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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은 과학교사가 천자문 책을 냈다. 『십대부터 읽는 천자문에 담긴 과학』, 저자 신규진은 연세대에서 지구시스템과학을 전공하고 수십 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이자 교육 작가다. 『지구를 소개합니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등 여러 권의 과학 저서가 세종도서로 선정된 저자이기도 하다. 전공과 얼핏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책을 그가 썼다는 사실이 먼저 호기심을 당겼다. 나는 중학교 1학년까지 한자를 배운 세대다. 그래도 한자 신문을 읽는 데는 늘 어려움이 따랐다. 다시 한자를 붙잡은 건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일본어가 필요해졌고,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한자를 알면 용어의 뜻이 보이고, 뜻이 보이면 개념이 따라온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과학기술 용어는 대부분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를 모르고는 그 개념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약 1,500년 전 사람들이 자연을 관찰해 압축해낸 네 글자다. 그런데 하늘이 검다고? 하늘은 파랗지 않은가.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 구절을 막연히 지나쳤다. 저자는 여기서 잠시 멈추고 이렇게 묻는다. 왜 하늘은 검은가. "대부분의 우주 공간은 텅 빈 상태의 진공이다.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여서 빛을 비추어도 소용이 없다. 진공의 우주 공간은 색 자체가 없는 어둠이다." 우주가 진공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하늘이 검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저자는 천지현황 구절을 하늘 - 우주 - 진공 - 빛 투과 - 어둠이라는 과학적 지식과 연결함으로써 한자어의 의미는 물론이고 그 안에 담긴 과학적 개념의 이해를 함께 열어준다. 이것이 이 책의 방식이다. '우주홍황(宇宙洪荒)', 우주는 넓고 거칠다. 혹시 엄청나게 큰 망원경을 만들면 우주의 끝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빛보다 빠르기 때문에 먼 은하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으므로 우주의 끝이 어디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현대적인 관측 장비가 없었던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자리와 은하수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거대한 우주의 존재를 직감했을 것이다. 그 직감이 우주홍황 네 글자에 담겨 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이 또 있다. '일월영측(日月盈昃)', 해와 달은 차면 기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우주의 기본 상태를 짚는다. "자전하지 않는 천체는 있을 수 있지만, 공전하지 않는 천체는 없습니다. 공전을 멈추는 순간, 은하나 별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에 맞설 힘을 잃고 우주에서 허락된 궤도를 벗어나고 말 테니까요." 읽으면서 잠깐 딴 생각이 들었다.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천체와, 삶을 지속하기 위해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결위상(露結爲霜)',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저자는 이것이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서리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영하의 기온에서 얼음 결정으로 성장한 것이며, 이슬이 얼면 둥근 얼음 형태로 굳어질 뿐 뾰족한 서리 결정 모양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이 구절을 틀렸다고 잘라 말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차이가 있더라도, 기온이 내려가며 계절이 바뀌는 흐름을 담아낸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사실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구절이 품고 있는 의미까지 길어 올리는 것. 과학교사이자 교육작가로서 저자가 가진 시선이 이 대목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자가 낯선 요즘 학생들에게 개념을 이해하는 힘을, AI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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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과학이라는 궤도마냥ㅋㅋ 천자문으로 과학을 이야기하는게 억지스럽진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재밌게 읽혔습니다.
삽화도 많고 설명도 어렵지 않아서 퇴근후 쇼츠 릴스 보는 대신에 적당히 머리 비우고 교양쌓는 느낌으로 읽기 좋네요. 쉽게 전달하고 있지만 저자가 연구를 많이 한 양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