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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이름 붙이고 루틴으로 나를 지켜내는 일 :: 《오롯이 나답게》
"감정에 이름 붙이고 루틴으로 나를 지켜내는 일 :: 《오롯이 나답게》" 내용보기
정은혜 작가의 《오롯이 나답게》는 삶의 무너진 자리에서 책과 글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세워 올린 치유의 기록이다. 책 읽는 내내 고윤정, 구교환 주연의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과거의 상처를 독기로 삼아 세상과 싸우고 정체 모를 자신의 감정에 힘들어하다 마침내 삶의 궤도를 찾아간 변은아(고윤정)의 모습이 작가의 이야기와 닮아
"감정에 이름 붙이고 루틴으로 나를 지켜내는 일 :: 《오롯이 나답게》" 내용보기


정은혜 작가의 《오롯이 나답게》는 삶의 무너진 자리에서 책과 글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세워 올린 치유의 기록이다. 


책 읽는 내내 고윤정, 구교환 주연의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과거의 상처를 독기로 삼아 세상과 싸우고 정체 모를 자신의 감정에 힘들어하다 마침내 삶의 궤도를 찾아간 변은아(고윤정)의 모습이 작가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롯이 나답게》의 정은혜 작가는 어린 시절의 가난과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낮은 자존감이라는 내면의 흉터를 고백한다. 결핍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엔진이 되지만, 드라마에서 은아가 쏟던 코피처럼 때로는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한다. 


작가는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난 에너지를 건강한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상처를 부정하거나 숨기는 대신 바닥을 쳐봤기에 다시 솟아오를 힘이 생겼다고 인정한다. 결핍을 성장의 디딤돌로 삼아 단단해지겠다는 다짐은 그녀의 삶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 갔다. 


《모자무싸》에서 인상적이었던 설정은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감정 워치'였다. 사람의 기분에 따라 수치, 허기, 놀람 등의 감정 글자가 시계 화면에 나타난다. 평생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온 은아의 워치에는 코피가 흐를 때마다 '알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깜빡인다. 스스로 자폭하고 싶은 분노라 생각했던 그 감정의 정체를, 은아는 동만을 만나며 분명하게 알게 된다. 자폭이 아니라 도와달라는 거라고. 


언어치료사인 저자 또한 나다움을 지키기 위한 첫 단계로 '감정에 이름표 붙이기'를 강조한다. 


감정에 이름표를 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아니다. 내가 돌보고 다독여야 할 대상이 된다. 이유를 알아차릴 때 우리는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는 대신, 나를 위한 적절한 처방을 선택할 수 있다.
《오롯이 나답게》 정은혜 작가


나는 가끔 불안하거나 답답하다 느낄 때, 내 마음을 누르고 있는 문제나 생각을 종이에 적어보곤 한다. 복잡한 생각을 실제로 눈앞에 꺼내놓고 보면 막연히 두려웠던 것만큼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막연하게 답답하기만 한 건 아닐 테다. 때로는 타인의 반짝임을 보며 부러운 마음일 수도,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조급함일 수도 있겠다. 같은 두려움도 거절당할까 봐 혹은 실패할까 봐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 복잡한 마음들을 그저 걱정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묻어두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삶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이다. 그러니 이 사실을 잊지 말자. 오늘 당신이 하는 그 사소한 일이 결국 당신의 전부가 된다.
《오롯이 나답게》 정은혜 작가


과거 상처와 무기력함이 불쑥 고개를 들 때마다 작가가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루틴이었다. 치유의 완성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매일의 평온을 지켜내는 사소한 반복에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명상하고, 책 읽고, 감사일기 쓰는 작은 습관. 묵묵히 반복하는 이 행동들은 외부 시선이나 과거 트라우마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나다운 삶을 살게 해주는 튼튼한 방패가 되어준다.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걷고 있는 작가의 일상은, 드라마 마지막회 속 은아의 평온한 미소와 겹쳐진다.


은아가 처절한 싸움 끝에 마침내 도와달라 말하고 자신을 끌어안았듯, 작가 역시 매일 읽고 쓰는 루틴을 통해 과거를 뛰어넘어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오롯이 나다운 삶은 완벽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그저 나다워지는 과정 자체였다.


산에 피어도, 들에 피어도, 이름 없는 길가에 피어도 꽃은 꽃이다. 내가 어떤 환경에 심어졌든, 어떤 계절에 피어났든 나는 그저 나로서 온전한 꽃이다.
《오롯이 나답게》 정은혜 작가


나다운 삶.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내가 아닐까. 세상이 정해놓은 방향이 아닌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길로 꿋꿋하게 걸어가기를. 그래서 나만의 예쁜 꽃을 피우고 가꿔가기를 소망해 본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책과 노트북을 펼치며 나를 돌보는 매일의 작은 루틴을 쌓아간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나답게 피어나기 위해서.


8*****e 2026.09.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