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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읽었던 『토지』를 작년에 재독하고⠀ 이번에 읽은 <표류도(漂流島)>는⠀ 전쟁 이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 여성 현회의 이야기다.⠀ ⠀ ⠀ 다방 '마돈나'의 사장으로, 사생아인 딸과 어머니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현회.⠀ ⠀ 그녀는 집안의 몰락과 ⠀ 사랑하는 이와 자식의 죽음, ⠀ 그리고 살인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겪고도 ⠀ 절망하거나 물러서지 않으며, 결코 비굴해지지 않는다.⠀ ⠀ ⠀ 그녀의 서사 속에서 ⠀ 사회의 부조리에 타협할 수 없는 단단한 의지와, ⠀ 제도적인 가정이나 결혼으로 타협하지 않는 ⠀ 순수한 사랑에 대한 마음이 깊게 읽힌다.⠀ ⠀ ⠀ 사랑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바라고, ⠀ 삶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끝내 살아가려 하는 것. ⠀ ⠀ 결국 모든 선택이 자신의 몫임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낯선 낭만'.⠀ ⠀ 당시에는 이 주체적인 태도가 ⠀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모르겠지만, ⠀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박경리 작가님의 책들이 깊이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 ⠀ ⠀ 자신의 삶을 의지적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현회의 선택에서 작가님 특유의 인간의 의지를 읽는다.⠀ ⠀ 절망 속에서도 현실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 『토지』에서도 보았던 '끝내 살아가려 하는 것' 말이다.⠀ ⠀ ⠀ "박경리의 문장은 오래되었지만, 그 질문은 한 번도 낡은 적이 없다."⠀ ⠀ 언젠가 보았던 이 문장처럼⠀ 결코 낡지 않는 삶의 질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 ⠀ ⠀ ~♡~♡~♡~♡~♡~♡~♡~♡~♡~♡~♡~♡⠀⠀⠀⠀ ⠀⠀⠀⠀ 책으로 나를 읽고 돌보는 삶 ⠀⠀ 눈썰미좋은 북썰미⠀ 책과 기록 사이ㅣ핵심 콕콕 책추천, 템리뷰⠀⠀⠀ @book_ssulmi⠀⠀⠀⠀ ⠀⠀⠀⠀ ~♡~♡~♡~♡~♡~♡~♡~♡~♡~♡~♡~♡⠀⠀⠀⠀ ⠀⠀ ⠀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작성한 #지극히주관적인_리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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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게 떠내려가는 우리 모두의 섬, [표류도] 📕박경리 지음 📌올해는 한국 문학의 거장 박경리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뜻깊게 생각해서 그동안 미루었던 박경리 독서챌린지에 참여하며 요즘 부쩍 1950~1960년대 시대상을 담은 작품들을 깊이 있게 만나고 있다. 지난달에 챌린지에서 읽었던 [애가]가 시대의 질곡과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간상을 묵직하게 그려냈다면, 이번 서평단으로 만나게 된 [표류도]는 결이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새롭게 단장한 리커버 표지다. 푸른빛과 붉은 빛이 몽환적으로 뒤섞여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일러스트에 반짝이는 홀로그램 디테일이 더해졌다. 어딘가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표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내면을 시각화 한듯 한 모습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경이로움이다. 이 소설이 1959년에 발표되었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한국 전쟁 직후의 피폐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인물들의 감정선과 관계를 묘사하는 문장들은 지금 읽어도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다방 마담이자 사생아를 홀로 키우는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성 현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의 곁에는 세 명의 남자가 주축을 이룬다. 상현, 찬수, 환규. 이들 사이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현희의 모습이 펼쳐지지만, 이 소설은 결코 흔하디 흔한 치정극이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주인공 현희를 중심으로 기성사회의 허위의식과 가부장제, 속물 등을 꼬집으며 진정한 도덕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고, 전쟁이 남긴 물질적 빈곤과 타락이 개인의 삶과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고 방향을 잃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박경리 작가님의 특유의 냉철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이 담긴 이야기는, 비극적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맹목적 순응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강인한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을 표현하였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구절들에 여러번 인덱스를 붙여가고, 펜을 들어 적어갈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이 꿈이 아니고 환상이 아닐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허용된 시간이 흐르는 동안의 진실을 바라는 마음에서, 사랑한다는 것과 정직하다는 것, 그것만이 외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유부남인 상현을 사랑하면서도 현실의 벽 앞에서 고뇌하는 현희의 마음, 그저 정직한 사랑 하나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픈 인가의 원초적인 갈망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고, 수많은 외부의 편견이 그녀를 옭아매곤 했다. 그럼에도 현희는 절망에 좌절하거나 무기력하게 순응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불행하지 않아. 나에게만이 신의 은총이 내린거야." 이 서글픈 독백에서, 구질구질한 현실 속에서도 꼿꼿하게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생명력을 지켜내려는 한 여성의 강인한 저항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구원받기를 기다리기만하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상처투성이일지언정 스스로 삶을 직시하고 버텨내는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모두가 다 외롭게 떠내려가야 하는 섬, 표류도 입니다."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은 이 문장인것 같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50년대라는 특수한 배경을 넘어, 결국 표류도는 시대를 불문하고 근원적인 고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 안간 존재 자체를 표현한다. 📌[표류도]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끝내 고립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차갑게 직시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차가운 시선 끝에는 어떻게든 삶을 변혁하고, 현실에 적응하며 끈질기게 생명을 지탱해 온 인간을 향한 깊은 연민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덧붙이자면, 옛날 소설이라 진입장벽이 높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초반에 문체와 낯선 시대상에 살짝 적응하는 시간만 거치고 나면, 그 뒤로는 금방 읽어진다. 생각보다 전개가 엄청나게 빠르고, 뒤로 갈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파국이 휘몰아친다. (스포가 될까봐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난 정말 예상을 못했다.) 휘몰아치는 파국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책을 후딱 다 읽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오래된 명작을 숙제하듯 읽어낸 것이 아니라, 나라는 섬은 지금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나의 삶을 지탱하는 고루한 자존심의 정체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강렬한 시간이었다. 뻔한 로맨스에 지쳤거나, 인간 내면의 심연을 깊이 파고드는 묵직한 서사를 원한다면 이 매혹적인 [표류도]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표류도 #박경리 #다산책방 #다산북스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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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도』라는 제목이 낯설다. 무슨 의미일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박경리 작가의 글이라 어렵지 않을까 불안했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서글프고, 당당하고, 응원하다가 비난하다가 몰입하며 읽었다. 흥미롭게도 『표류도』의 인물속에서 《토지》의 인물들을 발견했다. 특히 《표류도》의 강현회와 《토지》의 임명희, 그리고 두 작품에 동명으로 등장하는 두 ‘이상현’의 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박경리 문학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초기작의 문제의식과 인물형이 대작 속에서 어떻게 심화되고 변주되는지 목격하는 일이다.
현회와 명희는 자의식이 강하고 내면의 순결성을 지향하는 지식인 여성들이다. 이들은 속물적인 현실과 타협하지 못해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외로운 섬으로 표류한다. 그런 그녀들의 차가운 이성과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방황의 심연으로 밀어 넣는 촉매제가 바로 ‘상현’이라는 존재다. 두 상현은 뛰어난 감수성과 지성을 지녔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나약함과 무책임함을 공유한다.
여성 주인공들은 상현이라는 존재에게서 자신들이 갈구하던 정신적 이상을 발견하고 삶을 던져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현의 유약함이 남긴 실연의 상처는 그녀들을 고뇌로 몰아가며 실존적 방황을 완성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박경리 소설에서 ‘상현’의 역할은 강인한 지성적 여성들을 가장 깊은 고독의 자리로 유배 보내는 비극적 매개체인 셈이다. 초기작 《표류도》에서 전후(戰後)라는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시도되었던 이 기묘한 사랑의 역학 관계는, 훗날 《토지》라는 거대한 역사적 캔버스 위에서 명희와 상현의 어긋난 생을 통해 더욱 처연하고 완성도 높게 변주된다. 《표류도》는 토지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토지》보다 일찍 쓰여진 책이지만 시대상으로는 토지의 후속편이다. 한 작가의 작품이 서로 이어질 때 독자는 연대적 친밀감을 느낀다.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자신의 섬을 끌고 끊임없이 표류한다. 표류하는 섬은 파도의 흐름에 따라 가까이 닿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현회는 선택한 의지의 대상에게 끝내 정박할 수 있을까? 표류하는 삶에 굳게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의심해 본다. #표류도 #다산책방 #서평단 #다산북스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나의 의식대로 리뷰를 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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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각각 떨어져서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島)입니다. -316p- #다산북스 #도서제공 #박경리_큐레이션 *이 서평은 다산북스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박경리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다른 작품 때문이었다. 당시 부모님께선 <<토지>> 라는 작품을 좋아하셨기에, 어릴 적의 나는 책이 표상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나에게도 이제 박경리 작가님의 소설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성장과 더불어 <<표류도>>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낭만을 활자로 읽어 내려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우선 <<표류도>>의 배경은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이다. 주인공 현회는 다방 '마돈나'의 사장이며 생계를 위해 다방을 운영한다. 유부남을 사랑하고 다방을 차리기 전 번역 일을 한 엄연한 여성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복합적으로 얽힌 인간의 사회 속에서, 진정한 윤리와 도덕은 무엇인지, 전쟁의 상흔이 얼마나 짙으며 우리의 삶 속에 어떤 형태로 남아나는지 알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1960년대에 쓰인 소설인데도 현대의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조차 여운을 준다. 누구나 삶 속에서 표류하고 있고, 박경리 작가님께선 표류하는 우리들을 활자 속으로 그려내어 흔들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낭만과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현희를 응원한다. +추가로 기회가 된다면 꼭 재독을 하고 싶다. 읽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사실도 여럿 있는 것 같고, 현희의 삶에 더 깊이 공감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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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각각 떨어져서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들입니다." _p.316 불륜을 소재고 하고 있어 초반에는 거부감이 들고 가부장적인 사회에 억압받던 여성의 치기어린 반항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닌 복합적인 저항이다. 1950년대 전쟁을 겪으며 사회는 불안정한 상태로,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굉장히 진취적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불륜은 당시 시대에 순응하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도구이며 앞서 여성들의 신념과 의지를 묵살하던 사회를 꼬집는 장치로써 작용한다. [p.189 그때 나는 당신의 정절보다 나의 배덕이 훨씬 위대하다고~] 현회의 어머니는 당시의 어머니상, 여성상을 그리고 있다. 현회의 부양을 받으며 살아가면서도 딸 현회와 아들 현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까운 가족과의 갈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 관심과 간섭에서 비롯된 먼 타인과의 갈등… 현회는 수많은 갈등과 대면하고 있다. 그 중에서 후반부 최 강사와의 사건을 통해 현회의 삶은 흔들리게 된다. 최 강사는 여성의 육체 탐하면서도 그런 여성을 업신여기는 모순적인 인간이다. 최 강사의 시선은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던 시선과 같다. 현회는 대학을 나온 수재였고 번역일도 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최 강사는 사생아를 키우는 여자, 다방을 운영하는 마담이라는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여 대놓고 '여자란 돈과 폭력이면 정복되는 동물'이라 칭하며 모욕하다 끝을 맞이한다. 현회가 겪는 갈등은 편견에서 비롯된다. 당연했던 가부장 사회, 통상적인 여성의 사회적 지위, 여성이 가지는 직업의 귀천. [p.237 세상은 불합리한 일투성이니까.~내가 숨을 쉬고 가능한 곳을 파고들어 가는 이상 나의 존재에는 이유가 있고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살아간다. 사회의 편견과 억압 속에서도 자신만의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삶을 헤쳐 나간다. 사회는 계속해서 변한다. 하나의 편견이 깨지더라도 새로운 편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마지막 현회의 선택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삶에 있어 가져야 할 '의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제공 #다산북스 #표류도 #박경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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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다산북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장편소설 『표류도』 🌌 “감성과 지성이 아닌 의지를 선택하는 삶” 그녀는 존엄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사실 소설을 읽기 전에 불륜을 하는 현회에게 편견이 있었다. 아무리 포장해봤자 불륜을 하는 것은 내게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불륜이 포장이며 편견을 걷어낸 현실 깊숙이 자리한 그녀 자체를 바라보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 그녀가 “환상 속에서 철없이 헤매지 말고 똑바로 헤치며 걸어가자. 이런 슬픔이 백만 번 와도 나는 의연히 살아갈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말한 것처럼 그녀는 굉장한 의지를 가지고 삶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그 주체성과 포부는 그녀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런 그녀는 특별한 귀책사유 없이 편견과 억압이 가득한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고 그 환경 속 악인들은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히기 때문에 고꾸라질 수 있음에도 자신의 삶을 끝까지 지켜내는 그녀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멋진 여성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되니 처음에 내가 그녀에게 가졌던 그 편견이 내가 소설 속에서 본 그 편견과 다를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이 죄를 지은 천사인지, 죄를 짓지 않은 악마인지 공상하는 문장도 나왔는데 그녀는 선을 그을 줄 알지만 사랑을 느꼈고, 자신의 삶에 견고한 기준이 있지만 의지가 필요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 뿐이다. 그런 시대에도 이런 여성이 있었다는 것. 그것으로 내 감동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현회도 편견과 억압 속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자신의 삶과 존엄을 지키며 굳세게 나아가지만 결국 먼 거리에서 그녀를 본다면 그녀의 삶도 하나의 떠내려가는 표류도인가, 건방지게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표류도 #박경리 #다산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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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도》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자 사생아를 키우는 '강현회'라는 여성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다방'을 운영하는 직업여성으로서, 전후 사회의 밑바닥과 부조리를 주체적으로 통찰하고 버텨내는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 소설의 제목인 '표류도(漂流島)'는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각각 떨어져서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합니다. 소설 속 주요 배경인 '다방 마돈나'는 전쟁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모여들지만 결코 서로에게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공간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근원적인 고독과 소외감을 탁월하게 묘사했습니다. • 주인공 현회는 유부남인 이상현을 사랑하지만, 그의 물질적인 도움이나 사회적 시선에 무릎 꿇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물질로 얽혀 추잡하고 비굴해질 수 없다"며 끝까지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합니다. 감정이나 환경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박경리 문학 특유의 색깔이 이미 이 초기 장편에서 완성되어 있습니다. • 박경리의 대작 《토지》나 《김약국의 딸들》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 ◦ 이유: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쓰기 전, 박경리 작가가 '전쟁의 상처'와 '여성의 삶'을 어떻게 개인적이고 밀도 높은 내면 묘사로 풀어냈는지 그 문학적 뿌리를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1950년대라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시대 속에서도 수동적인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가치관을 당당하게 밀고 나가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원형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잘 맞습니다. 60여 년 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군중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외로움을 '떠내려가는 섬'에 비유한 대목은 오늘날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공감을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