도 챙기는 등 스승님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그의 애인인 Y 동네에서 가장 인기 높은 미용사 마미로부터 빨강, 초록 등 젊은이들도 어지간하면 하기 힘든 현란한 색깔로 소갈머리를 물들이는 등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다. 전쟁을 겪고서도 다시 만난 소중한 인연, 이 두 할아버지의 티격태격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서로를 챙기는 모습도. 뎃페와 마미 결혼식에 뜻하지 않게 중매인을 서게 되어, 마사가 별거하고 있는 아내 기요코를 설득하기 위해 매일같이 쓴 엽서 퍼레이드에서는 아주 배꼽을 잡으면서 웃었다. 두 할아버지의 새옹지마와 같은 인생사와 우정과 더불어 뎃페와 마미의 연애 이야기도 별미라 느껴졌다. 이 분들이 살고 있는 아라카와와 스미다가와 사이에 삼각주처럼 들어 앉아 있는 스미다 구 Y 동네에 한 번 놀러가 보고 싶은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