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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박지리 작가의 책이 좋았고, 하지만 이젠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이 단편집에 박지리 작가의 이름이 담겨 있지 않았다면 무시하고 넘어 갔을 책이다. 가지고 있으면서 쉽게 읽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이상 박지리 작가의 책은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모두 읽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아끼고 아끼며 읽었던 마지막 소설이 나에게는 단편이 되었다. 청소년 소설이라 읽는 동안 내 아이를 생각하게 되었고, 내 주변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지 조금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자는 마음이 든다.
모두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춘기 아이들의 각기 다른 환경과 심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세븐틴 세븐틴’은 주인공 나의 우상 같은 사람이다. 그런 반장이 어느 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이 세상 최고의 행운아 인줄 알았던 반장은 아프면서 세상 최대의 불운아가 된다. 왕따인 나는 그런 반장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 이구아나 ’는 벌점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 소년이 노인을 수발하게 된다. 그 집 지하에는 이구아나가 있다. 이구아나를 돌보면서 소년은 이 집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 여름의 전설’은 철거를 앞둔 오래된 아파트에 떠도는 괴담이 있는데 그곳에 수능을 앞둔 동규와 재민이가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작은 소동으로 모든 친구들이 사라지고 혼자 남은 재민은 공포와 외로움을 느낀다. 그때 동규가 다시 재민을 찾아오고 재민은 중학교 때 그 사건을 떠올리는데.. ‘현수의 집’은 한 번도 현수의 집이라 불린 적 없는 집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고모 네 집들을 전전하며 살아온 현수. 그런 현수가 큰아버지 집에 가게 되고 평화롭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곳에 아버지가 찾아오면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발생하는데.. ‘턱’은 취업을 위해 성형을 결정한 언니를 따라 윤아가 성형외가에 간다. 이후 윤아의 턱은 날마자 조금씩 자라는 일이 발생하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돌아갈 집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희망이 있다는 노인과 진모의 이야기다. ‘기대지 말고’는 가족이지만 가족 같지 않은 이야기다. 주인공 나로 인해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들고 있지만 모두들 각자 떠돌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나는 배가 아파 병원에 가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가족이 모이게 되는데.. ‘더 가이드’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만 하는 ‘나’의 이야기로 나는 엄마가 입력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학습 노동자다. 어느 날 R이 나를 찾아오고 나는 엄마와 R의 관계를 알게 되는데...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와 사춘기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잘 살고, 아이들도 한 둘이라 더 사랑할 수 있는데 우린 왜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까?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고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세상. 낳기만 하면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많이 낳아. 낳으면 지 먹을 건 알아서 해결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먹기만 한다고 자라지는 않는다. 먹기만 해서 몸은 키울 수 있지만 배움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보다 많은 사랑의 지름길이 학습이나 공부에 있는 것처럼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공부하라고, 더 앞서나가라고, 옆에 있는 네 친구는 모두 경쟁자라고, 그 아이를 이겨야만 네가 성공한다고. 때문에 우린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가족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때에도 분명 사춘기가 있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처럼 요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많은 형제자매들 틈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고 어떻게 마음이 성장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 과정들이 없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달래며 어른이 되어 가야 하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모든 과정은 무시한 채 오로지 공부만 외치게 되는 것 같다. 가족이 해체되고 외로움이 더 커진 아이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 하지만 사랑을 받기 보단 공부하기 위한 기계가 되는 아이들. 나도 사춘기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들이다.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그 아이편이 되어 생각해주는 것. 이론은 쉬운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구나. ㅋㅋ
이 또한 지나감을 잊지 않고 싶지만 지나감의 체감 속도가 유난히 느리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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