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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시인들이 쓴 시집을 읽었다. 젊은 날 종합선물세트를 받아 과자를 종류 별로 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사이좋게 한 사람이 다섯 수를 쓰고, 그 중 한 수는 여국현 지도교수가 영어로 번역해 놓았다.
시인의 이름 순으로 시가 있지만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과자 세트의 과자를 순서대로 먹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시는 메시지를 숨겨 놓기 때문이다. 대신 자극적인 것에서 재미를 찾는다. 시의 묘미를 느끼려면 그냥 읽어서는 안 된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보아야 한다. 권양우님의 <모닥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입김으로 불씨를 키우고 나누는 일' 앞에 멈추어 서서 '나는 누구에게 따뜻하게 하였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방화선님의 <찔레꽃이 가시보다 먼저 피나요?>에서는 '내일은 가시가 더 부드러워질 거예요 밤새워 향기를 만들었거든요'에서 꽂혔다. 꽃 향기가 가시를 부드럽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를 돌아다 보았다. 나는 가시덤불인가, 장미원(薔薇園)인가? 아직 뜯어보지 않은 과자봉지가 있다. 그 안에는 어떤 과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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