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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가족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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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어쩐지 다행처럼 여겨진다. 지금이라서 비로소 공감하게 되는 감정들이 있다. 비교적 비슷한 동시대의 감각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어서 어떤 문장은 오래전 기억처럼 다가왔고, 또 어떤 문장은 내가 지나온 역사 그 자체와 맞물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선명히 들여다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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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어쩐지 다행처럼 여겨진다. 지금이라서 비로소 공감하게 되는 감정들이 있다. 비교적 비슷한 동시대의 감각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어서 어떤 문장은 오래전 기억처럼 다가왔고, 또 어떤 문장은 내가 지나온 역사 그 자체와 맞물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선명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가족과 관계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특정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와 여성,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살아낸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아주 사소한 경험처럼 보일지라도 어느 순간 결국 우리의 이야기로 번져온다. 가족은 때로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와 오래된 결핍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동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이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한 공감대가 있다. “맞아, 그때는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감각들. 그것을 발견하고 함께 숙고하며 이해되는 문장들을 만난다는 것은 읽기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시간이 준 작은 혜택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박완서를 바라보는 양혜원 작가의 시선이었다. 누군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과 그 작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만나는 경험은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글을 이렇게 세심하게 바라보는 누군가로부터 박완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또 그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이해의 창이 열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독자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도 조금 다르게 보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의 결들이 새롭게 살아난다.


더해서 이 책 안에는 가족에 대한 수많은 기억과 우리 삶 속 사소하지만 깊은 연민들이 담겨 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건져 올리는 인간의 민낯과 감정들, 그리고 그것을 공감과 이해의 시선으로 현재로 끌어오는 양혜원 작가의 밀도 높은 해석은 지금의 자신과 가족, 관계와 사회, 시대와 여성, 관념과 신념까지 자연스럽게 생각의 물꼬를 틔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누군가의 작품을 해설하는 책이라기보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양한 감정과 생각 속을 천천히 지나가게 된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을 언어로 정리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해보려는 숙고의 과정이다.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곳곳에서 깊이 있는 힌트와 생각거리를 건네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텍스트 자체로 하나의 충분한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에 꼭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오래 살아낸 이야기를 조용히 전해 듣는 듯한 친밀함이 있다. 익숙한 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하면서도, 어느 순간 아주 귀한 감각 하나를 건네받는 경험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동시대를 경험한 여성들에게 특히 더 추천하고 싶다.


#박완서가족에관한글쓰기 #인문에세이 #박완서 #도서추천 #서평 


*도서증정 @reading__cat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7 2026.06.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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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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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가족에관한글쓰기한국 나이 마흔.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성인이 되고 20년이 더 걸렸다. 집을 나온 후 한동안 반복적으로 꿈을 꿨다. 꿈에서 가족에게 못다 낸 화를 쏟아붓다가 잠에서 깨곤했다. 마음이 달아올라 눈을 뜨면 억울하고 서러워 엉엉 애처럼 울었다. 이 책을 만나고 끌린 건, 가족이라는 단어와 글쓰기가 나란히 붙어있었기 때문인데, 가족은 나의 아픔이고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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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가족에관한글쓰기


한국 나이 마흔.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성인이 되고 20년이 더 걸렸다. 집을 나온 후 한동안 반복적으로 꿈을 꿨다. 꿈에서 가족에게 못다 낸 화를 쏟아붓다가 잠에서 깨곤했다. 마음이 달아올라 눈을 뜨면 억울하고 서러워 엉엉 애처럼 울었다. 


이 책을 만나고 끌린 건, 가족이라는 단어와 글쓰기가 나란히 붙어있었기 때문인데, 가족은 나의 아픔이고 글쓰기는 나의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박완서 작가가 가족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했다. 책을 받기 전까지 이 책이 박완서 작가 자신의 작법서일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받고보니 책의 저자는 여성학 교수님이었다. 책 날개에 적힌 소개글을 읽는데 신앙서적도 다수 번역하셨는데 아마 그중엔 20대의 내가 탐독했던 책도 있을듯했다. 자저는 자신이 박완서의 세대와 현 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책은 박완서 작가가 남긴 작품들을 현 세대가 이해하기 좋게 풀어준다. 


모성, 아버지란 존재, 부부의 정, 이혼, 아들의 죽음, 결혼과 사랑, 노인들의 사랑이란 키워드로 박완서의 작품을 선별해 그 속에 녹여낸 작가의 주제의식을 다룬다. 내가 작품을 읽지 않고도 아주 선명하게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던건 좋은 문장으로 논점을 톺아주신 양혜원 작가님 덕이다.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을 덮고 일종의 복수처럼 가족을 글의 소재로 쓰려는 내 일그러진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간 뭔가 새로 시작하려고만 하면 발목이 붙들리는 패턴의 반복으로 가족 바깥 세상으로는 몇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마당에 묶인 개처럼 집을 지켰다. 그동안 글을 쓰려는 욕망은 사나워져 나를 옥죄었다. 사실 주변이 나를 옥죄어서 글을 붙드는 건지 마흔을 목전에 두니 가늠이 안 됐다. 


처음엔 유학 다녀온 동생이, 퇴직한 아빠가, 파킨슨 진단을 받은 엄마가. 순서대로 나를 무너뜨렸다. 무기력이 나를 뒤덮을 때에도 나는 글을 쓰고자 하는 목표만은 버리지 못했다. 돈이 안되는 일, 외로운 길, 기약도 없는 일에 나는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아마도 억울함이 깊어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싶어서가 아닐까. 또,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를 복기해 가족이란 단위가 아닌 존재로 각자를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하다. 그것이 나에게는 괴로움을 승화시켜 나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같아서. 


지금 왜 박완서인가? 가족의 역동과 가족 속 개인의 숨겨진 체험을 소상히 밝혀낸 이야기를 다루는데 박완서만한 작가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 특히 가족이란 맥락을 벗어난 고유한 개인의 이야기가 넘치는 시대지만 사회는 여전히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이 존재한다. 가족의 비극은 개인의 비극이기에 이를 떼놓고는 관계를 다룬 서사를 촘촘히 만들어내기 어렵다. 


서평을 쓰면서 마음에 소용돌이치즌 복수와 폭로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박완서에게 배우고자 마음을 정했다. 진부하고 특별할것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서 나만의 시선을 찾고, 나에게 들러붙은 갖가지 이야기들을 돌아봐야겠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인생의 절반을 보낸 그곳에서 시작할 것 같다. 


#도서제공 #책읽는고양이

j*******m 2026.06.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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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글에 등장하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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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라고 하면 단발머리에 햇살처럼 환하게 웃던 박완서 작가의 사진이 떠오른다. 이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미소.<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연구한 저자가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과 관련된 내용을 추출하여 정리한 에세이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노인, 결혼과 사랑, 이혼 등 가족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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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라고 하면 단발머리에 햇살처럼 환하게 웃던 박완서 작가의 사진이 떠오른다. 이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미소.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연구한 저자가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과 관련된 내용을 추출하여 정리한 에세이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노인, 결혼과 사랑, 이혼 등 가족을 이루는 인간상을 소설이 나왔던 그 때와 지금을 연계하여 저자의 생각을 풀어낸다.


첩을 거느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 본처인 할머니와 첩인 화초 할머니가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를 두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했던 <저물녘의 황홀>이라건가 이혼을 쉬쉬하던 시절, 아들이 엄마의 이혼을 응원했던 <살아 있는 날의 시작> 등  지금은 별 일 아닐 수 있는 일들이 소설 속의 시절에는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네 집>처럼 이미 읽었던 소설은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고 잘 몰랐던 책은 읽고 싶어졌다. 박경리의 연애소설과 박완서의 연애소설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하다.


*시어머니는 여성들이 가족 제도를 꺼리게 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 제도를 쉽게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을 상징한다. 


*그는 시와 음악으로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줄 수는 있었지만, 이 세상에서 탄탄하게 살아 가게 해줄 수 있는 남자는 아니었다.


*젊은이들은 안정감과 출산을 이유로 결혼을 종용당하고, 늙은이들은 자식들의 부양 부담을 덜기 위해 결혼을 종용당한다. 


*그의 세계는 친밀하게 알던 가족의 세계에서 점차 컴퓨터를 동반자 삼아 글을 쓰는 독신 여성 작가의 세계로 넘어갔고, 그렇게 늙어가는 자신에게 여전히 글 쓸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신기” 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러한 신기함을 허용하는 세상의 여자로 늙어가고 싶다.

r******b 2026.06.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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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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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관한 글을 쓸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양혜원 저,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책이 눈에 띄었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새롭게 알게 된) 읽고 싶어진 작품들도 많았고여운이 남는 지점들도 많았다. p13가족은 힘이 될까, 굴레가 될까. <아주 오래된 농담>(2000)에서 작가가 던졌던 질문이 나온다.저울 양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늘 나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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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관한 글을 쓸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양혜원 저,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책이 눈에 띄었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새롭게 알게 된) 읽고 싶어진 작품들도 많았고

여운이 남는 지점들도 많았다. 


p13

가족은 힘이 될까, 굴레가 될까. 

<아주 오래된 농담>(2000)에서 작가가 던졌던 질문이 나온다.

저울 양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늘 나를 시험하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또 돌아가서 가족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차례


  1. 어머니의 자리

  2. 아버지, 있어야 하되 없는 거나 마찬가지

  3. 노인의 연애

  4. 아들의 죽음

  5. 이혼 이야기

  6. 결혼 말고 사랑

  7. 한 남자, 두 여자

  8. 소박한 자유

  9. 나, 진실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의 차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나의 이야기이자 너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가족 이야기.


박완서 작가의 '노는 마당'이었던 가족이

소설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맛을 볼 수 있었다. 


소박한 자유

나에게 특히 와닿았던 챕터는

8. 소박한 자유


p151

<조그만 체험기>에서는 억울함을 "안으로 안으로 삼킨 비명과 탄식"이라고 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pp162-163

작은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작가들은 인간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일상을 이야기로 엮으면서 인간의, 그리고 인생의 의문들과 의미들을 풀어갔다. 박완서는 그 작은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사소한 아녀자들의 부엌의 세계를 소설에 끌어들인 작가다. 

(...)

이 "조그만" 체험에서 들은 억울함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눌러 담아 사유거리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pp164-165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간장 종지만 한 숨통을 찾지 못해 날숨을 쉬지 못하고 들숨만 삭이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산 넘고 물 넘고 바다 건넌 영웅의 목소리가 아니라, 저녁 밥상 옆에 쭈그리고 앉아 생사의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밤새 가슴 졸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귀가를 기다려본 사람의 작은 목소리로 들려주어야 한다. 밤새 쪼그라든 마음에 다가가는 목소리는 그렇게 조곤조곤 작아야 한다. 비명도 내지 못하는 마음에 다가가는 소리도 작은 게 좋다. 그래야 작게라도 그 마음에서 소리가 나온다. 이런 소리들이 표현의 자유라면, 그 자유는 '조그만' 해도 괜찮을 것이다. 



사소하다고 치부된 감정, 

그래서 호명되지 못했던 소리 없는 억울함을 호명해 준다는 것.

아, 그런 일을 박완서 작가님이 해주신 거구나. 

하나도 사소하지가 않았구나. 


가족신화를 쓰자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대상을

진실하게 표현한 거구나.



p9

그렇다고 해서 그의 가족 묘사가 어떤 향수를 자극하느냐면 또 그렇지가 않다.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 있는 소설에서도 그가 그리는 그리움은 한 덩어리의 온전한 가족이 한 집에서 어우러져 사는 삶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의 그리움은 가족의 형태 너머에 있는 인간다운 무엇을 향해 있다. 


다시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한 말을 들여다 본다. 

인간다움.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

'인간다운 무엇'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글쓰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나왔던 글쓰기의 욕망에 대해 공감하며 마무리! :) 


pp197-198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보겠다는 욕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그 '그냥'이라는 것에 좀 더 형태를 부여하고 목적과 의미를 좀 더 명료하게 해보겠다는 욕망이다. 말하자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개입해보겠다는 의지이다. 


p201

(...) 그렇게 늙어가는 자신에게 여전히 글 쓸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러한 신기함을 허용하는 세상의 여자로 늙어가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q***l 2026.06.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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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현시대에 존재하는 간극 메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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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아무리 잘 쓰여지고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여전히 널리 읽힌다하더라도 태생적 한계를 가지는데, 어쩔 수 없는 시간의 고정성이 그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이 담길 수 밖에 없기에 그 시절이 지나 더이상 그 시절이 아닐 때 어쩔 수 없이 메울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이 옛날 이야기, 시대에 맞지않다라는 이유로 더이상 읽혀지고 말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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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아무리 잘 쓰여지고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여전히 널리 읽힌다하더라도 태생적 한계를 가지는데, 어쩔 수 없는 시간의 고정성이 그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이 담길 수 밖에 없기에 그 시절이 지나 더이상 그 시절이 아닐 때 어쩔 수 없이 메울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이 옛날 이야기, 시대에 맞지않다라는 이유로 더이상 읽혀지고 말해지지 않고 사라진다.

우리나라는 근현대에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맞이해서 그런지 최근 100년의 모습이 짧은 시대간격으로 큰 변화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빨리 더이상 통하지 않는 옛날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발전이 극에 달했다고 여겼던 지금, AI의 발전으로 말도안되는 속도로 다시한번 변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시대상의 모습을 입고 있음에도 여전히 읽히는 옛날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박완서 작가의 책들이 그러하다. 내가 어릴 때 까지만 해도 만화 영화 속의 짱구엄마가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이라는 것이 놀랍지 않았으나 이제 돌이켜보면 나보다 어렸던, 심지어 갓 사회에 뛰어들었던 시기였음을 깨닫고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러면서 짱구 엄마 아빠가 짠해보이기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이 짱구 이야기 시대보다 더 이전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박완서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여성이 무언가를 결정하는데에 많은 제약이 있던 시절이었다. <오만과 편견>과 같은 이야기에서나 존재할 것이라 믿었던 결혼을 위해 살아가는 시대의 여성이 바로 박완서 작가 본인이었다.

사랑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박완서라는 자신의 고유명사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딸이라는 대체가능함에도 대체불가능한 아이러니한 집단명사로 여겨지는 경우가 더 많았던 그 시대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세대, 우리보다 더 어린 세대에게도 유효한 울림을 준다. 작가의 글 실력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박완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박완서가족에대한글쓰기 (#양혜원 씀 #책읽는고양이 출판)를 쓴 저자도 박완서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평생동안 연구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정은 보장된 것일테니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마도 박완서에 대한, 박완서 글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일 것이다.

여전히 읽히지만 ‘아직도 박완서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구나’같은 반응이 아니라 여전히 주류임을 바라며 더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벌어져있는 시간의 틈을 저자가 메우고 있다. 가족이, 사랑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시간이 지나면서어떤 모습을 지녔는지. 그래서 이 작품에서 박완서 작가가 차용한 가족의 모습은 이러한 것들을 반영하고 의미하고 있다고 해설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 속 양혜원 저자만의 깨달음도 담겨있어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고싶게 만든다.

마흔에 작가가 된 박완서 작가가 요구받던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선택한 자신의 역할, 글쓰기. 그런 글쓰기에 그토록 자신을 얽매였던 가족이 가득 담겨있던 것은 왜 때문일까. 그때까지 평생이 소속되어 있던 가족이자신이 가장 잘 알고 할 말이 많은 ‘노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숨기고 의미를 담으려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이어야 자신의 진의에 가장 잘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들보다 조금은 덜 품을 들여도 될 테니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내 나름대로의 이유는 의미와 형태가 변하더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존재할테니까. 시대가 변해도 결국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가족이지 않을까이다.

박완서 작가가 던진 가족은 힘인지, 굴레인지 질문이 여전히 희대의 난제인 것만봐도 가족이라는 주제의 범시대성은 충분해보인다.

여성, 가족, 글쓰기, 요구받는 역할과 스스로 원하는 역할, 그리고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해 수많은 물음표를 띠우게 하는 책이다. 답을 내리기 위해 박완서 작가의 책을 펼칠 수 밖에.


k********4 2026.06.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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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세상에 안 계신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박완서 작가님의 글은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손길을 거치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지요. 저처럼 그녀를 깊이 그리워하고 그녀의 문장에 위로받는 이들이 참 많다는 사실은,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입니다.👨‍👩‍👧‍👦<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이처럼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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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세상에 안 계신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박완서 작가님의 글은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손길을 거치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지요. 저처럼 그녀를 깊이 그리워하고 그녀의 문장에 위로받는 이들이 참 많다는 사실은,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입니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는 이처럼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박완서라는 거장의 문학 세계를 참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해 낸 선물 같은 책이에요. 박완서 작가님은 마흔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평범한 주부의 삶을 깨고 나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셨지요. 그리고 여든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고 펜을 쥐며 우리 곁을 지키셨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펼쳐 보인 세계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었습니다. 고부간의 미묘한 갈등, 자식과의 서툴고도 깊은 관계, 남편과의 희로애락은 물론이고 이혼과 불륜에 이르기까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팎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민낯을 작가님은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 냈어요.

👨‍👩‍👧‍👦책을 읽으며 페이지 곳곳에 묻어나는 이야기들에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깊은 감탄을 터뜨리게 됩니다. 데스크톱으로 글을 쓰다 고장이 나 수리 기사를 불렀더니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말에, 진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기라도 할까 봐 빌린 랩톱을 소중히 들고 방을 밖으로 나가버리셨다는 에피소드는 거장의 인간적이고도 귀여운 면모가 느껴져 입가에 웃음이 번졌어요. 또, 남편의 애첩과 한집에서 살던 본부인이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져 본부인만 찾자, 첩 또한 질세라 중풍에 걸린 척 연기를 하다가 남편이 죽자마자 유산을 챙겨 미련 없이 도망쳤다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현실보다 더 진짜 같으면서도 지독히 소설 같은 인간의 속내를 이토록 유쾌하고도 생생하게 풀어내다니, 박완서 작가님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정말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이 늘 유쾌함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에요. 과거 남편이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묵묵히 옥바라지를 했던 작가님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을 마주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고 짠해집니다. 그 글 속에 담긴, '간장종지'처럼 작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은 험난하고 모진 세상 속에서 현실을 견뎌내고자 했던 한 인간의 절실한 바람 같아서 서글픈 마음도 들었어요.

👨‍👩‍👧‍👦양혜원 작가님은 책의 후반부 이렇게 말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 보겠다는 욕망'이라고 말이지요. 생각해 보면 한 해에 남편과 아들을 모두 사별하는 고통을 겪고 홀로 삶을 버텨내야 했던 박완서 작가님 역시, 외로운 서재에서 컴퓨터를 유일한 동반자 삼아 글을 써 내려갔던 고독한 독신 여성 작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매일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여전히 내게 글 쓸 거리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다고 고백했던 그 말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아요. 늙어감 속에서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글감을 발견하며 경이로워했던 그 순수한 뒷모습이, 저에게도 앞으로 글을 계속 놓지 않고 묵묵히 써 나가야겠다는 따뜻한 용기를 가만히 쥐여주었습니다.

#박완서가족에관한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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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고양이 @reading__cat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

a***1 2026.06.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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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가족에관한글쓰기 #양혜원 #책읽는고양이 #도서협찬마흔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님이 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읽어 온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 같아요.거침없이 쓸 수 있는 것은 결국 가장 잘 알고, 오래 들여다본 대상이기 때문일 거예요. 작가로 살아가기 전에도, 또 작가가 된 이후에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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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가족에관한글쓰기 #양혜원 #책읽는고양이 #도서협찬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님이 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읽어 온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 같아요.


거침없이 쓸 수 있는 것은 결국 가장 잘 알고, 오래 들여다본 대상이기 때문일 거예요. 작가로 살아가기 전에도, 또 작가가 된 이후에도 가족은 박완서 문학의 가장 가까운 세계였어요. 그 시대의 가족이 지닌 의미와 무게는 지금과는 또 달랐을 테고요. 그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 역시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감정과 사건들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일 거예요.


한편 저자는 AI 시대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 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그 부분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박완서의 작품들과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미 읽은 작품들은 다시 돌아보게 되고, 미처 읽지 못했던 작품들은 새롭게 찾아 읽고 싶어져요.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고, 시대적 배경의 차이 때문에 거리감을 느꼈던 적도 있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그 간극을 좁혀볼 수 있었고,박완서라는 작가를 다시 한번 새롭게 소개받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술술 참 잘 읽힙니다.

작품을 다른 눈으로 읽는 즐거움과 작가를 이해하는 기쁨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i******z 2026.06.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에게도 ‘노는 마당’이 필요하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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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노는 마당’이 필요하다《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가족 가면 벗기기 양혜원 지음  [책읽는고양이] (2026) ‘가족’이란 어휘처럼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을까. 박완서 연구자, 여성학 연구자, 번역가, 교수 등 다양한 역할로 활동을 해온 양혜원 작가의 글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이었다. 저자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한 편씩 읽으며 작가의 출발점이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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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노는 마당’이 필요하다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 가족 가면 벗기기


양혜원 지음  [책읽는고양이] (2026)




‘가족’이란 어휘처럼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을까. 박완서 연구자, 여성학 연구자, 번역가, 교수 등 다양한 역할로 활동을 해온 양혜원 작가의 글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이었다. 저자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한 편씩 읽으며 작가의 출발점이자 글쓰기의 모태가 된 가족에 대한 글과 시선에 주목한다.


전쟁이나 시대의 불운과 같은 불가항력이 불시에 가져다주는 불행과 고통 다음으로 깊은 고통과 시련을 던져주는 것이 가족은 아닐까. 그만큼 제도로서의 가족은 인생사에서 개개인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원천이기도 하다. ‘노력하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인내하고 양보해라’와 같은 말은 집안 어른들의 덕담이나 결혼식 주례사에서 늘 듣는 말이 아니던가. 이러한 ‘덕목’을 마음에 새기며 새로운 삶에 자신을 던져 넣어야 했던 부모님 세대 혹은 그 이전의 여성들은 대부분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현실에서의 삶은 늘 우리가 기대하는 ‘행복한 가족’ 신화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저자는 이 불완전한 가족 신화의 이면을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 책은 가족이라는 자장 속에 있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한편으로 후배 작가/독자로서 박완서 작가의 ‘노는 마당’을 다시 방문하고 그의 글을 읽어온 기록이다.


애초에 가족이란 제도는 왜 생겼을까, 의문이 들다가도 고라니와 같은 다른 동물들을 떠올려본다.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일어서서 걸어 다니고 곧이어 뛰어다닐 수 있는 고라니 새끼들과 달리, 너무나 미숙한 존재로 태어나는 인간은 보살핌을 제공하는 안식처가 오랜 기간 필요했다. 굳이 ‘억지로’라는 수식어를 붙이려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이 걸리는 육아를 책임지는 최소한의 공동체로서 가족은 어쨌거나 필요할 수밖에. 하지만 가족의 구별짓기를 위한 필요는 어쩌면 더 큰 공동체의 출현, 그리고 이 작은 공동체의 연합을 연결하기 위한 행정적 필요가 어느 시기에는‘발명’되어야 했을 법하다. 제로도로서의 ‘가족’이 탄생한 시기가 있지 않았을까.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제도가 지닌 문제점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 이전의 본질적인 기능을 일부러 무시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는 지금껏 외로움이란 감정에 강한 편이라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곤 했지만, 웬걸, 시간이 지나면서 나라는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가 참으로 고독한 존재구나 싶다. 심지어 어떤 날은 아직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외로움이 불쑥 찾아올까봐 두렵기까지 하다. 인간이라는 글자에 담긴 의미만큼이나 서로에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에게 울타리로서의 가족이 온전히 기능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으련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은가보다.


제도 그 자체로 많은 문제를 양산하기도 하는 가족을 낭만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인간은 지극히 문화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스스로 만들어 낸 모든 ‘인공적인’ 양식(문화)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중독’되는 존재다. 문화는 결코 혼자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말 그대로 인간은 서로 부대끼면서 살아온 존재가 아닌가. 박완서 작가의 작품 중에서처럼 볼품없이 늙어버린 남편의 모습에 극한 혐오감을 느끼는 부인처럼, 선택에 의해 구성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존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공간을 점유하는 현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은 쳐다보기도 싫어진 구성원을 돌보아야한다는 의무에 얽매여 지옥이 되기도 하니까. 가족이란 제도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인간은 한편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할 수 있는 존재다. 모기 물린 자국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앙상한 남편의 정강이에도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기도 하는 존재다. 저자는 모순적인 가족에 대해 쓴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면서, 가부장의 사회적 의무에 얽매인 인간의 초상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도 읽어낸다.


인간은 사회의 규범과 제도의 지배 아래 살아간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는 각각의 인간이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부여받고, 이 역할을 잘 해내도록 요구받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 어느 남편처럼 부부의 정도 사라진지 오래된 터에 가족을 위한 역할에 얽매인 인간으로 살다가 생을 마치게 되는 가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묘사 이긴 하지만, 작가가 남긴 작품은 대부분 본인이 겪은 일들이 작품에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여성들이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면 삶이 몇 배나 더 고달파지던 시대에 남편들 역시 가부장의 의무에 얽혀 평생을 살아갔던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의 삶이 이게 다인가, 싶기도 하다. 결혼은 일이기에, 현실이기에 더욱더 상대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순서가 뒤바뀐(?) 듯한 표현에 더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


한편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 속의 한 남편은 부인의 혐오가 담긴 시선을 받으면서도 가부장의 의무에 집착한다. 아무리 공감력이 떨어지는 남자라 해도 혐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감지하지 못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쩌면 이시대의 많은 남편은 이러한 사회적 역할에서만이 스스로의 쓸모와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반문해본다. 저자가 “어머니가 되는 것은 학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28)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편 되기’도 사회적 의무와 가정에서의 역할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워야할 일이다. 결국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남편과 부인 되기의 공간과 시간이 각자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남편들도 가족의 외부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야 문제가 많은 제도로서의 가족에 최소한 숨 쉴 틈이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감지할 수 있는 박완서 작가의 가족에 대한 태도는, 가족이라는 제도의 모순을 또렷하게 감각해내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세심하게 견지하는 모습 같은 것이다. 또한 의연하고 한편으로는 가족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관찰자에 가깝다. 어쩌면 박완서 작가에게 가족의 문제는, ‘철저한 개별성’을 지닌 현상으로 보았던 죽음의 문제처럼, 지극히 개별적인 사정으로 이해되었을 법하다. 그렇기에 글쓰기라는 절차를 통해 결국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관점을 볼 수 있는 또다른 에피소드가 <저물녁의 황홀>에 등장하는 ‘화초 할머니’이야기다. 그녀는 가족이라는 지극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 어느 날 침투한 불청객이었다. 반면 화초 할머니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케빈 스페이시가 해낸 역할 뺨치는 연기로 가장의 임종을 지킴과 동시에 유산도 받고 이 가족으로부터 유유히 떠나는 인물이다. 그 과정의 장면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그려져 보였던 것이다. 화초 할머니는 불완전하고 모순적 제도인 ‘가족’의 맹점 한 군데를 파고든다. 그녀의 역할은 모순적인 제도에 대한 통쾌한 업신여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저자의 인물 해석에도 공감이 갔다. 자녀나 본처가 생의 마지막까지 가장에게 주지 못한 역할을 화초 할머니가 연기를 하면서도 해냈다는 점 말이다.


더 나아가 화자의 친할머니와 화초 할머니 사이의 관계를 여성 사이의 연대와 인류애로 읽어낸 시선 역시 인상 깊다. 이런 마음은 어쩌면 우리 세대 이후에 더 발견하기 힘든 덕목으로 남을 것 같다. 누구는 화초 할머니 캐릭터 혹은 혼신의 힘을 다한 그녀의 연기를 비난할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비루한 연기나마, 결과적으로는 한 인간(할아버지)의 존엄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었던 화초 할머니야말로 유산을 받을 만하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아무리 눈속임 ‘연기’라고 해도, 연기란 그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과 진정성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립된 한 인간의 마음과 처지를 들여다보는 저자의 마음을 나도 배우고 싶다.


저자는 박완서 연구자이면서 후배 작가로서 박완서 작가의 유산을 되짚어보고 다시 읽기를 했다.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는 저자 본인의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방향을 들려준다.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저자는 글이 서툴더라도 AI를 사용하기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진실하게 드러낼 것을 요구한다. 요즘 이 AI 시대에 진실함이 없다면 글쓰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차였다. 저자의 글쓰기 이야기를 듣게 되니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아무나 자신의 진실한 목소리를 발견하고 글로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AI는 이 과정을 초보 작가로부터 빼앗아가기 쉬운 까닭이다. 저자는 박완서 작가가 평생 ‘피와 땀’으로 쓴 글을 정성껏 읽으며 발견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 책의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박완서 작가를 다시 읽어내며 놀았던 저자의 또 다른 마당임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작은 목소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가족과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넘어서 보다‘큰 이야기’를 남겨준 박완서 작가를 모범으로 삼을 수 있겠다. 나 역시 서툴더라도 나의 목소리를 찾아내기까지 계속 읽고 쓸 수 있길 바란다. 저자처럼‘피’까지는 아니고, ‘땀’이라도 흘릴 수 있는 나의‘노는 마당’에서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n****o 2026.06.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