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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진 쥐들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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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발 빠진 쥐가 뭔지 알아?”“발 빠짐 주의?”“…그럼, 슈크림 도어는?”“스크린 도어!”늦은 저녁 퇴근한 아들에게 좀 웃으라고 말을 건넸다가 지체없이 돌아온 대답에 오히려 뻘줌해져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저녁은 먹고 왔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은 오늘도 거의 2시간 쯤을 지하에서 헤매다 들어 왔을 것이다. ‘발 빠진 쥐’나 ‘슈크림 도어’는 서브웨이 라이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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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발 빠진 쥐가 뭔지 알아?”
“발 빠짐 주의?”

“…그럼, 슈크림 도어는?”

“스크린 도어!”

늦은 저녁 퇴근한 아들에게 좀 웃으라고 말을 건넸다가 지체없이 돌아온 대답에 오히려 뻘줌해져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저녁은 먹고 왔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은 오늘도 거의 2시간 쯤을 지하에서 헤매다 들어 왔을 것이다. ‘발 빠진 쥐’나 ‘슈크림 도어’는 서브웨이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끼리는 이미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나 보다. 『발 빠진 쥐의 서브웨이 라이프』의 주인공처럼 아들도 일산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느라 서브웨이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내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 30여 년 전이고, 지하철의 시대를 막 열었던 그때는 2호선이 최신의 대중 교통수단이었다. 신촌역에서 22정거장을 가야 출근을 할 수 있었던 삼성역까지는 거의 1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퇴근 시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으나 출근 시간의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스크린 도어’도 없던 시절이라 승강장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목숨을 내놓고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뒤에서 누군가 움찔하기라도 해서 밀리는 순간, 철로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바늘 하나 들어설 틈 없이 사람들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나같이 ‘키 작은 여자’들은 호흡조차 자유롭지 않아 출근길은  위험 천만의 고행 길이었다. 그 현장의 사람들은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니 그 한 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든가, 음악을 듣는가 하는 행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떡하든 직장 근처로 집을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굳게 했건만 현실은 오히려 더 먼 곳으로 밀려나 아들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아마도 녀석은 서브웨이 라이프의 대부분을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쪽잠을 자면서 흘려 보내고 있을 게다.

   『발 빠진 쥐의 서브웨이 라이프』의 주인공은 그 시간들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대신 순간 순간을 꼼꼼히 잡아 일기에 써 놓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 한 권의 책으로 탄생 시켰다.

   원래 인간은 땅을 밟으며 햇빛을 받아먹고 사는 생명체이다. 그런 인간들이 어쩌다 햇빛 한 줄기 들어올 수 없는 어두컴컴하고 습한 지하까지 내려가 이리저리 이동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그게 효율적이라면 할 수 없지만 자연에 반한 행동인 것 만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발 빠진 쥐’는 긍정적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 만도 힘들 텐데 경기도에서 출발해 서울을 지나 다시 경기도로 가야만 하는 머나먼 고행 길의 한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함께 타고 다니던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재기 발랄하게 엮어 냈다. 대중 교통 사각 지역의 주민으로서의 애환을 심각하지 않게 서술하면서도 정책이란 게 얼마나 탁상공론 인가를 예리하게 꼬집는다.

    안 그래도 팍팍한 대한민국 서민들의 삶이 역세권을 놓고 더 치열해져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자동차 없는 삶에 불평 대신, 어줍쟎은 자본주의에 물든 친구들에게 ‘발 빠진 쥐’는 자기 집의 차는 BMW (bus, metro, walking)라는 농담을 냅다 던질 수 있는 해학과 당당함이 있다. 책을 덮으면서 자동차 없는 삶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이 책을 바친다는 그녀의 진심에 코끝이 찡해 온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풀어낸 발 빠진 쥐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그녀의 다음 일상이 몹시 기다려진다.

그리고 서브웨이 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디 '발 빠진 쥐'가 되지 않기를.... 지하를 헤매고 다닌다 해도 우리는 쥐가 아니라 사람이기에! 

s******a 2026.06.18. 신고 공감 7 댓글 0