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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무게가 되어 누군가의 옆에 조용히 있어주길 바란다.」
한국 소설을 쭉 읽어왔고, 단편을 모은 소설집도 간간히 읽었다. 그런데 신작이면서 단편집인 국내작을 안 읽은지 꽤 되었다는 걸 알았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닌데 ^^; 뭔가 나의 관심사에서는 멀었다는 게 맞겠다.
이번에 만난 <머문 자리>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단편집이다. 8편의 단편인데, 유달르게 책이 얇아서 처음엔 놀랐다. 책은 얇아도 작가의 내공은 결코 얄팍하지 않았다.
『잊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외면해도 각자의 자리를 지켰던 무게들을 이 책에 담았다.』 작가의 말에서
얼마전에 읽은 여행산문집이, 작가의 10년 기록을 담아서 울림을 주었었다. 소설집 <머문 자리>도 단 8편의 단편이지만 작가의 10년의 창작이 담겨 있었다.
단편들은 시적인 언어, 예리한 묘사들이 문학적인 향취를 주었다. 결이 고운 어휘들은, 그걸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끼게도 했다.
이래서, 단편들을, 우리 소설을 읽어야 하는 거구나 절감했다.
그냥 끌려서 무심코 택한 소설이지만 요즘의 나의 고민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이서 반가웠다.
또한, 내가 ‘고수’하고 싶은 세계관을 支持 지지하는 글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그냥, 순수하게 문장이 가진 힘만으로 찐 위로를 받고, 용기까지 얻을 수 있다는 거 그게 문학의 큰 매력임을 깨달은 읽기의 시간이었다.
소설 속 에서 머리로는 납득하면서도 마음에서 버려지지 않아. 『머문 자리』
나는 종종 억누를 수 없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충동에 휩싸이는 날이면 공포영화를 보았다.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잔인하고, 좀 더 불안한 영화일수록 좋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잠시나마 충동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삐삐의 상자』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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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제목은 작가가 쓴 소설의 분위기를 예측하게 한다. 더러 읽어서 익숙해진 작가의 글이라면 이 예측과 실제 읽기 사이의 거리감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낯선 작가의 경우에는 신선한 선입견을 갖도록 해 준다. 어떻게 펼쳐질까.
책 제목 ‘머문 자리’는 마음을 가라앉힌 상태로 책장을 열게 만든다. 첫 번째로 실린 작품 ‘바람 예보’도 두 번째 ‘삐삐의 상자’도 섭섭하지 않게 우울하다. 글을 읽는 이 뜨거운 여름을 서늘하게 느끼도록 해 줄 정도였다. 세 번째 작품, 책 제목이기도 한 ‘머문 자리’는 막연하게 예상했던 바와 같이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을 보여 주었다. 소설가들은 소설 제목을 주제와 반대로 참 잘 짓는다는 생각도 했다. 머물고 싶다는 욕망과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가책으로 오래 흔들릴 것까지 내다보는 글이었다.
‘오늘도 캠핑’은 이 책 안에서 제일 깊은 눈으로 매만졌던 글이다. 캠핑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 본 적도 없고 해 볼 생각도 없는 나로서는 남의 캠핑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데, 이 글은 캠핑을 하지 않으려는 나를 위한 작품 같았다. 그 귀찮고 힘들고 속상한 노릇을 왜들 그리도 재미있게 하면서 살고 있으신지. 참맛을 모르는 자의 넋두리일 테지만. 캠핑 하나에도 이토록 지긋지긋한 욕망의 연결고리를 겪어야 한다니.
대체로 답답하고 막막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게 2023년의 우리 현실을 보여 준다는 뜻이겠다. 돌아보면 내가 읽는 소설 속 현실은 늘 답답하고 막막하고 지겹고 고통스러웠던 느낌이다. 소설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파악해야 갈등을 만들어 내고 이 갈등을 풀어 나가는 글이 만들어질 테니까. 때문에 실제 현실보다 소설 속 현실이, 그 현실 속 갈등이 훨씬 더 절실하고 아프게 느껴졌던 것도 같고.
아픈 현실을 이야기로 만드는 작가는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책임감을 덜 느끼고 싶은 독자로서의 당부이자 바람이다. 이 소설집에서, 이 작가의 글에서, 작가가 글 속 주인공만큼이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내 느낌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작가가 그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들려 준다면, 읽는 쪽 마음이 조금 더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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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러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야기들간의 연관성은 크게 없지만, "속물"이라는 주제로 엮으신 것 같더라구요. 공감이 정말 많이 되는 이야기도, 엥 싶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눌만한 소재들이 가득했던 단편들 몇 개만 추려서 소개를 해 보려고 합니다.
병아리 삐삐는 평생을 작은 종이 상자 안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느 날 상자를 크게 바꾸어 주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그냥 베란다에 풀어놓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삐삐는 자기가 살던 종이 상자 밖으로 나오지를 못했어요.
이 상황에 너무 화가 난 주인공은 삐삐에게 칼을 쳐 듭니다. 사실 화가 난 건 삐삐가 아니라 본인이었을 거에요. 다만 현실의 틀 앉에 갇혀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 채,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삐삐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던 거겠죠. 사실은 나에 대한 분노와 회피의 수단으로 공포 영화들을 그렇게 찾았던 건 아닐까. 내 자아를 잔인하게 죽이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말이에요.
머문 자리는 본 소설집의 표제작입니다. 그만큼 꽤나 임팩트가 있었는데요, 한편으론 현실과 너무나도 유사해 불쾌했습니다. 큰 이야기 흐름 뿐 아니라, 사소한 등장인물의 고민과 갈등까지 전부 말이에요. 가진 게 많지 않을 때 외쳤던 평등과 존엄은 가진 게 생겼을 때 외치면 기만이 되었고, 소유가 주는 안정과 안전, 그리고 편리와 편안은 달콤했기에 지금의 나는 함부로 과거를 이야기하지, 심지어 회상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패기는 내 가치임과 동시에 추억이고 청춘이었죠. 쉽게 놓아버리기 힘들면서도 동시에 돌아갈 수 없는 과거였습니다.
어렸을 적 주인공 재희는 반빈곤 운동을 했습니다. “이 사람의 존엄은 내가 지킨다”는 얼굴을 한 채 노숙자의 옆을 기꺼이 지키는 그런 사람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재희는 고급 아파트에 삽니다. 모순적이게도 냉장고에는 먹고 남은 음식들을 다음에 또 먹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얼려 둔 채로 말이에요. 그리고 한 때 반빈곤 운동을 같이 했던 동료의 췌장암 소식에 이백만원, 백만원, 오십만 원을 고민하다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재희의 모습을 욕할 수 없는 건 그게 우리네 모습이기 때문입니. 그리고 아깝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알량하게 말로만 위로하는 것이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도 별반 다른 사람이 못되겠구나 라는 자기 반성이 들어 불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아이의 말은 아차 싶었어요. “엄마도 먹을래?” “엄마가 싫다니까 덜 맛있어졌어. 미안해하면서 먹을 때가 더 맛있는데, 엄마가 거절하니까 덜 맛있잖아.” 그리고 이러한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재희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저거는 저렇게 넘기지 말았어야지 .. 라고 비판하는 건 제가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소설을 읽고 나서 “이 포클레인이 무얼 의미하는 걸까”를 고민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혼자서는 선명한 답을 찾지 못했었습니다. 그냥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 이겠거니 .. “ 정도의 인상에 그쳤는데, 해설에서 친절하게 주더라구요, 나의 본질을 흔들기 위한 도구라고. ㅎㅎ '포클레인' 소설 외에도 이 단편 소설집에는 무언가에 갇힌 주인공들이 막을 깨고 나오는 듯한 내용이 숱하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단편 소설이기에 그 탈피를 결심하는 순간이 절정이지요. 그래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깨고 나오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 지는 철저히 독자의 몫입니다.
지극히 주인공입장에서 보면 시원이 본인을 구성하는 부모님의 굴레나 사회적 시선을 깨고 나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좋은 결과로 귀결될까는 의심스러웠던게 그녀의 결심을 구성하는 데, 충동적인 정사와 바람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 감상에는 예술 사회에서는 바람에 대해서 관대하고, 더 나아가 최근 미디어도 그런 경향이 있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물론 제가 보수적인 탓도 있겠지만요 ㅎㅎ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자기탈피 부분이 약간은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자유롭지 못한 이들의 삶을 폄하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지만 그와 별개로 주어진 삶을 규칙적으로 해내는 일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그들이 가진 힘을 체감할 때도 많고요. 그러나 많은 매체에서 생산자가 그런 삶을 잘 살지 않기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폄하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 아쉬워요 ㅠ_ㅠ
사회 초년생과 같이 현재 본인의 몸이 작은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몸을 키워 관계를 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더라구요. 실제로 백화점에 잔뜩 차려입고 가는 사람은 실제로 그만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고, 츄리닝으로 가는 사람이 찐 부자 ㅋㅋ 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 이 소설은 딱 그러한 단편적인 모습을 잘 나타내었습니다. 소소한 취미로 시작하였던 캠핑은 과시적, 경쟁적으로 더 비싸고 좋은 캠핑 용품의 수집으로 이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사소한 즐거움과 소통은 점차 사라지고, 단절과 SNS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위 이야기처럼 몸집을 부풀리는 게 마냥 잘못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내 가치를 올리기 위해 멘토를 정하고 그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합니다. 또 향유하는 문화를 바꾸고, 만나는 사람들을 바꾸면 돈은 따라온다고도 이야기하고요. 이 이야기들의 골자는 내 경제적 능력보다 더 가치를 부여해야 할 요소들이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방향성은 과시를 위한 밖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안이 되어야 할테죠. 어느 방향이 더 정답에 가까운 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좌우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고. 아직은 내가 삶을 덜 살아서, 그리고 아직은 안정보다 도전을 더 중시해서 키우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분수를 알고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구나 라는 고민을 던져준 지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유난히도 입체적이었습니다. 위 처럼 안 좋은 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서로를 배려하고 더 나은 그들의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보여주고자 했던 결론은 자본주의와 속물이었습니다. 가난 = 위험이라고 규정지으며 아빠는 아이에게 공부를 종용합니다. 공부 못하면 가난해져서 나쁜 사람이 된다고. 하지만 이어지는 일련의 질문들을 보며 나도 사실은 그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러나 그게 아니라고 합리화하고 있던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뒤에 해설이 매우 자세히 잘 서술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저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적으시지 않으셨을까 ㅎㅎ 싶네용 개인적으로 책 뒤에 해설이 제공되어 있는 걸 선호합니다. 물론 그 내용이 장황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안 보고 스킵하는 경우도 많지만 ㅋㅋ 작품에 상징이나 함의가 많은 경우 독자가 책을 한 번 읽고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경우들이 왕왕 있더라구요. 이럴 때 물론 깊은 고민이 항상 수반되면 좋겠지만 타인의 해석이 궁금할 때도 있으니까요 ㅋㅋ 해설을 따로 찾아보는 건 굉장히 번거롭기에 .. 잘 이어지지 않는 행위인데 책에 제공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한층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편향이 개입 될 수도 있지만 ㅎㅎ 그 방향이 저자가 유도한 방향이라면 그 정도의 편향이 개입되는 건 괜찮지 않을까 .. 싶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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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머문 자리들이 갑작스럽게 텅 비워진다. 스스로 이동한 것이 아닌, 오래 머물지 못한, 놀라고 슬프고 무섭고 아프게 갔을 이들의 머문 자리들에 내처 생각이 머무른다. 몸도 따라 지쳐서 간신히 움직거린다.
비우고 떠나는 일은 중요하다. 그걸 늦추느라 건강보다 수명을 택한 인류는 아프고 지친 상태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장수의 형태가 고민스럽다. 내가 머무는 자리나 잘 정리하고 살다가 쓰레기 없이(적게)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해지고 자기연민이 떠오를 것 같으니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나 보고 배우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너무 길지 않은 몰입으로 여러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라 반갑고 유용했다. 머문 자리와 머물던 자리가 구분되기도.
“돌아가려면 가진 걸 놓아야 할 거 같아서, 둘 다 가지고 사는 건 이율배반 같아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양심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평범하게 살기가 너무 어려운 시절에, 다들 평범한 척하며 대단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요란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 일상에 담담하고 서늘한 대처들이 조금조금씩 위로가 되어 쌓인다. 모두들 누군가를 돌보고 있구나.
근래에 본 두 편의 영화 중 하나는 원칙과 희망이 가득한 이가 현실에 부딪치다 좌절하는 결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차근차근 지극히 현실적으로 대처하여 당시엔 승리했지만, 세월이 흘러 어이없이 뒤집어진 사실이 모티브였다.
지향과 꿈을 따라 현실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하고, 어렵게 이룩한 것들이 어이없이 시간과 함께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혹은 시도나 도전이 전무하기도 하다. 개인도 사회도 불완전하고 허약하다.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였다. 불행해도 죽지는 않을 거라는, 절망이 주는 안도였다. 그건 또 하나의 평안한 일상이었고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견 힘이 쭈욱 빠지는 진실이기도 하지만, 지친 사람은 물러나고 새로운 이들이 새롭게 힘을 내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안타까움도 돕고 싶은 기분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하면 될 일이다.
“느리게 가는 것, 천천히 크는 것, 조그맣게 전하는 것들은 (...) 이에 관한 노력과 애착은 (...) 우리의 삶을 언제까지고 부지하며 갱신해가리라 믿는다.”
작가의 시선은 깊이 볼 만큼 날카롭고 누구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을 만큼 맑은데, 나는 과거의 모든 판단들이 눈앞을 흐리게 한다. 땅에 발을 딛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우 중에 떠도는 습기처럼 떠돌며 휘둘리며 사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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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 가시’ 까진 아니더라도 ‘굳은살에 박힌 가시’쯤 되는 이물감. 8편의 단편을 읽으며 내가 주인공들에게 느꼈던 감정이다. 겉보기엔 분명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데, 하나같이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껍데기만 남은 듯. 소름 끼치는 디테일이 나의 감정을 마구 긁어댄다. 아! 그렇다고 불편한 느낌은 아니다. 작가는 놀라운 솜씨로, 불편한 소재를 희석시켜 씁쓸하면서도 달콤함이 배어있는 70% 다크초콜릿을 만들었다. 평범함 속에서 튀어나오는 비범함.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에서 나오는 비틀림. 익숙한 것을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게 하는 포착 방식과 독창성이 놀랍다. 이 책은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가 어느 정도까지 소외될 수 있는지를 어긋남 속에서 끄집어낸다. 자기 가게를 망하게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직원. 고어 영화에 중독된 임산부. 졸지에 부자가 되어버린 빈곤 운동가. 억압된 관계에서 해방을 꿈꾸는 여인. 캠핑에 중독된 남편을 서늘하게 바라보는 아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남편을 회상하는 아내. 커밍아웃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어린이집 교사. 젠더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여인.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고, 기묘한 힘에 억눌려있다. 배경과 사건은 정교하게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육중한 구조물이 되어 주인공 모르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희석시키고, 주인공은 무언가를 영원히 잃어버리고 무엇이 없어졌는지 망각한 채 껍데기만 남는다. 정교한 톱니바퀴에 분쇄되어버린 존재. 엔트로피 법칙처럼 비가역적이다. 이런 방식은 언제나 폭발의 잠재력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감탄한 지점은, 그 잠재력을 마구잡이로 폭발시키지 않고, 폭발 직전과 직후의 미묘한 경계선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긴장감이 증폭된다. 편안하지 않은 소재와 해결될 듯 말 듯 한 쫄깃한 상황. 현실과 과거, 몽환을 가로지르는 탁월한 심리묘사. 속도감 있게 전개되나 중요한 건 놓치지 않고, 조근조근한 문체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 이야기를 차근차근 누적시키며 논리를 탄탄하게 보강하는 방식. 실개천이 모여 강을 이루듯, 이런 것들이 모여 나를 몰입시키고, 납득시킨다. 육중한 문틈에 끼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존재의 딜레마에 관한 작가의 놀라운 시선이 담긴 책. 무척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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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감정적으로 복잡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각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이 마주한 어려움과 갈등을 통해 삶의 복잡성을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버스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아 힘들게 삶을 유지하는 모습이 그림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어려움, 대형마트에서의 일, 그리고 외출 중 느끼는 답답함은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임산부 주인공이 겪는 강한 충동과 삐삐의 상자 속에서의 포로된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삐삐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은 삶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성공한 주인공이 예전 동료에게 받은 잡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변화된 삶에 대한 자책과 죄책감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포클레인과 관련된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서로 다른 부부가 공동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그들의 관계와 선택, 그리고 갈등이 나타납니다. 오늘도 캠핑 이야기에서는 캠핑이 처음은 특별한 경험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해가는 모습과 주인공의 부러움, 부모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겨져 있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인 '공존'에서는 남편과의 소통 부재와 주인공의 내면 갈등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일곱 번째 이야기에서는 어린이집 교사의 내면 갈등과 친구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담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무속 신문에서의 일과 수연을 만나게 된 주인공의 내면 갈등과 기억의 혼란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각 이야기를 통해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으며,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으로 여러 양면을 담아냅니다. 독자에게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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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야. 은재야. 소설가 김산아 작가님의 "머문 자리"라는 소설집을 읽었어. 문학의오늘로 등단한 김산아 작가님의 8편의 소설집이야. 소설이 아빠에게는 조금 어려웠지만 희망적이었어.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아빠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했어. 현재의 상황을 답답해하고 탈출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이야. 작가님의 희망적인 이야기가 또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을 주는 갓 같아. 삶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좋은 책이야. 너희들이 대학생 때 읽으면 좋겠어.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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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인상이 어땠나 곱씹어 보니, 표지의 해와 ‘머문 자리’라는 왠지 모르게 온기가 남아있을 것 같은 제목에서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한장 한장 넘기는 동안 소름 돋을 정도로 느껴지는 현실감에 따뜻했던 느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배신감을 느꼈다. 어릴 적 버섯인 줄 알고 먹은 게 씹는 순간 물컹한 가지인 걸 알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평소 지극히 현실적인, 혹은 냉혹한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어느 하나 인상 깊지 않은 챕터가 없었다. 속물주의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머문 자리’를 읽을 때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너무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된 걸 수도?
가장 마음 편했던 챕터는 ‘모래 케이크’,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 있다가 발을 부드럽게 감싸는 모래사장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가벼웠던 건 아니다.
여러모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불편하지만 중간에 그만 읽고 싶은 책도 아니다. 태풍 속에 읽기 시작해서 맑게 갠 지금 책을 덮으며 어쩐지 기분이 안정되는 듯 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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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린 김산아 작가의 소설집인 머문자리.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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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 소설을 모은 [머문 자리], 김산아 작가님의 소설집은 단편마다 여러 인물들의 어쩔 수 없이 머무르고 떠나야했던 완성되지 않은 삶의 머문 자리에 관해 세밀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살면서 인정하기 싫거나 외면하고 싶어도 각자의 자리를 혼자 지킨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으며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글이 내 곁을 지켜주는 느낌을 받았다. 단편 소설인 <바람예보>부터 <다섯 뼘에서 멈춘 이야기> 마지막으로 작은 해설과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있고, 그 중 마지막인 작가의 말에서 "내가 '나'가 되기까지 주위에 묵묵히 쌓인 무게가 존재했다는 걸.", "잊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 인정하기 싫어 외면해도 각자의 자리를 지켰던 무게들을 이 책에 담았다. 나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무게가 되어 누군가의 옆에 조용히 있어주길 바란다." 란 부분이 와닿았다. 불안하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현실적인 상황에서도 암담한 내용이 아니라 담담하게 지지해주는 것 같은 소설이었고 담백해서 읽기 편했던 책이었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