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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애린 단편소설 <프로방스 가는 길>과 <다리, 넌 뭐야?>를 읽고
내게 낯설기로나 풋풋한 문체로나 신인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공애린은 이미 중, 단편 소설을 수십 편 쓴 중견작가다. 이 소설집에는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독서모임 추천도서로 알게 됐고, <프로방스 가는 길>과 <다리, 넌 뭐야?> 두 편을 읽고 토론했다.
'프로방스'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여자가 예술가의 꿈을 찾아 떠난 프랑스 지방이자 여자와 남자가 처음으로 데이트한 카페 이름이다. 수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재회한 두 사람이 다시 찾아가는 곳이 프로방스다. 이제 여자는 골수암으로 인한 죽음을 향해, 남자는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기 위해서다.
차 안에서 여자는 끝없이 혼자 말한다. 남자는 낯선 길을 헤매며 운전하느라 여자의 말에 대꾸할 경황이 없다. 아니, 남자에겐 처음부터 여자와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던 게 아닐까. 과거에 핑크빛 사과를 안으며 여자를 욕망했듯이 자기 곁에 여자의 몸이 있으면 마음도 사랑도 얻었다고 순진하게 믿는 게 아닐까. 가볍고 강렬한 그들의 사랑은 차라리 마약 같았다.
여자는 혼자 떠들다 죽고 남자는 삶에 치여 끌려갈 수밖에 없는 걸까. 수 년의 세월이 흘러 찾기 힘든 지형으로 바뀐 프로방스 가는 길을 빙빙 돌며 찾느라 멀게만 느껴지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그 모습이 바로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과 닮았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두 사람이다. 남자가 사랑하는 방식과 여자가 사랑하는 방식은 사랑이라기보다 차라리 절망에 가깝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만 결코 말을 섞지 않는다!
'다리'에도 이중의 의미가 있다. 가교로서 이곳과 저곳을 잇는 물리적인 다리와 민이 사진에 담는 '나'를 향한 사랑의 다리다. 어긋난 사랑과 이혼의 아픔 후에 다시 만난 그들에게 남은 건 이제 진정한 소통뿐이다.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과거의 그들은 이제 말을 더듬는 민의 소통 능력 장애와 수줍음과 맞서야 하는 시간에 직면한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된다. 민이 끝없이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은 피사체인 다리는 모두 나에게로 향하는 마음의 다리였음을.
상대방을 사랑하면서도 자기식으로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랑하는 방식이 너와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척 안쓰럽다. 결국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발전시키는 데 좌절하지만 처절하게 아파할 새도 없는 듯하다. 꿈과 사랑을 실현하러 가는 프로방스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랑의 다리는 아직도 사진작품 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 여자와 남자의 서로 다른 사랑방식과 소통의 부재가 몰고가는 삶과 죽음이 무척 상징적이고 치밀하게 수놓인 작품들이다. 이 글을 읽고 페미니즘의 실천은 멀리 있지 않다고 느꼈다. 여자와 남자의 진정한 소통이 작지만 가장 소중한 실천이라고. 우리는 왜 이리 소통이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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