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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자기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인간은 어떻게 자기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 내용보기
<AI, 글쓰기, 저작권>은 단순히 'AI 시대의 글쓰기 전략'을 다룬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유지할 것인가라는 훨씬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에 가깝다. 특히 작가 정지우는 "모두가 쉽게 글을 찍어낼 수 있는 시대에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단순히 기술 변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 방식 자체의 변화를 사
"인간은 어떻게 자기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 내용보기

<AI, 글쓰기, 저작권>은 단순히 'AI 시대의 글쓰기 전략'을 다룬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유지할 것인가라는 훨씬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에 가깝다. 특히 작가 정지우는 "모두가 쉽게 글을 찍어낼 수 있는 시대에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단순히 기술 변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 방식 자체의 변화를 사유하려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AI 시대의 글쓰기를 단순한 정보 생산 행위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형성하는 행위'로 본다는 점이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잘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각을 발견하고, 세계를 해석하며, 자기 삶의 방향을 조직하는 과정이다. AI가 문장과 정보 생산 능력을 급속히 평준화시키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자기 자신의 언어를 갖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결국 그는 인간 고유성의 핵심을 창의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오래 고민한 흔적과 실패의 경험, 관계 속 상처와 축적된 시간성 같은 삶의 밀도에서 찾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매우 설득력 있다. 실제로 생성형 AI의 발전 이후 우리는 이미 '그럴듯한 글'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지식과 문장력 자체가 희소한 역량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일정 수준 이상의 텍스트를 생산할 수 있다. 그 결과 앞으로 희소해지는 것은 단순한 문장 생산 능력이 아니라, '삶을 통과한 문장' 자체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저자의 통찰은 매우 날카롭다. AI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정보 생산량이 아니라, 자기 삶을 자기 언어로 해석하는 능력이라는 그의 주장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중요한 철학적 질문도 남긴다. 과연 글쓰기는 자기형성의 유일한 방식인가? 저자의 논의는 때때로 글쓰기를 인간 존재의 본질적 형식처럼 강조하는데, 여기에는 근대적 '문자 중심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인간은 문자 이전부터 이미 사랑하고, 공동체를 만들고, 노동하며, 수행하고, 기억하며 살아왔다. 불교 수행자는 좌선 속에서 자신을 만들었고, 장인은 반복 노동 속에서 자기 세계를 형성했으며, 농민은 계절 감각과 공동체적 삶 속에서 존재 의미를 구축했다. 그들이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 없는 삶을 산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 이후에는 역설적으로 '비문자적 인간성'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도 크다. AI는 텍스트를 자동 생성할 수 있지만, 몸의 느낌, 현장성, 관계성, 체화된 감각 자체를 대신 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인간의 가치는 '잘 쓰는 사람'보다 '깊게 살아낸 사람'에게서 발견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의미 밀도는 꼭 텍스트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태도와 말투, 관계 맺는 방식, 침묵과 취향, 축적된 시간성에서도 충분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의 입시 중심 교육 병폐를 떠올렸다. 우리는 오랫동안 '앎'을 축적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정작 그 앎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 시험을 위해 암기한 지식은 많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질문할 기회는 부족했다. 그 결과 우리는 '잘 아는 사람'은 되었지만, '깊게 살아낸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삶보다 성적과 스펙이 우선되었던 교육은 결국 우리의 삶을 외부 기준에 식민지화시킨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AI 시대에도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주장에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 시대 이후 인간이 다시 자기 삶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는 문제제기 자체에 있다. 다만 그 회복의 방식이 꼭 글쓰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글로 자신을 형성할 것이고, 누군가는 노동과 관계, 예술과 수행, 혹은 공동체적 실천 속에서 자기 삶의 형식을 만들어갈 것이다.


결국 <AI, 글쓰기, 저작권>은 AI 기술 자체보다도, "인간은 어떻게 자기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한 저작권 논쟁을 넘어, AI 시대 이후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2****c 2026.05.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