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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스스로를 망칠 선택을 하는가. 그 답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것을 거부하는 대신, 오히려 그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방식. 주어진 운명을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품 한가득 끌어안으려는 움직임. 이러한 태도는 고통을 제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고통까지 포함한 삶 전체를 긍정하려는 내면을 드러낸다. 운명애(運命愛), amor fati.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 그것이 필연이라면 기꺼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상태. 작품 속 인물들은 무지하거나 충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충분히 예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서지 않는다. 선택은 한 번의 결단으로 끝나지 않고, 이미 기울어진 세계 안에서 끝까지 걸어 나가려는 의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거대한 신념이 아니다. 영원이나 구원 같은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인간을 붙잡는 것은 오히려 훨씬 작고, 짧고, 사소한 것이다. 찰나의 다정함.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의 감각처럼, 모든 것은 머무르지 않고 흘러간다. 존재는 고정되지 않고, 관계 또한 붙들 수 없는 상태로 흩어진다. 그렇기에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온기는 더욱 선명하게 각인된다.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결국 사라질 것임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진실로 존재하는 따뜻함. 이 짧은 체온은 삶 전체의 방향을 바꾸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다. 인간은 영원을 소유하지 못하는 대신, 사라질 순간을 끌어안으며 자신을 태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의 관계들은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향해 다가선 끝에, 결국 베어내는 쪽으로 기운다. 검과 꽃, 피와 향이 뒤섞인 세계. 동양적 환상이라는 장막 아래에서 감정은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응축된다. 욕망과 애정은 분리되지 않고, 한쪽이 깊어질수록 다른 한쪽도 함께 날카로워진다. 상처를 남기지 않는 사랑이 아니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기는 사랑. 그것이 이 세계에서 허락된 유일한 형태처럼 보인다. 한 송이 동백이 통째로 떨어지듯, 사랑 또한 어느 지점에서 갑작스럽게 전부를 내어주며 끝난다. 그 낙하는 결코 완만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급격함이야말로 감정을 가장 순도 높게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더 아름답고, 더 잔인하다.
인간은 왜 끝내 파괴될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가. 이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지옥 같은 세계 속에서도, 단 한 번 스쳐 지나가는 다정함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 깊이 새겨지고, 붙잡을 수 없기에 더 오래 남는다. 그리하여 인간은 같은 선택을 되풀이한다. 알고 있는 결말을 향해 걸어가고, 그 안에서 다시 한번 온기를 찾는다. 그것이 구원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인간은 영원을 얻지 못하는 대신, 소멸을 자각한 채로도 선택을 멈추지 않는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붙드는 마음, 그 모순을 끝내 끌어안는 태도 속에서 삶은 비로소 형태를 갖는다. 그러므로 이 반복은 오류가 아니라, 유한한 존재가 스스로를 긍정하는 가장 집요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발걸음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건넨다.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단 한 번 스쳐 지나갈 온기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었던 기억이 있다면, 이 세계는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언제나 구원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감각을 다시 불러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다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지. 동양의 환상 속에 깃든 이 잔혹하고도 애틋한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감각으로 귀결된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끝내 붙들고 싶은 마음.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옥은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도서출판 아작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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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지옥. 서평단을 신청한 건 저 “다정한 지옥”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 두 개의 조합. 작가님의 다정한 지옥은 어디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운이 좋아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바빠진 일상에 작가님의 세계를 구경하는 일은 조금 미뤄졌습니다. 다시 펼쳐본 도서에는 낯설지만 익숙한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평소에 자주 접한 장르가 아니다 보니 초면에는 낯섦이 가득했습니다. 표현도, 문체도, 양식도 모두 어색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어느순간 이야기에 빠져든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망한 사랑을 좋아하는데요.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짝사랑, 망사랑을 더 좋아합니다. 이 책에는 그런 망사랑. 정정하겠습니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 많이 나옵니다. 새로운 장르, 사랑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작가님의 다정한 지옥에 발 담궈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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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예정된 파멸, 불 보듯 선명한 피, 지울 수 없는 상처. 그 모든 것을 알고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사랑일 터. 『다정한 지옥』이라는 이름이 그렇듯, 사랑에 당연지사 모순이 공존하듯. 『다정한 지옥』은 동양풍 판타지 소설 단편집이다. 김인정 작가의 전 작품인 『그때는 귤이 없었단다』를 읽으며 작가의 풍부한 작품 스펙트럼에 감탄했던 적이 있다. 특히 동양풍 판타지 장르에서 특유의 문체가 한껏 빛났다. 사극 배경 장르소설을 많이 접했지만, 이보다 동양 사극 장르를 잘 살린 작품은 없었다.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사극 판타지 문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동양 사극 작품을 구축한다. '한국 장르문학계의 선인(仙人)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다. 읽는 동안 가히 신선을 세계를 엿보는 듯했다. 『다정한 지옥』의 가장 짙은 정서는 칼날 같은 사랑이다. 닿지 못하고, 이루어지지 못하고, 보답받지 못하고, 상처를 남길 연심. 그러나 아무리 도망치고 달아나도 결국 돌아보고 말고, 제 발로 내달렸던 길을 다시 되짚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내내 답습해 온 본성이다. 먼 신화 적부터 오르페우스와 아폴론, 하데스가 그랬듯이. 그리고 그런 사랑만큼 인간을 매혹하는 것은 없다. 남녀간의 연심뿐만 아니라 우정과 충심으로도 사람은 서로를 애틋해하고 그래서 상처 입는다. 읽으며 가장 좋았던 작품은 「누마의 여름」, 「동백」, 「그리고 낙원까지」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외면하려 애써도 다시 돌아보는 마음, 누군가를 가슴에 품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애틋하게 그린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도망치고 달아나도 돌아보고 만다. 제 발로 내달렸던 길을 되짚어 간다. 그 사람을 눈에 담는다.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나는 그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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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소설집 아름답다. 문장들이 매우 수려하다. 허나 씨실과 날실의 글들이 직조해낸 것은 파국이다. 너무나도 귀한 것을 보고만 대가로 내 앞에 놓인 것은 더욱더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지옥이다. 23p 화선 中 물 위로 몸을 솟구쳤을 때 유난스레 맑은 달빛이 정수리를 쪼갤 것처럼 흘러내려 만월임을 알았다. (중략) 달빛은 만물을 적실 수 있을 만큼 흥건하고, 여울 굽이마다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도장을 찍어 놓았다. 31p 화선 中 흔히 꽃 정령들이 그러는 것과 같이, 인간 사내가 건네주는 붉은 연문 한 구절에 온몸 흔들리는 이야기 말입니다. 35p 화선 中 서울 거리를 떠도는 소문이 듣고자 하지 않아도 귓바퀴에 묻어왔나이다. 귀신에 홀린 듯 페이지를 넘겼다. 오래전 전설의 고향에 푹 빠져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이야기를 듣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빼어난 외관 속에 진득한 알맹이가 들어차있다. 알알이 들어찬 묵직한 질문들이 차곡차곡 내 안에 쌓여 다음 문장으로 내달리던 눈길을 붙잡고 머무르게 했다. 두루뭉술한 감각으로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아프리만큼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14~15p 선화 中 "네가 세상을 아느냐?" "세상을 모릅니다." "모르니 입을 다물려무나. 내 필요한 것이라곤 네년의 건강한 몸뚱어리에 물든 그 새 세상이지 네년이 아니니 말이다." 19p 선화 中 "오라버님, 오라버님, 제가 과연 세상을 알겠습니까?" "우리가 어찌 세상을 알겠느냐." 51p 화선 中 서방님, 서방님께서 안타까이 여기시는 것은 저이옵니까 비녀이옵니까? 서방님, 서방님께서 슬피 우시는 까닭은 서방님의 팔자가 안타까워서 이옵니까 아니면 이년 보기가 안쓰러워 그러시옵니까? 47p 화선 中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음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래도 이 안에 든 말이 무겁다니, 평생을 떠들었는데도 무겁다니... 즐겁게 읽을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진지하고 중요한 삶에 대한 질문들이 많아서 인상 깊은 독서 경험을 했다. 작가님의 스토리 구성과 필력에 감탄하며 다른 작품들도 꼭 찾아읽겠다고 마음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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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작성한 감상평입니다:) 다정한 지옥 (김인정 소설집, 2026년)
[줄거리] 우리는 왜 실패가 예정된 사랑에 매혹되는가! 아비의 원수에게 검을 배우는 소녀와 목숨을 내어주는 스승의 핏빛 연정, 오직 파국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망한 사랑’의 압도적 절경. 한국 장르문학계의 선인, 김인정 작가가 그려내는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동양 환상담. - 책 작품 소개 중 [느낀점] <다정한 지옥>은 마치 고전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배경도 주인공도 스토리도 작품 가득 등장하는 한자까지. 책을 읽으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아주 오래 전 쓰여진 전설, 신화, 민담, 야사 같은 것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색적이면서 재미있었다. 책을 좀더 소개해보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거북이다. 해당화기도 하고, 스님이었다가 너구리도 등장한다. 각자 다른 단편소설들이 들어있는데 한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내용의 폭도 넓다. 사랑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벗과의 우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복수를 담고 있기도 하다. 한 책에 너무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천천히 음미하듯 읽고, 또 교훈을 담고 있는 내용들도 있어서 공부하듯이 읽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독특해서 그런지 첫 작품인 <화선>인데,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담긴 구조로 그래서인지 담고 있는 이야기도, 주고 싶은 메시지도 두 가지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 가장 어리석은 것은 인간이구나 싶기도. 책의 뒷표지를 보면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인 <그리고 낙원까지>의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소설집이지만 이 작품이 메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 그러나 그를 사랑하게 된 소녀. 자신의 손에 아버지가 죽은 소녀에게 언제든 목숨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 요즘으로 치면 피폐물이 되어야 할 소재가 이 책에서는 시리도록 슬프게 느껴진다. 하얀 눈에 떨어지는 빨간 핏방울 같은 책. 내가 느낀 <다정한 지옥>은 그랬다. 고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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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집 <다정한 지옥>은 고전 문학을 떠올리게 하는 예스러운 문체와 옛날의 정서를 그대로 품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책장을 넘기는 가운데 어느새 독자들은 과거의 시간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런 고전적 요소 외에도 신, 정령, 요괴와 같은 존재가 등장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안타까운 죽음, 배신과 복수와 같은 비극적인 주제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이 작품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옛것의 향취를 물씬 풍기는 고전적인 틀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적인 특성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운치 있는 한옥의 마루에 앉아서 평행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책이다. 단편집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는 바로 ‘꽃’이다.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금세 져버리는 꽃처럼, 이 책에서는 뜨겁게 타올랐다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먹먹함과 안타까움은 온전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인상적인 단편으로는 ‘화선’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내가 어릴 때 <인어공주>를 읽으며 느꼈던 그 처연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내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랑이지만 결국 그 사랑 때문에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존재들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마음에 남는다. 해당화 정령은 하찮은 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능력을 발휘하는 ‘비녀’라는 장치를 통해서 인간세계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 비녀는 욕망에 쉽게 휘둘리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런 인간을 사랑해버린 더 어리석은 정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씁쓸한 동시에 강렬했던 단편.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단편은 바로 <그리고 낙원까지> 였다. 찰나의 시간에 죽일 수 있고 죽음을 당할 수 있는 검객들의 이야기. 이 작품은 무협과 로맨스가 결합된 형태로 복수와 배신 그리고 지독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진 매우 강렬하고 긴장감 있는 단편이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사랑히게 된 주인공 설 혹은 설련의 이야기. 설은 자신을 포함하여 사랑의 욕망에 휘둘리는 자들의 마음을 “썩었다”라고 표현하며 경멸하지만 결국 자신도 그런 감정의 노예인 것을..... 어쩌면 이 모순적인 감정이야말로 “다정한 지옥” 그 자체가 아닐까? “연꽃을 빼닮은, 작고 강인한, 숨죽여 피는 그 꽃에 심장이 뛰었다. 멈춰 있지 않은 것은 죽게 마련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썩게 마련이다. 생생한, 끔찍하도록 생생한 이 열기에 마음은 썩어버리겠거니.” 띠지에 나와 있는 표현 “우리는 왜 실패가 예정된 사랑에 매혹되는가! ”는 이 책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나를 파멸로 이끌 것을 알면서도 그 다정한 지옥에 뛰어든다. 그러나 그 강렬한 감정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의 증거일지도... 새하얀 눈밭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붉은 꽃처럼 피어났다가 한꺼번에 스러지는 찰나의 감정, 사랑 그 사랑은 우리를 비극으로 이끌지만 비극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언제든 우리는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 것이다. 밤새워 읽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단편소설집 <다정한 지옥>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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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망한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끌려 서평단을 신청했다. 사랑인데, 망한 사랑이라니. 읽는 내내 쉽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밑줄도 많이 긋고, 몇 페이지는 접어두기도 했다. 동양 판타지는 이번이 처음이라, 낯선 단어들도 있었지만 의역하듯이 읽어 충분히 좋았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심리가 또렷해서, 이입하며 읽었다. (단어를 더 알았다면, 인물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은 꼭 요즘 날씨 같았다. 낮에는 햇빛이 쨍하고, 밤에는 서늘한 봄. 그래서인지 특히 야외로 들고 나가서 읽었다. 다 읽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망한 사랑도 사랑이라는 걸. ‘망했다.’는 건 사랑을 설명하는 말일 뿐, 사랑 자체를 부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벚나무가 왜 벚나무이겠나, 봄을 만나 꽃을 피우고, 벚나무가 되었겠지.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내가 꽃 피게 되는 일, 그게 사랑이 아닐까.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내가 어떤 꽃을 피우는 지도 알 수가 없을 텐데 말이다. 결말이 어떻게 되든, 지옥에 떨어지든 말든 이 사실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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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제목: 다정한 지옥 저자: 김인정 출판: 아작
읽는 내내 오래된 전설을 듣는 듯하면서도, 결국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동양적인 색채가 짙은 환상담...그 안에는 사랑과 상실, 시간과 기억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새겨져 있었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낯선 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었지만 감정만큼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작품이 보여주는 삶의 덧없음이었다. 🔖좋은 일 있으나 나쁜 일 반드시 닥치니 필연코 인생은 허망하다고 조신은 말하려 했던가. 세월 흐르면 반드시 나이 들고 병마 깃들거나 죽음을 근심케 되는 일인즉 어찌 한평생 내내 백화만발한 봄정원 같을 수만 있으랴. 누구나 그렇게 산다. 누구나, 더욱 불행한 일 겪어도 그것이 지극한 현실일 뿐 꿈조차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아가며 살아간다. (p. 162) 소설은 그 당연한 사실을 차갑게 말하는 대신, 담담하고 서늘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크게 와닿았다. 누구에게나 끝이 있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동시에 지금 곁에 있는 순간들을 더 소중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서로 다른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함께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설정은 처음부터 애틋함을 품고 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기에 사랑은 더욱 간절하고, 함께하는 순간보다 헤어진 뒤 남겨질 기억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오래 기억해 달라는 마음은 사랑의 가장 슬픈 고백처럼 다가왔다. 감정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여운을 나기는 소설...절제된 문장 속에서도 그리움과 쓸쓸함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화려한 사건보다 지나간 인연, 오래전에 놓쳐버린 마음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는 이야기였다. 사랑이 언제나 행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그럼에도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하는 소설. 아련하고도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 잊히지 않을 감정을 남겨준 작품이었다. 잘 읽었습니다. -- @arzak.livres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책 #독서 #소설 #신간소설 #신간도서 #서평단 #책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 #bookstagram #추천도서 #소설추천 #책추천 #환상담 #무협 #로맨스소설 #도서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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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지옥> 김인정, 아작 🌸 사랑이 사람을 구원한다는 말은 실로 오래된 믿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다정한 지옥》을 읽고 나면 이러한 오랜 믿음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기보다는, 더 깊은 밑바닥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길이 시궁창같이 더럽거나 지옥처럼 괴로운 곳이라고 말하기는 또 어렵다.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이 대체로 이토록 이상한 양가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망할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다칠 것을 알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그런 딜레마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 책은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양 판타지나 고전 설화 같은 분위기가 일단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용궁이 나오고, 정령이 나오고, 오래 사는 인외의 존재들이 나오고, 검객과 복수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장르적으로는 꽤 화려한데, 막상 읽다 보면 마음 속에는 이 책에서 전하는 감정이 좀 더 진하게 남는다. 누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같은 것들 마음 한 켠에서 찡한 느낌을 길어올리는 것만 같달까. 솔직히 초반에는 문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낯선 단어도 있고,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문장도 있어서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상하게 한 편씩 읽다 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닌데, 묘하게 손에서 놓기 어려운, 그런 희한한 책이었다. 🌸 가장 강한 인생을 남긴 작품은 마지막 단편 〈그리고 낙원까지〉 였다. 아비의 원수에게 검을 배우는 소녀라는 설정부터 이미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복수를 해야 하는 사람이 스승이 된다니... 미워해야 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니... 이러한 관계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상하게도 이해는 된다는 게 아이러니다. 읽는 동안 계속 마음 한쪽이 찜찜한데, 그 찜찜함 때문에 오히려 끝까지 보게 된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다. 〈동백〉도 마음 속에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크게 휘몰아치지는 않지만, 다 읽고 나면 조용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이 한 사람의 생을 붙잡아준다는 내용이 참 애틋해서 마음이 아팠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사랑은 대체로 무모하고 위험하지만, 꼭 날카로운 칼날 같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사랑은 너무 연약해서 슬프고, 어떤 사랑은 너무 마음 아린 아픔을 자아내기도 한다. 🌸 단순히 편안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읽고 나서 기분이 산뜻해지는 책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몇몇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눈밭의 붉은 꽃처럼, 이미 망해버린 마음이 이상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막 엄청 좋았다고 말하기엔 조금 망설여지지만, 그렇다고 싫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지옥이 다정해진다고 해서 지옥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모순형용, 혹은 역설이 주는 묘한 위로와 감흥이 있다. 이 책은 그 이상하고 무모한 마음들을 모아놓은 이야기 같다. 다 읽고 나면 조금 찝찝하고, 조금 스산해지는 기분도 느끼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감정이 싫지만은 않은... 그런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책이었다. @i_am * 위 도서는 아작(@arzak.livres)에서 지원받았으며, 이 서평은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서평단 #동양로맨스 #한국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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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오래전부터 창작물의 단골 소재였던 이어지지 못할 사랑, 사랑할수록 서로가 힘들어지는 애증 따위를 최근의 독자들은 ‘망한 사랑’ 이라고 부른다. 소위 말하는 ‘혐관’ 서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이런 관계가 주는 드라마틱함이 있다 보니 특정 드라마나 장르 소설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커플링을 두고 ‘망한 사랑이라 오히려 좋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김인정 작가의 신간 『다정한 지옥』은 그런 망한 사랑 중독인 독자들을 위한 책으로 동양풍 환상문학으로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특유의 화려한 작품세계가 아낌없이 담겨 있다. 장르 문법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끝없는 도파민을 주는,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취향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만드는 책이다.
작중의 어떤 사랑은 너무 순애보여서, 또 어떤 사랑은 시작부터 어긋나 있어서 망한 사랑이 된다. 작가가 섬세하게 설계한 세계에서 꿈과 현실 사이 저마다의 사랑을 품고 사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지금까지 보아온 보통의 로맨스는 다 허상인 것만 같아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거나, 하물며 내 모든 걸 전부 주겠다는 고백보다도 ‘내 목을 가져가라’는 말이 더 와 닿을 수밖에 없다. 목숨보다 사랑한다거나 널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말과는 그 무게나 느낌이 다르다. 대체로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게 사랑이라면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불행해지리라는 걸 알면서도 기껍게 사랑한다. 그 사랑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더라도.
단편들은 얼핏 보기에는 별개의 이야기로 보이면서도 읽어나가다 보면 하나의 결을 갖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이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 정도는 흔쾌히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있으면 지옥이 되는 줄 알면서도 누군가를 낙원 삼는 바람에 다정한 지옥에서 살게 된다는 점에서. 「화선」과 「그리고 낙원까지」를 나란히 두고 생각해보자. 거북이의 입을 빌려 설화처럼 쓰여진 정령의 이야기와 복수와 애증으로 점철된 무협 서사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이 보이지만 해당화 아씨와 연교의 사랑은 어느 정도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종래에 자기를 기다리는 게 영원이 아닌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랑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눈 위의 동백처럼.
볼륨이 작고 후루룩 읽히는 단편과 과몰입을 이끌어내는 긴 작품이 섞여 있어서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 책에 매료된다. 낙원을 부수거나, 낙원을 원하거나, 사람을 낙원 삼거나… …. 가장 깊게 몰입하고 서사가 근사하다고 느낀 글은 「그리고 낙원까지」였지만 어쩌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짧은 단편 「화적」의 말미였다. 세상 무엇도(그게 설령 사랑일지라도) 영원한 것이 되어주지 아니하니 반드시 그 끝이 고단할 뿐이라는 자조. 이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화선」에서도 「화적」에서도 이토록 덧없는 사랑의 회의감을 날것으로 보여주었지만 「그리고 낙원까지」에서 결국 사랑이란 둘만의 것이라는 사실도 절절히 보여주어서가 아닐까 싶다. 꽃 정령들이 남자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서야, 하고 한탄하던 마음도 책을 모두 덮고 나면 조금은 덜해진다. 어쨌거나 자신의 사랑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근사하니까. 각기 다른 시기에 발표된 작품을 하나의 소설집으로 엮어 작품 바깥에서도 이런 서사를 만들어낸 편집이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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