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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기담집> 마지막 이야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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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기담집> 마지막 이야기를 찾아서 어릴 적부터 내가 유일하게 추종하던 것은 이야기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글을 읽기 시작한 후 내가 추정한 것은 이야기를 찾는 것이었다. 국어나 도덕처럼 이야기가 있는 과목이 좋았다. 이야기를 찾아서 다락방에 쌓여있는 누나나 형의 교과서를 탐독했다. 한자로 채워져 읽지도 못하는 서울신문을 죽어라 읽어려 애쓴 것도 그 속에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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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기담집> 마지막 이야기를 찾아서

어릴 적부터 내가 유일하게 추종하던 것은 이야기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글을 읽기 시작한 후 내가 추정한 것은 이야기를 찾는 것이었다. 국어나 도덕처럼 이야기가 있는 과목이 좋았다. 이야기를 찾아서 다락방에 쌓여있는 누나나 형의 교과서를 탐독했다. 한자로 채워져 읽지도 못하는 서울신문을 죽어라 읽어려 애쓴 것도 그 속에 이야기가 있어서 였고, 새농민이나 어린이 새농민도 그래서 읽었다. 유안진이나 김형석, 김동길의 에세이집을 읽은 것도 그 속에 있는 이야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글에만 있지 않았다. 동네 어른들이나 아주머니의 다양한 귀신 이야기 속에도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실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진즉에 돌아가셨고, 부모님은 바빴다.

나만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애시당초 기억되지 않는다.

내가 중국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가 풍부해서다. 특히 모옌이나 츠쯔젠, 쑤통, 위화 등 이야기에 강한 작가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로 읽지 않았을 텐데, 중국에도 ‘신화전설’이 버젓이 있다. 나도 ‘위앤커’가 정리한 책을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중국 이야기는 많이 보기 힘들다. 사실 중국은 한족 이외에도 공식적으로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그들이 가진 신화의 세계는 사실 상상을 초월한다. 콘텐츠의 가치를 아는 중국도 그 신화 전설을 허투루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걸 정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세계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상형문자인 동파문자 정리만 해도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근원을 담은 <모옌 기담집>의 출간에 시대가 많았다. 읽어보니 명불허전이다. 후기를 통해 확인되는 이 책이 출간시기는 2010년 4월이니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이다. 중국서 인공지능(AI)이 이야기 만드는 것을 상상하기 전에 완성된 책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

이미 전설의 시대가 가고 문명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전등이 대지를 밝히는 시간에 귀신은 존재를 갖기 힘들다. 동물이라고는 가축이나 반려동물 밖에 남지 않는 시기에 우화(寓話)는 상상하기 힘들다. 작가도 서문을 통해 그런 현실을 이야기 한다. 나도 수차례 지난 작가 모옌의 고향 산둥 까오미는 이제 채소를 주로 하는 마을이 되었고, 야생동물은 볼 수 없는 산둥성의 일반적인 농촌마을이자,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야기에 땡기는 것은 타고난 본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모옌 기담집은 그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첫 소설 ‘보물지도’는 작가의 시간 속에서 찾아낸 촌극이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에 와서 글 관련 공무원으로 있으니, 당연히 모옌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내게 고향 친구가 마커가 찾아와 만두가게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주인장 내외의 나이 합이 300살이라는 이 신비한 만두 집에서 오래된 고향 친구 둘은, 인간은 모두 동물들의 또 다른 환생이며, 그것을 볼 수 있는 신비한 호랑이 털이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두 번째 소설 <살구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늑대>는 친구 쉬바오 집에 찾아왔다가 잡힌 늑대의 이야기다. 이 늑대는 13년전 장쿠바 아저씨에게 꼬리가 짤린 늑대이고, 긴긴 시간을 지나서 쉬바오 집에 찾아온 영물이다.

세 번째 소설 <죄>는 동생을 잃은 다푸쯔의 생각을 전설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우리 어머는 낳은 7남매를 하나도 잃지 않았지만, 할어머니만 해도 8중 5을 잃은 유아 사망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시절이 얼마 되지 않았다. 동생 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는 것은 사람들에게 가장 심리적 상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설이 동원된다. 영어로 된 불치명의 병명 보다는 이런 전설이 휠씬 아름답다는 생각도 한다.

<비상>이나 <꽃을 든 여자>는 여우나 고래 같은 신묘한 기물과 인간의 정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번 책에 소개되는 11가지 이야기는 모두 그런 인간과 기물들의 묘한 관계나 혹은 죽은 자와 살아있는 이들이 펼치는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 들이다.

하지만 이런 기담들은 이제 더 생명력을 갖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숲이나 들은 인간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가축과 곡식의 땅이 됐다. 심지어 인간 조차 화장이 된 상태니, 영혼의 잔류기간도 확실히 줄었다. 인간의 자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채울 것이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가 애완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정이나 예의란 게 남아있는 까닭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옌이 담아내는 기담들이 반갑다. 그를 ‘중국의 카프카’로 부르든, ‘중국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로 부르든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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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c*****i 2026.05.0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