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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는 시스젠더 헤테로만의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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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28 단절된 원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자, 마지막까지 누구보다 강한 유대감을 나누는 관계가 되기도 했다. 남겨진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상복을 입지 못할 뿐 유족과 다름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경험한 적이 많았다. 생동법 이슈로 나날이 소란스럽다.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두는 보수 단체와 진보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부딪힌다. 처음에는 동성혼 합법화였고 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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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28 단절된 원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자, 마지막까지 누구보다 강한 유대감을 나누는 관계가 되기도 했다. 남겨진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상복을 입지 못할 뿐 유족과 다름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경험한 적이 많았다.


생동법 이슈로 나날이 소란스럽다.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두는 보수 단체와 진보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부딪힌다. 처음에는 동성혼 합법화였고 차금법을 지나 생동법까지, 투쟁이 계속되는 동안 다소 농도가 옅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한국의 뿌리 깊은 정상가족 관념을 깨는 일은 쉽지가 않은가보다. 『퀴어한 장례와 애도』는 그런 보편적인-결혼제도와 혈연에 기반을 두는- ‘가족’에게만 장례를 치를 권리를 허용하는 것이 왜 부당한지, 왜 사회적 차별이고 퀴어 배제적 시스템인지 낱낱이 파헤쳐 이야기한다. 사실 책의 소개를 볼 때는 단지 배제된 목소리를 담은 수기나 에세이 형태의 사례집에 가까울 것이라 가늠했었지만, 현행법이나 퀴어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와 전통적 장례 절차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꽤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남은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고 애도의 기간을 가지며 세상을 떠난 이가 안녕하기를 비는 동시에 그를 삶에서 떠나보낸 스스로의 마음도 추스른다. 떠난 사람이, 또는 남은 사람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런 애도를 박탈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3장의 사연들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 만약 누군가의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하면 모두가 그를 위로하고 그 슬픔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휴가를 보장해 줄 것이고 다들 그가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도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법적 가족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슬픔이 ‘그럴 만한’ 슬픔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너무나도 서글펐다. 오랫동안 사랑한 연인의 죽음을 그저 친구의 죽음으로 말해야 하는 것, 그리고 친구의 죽음에 그렇게까지 슬퍼해야 하는지 의아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것.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p.70 한국 사회에서 장례는 애도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친족’을 단위로 한 가산 승계의 절차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이 ‘가족 대신’ 장례를 주관한다는 것은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라는 사회적인 범주를 통해서만 그 의미가 공유된다.



많은 연구들이 성소수자의 우울증 유병률이 전체 청년층 유병률에 비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청년 성소수자의 절반 가량이 우울 증세를 겪고 그 중의 또 절반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다움,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실제로 많은 성소수자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일찍 세상을 뜬 자녀의 장례를 치르지 않거나 간소화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고 원가족과 연락을 단절한 채 살아온 이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장례는 ‘남들처럼’ 치러지지 못한다. 원가족이 고인과 어떤 사이였느냐고 물을 때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한다. 『퀴어한 장례와 애도』에는 그런 사례들이 가득 담겨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외동이고 비혼주의자인 나의 장례는 과연 누가 치르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오래 곱씹었다.


애도는 감정인 동시에 절차고 어떤 관습이다. 장사법이 바뀌고 생활동반자나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이 불편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은 퀴어와 죽음을 터부시하다 못해 언급조차 꺼리는 문화가 너무나도 강하다. 말하지 않는다고 그곳에 실재하는 것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모두에게 동등한 애도의 권리가 주어지기를, 그 누구도 사회적 차별로 인해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페이지를 덮었다. 끝으로 차금법과 생동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한다. 투쟁.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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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2025.10.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퀴어한 장례와 애도』
"『퀴어한 장례와 애도』" 내용보기
『퀴어한 장례와 애도』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퀴어 당사자 혹은 친구, 동료 들의 이야기를 통해, 폐쇄적인 혈연 중심의 한국 사회가 죽음 이후 퀴어들의 권리를 어떻게 박탈하는지 드러내고 나다운 죽음과 장례를 결정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이끈다.『퀴어한 장례와 애도』는 죽음과 장례, 애도의 전 과정에서 작동하는 배제와 차별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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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한 장례와 애도』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퀴어 당사자 혹은 친구, 동료 들의 이야기를 통해, 폐쇄적인 혈연 중심의 한국 사회가 죽음 이후 퀴어들의 권리를 어떻게 박탈하는지 드러내고 나다운 죽음과 장례를 결정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퀴어한 장례와 애도』는 죽음과 장례, 애도의 전 과정에서 작동하는 배제와 차별에 주목한다.

"만약 아내였다면, 혹은 남편이었다면 주변 사람들이 나의 슬픔의 깊이를 좀 더 이해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물론 친하게 지낸 친구의 죽음이 슬프긴 하지만, 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그렇게 힘든 거냐며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 슬픔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위로받지 못한다는 것. 그게 가장 슬펐어요."
엄연히 '가족'이지만 현재 제도가 인정하지 않아서 장례를 치를 권리, 애도할 권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출산-양육-돌봄-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애 전 과정에 있어 혈연 중심의 법적 가족에게만 일차적인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회가 변화하면서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넘는 다양한 사연과 환경으로 맺어진 실제 고인과 삶을 함께 보낸 '진짜'가족은 법적 가족을 넘어설 수 없어 한국 사회 제도 때문에 애도의 권리, 삶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대부분의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 오고, 장례는 경황없이 치러진다. 경황없는 상황 속에 죽음 이후 모든 권리가 대부분 법적 가족에게 자동으로 위임되기 때문에 장례 과정과 이후 절차는 고인의 바람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이에 맞서 고인다운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 수의를 결정하는 것, 장례식장의 음식을 채식으로 준비하는 것 등 하나하나 원가족과 협상하고, 장례지도사를 설득하며 원가족 중심의 장례문화를 넘어 '퀴어로서의 장례'가 가능하기 위해 장례 과정 내내 조력하고 노력한다.

이 책에서는 이 이야기가 더 이상 퀴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만 예외적으로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1인 가구, 독거 노인이 늘어가고 무연고 장례가 늘어나는 현 사회의 명확한 사실 속에서 책 속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소수자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마주할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의 제목이 "퀴어의 장례와 애도"가 아닌 『퀴어한 장례와 애도』인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도서제공: 산지니
s*******9 2025.10.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살아남겨진 모두를 위해, 부재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모든 이를 위한 애도, 빼앗긴 이름의 장례.
"살아남겨진 모두를 위해, 부재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모든 이를 위한 애도, 빼앗긴 이름의 장례." 내용보기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오래된 위로 혹은 체념, 어쩌면 책무에 가까운 그 말을 다시금 불러오고자 한다.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죽은 사람의 시간 뿐이다. 죽음 바깥에, 다른 말로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 여전히 살아 남겨진 사람의 시간은 여전히 흘러간다. 한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서도. 하나의 세계가 영영 멈춰버린 이후에도.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도 경사보다 애사가, 돌
"살아남겨진 모두를 위해, 부재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모든 이를 위한 애도, 빼앗긴 이름의 장례." 내용보기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오래된 위로 혹은 체념, 어쩌면 책무에 가까운 그 말을 다시금 불러오고자 한다.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죽은 사람의 시간 뿐이다. 죽음 바깥에, 다른 말로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 여전히 살아 남겨진 사람의 시간은 여전히 흘러간다. 한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서도. 하나의 세계가 영영 멈춰버린 이후에도.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도 경사보다 애사가, 돌잔치나 결혼식보다 장례와 추도가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미래에의 막연한 기대를 품은 축사보다 '죽음 이후'에 남겨졌다는 이유만으로 쏟아부어지는 위로가 더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그마저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는, 슬퍼할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실과 앞에서도 침묵하기를 요구받는 이들이 있다.


 p.9 퀴어한 장례와 애도의 정치의 장을 통해서 우리는 '왜 어떤 죽음은 애도조차 불가능한가'라는 사회적인 물음을 제기하고자 한다. 삶과 죽음에 걸쳐서 배제된 자리에서 생성되는 관계성, 돌봄, 상호의존의 장에 주목하면서, 혈연/가족주의 중심으로 관계를 상상하는 사회에 개입하고자 한다.


 p.77 다시 말해, 무명의 죽음에 관한 고민은 곧 그이가 살아 있을 때 왜 무명으로 남겨져야 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며, 그 상태에서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산 자와 죽은 이가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하게 해준다.



 여전히 살아 남겨진 사람이 있으므로 죽은 사람은 여전히 부재로서 존재한다. 부재조차 부재하기 전까지는 부재하는 존재로서, '빈 자리'의 부피와 무게로 현존하는 것이다. 완전한 망각, 마침내 수긍되고 안착한 존재로서의 망자로 이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바로 '애도'이다.


 달리 말하면 불가피한 죽음의 앞에서 잘 떠나는 것, 돌이킬 수 없는 죽음 이후에서 잘 떠나보내는 것, 이 모두가 애도의 과정이라는 뜻이다. 과연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한가? 모두가 원가족과 정상가족의 대를 이어가며 사는가? 어째서 어떤 죽음은 추모되고 애도할 권리를 박탈당하는가?


 p.99 "사별에 있어서 가까운 친구, 지인, 직장 동료 관계 등 법적 가족이 아니더라도 심리적 충격을 받고 충분히 애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관계들을 사회가 외면함으로써 스스로 슬픔을 느끼는 자신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애도 과정을 생략하거나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박탈된 애도이다."


 p.191 고인의 삶의 서사와 생전의 돌봄과 유대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으로 선순위라는 이유로 혈연가족에 의해 치러지는 장례는 실제로 상실에 대한 애도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애도의 자리로부터 추방한다.



 '잘 죽을' 수 없는 사회는 '잘 살아갈' 수 없는 사회다. 죽음 앞에 존엄을 박탈당하고 애도받지 못하는 몸은 살아서도 그 성원됨을 인정받지 못한다. 퀴어, 감염인, 빈곤과 장애 커뮤니티에서 이것은 낯설지 않다. 사람으로 태어나고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누군가에겐 그저 요원한 일이다.


 장례와 애도의 의의는 태어나 살아가다 죽는 일, 죽은 이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세계에 새로이 자리하게 사는 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러니 진정 두려운 것은 죽음 이후에도 '가족'에서 벗어날 자유를 박탈당해 내가 나인 채로, 그가 그인 채로 기억될 권리를 부정당하는 것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다.


 p.7 혈연가족을 넘어서 내가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시민, 동반자, 단체에게 삶의 마지막을 동행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가족의 의미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외로움과 배제의 문제가 구조적인 차별과 연결되는 우리 사회에서 시민적 유대를 생성하고 유지해 나가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p.124 결국, 퀴어로서의 애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립되지 않은 생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이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남는 게 아니라, 존엄한 죽음의 의미를 사유하는 사회의 장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이라는 신화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모두가 잘 죽고 잘 떠나보내게 하는, 마땅한 애도를 숨기지 않아도 되게 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도래한 현실에 적응하는 일이다. 인간이 평등히 존엄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제자리를 돌려주는 일이다. 존엄에 차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존엄하지 않으므로.


 애도의 장에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고립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태어나 살아가다 죽는 일, 죽은 이를 떠나보내고 우리 안에 새로이 자리하게 하는 일. 과정이자 상징인 장례와 애도가 이 잔인한 사회에 놓인 모두의 것이기를, 삶과 죽음이 그 자신의 것이기를, 이 익숙한 좌절에 마침표를 찍기를 간절히 바란다.


 p.219 법제도는 아직 어쩔 수 없는데 자본은 협상할 수 있는 영역이 될 때, 장례와 애도의 과정에서 다채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내기 쉽다. (...) 삶과 죽음에 걸쳐 성소수자의 존재와 관계를 가시화한다는 목적 없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형식은 대안이 아니라 법적 가족 바깥에서의 차별을 상품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p.224 애도의 정치는 파트너 관계, 생활공동체 관계 외연에 돌봄의 조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더 다양한 유대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나이, 질병, 장애, 지역, 빈곤 등 각자가 가진 조건이 상호의존의 생태계가 출현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인 배제와 차별로 이어지지 않기를 요청한다. 애도는 감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애도에는 정의가 필요하다.


*도서제공: 산지니

s*****7 2025.09.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