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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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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지급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저자에 대해 <여전히 미처 있는> 도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문학과 예술에 어떤 존재로 있었는지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인격체에 대한 설명을 깊이 있게 고찰하게 한 작가였다. 두 번째로 만난 <피날레>는 여성과 노년 그리고 예술 세 가지 주제를 하나로 연결한 글이며 직접 암을 겪게 되면서 삶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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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지급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저자에 대해 <여전히 미처 있는> 도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문학과 예술에 어떤 존재로 있었는지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인격체에 대한 설명을 깊이 있게 고찰하게 한 작가였다. 두 번째로 만난 <피날레>는 여성과 노년 그리고 예술 세 가지 주제를 하나로 연결한 글이며 직접 암을 겪게 되면서 삶에 대한 회고록과 노년에 대한 내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노년'이라는 단어는 꺼져가는 불빛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것이 없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은 시간. 그러나, 수전 구바는 오히려 노년이기에 더 성숙함과 삶의 깊이를 고찰하며 빛을 발하게 될 수 있음을 전달한다. 9인의 여성 예술가를 소개하고 그들이 사는 삶을 들여다보면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살았다. 무용가로 시인으로 작가로 순탄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시간을 거치면서 오히려 노년에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에게 창조적 삶은 주어졌지만 이것을 발휘하는 시기는 자신조차 모른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창조'란 정해진 시간이 없다. 뒤늦게 문학과 예술에 발을 담기면서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들을 보면 그 시작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인지할 것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갈 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피날레>에서 만난 노년의 예술가는 작품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살았다는 것인데 이건 이들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한,  누구나 자신의 인생은 주인이 될 수 있지만 이끌 수는 없다. 이를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선택과 실천으로 미래의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한 도서였다. 

g*****3 2026.06.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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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바꾸는 수전 구바 문화비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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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우리는 왜 나이 든 여성에게 유독 귀엽고 무해한 할머니라는 단 하나의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걸까요?수전 구바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남자의 것이 아닌 땅』, 『스틸 매드』 등을 발표하며 문단 내의 가부장적 편견을 거침없이 부숴왔습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순간이 찾아왔으니, 바로 2008년 예순셋의 나이에 선고받은 난소암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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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왜 나이 든 여성에게 유독 귀엽고 무해한 할머니라는 단 하나의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걸까요?


수전 구바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남자의 것이 아닌 땅』, 『스틸 매드』 등을 발표하며 문단 내의 가부장적 편견을 거침없이 부숴왔습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순간이 찾아왔으니, 바로 2008년 예순셋의 나이에 선고받은 난소암 시한부 판정이었습니다.


살날이 길어야 5년이라던 절망적인 예후를 기적처럼 극복한 뒤, 저자는 쇠약해진 육체로 맞이한 뜻밖의 장수 앞에서 실존적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죽은 것처럼 살지 않고 끝의 끝까지 꽉 채워 살아갈 것인가?


페미니즘 비평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문학학자 수전 구바 의 신작 『피날레: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원제: Grand Finales: The Creative Longevity of Women Artists)』는 그 질문 끝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동안 남성 예술가들의 노년과 예술세계는 거장들의 말년의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기록되어 왔습니다. 반면 여성 예술가들의 노년은 계보도 없이 기억의 저편으로 흩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수전 구바는 이 불균형에 맞서며 자신이 리틀 올드 레이디 랜드(Little Old Lady Land)라고 유쾌하게 명명한 영토에 거주했던 위대한 여성 예술가 8인의 삶을 추적합니다.


먼저 노화라는 모멸감을 열정의 연료로 삼은 창조자들이 소개됩니다. 첫 번째 인물은 영국의 대문호 조지 엘리엇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남성 필명을 써야 했던 그의 노년은 통념과 배치되는 행보였습니다.


조지 엘리엇은 신체적 퇴락 속에서도 연애와 창작의 영역 모두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과감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열정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삶의 궤적을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엘리엇의 말년이 증명합니다.


육체의 쇠락을 압도하는 세속적 호기심을 보인 프랑스 작가 콜레트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콜레트에게 노년은 매일 아침 세상의 새로움에 감탄하는 역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쇠약해진 육체라는 감옥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영화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매체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 그의 행보는 찬란한 피날레 그 자체입니다.


미국 모더니즘 미술의 거장 조지아 오키프는 시력이 고갈되어 가는 노년의 위기 앞에서도 좌절하는 대신, 도예를 받아들이며 손끝의 감각으로 예술적 지평을 넓혔습니다. 세상이 늙은 여성 화가에게 기대하는 우아한 정물화의 세계를 비웃듯, 오키프는 거대한 동물의 뼈와 황량한 하늘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말년의 양식을 구축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사막에서의 삶은 노년이 자기를 끊임없이 재발명하는 창조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어서 사회적 가정을 거부하고 독자적 신화를 직조한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주류 사회의 규칙을 가볍게 뛰어넘은 이단아들의 연대기를 보는듯합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이자크 디네센은 말년에 매독으로 인한 전신 고통과 영양실조로 비참한 신체적 조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뼈만 남은 육체로 죽음의 문턱을 오가면서도 자신을 비극의 희생자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디네센은 고통에 굴복하는 대신, 스스로를 신비로운 이야기꾼으로 포장하며 자신의 과거를 하나의 거대한 신화로 재창조했습니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육체적 한계를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신적 에너지로 치환해 버린 투쟁은, 노년의 고립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내면의 서사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는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예술적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가문의 추악한 비밀과 내면의 트라우마를 노년의 거대한 조각품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부르주아에게 노년은 과거의 고통을 덮어두는 평온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면의 악의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했습니다.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이 보여주듯, 그의 말년 예술은 노년이야말로 가장 파괴적이고도 아름다운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시기임을 증명합니다.



미국의 시인 메리앤 무어는 삼각모자와 검은 망토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하며, 노년에 이르러 대중문화의 중심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주류 문단과 대중이 나이 든 여성을 지워버리려 할 때, 오히려 가장 선명하고 기괴한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자신을 지워지지 않는 존재로 각인시킨 실존적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노년의 고립을 유쾌한 사교와 대중적 연대로 돌파해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인과 연결되며 사회적 확장을 이뤄낸 이타적 멘토들을 소개합니다.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메리 루 윌리엄스는 남성 중심의 재즈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전통 재즈에 머무르지 않고 종교 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장엄한 미사곡을 작곡하는 등 영적 깊이를 더해갔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말년을 방황하는 젊은 재즈 뮤지션들을 구제하고 교육하는 데 바쳤습니다. 윌리엄스에게 노년의 창조성이란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 예술가들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대지가 되어주는 연대 미학이었습니다.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 궨덜린 브룩스의 말년은 노년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보수화나 고립을 온몸으로 거부한 행보였습니다. 청년들의 분노와 열정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시 세계를 끊임없이 현대화했고,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를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로 기능했습니다.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전설적인 무용가이자 인류학자 캐서린 더넘은 무릎 부상으로 더 이상 무대에서 직접 춤을 출 수 없게 된 노년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무대를 잃었다고 해서 예술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자택을 지적, 예술적 교감이 넘치는 살롱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육체적 쇠락으로 인한 활동의 제약을 사회적, 교육적 헌신으로 치환한 그의 노년은 개인의 피날레가 어떻게 공동체의 서사로 확장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노년을 낭만화하지 않습니다. 병과 상실, 외로움과 차별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삶의 끝을 향해 가면서도 계속 배우고, 사랑하고, 창조하고, 연결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피날레』는 노년이라는 거칠고 얼룩덜룩할 미래를 앞둔 우리 모두를 향해, 젊음이라는 허상을 붙잡으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노년이 오기 전에 대담하게 말년의 영토를 설계하라고 촉구합니다.


무해하고 얌전한 노년 대신, 끝까지 사납고 찬란하게 자신의 피날레를 지휘했던 이 위대한 여성들의 기개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묘한 해방감과 살아갈 힘을 건네줍니다.


#피날레 #수전구바 #페미니즘 #북하우스 #여성예술가 #노년 #인디캣

l****5 2026.06.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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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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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다락방의 미친 여자라고 불리우는 수전 구바와 9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입니다.‘삶의 종반전에서 어떻게 창조의 꽃을 피울 것인가’를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탐구한 전기적·비평적 작업인 동시에,노년기에 접어든 여성 작가로서 수전 구바 자신이 펼쳐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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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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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라고 불리우는 수전 구바와 9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삶의 종반전에서 어떻게 창조의 꽃을 피울 것인가’를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탐구한 전기적·비평적 작업인 동시에,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 작가로서 수전 구바 자신이 펼쳐 보이는

지적 여정의 장려한 피날레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멋진 작품입니다. 책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이 존재합니다.


노년, 여성, 예술하기의 웅장한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책은 수전 구바는

2008년 난소암 진단에서 생존한 후

기적처럼 주어진 '노년'이란 시간에 떠오른 질문을

우리에게도 전합니다.


어떻게 나답게

끝까지 강하고 자유롭게 살아낼 수 있을까?

참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질문인데요.


최고의 카리스카 넘치는 여성 예술가들 9명

피날레로 기획해낸 여성 예술가-조지 엘리엇, 조지아 오키프,

이자크 디네센, 메리앤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 메리 루 윌리엄스,

궨덜린 브룩스, 캐서린 더넘-들의 생애와 작업이

수전 구바의 비평으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개개인의 웅장한 피날레를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 개개인의 피날레는

거기에 따르는 좌충우돌과 오점까지 포함해

고스란히 전달한다면

울퉁불퉁하고 얼룩덜룩할 미래를 앞둔 우리 자신에게도

어쩌면 도움이 되는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요즘 여러가지 이유로 힘이 빠지신 분들이라면

최후의 최후까지 번득이는 기개로

자신만의 삶을 꽉꽉 채워서 살아낸

여성 예술가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모두에게 권해드립니다.

특히 나이듦을 예술의 자원으로 창조해낸

이분들의 이야기가 필요한 여성 독자들에게 강권합니다.






#피날레

#컬처블룸리뷰단

#수전구바

#정지인

#북하우스

c******5 2026.07.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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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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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추천사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다. 책을 받자마자 정희진의 추천의 말을 서둘러 읽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이 책이 어떻게 나를 도약시킬까, 기대하게 되었다. "생애 주기 이데올로기를 박살 내는 이 책은 급진적이다."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여전히 우리는 삶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씩씩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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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추천사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다. 

책을 받자마자 정희진의 추천의 말을 서둘러 읽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이 책이 어떻게 나를 도약시킬까, 기대하게 되었다. "생애 주기 이데올로기를 박살 내는 이 책은 급진적이다."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여전히 우리는 삶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씩씩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삶은 그 시간표에 결박되어 있느라 마음만 복잡하다. 공부할 나이, 일할 나이, 결혼할 나이, 은퇴할 나이, 그리고 '창조할 수 있는 나이'까지. 그 질서를 어느덧 받아들이고 있던 나에게 '생애 주기'는 자연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는 말은 꽤 통쾌했다.



노전이라는 말이 없듯이 노후老後도 따로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든다. 당연히 '전성기'도 인위적인 개념이다. 

이 책의 미덕은 나이 듦은 생물학과 사회학의 대립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둘 모두를 인정하고 아우른다. 

(나이는 숫자이지만, 동시에 단지 숫자만은 아니기에)

p.8


주옥같다. 노후도, 전성기도, 숫자도.  아무것도,  지금 내가 붙들려 있는 그것이 실은 아니다. 

생애 주기라는 틀이 무너지면, 전성기라는 개념도 함께 흔들린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계속 변형되는 과정이다.

 창조성 역시 특정 연령에 피었다가 시드는 능력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함께 계속 다른 형태를 띠는 것.


책에 등장하는 여성 예술가들은 분명 나이가 들며 몸의 변화를 겪는다. 

병을 앓고, 체력이 떨어지고, 가까운 사람을 잃는다. 하지만 그것을 쇠퇴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경험 자체가 작품이 되고,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생물학적 나이 듦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몸의 변화가 삶의 의미와 가능성까지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애 주기 이데올로기를 깨뜨린다고 해서 몸의 노화를 부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몸은 늙는다. 하지만 늙었으니 이제 창조성도 끝이라는 사회의 해석은 거부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펼쳐본 장은 루이즈 부르주아와 조지아 오키프였다. 지난해 호암미술관에서 본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고, 마침 올가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조지아 오키프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 더욱 궁금했다.


정희진 역시 추천의 말을 루이스 부르주아로 맺는다.  '나를 기절시킨 작가'고 표현한다. 

"노년은 부르주아를 온화하게 만들지 않고, 분노에서 슬픔으로 옮겨가고, 이어서 예술적 장수의 경이로운 증거를 남길 기회를 주었다" 이 문장은 내가 짐작하는 노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시가 강렬했지만 어쩐지 불편한 마음. 좋았지만 어쩐지 오싹한 느낌.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내게 어서 루이스 부르주아의 이야기를 읽으라고 권한다. 


99세에 세상을 떠난 루이스 부르주아가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만들어낸 작품의 수는 얼마나 될까. 1911년생인 부르주아는 21세기를 90대의 나이로 보내며 비범한 생산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분노에서 슬픔으로' 옮겨가는 노년의 예술가의 커다란 성취를 더듬더듬 만져보며 글을 읽었다.  책에 소개된 부르주아의 마지막 셀 작품 <마지막 등반 2008>이 궁금하다. 이제 찬찬히 그녀의 작품들, 노년의 슬픔과 두려움 없는 태도들을 더 만나보고 싶다. 이 책에서 만난 여성들은 나에게 그렇게 어떤 바람과 희망과 할 일을 선사한다. 



조지아 오키프의 삶은 작품만큼이나 그녀를 둘러싼 관계를 함께 들여다보고 싶었다. 남편이었던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그녀를 세상에 알린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오키프를 특정한 방식으로 읽도록 만든 강력한 권력이기도 했다. 여성 예술가를 이야기하면서 그 곁에 있었던 남성의 영향력과 권력을 함께 살피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관계를 숨기지 않는다.  위대한 예술가를 신화처럼 만들어내기보다, 남아있는 자료들을 섬세하게 가져와 한 사람이 창작을 이어가는 삶의 조건을 함께 보여준다.


오키프는 말년에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 화가로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감각일까,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남긴 말이 가슴에 박힌다.


나에게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이 보인다. 

창조하고 싶게 하는 것이 아직 거기에 존재한다.

p. 194


오키프의 그림에서 꽃, 두개골, 사다리, 길과 같은 것들이 다 사라지고 여러 색이 희미하게 이루며 빛을 낸다. 

궁금한 마음에 몇 장을 찾아보다가 로스코를 떠올렸다. 가까이 흔들리는 강렬한 색채의 면들이 놀라운 경건함을 만들어내는 로스코의 그것과는 달리 오키프의 색채는 여리고 맑고 영롱하다.  


실제로 언젠가 오키프는 간병인에게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예배당에 가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단다. 어쩐지 슬픈 이야기였지만 저자는 이내  상상한다.  로스코의 어두운 캔버스와 오키프의 마지막 그림들이 마주하는 장면을. 그리고 그 전시의 제목을 <낮과 밤>이라고 붙여본다. 두 예술가의 조우가 너무나 근사했다. 저자처럼 나도 잠깐 오키프의 예배당을 황홀하게 상상해 본다. 


이 책에서 노년은 극복의 서사를 만들지 않는다. 나이를 이겨내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예술 속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늦지 않았다'는 위로보다, '늦었다'는 것이 어떻게 기준이 되었는지 묻게 된다. 


정희진의 글만큼 좋았던 머리말과 서론을 읽으면서도 밑줄을 많이 그었다. 우리가 노년에 관해 정말 알아가게 되면 '좋은 노년'이라는 규범적인 관념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는 말에 힘이 난다. '떠다니는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시기'라는 노년의 비유는 어떤가. 3부로 나뉘어 소개되는 9명의 예술가들을 나는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의 목록에 소개될 수 있었는지 짐작한다. 


서론에서 저자는 정말 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모르는 이름투성이지만 아름다운 눈송이를 맞고 있는 것처럼 그 이름들이 설레고 즐겁다.


늦깎이 예술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사라지는 인지능력은 생애가 끝날 때까지

우리가 습득하는 여러 능력으로 상쇄된다."라는 과학 연구를 극적으로 증명한다. 

p. 45


노년, 우리 모두가 향하는 길. 

노년을 비참하고 힘없고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는 절망으로 바라보는 지금 이 시대는 참으로 서글프다.

누구나 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르게 될 곳을 너무나 끔찍한 곳으로 상정해버리면 인생은 얼마나 비극인가. 

<피날레>는 그 어리석은 관념을 생생한 삶으로 걷어찬다.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도 있다. 정희진도 저자도 언급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노년이 비록 성역할에서 벗어난, 경제적으로 안정된 여성 예술가들에게 국한하여 허락된 시간이긴 하지만…." 이 책의 한계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사실 이런 노년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건 아닐까. 

돌봄과 생계, 가사노동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 채 나이 들어가는 여성은 훨씬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정희진은 노년의 축복을 더 많은 여성이 누릴 수 있도록 우리는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사회가 바뀌어야 할 방향으로 읽어 보자는 것이다.  


"누구나 루이즈 부르주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건 우습다. 창조성은 노년의 시기에도 계속된다. 하지만 창조성이 반드시 위대한 작품을 남기는 일을 뜻하는 것일까. 자신의 삶을 계속 새롭게 만들어가는 힘, 이 책이 말하는 창조성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표지의 문장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d****5 2026.07.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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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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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수전구바 #북하우스 📚 《피날레》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피날레》는 그 생각에 조용히 반문을 던진다.이 책에는 조지 얼리엇, 콜레트, 조지아 오키프, 루이즈 브르주아 등 자신의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이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부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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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날레 #수전구바 #북하우스 

📚 《피날레》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피날레》는 그 생각에 조용히 반문을 던진다.


이 책에는 조지 얼리엇, 콜레트, 조지아 오키프, 루이즈 브르주아 등 자신의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이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부에 더욱 자유롭고 대담하게 자신의 삶을 완성해 나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전성기를 젊음과 연결하지만, 이 책은 진정한 전성기는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속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각자의 삶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세상의 기준보다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고, 끝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날레》는 인생의 마지막 장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라도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다"는 희망에 관한 책이다.


 책을 덮고 나니 지금의 나 역시 아직 쓰고 있는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인생의 피날레는 끝맺음이 아니라,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피날레》는 "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조지아 오키프는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진 뒤에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고, 루이즈 브르주아는 오히려 노년에 더 큰 주목을 받았어요. 이들의 삶을 보면 "지금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답을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곱씹으며 읽을 때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피날레》 속 인물들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니까요. 


📙📚북하우스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소중한 책 잘 읽었습니다 🙏



h*******8 2026.06.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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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나이 든 여자들을 위하여 『피날레_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나이 든 여자들을 위하여 『피날레_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 내용보기
수전 구바 저/정지인 역 | 북하우스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나이 든 여자를 위하여. 그리고 나이 들고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우리를 위하여.문장의 의미가 깊다.책을 펼치자마자 나를 오래 머물게 했던 문장이다. #다락방의미친여자 와 #여전히미쳐있는 을 울면서 읽었던 나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서문부터 장렬하다.언젠가부터 우리는 노년을 삶의 한 시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떻게든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나이 든 여자들을 위하여 『피날레_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 내용보기












수전 구바 저/정지인 역 | 북하우스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나이 든 여자를 위하여. 그리고 나이 들고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우리를 위하여.

문장의 의미가 깊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를 오래 머물게 했던 문장이다. #다락방의미친여자#여전히미쳐있는 을 울면서 읽었던 나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서문부터 장렬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노년을 삶의 한 시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떻게든 미뤄야 하는 사건처럼 여긴다. 나이 드는 것은 실패한 몸의 증거처럼 취급되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하나의 능력이 되어버린 이상한 세상이다.


하지만 수전 구바는 이 책의 첫 장부터 그 통념을 부순다. 암 생존의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문장들. 현대 의학은 그녀에게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예언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아니, 단순히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쓰고, 사유하고, 질문하고 있다. ( 감사하기까지 한 !!!! )







이 책의 매력은 아홉 명의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수전 구바는 이들을 단순한 위인전의 주인공처럼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늙어가는 몸과 함께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갔는지 보여준다.

1부의 연인들에서는 조지 엘리엇, 콜레트, 조지아 오키프를 만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끝내 자기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던 여성들이다. 특히 조지 엘리엇이 빅토리아 시대의 편견을 뚫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과정이나, 콜레트가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해나가는 모습이 언급된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는 노년에도 자신의 감각을 멈추지 않으며 예술가로서의 생명력을 이어간다.

2부의 이단아들은 더욱 흥미롭다. 이자크 디네센, 메리앤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는 사회가 정한 정상성의 바깥에서 살아간 인물들이다. 이들은 주변부에 머무르는 대신 자신만의 언어를 발명해냈다. 특히 루이즈 부르주아의 삶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창작의 불꽃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분이다.

3부의 제목인 현자들은 더욱 마음에 남는다. 메리 루 윌리엄스, 궨덜린 브룩스, 캐서린 더넘은 오랜 세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공동체와 나누는 존재들이다. 단지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오래 살아낸 사람들이다. 자신이 살아낸 시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수전 구바가 이들을 특별한 천재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도 늙어가는 몸 앞에서 흔들리고, 상실을 겪고, 불안을 마주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창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년의 롤모델이 이렇게 많았는데, 왜 우리는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걸까. 어쩌면 이 책은 잊혀졌던 끝까지 살아내는 지성에 관한 여성들의 계보를 복원하는 작업인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손택이 말하는 노년의 이중 잣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히 남성의 노년은 어떤가? 흔히 원숙함, 권위, 연륜이라는 언어로 포장된다. 하지만 여성의 노년은 어떤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거나, 관리의 대상으로 취급되거나, 더 이상 욕망과 창조의 주체가 아닌 사람처럼 여겨진다.

같은 시간의 흐름조차 성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는 것이다.







수전 구바는 바로 오래된 불균형에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더욱 좋았던 것은 노년을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늙어감에는 상실이 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그런데도 그 상실만으로 노년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후에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책 속에서 만나는 노년기의 창조성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뜨겁게 다가온다.










1장의 문장 '노년의 시간은 더 빨라진다.'

젊은 시절에는 시간이 무한한 자원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간은 유한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더 소중해진다.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위해 살기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고, 불필요한 관계를 줄이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노년은 시간이 사라지는 시기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우리는 노년을 준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경제적 준비에 대해서는 수없이 이야기하면서도,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못했다.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어떻게 끝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을 것인가. 어떻게 마지막 순간까지 창조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


수전 구바는 그 질문에 아주 강렬한 대답을 내놓는다.

피날레는 끝이 아니라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완성해가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너무나 뜨거운 책이다.






노년을 두려움의 언어가 아니라 가능성의 언어로 다시 쓰게 만든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나이 든 여성들의 삶을 충분히 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수전 구바는 그 빈자리를 아주 강렬하게 채워준다.

이 책은 앞으로의 삶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책의 제목 『피날레』 우리는 흔히 피날레를 끝이라고 생각한다. 막이 내리고, 박수가 끝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순간!!!

하지만 수전 구바가 말하는 피날레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가장 농축된 시간이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과 상처, 실패와 기쁨, 지성과 감각이 한데 모여 마침내 자기만의 목소리를 완성해내는 순간이다. 그래서 피날레는 가장 화려한 절정이면서 동시에 가장 자유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남자인 척하는 일에 서툴고 젊은 데 서툴다면 이제부턴 그냥 늙은 여자인 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누구라도 늙은 여자를 발명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을 것 같다 p473




젊은 시절에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바쁘고, 중년에는 책임의 무게에 짓눌리기 쉽다. 하지만 노년은 오히려 그 많은 것들을 하나둘 덜어내며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으며 피날레라는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끝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마지막 창조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이 드는 일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피날레를 너무 일찍 포기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수전 구바는 말한다. 삶의 마지막 장은 부록이 아니라고. 누군가의 여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본편이라고.




얼마 후면 쇼가 우리 없이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매일같이 그들에게 가르쳐주었다 p 508


마지막 문단을 읽었을 때 왜 그리 눈물이 나는걸까? 누구에게나 노화는 곧 닥칠 일 혹은 언제가 도래할 미래다. 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내가 모든 것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끝내 사라질 존재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노년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유한함을 받아들이며 삶을 더욱 선명하게 살아내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수전 구바는 두려움 대신 기개를 이야기한다. 상실 대신 창조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 하나를 건넨다.



당신은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끝까지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책의 제목은 이토록 강렬하다.

피날레는 끝이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남는 마지막 예술이다.






#피날레 #수전구바 #북하우스 #다락방의미친여자

#여성주의독서 #노년의창조성 #노년에대하여

#노년의시간 #끝까지강하고자유로운나

#인문교양 #여성예술가


r******7 2026.06.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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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있는’을 거쳐, 마침내 #피날레 로 #수전구바 를 다시 만났다. 노년기를 이끌어 주는 힘은 무엇일까? 여성 예술가들이 찾아낸 노년기 삶의 방식, 창조성이 발휘된 형태와 행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피날레’! “노화의 이중 잣대”로 형성된 편견들은 늙은 남자들 보다도 여자들에 대하여 더 심하다고 강조하며, 아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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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있는을 거쳐마침내 #피날레 로 #수전구바 를 다시 만났다.

 

노년기를 이끌어 주는 힘은 무엇일까여성 예술가들이 찾아낸 노년기 삶의 방식창조성이 발휘된 형태와 행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이었다그래서 피날레’!

 

노화의 이중 잣대로 형성된 편견들은 늙은 남자들 보다도 여자들에 대하여 더 심하다고 강조하며아울러 노년기는 삶의 가장 창의적인 단계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서론을 열고 있었다나도 이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인데 창의성이라는 것은 켜켜이 쌓여진 경험과 혜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인상적인 점은 노년기는 언제 시작되는 것일까질문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서 확연히 다르므로 나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짚어주고 있었던 전제였다이 부분은 중년을 지나오고 있는 나의 사이클도 함께 대입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연인들이단아들현자들 챕터에 따라 조지 엘리엇조지아 오키프이자크 디네센루이즈 부르주아궨덜린 브룩스 등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그들의 후반부에 집중해서 담아놓았다.

 

조지 엘리엇은 원했던 행복한 노년을 누리지 못했지만 콜레트는 여성에게 강요된 관습과 상품화를 꾸준히 비판하는 글을 썼고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을 소진시켰던 결혼에서 스스로 해방되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파격적인 작품을 남긴 루이즈 부르주아는 미술 시장에서의 여성 배제를 직접 겪은 인물로회고전이 열리던 70대에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많은 인물상을 다양한 색채의 직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3부 현자들 편 인물 중 하나인 궨덜린 브룩스도 인상적이었다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로 인생 후반부에 흑인예술운동에 자극을 받아서 많은 탄압 속에서도 유색인 예술가의 권리를 위해 애썼다고 한다자신의 노년을 결단력과 동지애로 다 바친 이 삶은 사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한 창작가가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여성 예술가들을 다 언급할 수는 없으나하나는 확실했다우리는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 인가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인간은 모두 창작자예술가이다몰입에 대하여 많이들 얘기하는데 이 몰임 자체가 창작의 기본이 된다내 경우에도 아쉬움 없이 몰입 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중년인 최근에 발견하게 되었다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공감되었고 용기를 얻는 시간이었다.

 

꼭 이 책 속의 인물들처럼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이들의 문제의식과 노년의 삶혹은 준비하는 기준을 보며 훌륭한 그림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참 든든한 아군을 얻은 기분이 든다.

 

_나는 감정이라는 삶과 인간관계라는 삶이 끝났을 때 문득예컨대 쉰 살쯤에 자기 앞에 완전히 새로운 삶이 열리고이 삶이 생각하거나 공부하거나 읽을 것들로 가득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두 번째 개화기를 무척이나 즐겁게 누렸다...... 그건 마치 아이디어와 생각의 신선한 수액이 내면에서 차오르는 것과 같다._p330

 

_더넘은 사람들에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물러일으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문화의 메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희박했던 곳생존 욕구가 매일같이 공격당하던 곳에서 더넘의 제자들은 그가 가장 좋아한 말을 소중히 간직했다.

 

매일 내면으로 들어가 네 내면의 힘을 찾아라세상이 네 내면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도록.”_p463

 

 

 

y******k 2026.06.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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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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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노인이 된다는 건 내가 누리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이지만,한편으로는 내가 대비하지 못한 저주이기도 하다."    (13p)수전 구바 작가의 《피날레》 첫 문장이네요.참으로 공감할 만한 표현이네요. 노인이 된다는 건 오래 살았다는 의미이니까 장수라는 축복을 받은 것인데 정작 당사자에겐 그리 유쾌하고 행복한 일만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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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노인이 된다는 건 

내가 누리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대비하지 못한 저주이기도 하다." 

   (13p)


수전 구바 작가의 《피날레》 첫 문장이네요.

참으로 공감할 만한 표현이네요. 노인이 된다는 건 오래 살았다는 의미이니까 장수라는 축복을 받은 것인데 정작 당사자에겐 그리 유쾌하고 행복한 일만은 아니니까요.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보통은 은퇴와 공적 연금을 수령하는 예순다섯 살을 노년기의 시작으로 보는데, 직업에 종사하는 기간이 연장된 경우에는 노년기를 일흔이나 여든으로 보기도 하네요. 어쨌든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으면 스스로 젊게 느끼기 때문에 우리의 심리적 나이는 숫자상의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육체노동이나 의학적 사건을 겪는다면 연대기적 나이보다 훨씬 더 많게 느낄 수도 있네요. 몸이 여기저기 아프면 긍정적 감정을 갖기 어렵지만 노인의 내면세계가 노쇠와 죽음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고, 노년기가 삶의 가장 창의적인 단계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네요.

특히나 저자는 2008년 예순셋의 나이에 말기 난소암 진단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암 생존자로서 노년의 시간을 살고 있기에 용맹한 올드 레이디들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에서는 아홉 명의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노년에 따라오는 걸림돌을 헤쳐나가면서도 어떻게 창의력을 유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저자가 다룬 인물 중 조지 엘리엇은 노년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장수라는 가능성 낮은 일을 이뤄냈네요. 콜레트, 조지아 오키프, 이자크 디네센, 메리앤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 메리 루 윌리엄스, 궨덜린 브룩스, 캐서린 더넘에 대해 '연인들', '이단아들', '현자들'이라고 분류했는데 이것은 노화가 가져오는 여러 고통에 대한 해독제의 원료가 될 만한 역할들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이 역할들은 역사적으로 팽배했던 편견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기도 하네요. 노년기의 연인은 음탕한 과부, 말년의 이단아는 마녀, 쭈그렁 할멈, 노년의 현자들은 학교 선생, 여장부, 마녀, 추녀, 전쟁도끼 등 저질스러운 꼬리표를 붙이고 모략했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뒤엎은 여성들이 바로 여기에 소개된 인물들이네요. 예술적 야망은 수명이 길다는 사실을 매혹적으로 증명해냈으니 말이에요. 그동안 유명한 여자 예술가 중에는 고령까지 장수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여자가 예술가로 산다는 건 목숨을 위협하는 모순들에 걸려들기 쉬운 일이었으니 노년까지 살아남아 창조성을 보여준 인물들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네요. 저자의 말처럼 삶의 마지막 단계를 정신 번쩍 드는 각성의 시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놀랍고 경이로운 "그랜드 피날레"를 보았네요.


#피날레#수전구바#북하우스#끝까지강하고자유로운나#노년x여성x예술하기#여성예술가들이전하는살아갈힘#창조적여성의노년기#예술이야기#인문교양#인문

YES마니아 : 로얄 a*****7 2026.06.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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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대한 새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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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론부터 완벽하게 좋은데, 여성 예술가들이 노년을 맞이하며 어떻게 변화하는지, 노년의 변화란 무엇인지 그려낸다. 우리가 흔히 노년에 대해 받는 인상은 고장나고 느리고 불편함이 많은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방식을 터득하고, 지금 겪는 흔들림으로 앞으로 닥쳐올 더 많은 진동을 감내할 수 있게 하며, 그렇기에 모든 게 새롭고 의외로 편안할 수 있다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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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론부터 완벽하게 좋은데, 여성 예술가들이 노년을 맞이하며 어떻게 변화하는지, 노년의 변화란 무엇인지 그려낸다. 우리가 흔히 노년에 대해 받는 인상은 고장나고 느리고 불편함이 많은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방식을 터득하고, 지금 겪는 흔들림으로 앞으로 닥쳐올 더 많은 진동을 감내할 수 있게 하며, 그렇기에 모든 게 새롭고 의외로 편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여성만이 겪는 출산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시기에 들어서 비로소 창조성이 휘장을 벗게 되고 자유로움 가운데서 활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년이 되어서도 과거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그 의문들이 격변의 시기를 거쳐온 인생들에게 오히려 스퍼트를 내게하며 고조된 창의성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한다. 노년에 들어서 새로운 권위를 갖게 되기도 하고, 권위를 탐하기도 한다. 노년이란 그저 인생의 한 시기일 뿐이다.

아무도 발견하지 않았던 노년 여성 예술가들의 삶. 많은 남성 노년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낼 때 여성 예술가들도 수많은 일을 해낸다.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t 2026.06.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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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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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지털 감성 e북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노년의 창조성. 뭔가 이상한 말이다노년 예찬. 이거 또한 묘한 위화감이 있다왜냐하면 이 말들에서 노년은 청춘을 대신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통상 우리는 청춘을 예찬하고 그 창조성에 주목한다노년은 항상 관심밖이다그러나 이 책은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알려준다이건 노년이라는 우리 모두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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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지털 감성 e북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노년의 창조성. 

뭔가 이상한 말이다

노년 예찬. 

이거 또한 묘한 위화감이 있다

왜냐하면 이 말들에서 노년은 청춘을 대신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우리는 청춘을 예찬하고 그 창조성에 주목한다

노년은 항상 관심밖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알려준다

이건 노년이라는 우리 모두의 종착역이 우리의 편견과 다른 세계라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노년에 대한 생각을 성숙하게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노년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 그것의 밝은 면을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나면 그 생각은 바뀐다

노년의 예술가들이 얼마나 자유로운 표현을 하는지, 그들이 자신의 창조력을 어떻게 발휘하는지, 노년이라는 변화가 어떤 순영향이 있는지를 우아하게 서술한다

아울러 이 필연적인 전환을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완숙함, 그것을 삶의 에너지로 승화하는 자세 등등도 전달해준다 

다음으로 문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며 동시에 실용적이기까지 한 복합적인 담론적 성격도 장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마치 문학작품처럼 전달하는 역량을 지녔다. 

덕분에 독자는 고리타분하고 당위성이 내포된 주제를 지적인 즐거움을 느끼며 접할 수 있다

또한 반드시 거쳐가게 되어 있는 노년이라는 종반점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를 얻는다

저자는 그 유도 역시 뛰어난 수준의 교양과 문장력으로 이뤄낸다

그리고 이런 의미 있는 사색과 감흥으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글보다 실제적인 효용까지 지니게 된다

#피날레 #북하우스 #수전구바 #정지인


a*****e 2026.06.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