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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소설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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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암 박지원의 소설책을 펼치면 빼곡한 한자와 딱딱한 해설이 먼저 반긴다. 고전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읽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기 일쑤다. 하지만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전혀 다르다. 고리타분한 옛날 책의 느낌을 지우고, 오늘날 우리 방구석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책으로 다시 태어났다.책 곳곳을 채운 29점의 컬러 민화가 단순히 보기 좋은 삽화 수준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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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암 박지원의 소설책을 펼치면 빼곡한 한자와 딱딱한 해설이 먼저 반긴다. 고전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읽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기 일쑤다. 하지만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전혀 다르다. 고리타분한 옛날 책의 느낌을 지우고, 오늘날 우리 방구석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책 곳곳을 채운 29점의 컬러 민화가 단순히 보기 좋은 삽화 수준이 아니다. 한동훈 화백이 그려낸 유쾌한 호랑이와 익살스러운 조선 사람들의 모습은 연암이 글로 써 내려간 풍자와 유머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글을 읽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시 양반들을 비웃던 백성들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그대로 느껴진다.

내용도 알차다. 유명한 소설들 외에 연암의 아들이 기록한 인간 박지원의 모습까지 담아내어 깊이를 더했다. 신분 사회의 위선을 꼬집는 날카로운 문장들은 쉬운 번역을 거쳐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공감을 준다. 200년 전 천재의 글이 화려한 그림과 만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책은 공부를 위해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숙제 같은 고전이 아니다. 예쁜 디자인과 살아있는 문장, 그리고 풍성한 볼거리까지 갖춘 하나의 멋진 선물이다. 그동안 고전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독자들에게 박지원과 편하게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가 될 것이다.

이달의 사락 c*******3 2026.05.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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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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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박지원 저 | 한동훈 그림 | 이명현 역 | 현대지성이번에 소설 전집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건 “고전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 감동이었다. 해설부터 흥미진진하다. 고전소설의 벽을 깨려면 작품 해설부터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해설은 무척 현대적인 감각이었다. 박지원이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병을 앓았다라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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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박지원 저 | 한동훈 그림 | 이명현 역 | 현대지성





이번에 소설 전집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건 “고전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 감동이었다. 해설부터 흥미진진하다. 고전소설의 벽을 깨려면 작품 해설부터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해설은 무척 현대적인 감각이었다. 박지원이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병을 앓았다라는 부분은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수능 문학 속 연암은 늘 시험 문제 안에 갇혀 있었다. 풍자, 실학, 양반 비판. 정답처럼 외워야 했던 단어들. 그런데 책으로 다시 만난 박지원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교훈을 말하는 선비가 아니라, 인간의 허세와 위선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간에 가깝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웃고 난 뒤 마음이 조금 씁쓸한 느낌도 들었다. 읽다 보면 고전은 옛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암이 조롱한 사람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반전 속에서 양반이라는 간판은 이미 껍데기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름과 체면을 사고팔지만, 정작 그 안은 텅 비어 있다. 직함, 학벌, 브랜드, 팔로워 수처럼 “사람 자체”보다 간판이 먼저 평가되는 순간들. 양반은 사라졌는데 양반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모습을 바꾸었을 뿐.



열녀함양박씨전은 참으로 웃프다. 정절을 강요받던 시절, 살아남기 위해 침묵해야 했던 여성의 삶은 끝내 ‘열녀’라는 이름으로만 기록된다.

사람들은 그녀를 칭송하지만, 읽는 우리는 안다. 그 찬양 속에 얼마나 많은 슬픔과 억압이 숨어 있는지를.

연암은 그 시대가 여성에게 요구했던 잔혹한 윤리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아이러니한 건, 가장 인간적이어야 할 삶이 가장 비인간적인 도덕으로 평가받는 점이다.

웃기지도 않은 기준이 사람의 생을 결정하던 시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면에서 우리는 정말 그 시절에서 완전히 멀어졌을까 싶기도 하다.



《호질》은 특히 인상 깊다.

호랑이 앞에서 허둥대는 선비의 모습이 우스운데, 동시에 너무 인간적이다. 도덕을 말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한 사람. 누구보다 고상한 척하지만 가장 비겁한 사람. 연암은 그런 인간을 비웃으면서도, 완전히 악인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풍자의 대상이 남이 아니라 내가 되는 느낌이 든다.




허생전은 지금 읽어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었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 있어도, 구조 자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 결국 허생이 돌아서는 장면에는 이상주의자의 체념 같은 감정이 남는다. 그래서 단순한 풍자소설이 아니라, 재능과 현실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껴본 경험은 한번쯤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단순히 작품만 모아둔 전집이 아니라는 점이다. 풍속화와 민화, 궁중기록화, 현대 일러스트가 함께 실려 있어 읽는 감각이 훨씬 입체적이다. 아들 박종채의 기록과 상세한 각주 덕분에 ‘작품 속 연암’뿐 아니라 ‘인간 박지원’이 조금 가깝게 느껴진다.


연암이 해부한 인간이 18세기 조선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250년이 지나도 사람은 여전히 체면을 사랑하고, 권위를 흉내 내고, 자기 위선을 끝까지 못 본 척한다.

그래서 연암의 소설은 오래된 고전이 아니라, 시대만 바뀐 인간 관찰 기록처럼 느껴진다.



#양반전 #허생전 #호질 #박지원 #연암박지원

#고전문학 #한국고전문학 #고전소설 #고전읽기


이달의 사락 r******7 2026.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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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체면 따지다 뼈 맞는다: 조선 최고의 풍자 마스터가 던지는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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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체면 따지다 뼈 맞는다: 조선 최고의 풍자 마스터가 던지는 돌직구 ▲ 저자 : 박지원▲ 그림  : 한동훈 ▲ 옮긴이 :  이명현 ▲ 출판사 : 현대지성  교과서에서 제목만 외웠던 작품들. 양반전, 허생전, 호질. 이상하게 내용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는데 이름만 또렷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몇 장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연암은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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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체면 따지다 뼈 맞는다: 조선 최고의 풍자 마스터가 던지는 돌직구


▲ 저자 : 박지원

▲ 그림  : 한동훈 

▲ 옮긴이 :  이명현 

▲ 출판사 : 현대지성

  교과서에서 제목만 외웠던 작품들. 양반전, 허생전, 호질. 이상하게 내용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는데 이름만 또렷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몇 장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연암은 조선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끝까지 의심하는 작가였다는 걸. 그 시대를 읽는 느낌보다  '지금, 여기' 내 주변의 민낯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양반전·허생전·호질』처럼 누구나 다 알고 나 역시 닳도록 읽은 작품들은 과감히 뺐다. 뻔한 줄거리 요약 대신, 연암이 남긴 서늘한 질문만 남기기 위해." 짧은 작품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가볍지가 않았다. 웃음으로 시작해도 마지막엔 사람의 허세나 욕망이 남는다. 특히 「민옹전」이나 「광문자전」은 이름 없는 인간들까지 놓치지 않는다. 연암은 높은 자리를 풍자하면서도 동시에 실패하고 늙어가는 인간의 쓸쓸함까지 같이 바라본다. 그래서 비웃음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양반은 사라졌는데 양반의 방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말투와 학벌과 직함으로 무게를 정하고, 실속보다 체면을 먼저 챙기는 분위기. 연암이 비웃었던 건 신분제 자체보다 그런 인간 심리였던 것 같다.

「예덕선생전」은 특히 예상 밖이었다. 똥을 지고 거름을 나르는 엄행수를 두고 연암은 선생이라 부른다. 처음엔 의외였는데 읽다 보면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된다. 깨끗한 척하는 사람보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더 고귀할 수 있다는 시선. 조선 후기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지금 사회가 더 많이 부끄러워진다.

해설까지 읽고 나니 박지원이라는 사람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는 단순히 풍자만 하는 문인이 아니었다. 청나라 문물을 직접 보고 와서 현실을 바꾸려 했고, 체면보다 실제 삶을 중요하게 봤다. 당시엔 위험한 시선이었을 것 같다. 정조가 문체반정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읽는데, 문장 하나가 시대를 흔들 수 있었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했다.읽다 보면 결국 인간을 보는 눈 자체가 남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뒤쪽에 실린 해설과 연보를 같이 읽으면서 문득 연암의 문장이 왜 그렇게 날카로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는 현실 바깥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실제로 관직 생활도 했고, 백성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고, 청나라에 직접 다녀오며 세상이 바뀌는 속도를 눈으로 본 사람이었다.허세 부리는 선비, 체면에 갇힌 양반,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 전부 과장된 인물이 아니라 어디선가 본 사람처럼 느껴진다. 연암은 인간을 냉정하게 보는데 동시에 포기하지도 않는다. 비웃으면서도 끝까지 관찰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체면을 원하고, 권위를 좇고, 자기 욕망 앞에서 흔들린다는 점까지도.현대지성 은 연암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도 꽤 좋은 시작점처럼 느껴졌다. 작품만 던져놓지 않고, 인간 박지원까지 같이 따라가게 만들어준다. 교과서에서는 연암을 풍자 소설가라고 짧게 배웠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남는 건 풍자보다 사람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었다. 연암은 조선을 비웃은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허위와 체면을 끝까지 바라본 사람 같다. 그래서 인지 250년이라는 시공간이 무색할 만큼, 그의 문장에는 지금 우리가 숨 쉬는 현실의 공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다만 작품 자체가 조선 후기 배경과 한문 문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초반엔 약간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해설과 각주가 그 간격을 꽤 많이 메워준다. 학생 때 제목만 외웠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다시 읽어봤으면 좋겠다. 


#양반전 #허생전 #호질 #박지원 #연암박지원 #현대지성 #고전문학 #한국고전 #도서 #책 #book #독서 #북  #신간도서 #신간추천 #추천도서   #책리뷰  #books #성장기록 #베스트셀러 #화제의도서 


이달의 사락 k********8 2026.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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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전 연암 박지원이 꿰뚫어 본 '인간의 위선'
"250년 전 연암 박지원이 꿰뚫어 본 '인간의 위선'" 내용보기
학생들과 수업하며 정말 자주 만났던 작품들인데, 이번에는 교과서가 아닌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양반전》, 《허생전》, 《호질》은 익숙한 작품이지만 다시 읽을수록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알 것 같다.연암 박지원은 조선 사회를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지금 우리의 모습도 그대로 담겨 있다. 체면만 앞세우는 권위, 이름값에 기대는 사람들, 겉과 속이 다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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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수업하며 정말 자주 만났던 작품들인데, 이번에는 교과서가 아닌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양반전》, 《허생전》, 《호질》은 익숙한 작품이지만 다시 읽을수록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알 것 같다.


연암 박지원은 조선 사회를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지금 우리의 모습도 그대로 담겨 있다. 체면만 앞세우는 권위, 이름값에 기대는 사람들, 겉과 속이 다른 위선까지. 웃으면서 읽다가도 문득 뜨끔해지는 순간이 많았다. 


《호질》의 통쾌한 풍자와 《양반전》의 날카로운 시선은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 《허생전》 역시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며 많은 생각을 남긴다.


풍속화와 삽화, 자세한 각주까지 함께 실려 있어 고전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기 좋았다. 교과서에서 제목만 외웠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사람, 고전이 왜 여전히 읽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연암박지원소설전집 #양반전 #허생전 #호질 #현대지성 #현대지성클래식 #책추천 #책리뷰 #신간도서 #청소년추천도서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k**********m 2026.05.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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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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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양반전등 연암 박지원의 소설들은 이미 오래전 중고등학교 시절에 들었음직한 고전 소설이다. 몇백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다가 교과서에만 머물러있을 줄만 알았던 이야기들이 나에게 찾아왔다.책에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 가장 뜻깊었던 이야기는《예덕선생전》이다. 마을의 똥을 나르는, 누가봐도 천한 일을 하는 엄행수를 '예덕선생'이라 치켜세우며 아무리 천해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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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양반전등 연암 박지원의 소설들은 이미 오래전 중고등학교 시절에 들었음직한 고전 소설이다. 몇백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다가 교과서에만 머물러있을 줄만 알았던 이야기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책에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 가장 뜻깊었던 이야기는《예덕선생전》이다. 마을의 똥을 나르는, 누가봐도 천한 일을 하는 엄행수를 '예덕선생'이라 치켜세우며 아무리 천해보이는 일일지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함과 최선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양반이라 텃세부리며 하층민들을 천하게 보았던 당시 시대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였다.


연암 박지원이 세상이 남긴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직접적으로 말을 하기보단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며 비판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탁월한 방법인 듯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지금에 와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남아있는 것들이 많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다.


#양반전 #허생전 #호질 #현대문학 #연암박지원 #고전소설

f*******7 2026.05.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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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게 빛나는 연암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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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소설집 《양반전 • 허생전 • 호질 외》 우리나라 오천 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 그가 남긴 열 편의 소설은 실화와 이야기의 경계 위에서 신명나게 놀고 있는 듯했다. 250년 전에 쓰인 한문 소설이라 술술 읽을 순 없었지만 통쾌하게 세상을 꼬집고 풍자하며 세상사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문장은 여전히 재미있고 힘이 넘쳤다.이 책은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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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소설집 《양반전 • 허생전 • 호질 외》 

우리나라 오천 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 그가 남긴 열 편의 소설은 실화와 이야기의 경계 위에서 신명나게 놀고 있는 듯했다. 250년 전에 쓰인 한문 소설이라 술술 읽을 순 없었지만 통쾌하게 세상을 꼬집고 풍자하며 세상사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문장은 여전히 재미있고 힘이 넘쳤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사회를 날카롭게 비추는 풍자와 해학의 세계를 담았다. 신분과 체면의 허위를 벗겨내고 사람의 진가를 새롭게 보게 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허생의 기발한 상상력과 실행력, 양반의 위선, 민옹의 재치와 통찰, 광문의 소박한 인간미, 호질의 통렬한 풍자처럼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아래 한결같은 메시지가 흐르고 있었다.



사람을 신분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됨됨이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관과 사회비판을 품은 문학이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무수한 선으로 더 복잡하고 미세하게 사람을 분류하는 이 시대에도 통쾌함을 주는 이야기다.






"그대는 어떻게 내가 선뜻 만 냥을 

빌려줄 줄 알고 찾아온 거요?"

"난 내 재주로 백만 냥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운수는 하늘에 있으니 나인들 어찌 예측할 수 있겠소.

그러므로 나를 쓰는 사람은 복이 있어서 반드시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니, 이는 하늘이 명한 일

일진대

어찌 주지 않았겠소. 나는 만 냥을 얻은 다음 그 복에

의탁해서 일한 까닭에 장사할 때마다 성공했던 거요.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다면 성패를 알 수 없었겠지요."

- 138면



<허생전>에서 허생은 이름도, 이유도 알리지 않고 변 씨에게 만 냥을 빌려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기이한 방법으로 큰돈을 번다. 결국은 바다에 오십만 냥을 버리고 온 뒤, 변 씨에게 십만 냥으로 빚을 갚는다.



허생은 자신의 능력을 믿었지만 오만하지 않았고, 성패의 열쇠가 거대한 운명에 있음을 알았다. 부를 축적하려는 사사로운 욕심이 없었기에 오히려 판을 크게 보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재물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바라보며 하늘의 운때를 읽어낸 것이다. 



허생은 성공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타인의 복과 하늘의 뜻으로 돌린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허생은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과감하게 움직이되 결과 앞에서는 겸허히 기다릴 줄 아는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 같다.



연암의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투명한 시선"이었다. 조선 후기 백성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소설에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인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겉모습이나 신분보다는 재능이나 실무력, 됨됨이나 기개를 알아채며 사람의 진가를 판단했다. 그리고 기회를 열어 주었다. 



우리는 어떤가. 경쟁과 성과 중심의 구조에서 생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위계를 세운다. 학벌, 직업, 재산 지역, 이미지 같은 촘촘한 기준에 근거해 사람을 분류한다. 쏟아지는 정보와 정신 없이 빠른 속도 탓에 사람을 천천히 알아보려는 여유를 잃어버리고, 경계하고 분류하며 사람을 재빠르고 읽어내고 만다.



박지원이 그린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료해 보였다. 신분과 겉껍데기보다 실제 삶의 태도와 능력을 보았다. 양반이든 평민이든 진실하고 쓸모 있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존중했다. 반대로 체면은 내세우면서 속은 비어있다면 양반이라도 비판했다. 



무엇이 진짜인지를 정확히 가려내고, 인간을 신랄하게 꿰뚫어 보는 박지원의 안목에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다. 세상과 사람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힘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 유연함과 투명함에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본질을 본받고 새로움을 창조하라. 연암 박지원에게서 법고창신의 철학을 배운다. 250년 전 낡은 틀을 깨고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낸 이야기에는 시대를 불문하고 지켜내야 할 인간의 본질이 녹아있다. 범의 호통으로 인간의 오만을 꾸짖고, 허생의 초연함으로 재물의 환상을 그리며, 광문의 삶으로 인간의 진면목을 밝힌 연암의 문장은 변치 않는 본질 위에서 늘 새롭게 깨어 있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를 재단하기 바쁜 우리. 인간의 진가를 투명하게 꿰뚫어 보던 연암의 안목은 반드시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온고지신의 뿌리다. 형식과 껍데기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의 알맹이를 알아보고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복잡하게 꼬인 현대 사회를 명쾌하게 돌파할 연암의 가르침이다.


#도서지원 #연암박지원 #양반전허생전호질외 #허생전 #광문자전 #호질 




이달의 사락 g******7 2026.05.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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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풍자한 연암 박지원의 소설들을 한권으로 다 만나다.
"시대를 풍자한 연암 박지원의 소설들을 한권으로 다 만나다."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열하일기"로 유면한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현대지성클래식74, "양반전, 허생전, 호질 외"는 고전의 재미와 연암의 날카로운 풍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양반전, 허생전, 호질뿐아니라 민옹전, 광문자전, 예덕선생전, 마장전, 우상전, 김신선전, 열녀함양박씨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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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열하일기"로 유면한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현대지성클래식74, "양반전, 허생전, 호질 외"는 고전의 재미와 연암의 날카로운 풍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양반전, 허생전, 호질뿐아니라 민옹전, 광문자전, 예덕선생전, 마장전, 우상전, 김신선전, 열녀함양박씨전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암의 소설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사회의 위선과 허례허식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특히 양반의 허세와 인간의 욕망, 위선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데, 수백년 전 작품임에도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한문소설이지만 번역이 자연스럽고 읽기 쉽게 되어 있었고, 어려운 어휘는 하단에 주석으로 자세히 설명해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궁주화와 민화, 현대 일러스트 29점을이 수록되어있어서 작품의 분위기와 장편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전을 어렵게 느껴 도전해보지 못하신 분들에게 현대지성 클래식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양반전, 허생전, 호질 외"를 추천드립니다.

YES마니아 : 로얄 j****3 2026.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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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블랙 코미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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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 사회이던 조선에서 이렇게 뼈때리는 소설을 낸 연암 박지원의 필력과 선구안에 상당히 놀랐다.신분이라는 허울 속에 갇혀 집에서 빈둥대는 일부 양반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라 당시 조선 사회에선 굉장히 파격적이었을텐데 거침없이 써내려간 문장이 정말 속 시원함 그 자체였다.
"조선 최고의 블랙 코미디 소설" 내용보기

신분제 사회이던 조선에서 이렇게 뼈때리는 소설을 

낸 연암 박지원의 필력과 선구안에 상당히 놀랐다.

신분이라는 허울 속에 갇혀 집에서 빈둥대는 일부 양반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라 당시 조선 사회에선 굉장히 파격적이었을텐데 거침없이 써내려간 문장이 정말 속 시원함 그 자체였다.

n*********r 2026.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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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양반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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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허생전호질외#연암박지원소설전집#현대지성#도서제공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역시나 어렵다.양반전이나 허생전, 박씨전은 워낙 유명하고 어린이 버전도 여렷 있기에 부담 없이 읽었지만,글이 워낙 옛날 글이며 다행히 섬세한 설명의 각주가 달려 있지 않았다면 글자만 읽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그 당시 선비의 지혜를 구하며,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는 글로그때나 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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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허생전호질외

#연암박지원소설전집
#현대지성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역시나 어렵다.
양반전이나 허생전, 박씨전은 워낙 유명하고 어린이 버전도 여렷 있기에 부담 없이 읽었지만,
글이 워낙 옛날 글이며 다행히 섬세한 설명의 각주가 달려 있지 않았다면 글자만 읽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선비의 지혜를 구하며,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는 글로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신선이 아닌 이상 탐욕이란 어쩔수 없나보다 했다.

지배층의 허위를 비판하면서 개혁을 주장한 문인 박지원
조선의 민화와 궁중화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며
작가의 서문을 시작으로 말미에는 아들 박종채의 기록을 더했다. 그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무엇에 분노했는지, 소설뿐만이 아니라 연암 박지원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분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참으로 재치와 지혜넘치는 글들로
서양엔 그리스인 이솝이 있다면, 동양엔 조선인 박지원이 있지 않을까...

- 양반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 뒤에 숨겨진 부도덕한 민낯, 양반전
- 위선적인 양반사회를 조롱하며 거침없는 풍자를 쏟아내는 민웅전
-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야 할 신의가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제시한 광문자전
- 직업의 귀천과 신분의 벽을 넘어선 예덕선생전
- 명성만을 좇는 양반들의 위선적인 인간관계, 마장전
- 사회의 모순을 비판한 우상전
- 세상과 섞이지 못한 한 고독한 인간, 김신선전
- 조선사회의 경제구조와 사회구조를 비판한 허생전
- 점잖은 체, 욕망으로 가득찬 양반들의 위선을 꾸짖는 이야기, 호질
- 사회의 강요된 열녀관습에 의문을 제기한 박씨전


🐯세상은 권세와 이익만을 좇아 벗을 사귄다.
일찍부터 이런 꼴불견을 증오했던 아버지는 아홉편의 글을 지어 세태를 풍자했다.
-박종채, <과정록> 제 1권 13

🐯대체 양반이란 명칭이 여러가지라. 글을 읽는 자도 '선비'요, 정치에 종사하는 자는 '대부'요, 덕이 있으면 '군자'라 한다. 무관은 조정에서 서편에 서고, 문관은 동편에 서는데, 이런 까닭에 이들을 양반이라고 한다. - 양반전 중

🐯백년 안에 조선의 온 백성은 전부 양반이 될 판이니, 법이 무너지고 기강이 어지러워지는 건 필시 양반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박종채, 과정록 제 4권 19

🐯나 자신보다 두려운 건 없다네. 내 오른쪽 눈은 용이고 왼쪽 눈은 범이거든. 혀 밑에는 도끼가 들었고 굽은 팔은 활처럼 생겼지. 마음을 곱게 먹으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지만, 삐뚤어지면 오랑캐가 되고 만다니까. 삼가지 않으면 스스로 물고, 뜯고, 끊고! 망칠 수도 있어. - 민옹전 중

🐯무릇 시교는 이해로 사귀는 것이고, 면교는 아첨으로 사귀는 것이다. 이익으로 사귀면 지속될 수 없고, 아첨으로 사귀면 오래 갈 수 없다.  - 예덕선생전 중

🐯덕만 있고 재주가 없으면 그 덕은 빈 그릇이 된다. 재주만 있고 덕이 없으면 그 재주를 담을 곳이 없으며, 설령 있다 해도 그릇이 얕으면 금세 넘치고 만다. 
지나치게 깨끗한 척하는 자는 복이 붙을 데가 없고, 남의 사정과 형편을 잘 꿰뚫어 보는 자에게는 사람이 붙지 않는 법이다. - 우상전 중

🐯자기 것이 아닌데 취함을 도라하고, 남을 못 살게 굴다가 목숨까지 빼앗는 것을 적이라 한다. 너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쏘다니면서 팔을 걷어 붙이고 눈을 부릅뜨며 남의 것을 빼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구나. -호질 중

🐯범이 일찍이 표범을 잡아먹지 않는 까닭은 차마 제 동족을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범이 사람 먹는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저희끼리 잡아먹는 것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다.... 범의 세계에서는 홍수와 가뭄 걱정을 모르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원수와 은혜를 모두 잊고 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지 않는다. 천명을 알고 순종하므로 무당이나 의원의 간교한 술수에 현혹되지 않고, 타고난 성품을 그대로 지녀서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는다. 범이 지혜롭고 성스러운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호질 중

🐯아버지의 문장 중에는 가식적인 데다 명성을 훔치기까지 한 유학자들을 꾸짖는 내용이 더러 있다보니 간혹 화를 내며 불평하는 자가 있다. 그러자 유충문 공이 말했다. "이 친구는 단지 가짜 유학자의 행태에 격분해서 그들을 나무랐을 뿐이야. 나는 그대들이 걸핏하면 열을 내면서 가짜 유학자들 대신 분노를 터뜨리는 게 몹시 이상하다네." - 박종채, 과정록 제 4권 6

#북스타그램


l***a 2026.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_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양반전, 허생전, 호질 외] (박지원 지음, 이명현 옮김, 현대지성 펴냄)
"서평_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양반전, 허생전, 호질 외] (박지원 지음, 이명현 옮김, 현대지성 펴냄)" 내용보기
[도서협찬]수능 준비로 고전소설을 공부했다면 양반전과 허생전을 읽어보았을 것이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조선 후기의 학자 연암 박지원은 어떠한 생각과 시선으로 이런 작품을 펴낸 것일까?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은 시대의 전환점 즈음에 서 있던 한 명의 사색가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다.아무리 번역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당시의 용어나 사상, 문체가
"서평_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양반전, 허생전, 호질 외] (박지원 지음, 이명현 옮김, 현대지성 펴냄)" 내용보기

[도서협찬]


수능 준비로 고전소설을 공부했다면 양반전과 허생전을 읽어보았을 것이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조선 후기의 학자 연암 박지원은 어떠한 생각과 시선으로 이런 작품을 펴낸 것일까?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은 시대의 전환점 즈음에 서 있던 한 명의 사색가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다.


아무리 번역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당시의 용어나 사상, 문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전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연암의 소설 또한 당시의 지명, 관직명, 관용구, 고사의 인용 때문에 내용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재미가 있다. 당시 조선에 팽배했던 사대부들의 의식과는 다르게 박지원은 실용적이고 개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짧은 문장의 흐름이라는 문체의 변화에서부터 다양한 신분과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과 그들이 펼치는 촌철살인의 이야기까지 시대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벼슬에 욕심을 갖지 않고 살았지만, 조선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하게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학문과 글의 배경은 당연히 옛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래서 짐짓 개혁적인 것 같은 주인공들의 언행에서도 기존 체제와 질서를 바탕으로 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 머물러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임에도 실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여, 마치 요즘 잘 만들어진 팩션(Fact+Fiction)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상당한 몰입감과 현장감을 준다. 자신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것 또한 그러한 재미를 증폭시킨다. 현대의 시선에서 그 당시를 비추어본다 하여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세련된 감각이다.


선구자적 시선과 삶은 순탄하지 않다. 시대의 기득권을 따르지 않으니 부와 명예가 따라올리 없다. 당시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정조에게서도 박지원의 문장은 고문과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절하가 되었다니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김신선전에서 '신선이란 마음이 답답해서 뜻을 얻지 못한 사람이 아니겠는가.'라는 표현이 더욱 처량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젊은 시절 경험한 우울증이나 서슬퍼런 당파 싸움의 칼날을 지척에서 경험해야 했던 아픔 또한 바람 잘 날 없던 당시 조선 사회의 한복판에 그가 서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무기력한 학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의 처지와 신변의 위협과는 다르게, 그의 글과 이야기는 힘이 있었고, 분명 앞으로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것을 예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호질>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중원의 혼란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책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꼭 고전을 읽어보기를 권하는데, 고전의 높은 문턱에 헤매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현대적 감각을 지닌 고전은 추천할 만하다. 이야기당 분량이 많지 않지만, 비슷한 주제의식으로 뭉쳐 있는 이야기들이라 옴니버스적인 느낌도 있다. 단편영화 보듯 시각적으로 상상하며 읽으면 어떨까. 마침 상상을 시각화한 삽화도 곁들여져 있고, 당대의 민화도 수록되어 있으니 금상첨화다.


박지원의 문장을 읽으며, 이 시대의 실학은 어떠한 학문이어야할지도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을 것이다.


#연암박지원 #고전소설 #현대지성 #양반전_허생전_호질_외

h****3 2026.05.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