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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의 한 발명가가 방적기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인간의 손을 닮은 기계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방적기를 처음 만든 발명가들은 하나같이 같은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일 거다. "인간이랑 똑같이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 나무 레버로 손가락을 흉내 내고, 가죽을 덧대 마찰을 재현하고, 심지어 방적공이 침을 발라 실을 비비는 동작까지 구현하려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 책은 그 실패에서 혁신의 핵심을 꺼낸다. 기계는 인간을 닮을수록 실패한다는 역설, 그리고 그 발견이 지금 AI를 만들고 있는 우리에게도 정확히 같은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 책의 핵심 주장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기술 혁신은 언제나 인간의 한계를 직시한 순간 시작됐고, 그 한계를 인정하는 방식이 곧 다음 문명의 설계도였다. 재밌는 것은 2차 대전 블레츨리 파크다. 수천 명의 여성 계산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려 했지만, 인간을 아무리 더 투입해도 풀리지 않았다. 그 한계를 직시하는 순간, 앨런 튜링이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처리 능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리고 컴퓨터는 그 질문에서 태어났다. 앨런 튜링이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시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방적기가 탄생하면서 기존 직공들의 생계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포디즘이 노동자의 신체를 어떻게 재편했는지 같은 이면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술이 왜 이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 특히 AI나 반도체 이야기는 매일 듣는데 그것이 어떤 흐름 위에 올라와 있는지 감이 없어서 불안한 사람에게 맞을 것 같다. 오랜만에 재밌는 수학사책을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