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 이 책은 작가 황영미의 소설집이다. 작가 황영미는 1992년에 등단했지만, 소설 이외의 일 – 교수와 영화 평론 – 로 바쁜 나머지 이제야, 무려 26년이 지난 지금에야 소설집을 펴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 등 모두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에서 특히 의미있게 읽은 것은 표제작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인데, 내가 이 책을 골라 손에 든 이유이기도 하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고 있었기에, 이 소설은 제임스 조이스와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거의 모두다 담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도처에서 언급하고 있다. 일례로 이런 것이다.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에서 『율리시스』가 언급되는데, 그 안에 햄릿이 나타난다.
<구보는 던스터와 도서관 구경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율리시스』 9장이 국립도서관에서 스티븐이 사람들과 『햄릿』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잖아. 특히 ‘햄릿의 말은 우리들의 마음을 영원한 지혜, 플라톤의 관념의 세계와 접촉하게 하는 것’이라는 러셀의 말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해?” 던스터는 뭔가 생각하는 듯 손으로 턱 끝을 잡더니 말했다. “음, 모든 철학적 내용은 플라톤이 바탕이니까 『햄릿』 안에 담겨 있는 인생의 본질이 바로 철학과 만난다는 말이라고 생각하네.”> (241쪽) 저자가 소설에서 말한 <‘햄릿의 말은 우리들의 마음을 영원한 지혜, 플라톤의 관념의 세계와 접촉하게 하는 것’>이라는 러셀의 발언은 어디에 나오는 말일까? 『율리시스』 9장에 러셀이 발언하고 있는데, 그것을 옮겨본다. “셸리의 가장 심원한 시나, 햄릿의 말은 우리들의 마음을 영원한 지혜, 플라톤의 관념의 세계와 접촉하게 하는 것이오. 나머지 모든 것들은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의 사색인 거요.” (『율리시스』 2권, 김종건 역, 범우사, 26쪽) 『율리시스』를 읽으면서 그냥 무심히 넘어갔던 그 말의 의미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음, 모든 철학적 내용은 플라톤이 바탕이니까 『햄릿』 안에 담겨 있는 인생의 본질이 바로 철학과 만난다는 말이라고 생각하네.” 작품 중 던스터가 한 말이 바로 저자가 『햄릿』을 해석하는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햄릿』 안에 인생의 본질이 담겨있다고, 따라서 『햄릿』을 읽으면 철학과 만나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도 이런 공부가 없다. 저자의 오랜 경륜을 통한 『햄릿』 해석이 마음에 와 닿는다. 또 하나의 작품 「모래바람」은 질 들뢰즈의 의미의 논리를 소개해주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물론 그것은 해설자인 문학평론가 우찬제 덕분이긴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타자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질 들뢰즈의 발언을 상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 ‘나’는 의사다. 그런데 의료사고로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런 와중에 어떤 성찰의 시간에 도달한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 하나가 그를 생각의 자리로 이끌어간다. 바로 환자 대기용 의자에 앉아보는 일. <개업한지 10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이 의자에 앉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 ....... 더구나 여기 앉아서 뭔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지. 이 의자에 앉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환자의 고통을 내 것으로 할 수 있겠나.>(33-34쪽) 환자의 자리, 곧 타자의 자리에 앉아보게 되자, 자기 자신이 제대로 보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타자가 자기 자신 속에 자리 잡게 되면 그제야 자아가 제대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라는 깨달음, 이 작품에서 얻었다. 다시, 이 책은 해서, 이 소설집은 단순한 소설 모음이 아닌 것이다. 나에겐 공부요, 성찰이요, 인식의 확장이다.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 에서는 구보씨를 따라가 제임스 조이스를 만나게 되고, 그가 걷던 더블린도 걸어보게 되며, 덤으로 『햄릿』을 해석하는 방법도 하나 알게 되었다. 또한 「모래바람」에서는 타자의 자리에 앉아보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타자의 자리에 앉아보는 것이 곧 나를 아는 것이라는 것도 배웠다. 이렇게 이 소설집은 의미를 담뿍 담고 있어, 지금껏 읽었던 어떤 소설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그런 평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
|
문득 눈앞이 아뜩해지는 순간 … 구보씨와 더블린 [서평]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 (황영미 소설집)』(솔, 2018. 11.30)
황영미 작가의 첫 소설집『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에는 여러 인물이 나온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림밖에 모르는 무명 화가. 이 화가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며 또 고민을 친구들에게 토로한다. 도박으로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 편을 드는 시어머니를 둔 아내가 열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여자의 고민, 그리고 토지에 대한 이야기 등.
작가의 첫 소설은 단편『모래바람』이다. 1992년 등단작품이다. 소설은 그게 걸맞게 소설집의 첫 소설로 시작된다. 이것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문득 눈앞이 아뜩해지는 것을 경험 해본 적이 있는가.”
마치 이상의 소설『날개』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는가.”와 비슷하다. 황영미 작가의 소설에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가 나온다. 남자는 건물을 짓는 철근과 콘크리트 기둥을 보며 자신의 실체라고 여길 만큼 마음이 피폐한 인물이다. ![]() 인물의 보이지 않는 삶을 조명
일반적으로 의사라면 호화로운 생활과 근심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로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인물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며 실상 그가 잠 못 이루는 시간 속에서 항상 불안과 피곤에 쩔어 있음을 보였다.
“마흔이 넘는 동안 나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어. 지금 난 뭐지? 외과 전문의, 의학 박사, 용인병원 원장……. 그 외는 나는 아무 것도 없어. 인간 김형태는 어디로 가버렸지?”
인물이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계기는 살리지 못한 환자들이 나올 때였다. 교통사고 당한 4살 여자아이가 환자로 실려 왔는데 열심히 치료했지만 살리지 못했다. 의사는 부모보다 더 슬퍼했다. 그러나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보다 더 강한 비난을 부모에게서 받는다. 의사는 재판에 돌입하게 된다. 그와 함께 죽어간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갖는다.
그간 의사는 승승장구해왔다. 누구보다 성실했고 시련 없는 무난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의사가 되고나니 자신의 무능이 눈앞에 뚜렷이 드러났다. 생명이 끝날 때마다 자신의 능력과 지식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끝없는 모래언덕에서 구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 의사는 연로한 환자 한 분을 돌보고 있었다. 혹시 모를 위험이 있었지만 홀로 그 무게를 감당하며 환자 가족들에게는 ‘괜찮아지실 겁니다.’고 위로만을 했다.
의사는 재판에서 무혐의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아이 아빠는 병원에 와 행패를 부렸다. 의사는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자신이 돌볼 환자의 안부를 계속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연로한 환자를 돌보던 어느 날 엑스레이 현상이 나오기까지 처음으로 환자 대기용 나무의자에 앉아보았다. 개업한 지 십년 간 한 번도 앉지 않았던 것이었다. 비로소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내 것으로 보게 된다. 그간 자신의 처지만을 안쓰럽게 여기고 사고에 대해서는 돈으로 보상할 생각만 했었다. 노인의 엑스레이 결과에는 이상이 없었다. 인물은 노인, 즉 환자의 입장에서 그가 받은 안도를 이해하고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상호텍스트성과 프리퀄의 만남
작가의 또 다른 단편『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은 박태원의 중편소설『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프리퀄이다. 박태원 소설을 잘 모르는 독자의 경우 영화「비포센셋」시리즈를 느낄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남녀는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거리낌 없이 거리 이곳저곳을 돌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단지 이성에 대한 흥미로 함께 여행을 한 것만이 아니었다. 심오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자신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들으며 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고민의 계단을 올라갔다.
작가의 소설에서 구보 씨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면 산책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끼적이는 삶을 산다. 박태원의 소설 속 인물과 같았다. 직업과 아내가 없는 스물여섯 소설가로서 말이다. 또한 산책자형 인물로 서울 거리의 풍물 및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구보의 내면 의식이 주로 서술된 점도 같았다.
이 소설을 구상하기 전 황영미 작가는 제임스 조이스『율리시스』의 산실인 더블린을 여행하며 석·박사 논물을 썼던 박태원 작가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삼 년을 구상했다. 때문인지 소설은 박태원의 속편과도 같다. 작가의 이외 소설들을 보자면 상호텍스트성이 분명하다. 모든 이야기가 이미 행해진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듯했다. 그것은 작가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소설이 무언가 알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다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황영미 작가의 경우 그러한 구성 가운데 인물을 특히 중점으로 두었다. 인물들은 방황하고 탐구하는 존재들이다. 살아있는 듯 개성 있었고 이러한 인물들이 사는 배경과 스타일도 다른 인물과 겹치는 것이 하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심리를 심오하게 탐구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모습을 투영해 작품을 쓰기 마련이지만 ‘나’를 버리려면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정신이 분열돼야 할지도 모른다.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은 30년가량 소설을 고민하고 써온 이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소설 기법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
|
이 책을 읽으니 사람에 대해서 다양한 인생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각각의 단편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인생의 어려움들을 나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 가장 힘들것 같은 상황을 겪지만, 또 단편이야기들이 끝날 때는 조금 희망적인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으로 끝나기 때문에 아주 비극적인 상황으로 빠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삶이지만 희망을 갖게 되는 느낌이 더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무언가 창작활동을 하는 주인공들이 많았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여성 인물로 겪는 갈등도 좀 있었던 것 같고, 의사, 화가, 시집살이를 겪는 며느리 등 다양한 인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단편 이야기들이 다 공통적으로 밝은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들 삶에 대해서 의욕을 갖고 있었던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소설도 읽을 예정이지만, 이 단편 소설을 읽은것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밝은 내용의 소설도 좋아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이렇게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인물들에게 몰입해서 그들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처럼 읽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읽었던 이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도 한국이 아닌 이국적인 공간에서 펼쳐져서 인상깊었고 주인공들의 생각과 대화내용에 대해서 재밌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
|
갈등 작가가 1992년 등단한 작품부터 올해에 들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까지 8편의 단편을 엮은 책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의 작품들임에도 단편들 사이에 통일감이 확실하다. 이렇게 어떤 한 가지라도 같은 맥락이 있는 작품들을 한데 모았을 때 좋은 단편집이 탄생한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도 그렇다. 단편들이 모두 산문과 소설 사이 그 어디쯤엔가 서 있다. 소설인 줄 알고 읽다가 산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한다. 소설의 구성을 보이나, 에피소드보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 성찰 등에 대한 묘사가 첨예하기에 산문 같기도 하는 듯하다. 8개의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들은 각자의 갈등을 터뜨리지 않고 끌어안고 있다. 그런 채 주변을 탐문하며 각자만의 해결을 본다. 조용히, 모든 것을 주인공의 심리 안에서 끝낸다. 그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외과의사의 불안감, 의료 소송과의 갈등. 예술의 현실 참여 문제와 관련한 예술가의 갈등. 아내와 엄마가 된 한 여자의 시집살이에 대한 갈등. 땅과 그 위에 사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 바다 위 고독한 배 안에서 또다른 고독과 싸워야하는 인물들의 갈등... 학창시절 수험준비를 위해 읽던 한국의 근현대 단편문학들이 생각난다. 심지 굳은 작가들의 굳건한 표현들, 그 아래 품고 있는 강렬한, 때로는 허무한 메시지들. 하지만 누가 짚어주기 전엔 내 스스로 풀어 헤치기엔 어려운, 그런 작품들과 비슷하다. 내게는. |
|
[서평] 구보씨의 더블린산책
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 읽었습니다! 구보씨의 더블린산책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집에 수록된 하나의 단편소설이에요 그리고 고등학교때 수능용으로 자주 접하였던 "소설가구보씨의일일"의 프리퀄 소설이기도 합니다.
사실 소설가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작품이 10년도 지나,,기억이나지는 않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소설의 느낌이 덤덤하게 생각의흐름이 써내려져 있어서 공감도 많이가고 편하게 읽을수 있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총8개의 단편소설집으로 이루어져있고 각각의 주제에 각기 다른 전문직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공감할수 있는 그런내용이라 그런지 읽기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중 기억에 남는 단편은 바다로가는막차와 끝없는아리아
바다로가는 막차는 도박하는남편과 구박하는 시어머니사이에서 어쩌지못하고 바다로 기차여행을 떠나면서 기차안에서 만난 다른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이야기였는데 중간에 정신과의사인 친구와 하는얘기가 삽입되면서 여러가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얘기가
그냥 일반적인 삶의패턴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되었어요 기차안과 바다라는 소재가 참 스트레스 해소엔 직빵이지 않나,,! ㅋㅋ 갑자기 바다기차를 타고싶어진 (뜬금,,ㅋㅋ)
끝없는아리아는 번번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간호사이야기에요 미에대한 욕구가 많아 다이어트도 해봤지만 결국 식욕폭증을 일으켰고 다양한 스트레스로인해 계속적인 폭식을 하게되는,, 결국엔 이런상황의 원인을 인지하게되면서 편해지게 되는내용인데 왠지 남얘기같지않아서 ㅋㅋ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양한 삶의고뇌의 소재와 덤덤한 문체가 좋았던 책입니다!
책과콩나무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고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
|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은 영화평론가로 알려진 황영미작가의 단편집을 모아놓은 책이다. 작가가 92년 등단후 26년간 써내려간 8편의 단편들을 모아 만든 첫 단편집이다. 제목에서 부터 문학적인 향기가 물씬 나는 소설들은 인간의 고뇌와 갈등,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망이 그려졌다. 단편들속의 인물들은 모두 갈등으로 인해 매우 힘든상태라 할수 있다. 첫번째 단편인 92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로 등단한 [모래바람]은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와 가족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시종일관 편지인듯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듯 의사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모래바람이라는 매개를 통해 의료사고로 인한 고뇌를 이야기한다. 도박에 빠진 남편과 권위적인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삶이 힘든 여자의 이야기인 [바다로 가는 막차]. 답답한 마음에 그녀는 바다로 떠나게 되고,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종착역인 바다를 마주하며 조금씩 위로받는다. 통일문학작품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강이 없는 들녁]은 북한출신으로 땅에 집착하는 시아버지와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덕만과의 갈등을 그린작품이다. 조각가이자 며느리인 주인공이 중재를 해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않고 갈등으로 인한 영감으로 유난히 완성하기 어려웠던 작품에 몰입하게된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를 상상하고 패러디해 속편을 만든 표제작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 작가로도 성공하지 못하고 뚜렷한 직업조차 없는 구보씨가 일본유학 시절 만난 친구 아일랜드인 던스터의 초대를 받아 더블린으로 떠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장소인 더블린을 산책하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다. 책을 읽는 독자로써 처음 만나는 작가의 소설에는 다양한 감정이 생긴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궁금함과 설레임, 기대감에 손끝이 바빠지곤 한다. 처음 만난 황영미 작가의 8편의 단편속엔 시끄럽지 않고 절제된 고뇌들이 담겨있어 더욱 집중하며 읽을수 있어 좋았다. 오랜시간 써왔던 작품들이다보니 다양한 주제와 갈등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까지 담겨있는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 오래 끓여 진하디 진한 육수같은 단편들이었다. 덕만인 포기 안 할 게야. 내가 그 심정을 알디. 아가, 땅이란 거이 참 묘한 힘이 있어. 내레 고향을 버리고 올 적에 내 인생도 버린 것 같은 기런 기분이었디. 무덤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그까짓 땅 한 뙈기 못 가진다고 맘 아파하는 게 우습지 않네? 내레 그 땅 불하받으믄 덕만이 살만큼은 떼어줄 생각이었는데, 갸가 상소를 하다니, 참, 탕을 황금으로 보기 시작하면 땅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디.(128p)
|
|
[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 ]
제가 20대였을 때에는 일본 소설과 외국 소설을 많이 읽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책읽기를 꾸준히 이어가다보니 요즘에는 한국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되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소설 속 정서가 맞는다는 것이 참으로 크다는 것이 느껴지곤 합니다. 제가 가끔씩 듣고는 하는 김영하 작가님의 팟캐스트에서 한국에서의 한국단편소설집에 대한 위치와 의미라는 것이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매우 크고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 한국 소설들을 자주 찾아 읽어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또한 단편 소설집이라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았습니다.
황영미 작가님이 적으신 책인데 작가님의 이력이 특이했습니다. 1992년에 등단하셨고, 1996년 단편소설이 문학상을 수상하신 이후 글을 더 잘 적으시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간 것이 오히려 글쓰기와 멀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0년부터 시작한 영화평론으로 지금은 영화평론으로 더 유명하신 분이라는 점은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알 수 없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 같아 인상적인 이력이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소설집이 이 책인데 이 책은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992년 등단 했을 당시의 작품인 <모래바람>과 1996년 통일문학작품 현상공모 단편소설부문 상을 받았던 <강이 없는 들녘>이 8개의 이야기 중 들어있어 읽어볼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는 8개의 이야기 중 <1. 모래바람>과 <5. 암해>라는 소설이 가장 좋았습니다.
<모래바람>이라는 작품은 의사가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응급실로 들어와 응급처치를 받고 치료를 하던 중 사망하게 됩니다. 책 속에 문장은 이렇게 나타나 있습니다.
김다혜. 그 아이 사건이 없었을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네. 그 아이는 내가 최선을 다해 처치를 했는데도 결국은 죽고 말았네. (p. 11)
의사는 최선을 다해 치료를 했지만 아이는 죽고 말았고 아이의 부모는 의사를 원망하고 결국 의료소송까지 하게 됩니다. 의료소송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의사의 마음 한 구석은 개운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면 아이가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히고 씁쓸하게 만들곤 합니다. 결국 그는 무죄를 판결 받아 다시 의사로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었지만 그의 부모님 병원에 찾아와 울분을 토하곤 하여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는 평소 매사에 완벽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인데 그 일이 있은 후 더욱 신경이 예민해지고 환자들의 조그만 증상에도 덜컥 의혹이 생기게 되면서 의사라는 직업과 그 직업이 짊어져야하는 무게같은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왜 <모래바람>인지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 모래바람이 이 작품과 직접적 연결은 없지만 그 느낌과 의미로서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해>라는 작품은 외항선을 타는 선장의 이야기인데 먼 바다에서 선원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이 배의 운명을 쥐고 있는 고독한 선장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소 쓸쓸한 분위기가 이야기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저는 특별히 이런 분위기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 취향이 많이 들어간 선택이었습니다.
이 책 속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이 나온 점도 독특했는데 그렇기에 각 이야기마다 조금은 다른 배경이 인물의 직업을 통해 드러나는 점은 책의 가독성을 좋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글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나 느낌은 통일성이 있어 작가님의 글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은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아주 큰 사건이나 놀라운 반전은 없지만 그럼에도 작은 일들과 사소한 마찰 등으로 이야기는 이어지고 그렇기에 꼭 우리 삶 속의 이야기들인 것 같이 느껴져 좀 더 마음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한국단편소설의 미덕은 바로 그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고 이 책 속에도 그런 부분이 느껴졌기에 저는 좋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황영미 작가님의 다음 책은 좀 더 일찍 만나보기를 기대해봅니다. ㅎ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
![]() ![]()
영화평론가이자 소설가인 황영미 작가의 소설집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은 총 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성넘치는 작품들 속의 인물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성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네요.
첫번째 작품인 모래바람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용인병원 원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하고 모래폭풍속으로 뼈져드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의사 이야기. 교통사고로 들어온 4살 여아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를 하지만 결국 죽게 되고 그로인해 유가족에게 민사소송을 당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데 그는 매사에 완벽해야 마음이 놓이는 의사로 늘 최선을 다해 일하고 바쁘게 살아왔고 일에 대한 성취감과 인생의 자부심도 있었던 그였지만 의료소송을 당하게 되고 승소를 했지만 유가족이 찾아와 "이 병원 망하지 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져. 장을." 이라며 폭행과 폭언을 하게 되요. 그는 발이 모래 속으로 푹푹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이 모래바람에 갇힌 형상이 되며 무기력감과 고통스러워하는 심리적 압박감을느끼게 되네요. 그는 다른 환자를 재수술 하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실 문 옆 복도에 있는 환자 대기용 나무의자에 앉게 되는데 그동안 진료실에서만 있었던 그는 기다리면서 " 이 의자에 앉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환자의 고통을 내 것으로 할 수 있겠나."(p33~34)라며 환자 대기용 의자에 앉아 타자와 가까워지고 성찰해 나가는 과정을 인상깊게 볼 수 있었어요. 개성넘치는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성찰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어요.
|
|
책표지와 제목을 보고 이끌렸고 오랜만에 푹 빠져드는 소설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한가지 소설로 이루어진 책 인줄 알았는데 단편소설 8편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첫 이야기 모래바람의 주제가 의료사고에 대한 것인데 의사의 입장에서 얘기가 이루어진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니 더욱 마음이 무겁고 힘들게 느껴졌다. 내용이 밝지 않아서 그런지 읽는 동안 마음이 잔잔하고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세번째 이야기 바다로 가는 막차에서는 좀 답답한 며느리의 삶, 아내의 삶을 벗어나고자 하는 여인이 잠시 일상을 탈출해서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만난 이와의 이야기가 인데 결론이 나질 않아서 그 여인의 뒷이야기가 좀 궁금했고 여인의 입장에서 많이 힘듦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일곱번째 이야기인 리트머스 교실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의 우리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 다시 돌아가서 학생시절로 가라고 하면 절대 못할 듯하다. 그래도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열심히 뛰어놀고 지냈는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숙제에 치여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이 불쌍해 보인다. 뭐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지만 우리가 아이들의 목을 죄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 |
|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 교수인 황영미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황영미 작가는 57년생으로 92년도에 <모래바람>으로 등단했으며 이 책은 등단작부터 올해 11월 갓 발표된 작품까지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92~96년도까지 세 편, 그 다음엔 거의 3~5년에 한 편 정도라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은 뜸하게 한 모양이다. 각 소설마다 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상이 나온다. 전체적인 느낌은 우선 쉽게 읽히는 소설들로 등장인물이 주로 전문적인 직업군이라는 거. <모래바람>은 왕성하게 활동하다 의료소송을 겪은 40대의 외과 의사, <끝없는 아리아>는 항상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간호사, <전람회의 그림>의 화가, <강이 없는 들녘>의 조각가,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의 작가 등 예술가, <암해>에는 선상에서 부하들을 통솔하며 갈등을 겪는 선장이 등장한다. 몇몇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추출되는 플롯이 있었다. 우선 <모래바람><전람회의 그림>은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어떤 일에 대한 내적 갈등을 현재 본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재경험하다 극복하고 지금의 일을 잘 마무리한다는 구조다. <전람회의 그림>과 <강이 없는 들녘>은 예술가가 작품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얽혔던 이런 저런 일들로 외적 혹은 내적 갈등을 겪고 나서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갈등을 유발하는 과거와 현재의 요소로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주인공이 그닥 내키진 않지만 친구 관계 때문에 얽히게 되는 과거 학생운동과 관련된 그림, 현재 사회운동과 관련된 회화 작품 활동이 나온다. <강이 없는 들녘>은 실향민의 과거 잃어버린 북의 땅에 대한 애착과 현재 남한에 정착한 땅과 관련한 소송이 나온다. <모래바람>은 90년대 초 소설치곤 의료사고를 소재로 한 것이 이색적인데, 1인칭 시점의 화자가 의료사고 피해자가 아니라 의사라는 점도 특이했다. 따라서 의사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의료소송 과정 중 겪는 심적 부담감과 갈등, 소송에서 패한 보호자의 병원내 난동으로 인한 무력감 등이 잘 나타나 있다. 재수술하게 된 다른 환자의 용태에 신경쓰면서 근래의 소송을 떠올리며 심적 갈등을 재경험하고, 작품 말미에 환자 입장에서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짤막하게 서술돼 있어 인상적이었다.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탄생하기 전의 구보씨의 행적에 대해 상상하여 쓴 허구로, 오마쥬같다. 황영미 소설가가 박태원 전공자라고 하는데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는 소설로 흥미로웠다. 수록된 단편 소설들은 전반적으로 결말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다만 <끝없는 아리아>에서 다이어트를 끊임없이 시도는 하지만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여 항상 실패하는 간호사가 위암에 걸린 것을 알았을 때 위수술로 다이어트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설정은 좀 억지스러웠다. 책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극적으로 끝나는 소설은 <리트머스 교실>이었다. 작가의 최신작인데, 현대 고교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연상되는 이 소설은, 부모의 기대에 의해 억지로 진학한 명문고의 남학생이 주인공이다. 그는 학교에서 나오기 위해 일부러 탈선하여 원하는대로 대한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새로 온 수학선생의 경직된 주입식 수업 중에 질문을 던졌다가 호된 체벌을 받고 허망하게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대안학교의 이념과는 유일하게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수학선생이 부임하게 된 배경이 설립자의 손자라는 나오긴 하지만, 개연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 또한, 남학생이 자살 직전까지만 해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으나 또 한 번의 체벌로 -명문고 재학중 못했던- 자살을 실행하는 설정이 급박하고 충격적이다. 결국은 지금의 제도권과 대안교육 모두에서 출구가 없는 학생들의 현실을 고발하고자 충격적인 설정을 하였겠지만, 좀더 그럴만한 스토리가 뒷받침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제목의 '리트머스'가 소설 속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실험종이인 리트머스에 시약을 묻혀 확인하고 곧 바로 버려지는 것을 감안할 때 실험적인 대안학교에서도 실패하고 버려지는 학생을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이 학생에게 구원은 허락될 수 없었는가 하는, <수레바퀴 아레서>와 같은 먹먹함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는 가독성이 높으면서 풍부한 소재로 표현한 소설들로 재미있게 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