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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욕망이 될 때, [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이 책을 덮고 나니, 괜히 베란다 화분들을 한번씩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된다. 세라 마리아 그리핀의 [네 사랑을 먹어라]는 아주 기묘하고 섬뜩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아가'라는 이름의 기묘한 식물의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엄청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적인 식물이 아닌, 감각과 욕망을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존재라니. 식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서늘함을 풍기는 듯 했다. 📌이야기는 약혼자와 헤어지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셸'이 우연히 쇠락해 가는 쇼핑몰의 꽃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꽃집 사장 '네브'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 사랑은 곧 '아가'라는 식물의 욕망과 얽히게 된다. 사랑은 하지만, 동시에 상대를 먹고 싶어하는 식욕이기도 함을 표현한 설정은 사랑이 결국 독점과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이 상대방을 먹으려는 욕망이 되고, 애정이 집착으로 포장되어 결국 상대를 파멸로 이끄는 과정이 정말 은유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소설 속 식물 아가가 단순히 상대를 단숨에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방식처럼 서서히 상대를 잠식해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소름 돋았다. 이런 방식의 묘사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쉽게 소유와 통제로 변질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건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기묘하고 매혹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직접적인듯 직접적이지 않게, 서늘하게 묘사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그래서인지 읽고난 후에도 소름과 여운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묘하고 서늘한 이야기 속에서 사랑에 대한 건강한 시선을 찾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책을 덮고 나면 앞에 놓여진 화분을 조금 더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될 것이다. 혹시 지금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그 초록색 식물이, 사실은 당신을 향한 또 다른 욕망 아닐지 확인 해 보길 바란다. 🖋인상깊은 문장들 🏷"사람들은 언제까지고 꽃을 원할 거예요. 사람은 언제나 태어나고, 늙고, 죽겠죠. 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동시에 모든 말을 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이 합쳐질 때나 무너질 때 사람들은 꽃을 찾게 마련이에요." 🏷네브는 내가 물을 먹고 자라난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 생각을 바로잡아 주지는 않지만, 실은 난 물이 아니라 네브의 목소리, 네브가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먹고 자라고 있다. 🏷당황해서는 안된다.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그저 행동해야 한다. 굶어 죽지 않겠다. 사라지지 않겠다. 내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 아직 먹을 것이 너무 많다. 🏷그들이 상처에 대해 뭘 아나?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가장 소중한 안식처였던 연인과의 관계가 끝났음을 깨닫는 순간의 한기, 약혼반지가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감각, 상실감, 패배를 인정하기, 항복, 어른의 삶으로 나아가야 할 나이에 어린 시절 지냈던 방에서 잠들어야 하는 심정에 대해 그들이 뭘 안단 말인가?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네사랑을먹어라 #허블 #세라마리아그리핀 #네사랑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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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사랑을 먹는다는 것, 상상해본 적 있는 문장인가? 많은 작가들이 사랑의 근사함을 말하기 위해 첫사랑은 달콤하다거나 키스에서 초콜릿 맛이 난다거나 하는 표현을 사용하고는 한다. 그러나 ‘사랑을 먹으’라는 명령문을 마주해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 책의 제목부터가 상당히 특이한 경험이었다. 아일랜드의 젊은 작가 세라 마리아 그리핀의 SF소설 『네 사랑을 먹어라』는 미셸과 네브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도입부를 지나 미셸이 쇼핑몰 사람들의 일원이 될 때쯤 독자는 다소 기묘한 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의 서술자가 미셸도 네브도 아닌 ‘무언가’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흔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보이지만 이 서술자는 분명히 ‘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더군다나 그 서술자는 네브와 아주 긴밀하고, 가까이서 미셸과 네브를 관찰하고 있으며 때로는 소름 끼칠 만큼 집착적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덩굴’과 ‘잎’이 있다. 독자가 이것을 깨닫는 순간 이 소설은 흔한 로맨스에서 아일랜드 고딕 호러로 순식간에 변모하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덩굴이 심장에 얽히듯이.
망해 가는 쇼핑몰이라는 배경도 제법 파격적이다. ‘식인 식물’을 소재로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이런 장소를 배경으로 택하는 작가는 드물 것이다. 폐허가 된 세상을 식물이 뒤덮은 아포칼립스 세계관도 아니고, 어느 외곽 지역 수상하고 기이한 저택도 아닌, 그저 곧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있는 대형 쇼핑몰. 아일랜드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쉽게 그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한 배경이다. 그러나 이 쇼핑몰의 중심이 되는 테라리움에 ‘아가’가 있다는 것이, 문을 닫는 실종 사건의 원인도 결국 서술자 ‘아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독자는 익숙한 공간에서 오는 낯선 으스스함에 다시금 소름이 돋는다. ‘아가’의 욕망은 직설적이고 도발적이다. 때로는 너무 날것이어서 이 집착의 근원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당황스럽거나 불쾌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가가 그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그들을 설득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가지기 위해 뿌리내리고 애쓰는 것을 보고 있으면 독자도 어느새 이 두려운 식물에게 사로잡혀 마치 그의 사랑이 굉장히 열렬한 순애 같다는 착각마저 느껴진다.
『네 사랑을 먹어라』에서 말하는 사랑은 굉장히 적나라하다. 정제되지 않았고, 섬뜩하고, 위험하다. 따스한 위로보다는 인간 외로움을 파고들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어쩐지 아가의 식인 호러보다 그 집착적인 사랑에 더 집중하게 된다. 미셸과 네브와 젠의 사랑, 아가의 집요한 욕망 속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묻는다. 사랑과 통제는, 그의 마음을 갖고 싶은 것과 그를 갖고 싶은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다른가? 과연 건강한 사랑을 나눈다고 자신하는 우리에게, 그러한 욕망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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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요약 : 식인 식물은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먹어 삼키고 싶을 뿐이다 - 📖 이제까지 난 내 덩굴과 꽃잎과 덩굴손과 입으로 세상의 온갖 것을 먹어 삼켜왔다. 하지만 붉은 금빛을 띤 네브의 심장, 바로 그거라면 나는 완전해질 터였다. 우리도 완전해질 것이다. 우리. (p.72) - 미셸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지만 회사가 도산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고향으로 돌아가 집 근처 쇼핑몰에 있는 네브의 꽃집에서 풀타임 보조원으로 취직한다. 미셸은 네브를 보며 어디선가 본 적 있다는 기시감이 들며 묘한 끌림을 느낀다. 📖 만약 셸이 자기 감정 외의 다른 것들에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꽃집에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요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천장과 바닥까지 뻗어 있는 덩굴도 – 미셸은 미처 보지 못하고 그 위를 걸어 다녔다. 네브의 팔에 난 길고 가느다란 멍들도 (p.26) 이 꽃집의 특이한 점은 초록빛 덤불이 벽과 천장을 수놓듯 덮고 있다는 것이다. 덤불은 꽃집에서 함께 지낼 미셸을 보며 말한다. “안녕, 셸.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귀찮게 해 줄게. (…) 내 이름도 알게 되리라. 너무나 잘 알아서 내쉬는 숨결마다, 잠결에 중얼거리는 잠꼬대마다 내 이름이 서릴 것이다.”(p.48) 덤불의 이름은 ‘아가’이다. 아가는 실내 정원에서 시작해 쇼핑몰의 신경계를 이루듯 모든 곳에 얽혀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듣고 느끼며 항상 굶주려 한다. 굶주림의 대상은 사람이다. 특히 두 주인공의 내면을 샅샅이 파헤치고, 적나라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부여한다. 두 인물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이들이 아가에게 먹힐 것만 같은 불안과 공포감이 덮쳐온다. 아가는 이미 세 명의 인간을 먹었지만 가장 원하는 건 네브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녀의 심장까지 완벽하게. 이 과정에서 등장한 미셸은 아가가 네브를 완벽하게 먹기 위한 계획의 일부로 매우 좋은 기회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네브의 전 연인이 돌아오며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식물이 사람을 관찰하고 그 감정을 양분으로 삼아 자란다는 것이 기이하게 다가왔다. 심지어 사람을 죽이고 먹는다니 충격적이었다. 먹는 과정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감정을 양분 삼았듯이, 죽어가는 그들에게서 읽어낸 기억은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미셸의 행동에서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더 나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이며 이 책이 익숙하면서도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식물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낱낱이 파헤치려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느끼는 두려움, 타인을 본인의 잣대로 판단하고 규정하는 오만함,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떠벌리며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추악함 등 숨기고 싶은 내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사람 간의 교류가 돋보이는 장면도 있었다. 주인공들이 일이 끝난 뒤 불 꺼진 쇼핑몰에서 즐기는 푸드 코트에서의 저녁 식사 클럽이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과 아픔이 있었고,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을 줄 아는 배려 깊은 사람들이었다. 비슷한 가격의 메뉴를 시키며 어색한 대화와 불편한 침묵이 감도는 모임이 아닌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온라인이 아닌 가게를 굳이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아직까지 사람들은 가게에 직접 찾아오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택배로 물건을 받는 건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누가와 함께이고 싶어 하는 거지.” (p.121) - 이 책은 인간의 집착과 욕망, 추악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비추면서도 사랑과 배려, 주고받는 온기 역시 놓치지 않는 따뜻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인간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는 소재는 기이함을 넘어 이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읽는 내내 공포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하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 허블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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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연인이라는 인생의 두 길을 잃어버린 미셸은 꽃집에 걸린 “도움 필요”라는 글자를 보고 꽃집으로 들어간다. 길을 잃어 들어온 사람이 아닌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건 내가 아닌 것처럼. 그렇게 우드바인 크라운 쇼핑몰의 꽃집에 취직하게 된다. 사장 네브에게 꽃에 대해 배우고, 자신만의 인맥을 만들어가며, 일상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은 행복함을 느낀다. 그것이 그녀의 옆에서 언제나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것은 식물이다. 네브가 아기라 부르는 식물, 우드바인 크라운을 감싸고 있다는 크기가 아기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목소리만큼은 아기가 맞는 것 같다. 아기라는 명칭답게 감정이 투명하게 느껴진다. 광기 어린 집착의 목소리가 책을 읽는 순간순간 곳곳에 배어있어 내가 테라리움 중앙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오싹함이 느껴졌다. 꽃을 꺾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인간처럼, 아기도 사랑하는 사람을 꺾어서 소유하고자 한다. 꽃과 사랑이라는 소재로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섬뜩함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요즘 꽃 시즌이라 주마다 꽃구경하는데, 꽃이 마냥 예쁘게만 보이지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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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 요즘 자주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일까. 가장 편안한 사람에게 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일까. 서로의 공간을 조금 더 공유하는 관계일까. 아니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감정일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이 있다는 사실만 가끔 확인하면 충분한 걸까.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 끝에서 <<네 사랑을 먹어라>>를 만났다.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좋아하는 사람을 자꾸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정도는 누구나 품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 조금씩 커져서 상대를 전부 가지고 싶어진다면 어떨까. 이야기는 서른셋의 셸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결혼을 준비하거나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셸은 파혼과 실직을 겪은 채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공간인데도 어딘가 불편하고, 친구들의 안부 문자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꽃집에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네브를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가가 있다. 허기에 시달리는 식물. 사람을 먹고 싶어 하는 식물.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식물. 처음에는 식물 호러인가 싶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니. 그런데 읽을수록 무서운 건 식물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이었다. 아가는 네브를 사랑한다. 너무 사랑해서 자신 안으로 들이고 싶어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남김없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읽다 보니 문득 생각하게 됐다.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일까. 상대를 위한다는 말로 통제하고, 아낀다는 이유로 붙잡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소유하려는 마음은 정말 사랑일까. 아가는 분명 괴물이다. 하지만 그 욕망은 놀라울 만큼 인간적이다. 그래서 무섭다. 사랑을 이야기하는데도 섬뜩하고, 섬뜩한 장면을 읽는데도 사랑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든다. 셸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끌렸던 건, 어쩌면 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셸은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친구들의 삶을 보며 뒤처졌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욕망은 뒤로 미뤄둔다. 어디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반면 아가는 다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집요하게 움직인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원하는 것을 향해 뻗어가는 식물과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인간. 그 대비가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읽기 전에는 기괴한 식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사랑 이야기였고, 외로운 청춘의 이야기였고,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쇠락해 가는 쇼핑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기대고 상처 주고 다시 붙잡는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래서 장르는 호러였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들의 상황에 따른 심리변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심리 묘사가 깊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독특한 설정의 호러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 이 서평은 허블(@hubble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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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을 먹어라』는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사랑이라고 함은 본래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소설이 말하는 사랑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그 ‘사랑’이 아니다. 소설은 30대 여성 셸이 직장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셸은 고향으로 돌아왔음을 직감하게 해주는 ‘크라운 쇼핑몰’을 보며 구질구질하다고 느낀다. 소설 속에 이런 문장이 있다. “주택 단지 사이에 자리 잡은 기묘하고 구질구질한 곳 뒤얽힌 오래된 혈관들 한가운데서 들썩이며 박동하는 낡아빠진 심장. 테라리엄은 병든 심장 안의 또 다른 병든 심장이었다. 온통 병든 심장이었다. (14p)” 소설 전반에 걸쳐 식물과 꽃에 대한 묘사마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이러한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구조로 읽힌다. 생명을 상징하는 식물이 죽음과 나란히 놓일 때, 독자는 이 소설이 단순한 성장 서사나 로맨스가 아님을 서서히 감지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맨 먼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인칭’이다. 20페이지까지는 셸을 중심으로 한 ‘초점화자’로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낯선 ‘나’가 등장했다. ‘나’는 어디에도 없고 또, 어디에나 있었다. 소설의 추천사를 먼저 읽었다면 이 ‘나’가 누구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화자가 누구인지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다. 그는 자신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 역시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허기. 인간을 먹고자 하는 욕구. 그러나 아무나 잡아먹지 않는다. 먹을 수는 있지만, 진짜 원하는 상대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 식물. 꽃. 덩굴. 아가라 불리는 이 존재는 네브가 자신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내면의 솔직한 고백이란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추천의 말, 강화길 소설가)” 이 소설의 서술자는 ‘식인 식물’이다. 네브가 ‘아가’라고 이름을 붙인, 쇼핑몰 중앙 테라리엄에서 자란 식물. 식물은 자아가 생기면서 육식을 시작했다. 네브의 전 애인 ‘젠’이 네브에게 꽃집 운영을 그만하라고 말한 이유도, 쇼핑몰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실종 사건들 때문이었다. ‘아가’는 식인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에게 돌봄과 사랑을 알려준 네브의 목숨을 노린다. 그러나 ‘아가’의 욕망은 단순한 식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가’의 허기는 곧 사랑이고, 그 사랑은 지배욕으로 드러난다. 네브의 심장을 차지해 하나가 되려는 이 욕망은 기생의 언어로 표현되지만, 기묘하게도 그것이 사랑처럼 읽힌다. ‘셸’이 꽃집에 취직하면서 아가의 계획은 점점 구체화한다. “네브는 호스로 작은 양철통에 물을 받아 내 위에 붓는다. 물은 내 밑으로, 내가 세상과 만나고 내 신경망이 시작되는 곳인 땅속으로 스며든다. 네브가 나를 먹여줘야 한다. 네브여야만 한다. 네브는 내가 물을 먹고 자라난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 생각을 바로잡아주지 않지만, 실은 난 물이 아니라 네브의 목소리, 네브가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먹고 자라고 있다.(84p)” ‘셸’과 ‘네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실연당한 여성이고,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안고 있다. 셸은 회사를 잃으며 지긋하던 고향으로 돌아오고, 고향은 다정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구속하는 공간이다. 네브 역시 자신의 꽃집이 속한 쇼핑몰이 곧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둘이 공유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로움은 슬픔이 되고, 그 슬픔은 꽃집이라는 공간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재구성된다. 만약 이 소설이 두 여성의 우연한 만남과 이끌림만을 다뤘다면, 아마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퀴어 로맨스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 소설의 진짜 힘은 셸과 네브의 관계 자체보다, 아가가 그 관계를 관찰하며 자신의 계획을 준비하는 심리묘사에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두 여성의 관계를 넘어 쇼핑몰 전체로 확장되고, 그 공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비인간이 서술하는 인간의 삶과 관계, 그리고 비인간의 욕망이 집요한지를 체험하게 하는 스릴러이자 사랑 이야기다. 『네 사랑을 먹어라』를 읽으며 키웠던 식물들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우지는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무섭기도 했다. 키우지 않는 것이 내 나름의 사랑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처음으로 씨앗부터 만개까지 지켜본 ‘노란튤립’이 기억이 난다. 식물원 정원사님이 직접 주신 씨앗이었다. 어느 날은 꽃에 수십 마리 파리가 꼬여있었고, 뿌리 파리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뒤로 키우던 꽃들이 차례로 죽었고, 이상하게 자라지 않는 꽃의 줄기를 들어 올려 보니 뿌리가 없었다. 오래전에 죽은 식물을 여태 키우고 있었던 거다. 나는 내 욕망에 맞추어 식물을 들여다보고, 화를 내고, 슬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반대로 식물의 욕망에 맞추어 인간이 조정되는 흐름이었다. 그 역전이 이상하게 통쾌하고 묘한 쾌락이 들었다. 사람의 돌봄이 과연 사랑인지 묻는 말을, 사람과 식물의 자리를 바꾸어 다시 던지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키우다 죽은 꽃들의 꽃잎을 프린트해서 간직하고 있다. 소설 속 아가처럼 섬뜩한 일이 내게 벌어진다면 서늘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식물의 욕망에 귀 기울여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네사랑#허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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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세라 마리아 그리핀의 《네 사랑을 먹어라》는 표현의 방식은 기괴하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아가’라는 식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처음엔 흥미롭고, 또 섬뜩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점점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이 진짜로 들여다보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갈망, 그리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소원이 나열되어 있다. 작가는 그런 결핍이 얼마나 쉽게 인간을 잠식하는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 그래서 셸은 친구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질문에는 파티 모자를 쓴 도마뱀 사진을 보냈다. '얘들아, 주말 계획은 뭐야?'라는 질문에는 선글라스를 쓴 아기 염소 사진을 보냈다. 아예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점점 더 정신 나간 밈을 올리는 편이 쉬웠으니까. 셸은 파혼과 실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다.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셸만 혼자 멈춰버린 기분이다. 그는 대화 대신 밈 사진을 보내고, 자신의 실패를 농담처럼 흘려버린다. 그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처절하다. 사람들은 진짜 속마음 대신 가벼운 반응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깊은 대화보다는 밈과 짧은 안부로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셸의 모습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결핍을 숨긴 채 괜찮은 척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셸 앞에 나타나는 것이 꽃집 주인 네브와 식인 식물 아가다. 특히 아가는 의미심장한 존재다. 사랑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 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상대를 자신의 내부에 영원히 가두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은 기괴하지만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사람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잃지 않기 위해 서로를 조금씩 갉아먹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가는 단순한 식인 식물이 아니라 사랑과 집착, 돌봄과 잠식 사이를 넘나드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소설 속 사랑이 따뜻한 구원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누군가의 세계에 초대받고 싶어 하는 마음, “좋아”라는 말로 자신을 감싸고 싶어 하는 갈망이 관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셸이 꽃집 공동체 안에서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들조차 묘하게 불안한 이유다. 가장 외로운 순간의 인간은 자신을 해치는 것이 무엇인지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쉽게 끌리기 때문이다. 《네 사랑을 먹어라》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모양은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라기보다, 이미 썩어가기 시작한 꽃잎에서 풍기는 축축하고 달콤한 냄새에 가깝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맡게 되는 향처럼, 이 소설 역시 묘한 중독성을 남긴다. “사랑과 결핍, 그리고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인간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장르는 호러지만 책을 덮고 나면 아가와 셸, 네브 사이의 감정들이 놀라울 만큼 현실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 도서는 허블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네사랑 #네사랑을먹어라 #허블 #세라마리아그리핀 #소설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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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처음 만나본 장르라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미스터리 호러 느낌의 이야기로 기묘함과 섬뜩함이 동시에 느껴지며 어떻게 끝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흘러갔다. 아이랜드 소도시의 도어미드 셸은 연인과 헤어지고 동시에 회사도 파산하며 실직 상태로 이곳에 도착한다. 부모님의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에 다시 돌아왔지만 기운이 나지 않는다. 자매들과 부대끼며 시련과 실직의 충격에서 벗어나길 바래보지만 곧 집에서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기 시작한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때문이었을까? 엄마의 심부름으로 쇼핑몰의 수퍼마켓을 다녀오다 꽃 집의 ‘도움 필요’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증과 고민 사이. 진열된 꽃다발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도움 필요라는 문구에 대해 묻고 셸 자신의 이야기도 조금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음을 어필한다. 흔쾌히 이력서를 보내라는 이야기에 너무나 쉽고 빠르게 꽃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네브와 셸이 만났다. 셸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셋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낡고 오래되어 폐업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우드바인 크라운 쇼핑몰. 네브는 그곳에서 꽃 집을 운영하고 있다. 셸의 사연 못지않게 젠과의 독특한 실연과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이 기묘함을 눈치챈 이는 아직 없고 이상함을 감지했던 네브의 연인 젠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쇼핑몰의 운영에 고민 중인 동료들과의 술자리는 즐거워 보였지만 읽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쇼핑몰 곳곳에 뻗어있는 덩굴들과 지난번 발생한 사건들이 겹쳐지며 곳곳에서 네브와 셸, 쇼핑몰 전체를 감시하듯 전달되는 이야기는 섬뜩함을 더했다. 곧 들이닥칠 듯한 사건과 어떻게든 실마리가 풀릴 듯 보이는 희망은 결말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고 어떻게든 괜찮아질 것 같은 마음을 갖고 계속 읽게 만들었다. 독특하고 기묘한 섬뜩함이 여름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단 이벤트로 도서만 지원받아 완독 후 남기는 리뷰입니다. ) #네사랑을먹어라 #세라마리아그리핀 #김지현옮김 #미스터리 #섬뜩 #허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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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을 먹어라』는 단순한 호러 소설이 아니다. 식인 식물이라는 강렬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이 진짜로 파고드는 건 인간의 외로움과 소속 욕망이다. 읽는 내내 무서웠던 건 괴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세계 안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주인공 셸은 삶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등장한다. 연인도 잃고, 일도 잃고, 미래에 대한 감각마저 흐려진 사람.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그녀는 점점 투명해진다. 그런 셸 앞에 나타난 것이 네브의 꽃집과 거대한 테라리엄이다. 그 공간은 이상하고 음습하지만 동시에 이상할 만큼 따뜻하다. 그리고 셸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여기 있어도 될 것 같다”는 감정을 느낀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지나치게 순수한 감정으로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인간을 사랑하는 식물 ‘아가’는 상대와 완전히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먹어치우는 것. 처음엔 기괴하게 느껴지지만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인간의 사랑도 때로는 다르지 않다는 걸.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싶고, 그 사람이 나 없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 작품은 그 위험한 욕망을 식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섬뜩하게 형상화한다. 특히 “도움 구함”이 아니라 “도움 필요”라는 문장은 오래 남았다. 정말 무너진 사람은 도움을 요청할 힘조차 없다. 그저 조용히 침잠한다. 그래서 셸은 작은 친절 하나에도 흔들리고, 누군가의 시선 하나에도 삶 전체를 걸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런 감정을 놀라울 만큼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젠이라는 인물도 인상 깊다. 이미 폐허를 탈출했지만, 사랑했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끝난 사랑인데도 떠나지 못하는 마음. 이 소설은 결국 사랑과 집착, 구원과 포식의 경계를 계속 흔든다. 『네 사랑을 먹어라』는 아름답고 음습하다. 젖은 유리창, 초록빛 식물, 차가운 쇼핑몰의 공기 같은 분위기가 책 전체를 감싼다. 읽고 나면 마치 습기 어린 공간에 오래 머물다 나온 기분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정말 사랑받고 싶은 걸까. 아니면 단지, 누군가의 세계에 포함되고 싶은 걸까. ◇ 허블출판사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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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을 통해 타인과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상대를 자기 안에 영원히 붙들어두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애정은 다정함의 얼굴로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숨을 조여오는 집착으로 변한다. 사랑은 흔히 따뜻한 감정으로 포장되지만, 그 밑바닥에는 누군가 없이 살아갈 수 없게 되고 싶다는 욕망 또한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 존재를 통해 비어 있는 자기 내부를 메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떤 애정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결핍을 덧씌운 형태를 더 오래 사랑한다. 서로를 갈망한다는 말 속에는 이미 상대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스며 있다. 누군가를 먹는다는 것은 결국 가장 완전한 소유를 의미하니까. 가장 외로운 순간의 인간은 무엇이 자신을 해치고 있는지보다, 무엇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에 더 쉽게 매혹된다. 사랑은 때때로 행복보다도 소속감의 형태로 찾아오며, 버려진 사람들은 그 온기를 의심할 힘조차 잃어버린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인간이 반드시 행복해서 관계를 붙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처와 불안, 침묵과 결핍 속에서도 사람은 자신을 바라봐주는 시선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스스로를 견디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형태를 확인하려 하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자신을 잠식하는 애정조차 다정함으로 오해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필요해진다는 감각은 때때로 존엄보다 강력한 유혹이 된다. 이 작품 속 식욕은 단순한 공포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애정의 가장 원초적인 얼굴처럼 보인다.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많이 원하고 싶고, 상대가 자신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를 바라는 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충동을 사회적인 언어와 윤리 속에 감춘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억눌린 욕망을 축축한 육체와 기괴한 식욕의 형태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 소설은 피와 살점의 공포보다 관계의 감정선이 훨씬 더 음습하다. 인간은 사랑 속에서 서로를 보듬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금씩 갉아먹기도 한다. 사랑은 가장 다정한 얼굴로 타인의 내부에 침투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관계들은 상처보다도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애정과 소유욕, 다정함과 집착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아일랜드 문학 특유의 서늘함은 늘 이런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삶이 무너진 자리에서조차 인간은 타인을 갈망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갈망이 때로는 사람을 살리기보다 더 깊은 어둠으로 이끈다는 사실 말이다. 『네 사랑을 먹어라』는 기괴한 호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은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었던 사람들, 자신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타인을 끌어안으려 했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이 소설은 무섭다기보다 슬프다. 사랑은 분명 인간을 살아 있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상대를 품으려 하기보다, 차라리 자신의 내부에 가두고 영원히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가장 외로운 사람들은 때때로 그 어둡고 위험한 사랑조차 구원처럼 받아들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이 왜 때때로 삼키고 삼켜지는 감각으로 변하는지 오래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특히 관계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지, 애정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자주 자기 파괴를 허락하는지 탐닉하듯 읽는 독자라면 더욱 그렇다. 샐리 루니와 클레어 키건 이후의 아일랜드 문학이 계속해서 증명해온 것은, 인간의 외로움이 반드시 조용한 방식으로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네 사랑을 먹어라』 역시 그 계보 위에서 사랑과 결핍, 소속에 대한 갈망을 축축하고도 기괴한 형태로 밀어붙인다. 다정함과 포식 본능이 같은 뿌리에서 자라날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 그리고 인간의 애정이 때때로 윤리보다 더 깊은 곳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체온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도서출판 허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